450화 광속 (2)
‘야수’ 강우진· 아니 ‘해녀’ 강우진이 ‘야수와 미녀’ 첫 촬영 첫 씬부터 전신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이유는 간단했다·
‘쯧! 아무리 CG를 위한 옷이라지만 이런 걸 입고 어떻게 상대방이 감정을 잡냐고!’
지금 ‘해녀’ 강우진이 내면으로 외친 것처럼 ‘야수’의 대부분의 모습은 특수 효과를 위한 타이즈를 입고 촬영해야 하기 때문· 실제 ‘야수’ 분장을 하고 촬영에 임하는 건 전체 스케줄 중 몇 번 안 된다· 대부분 강우진은 이 타이즈를 입어야 했다·
‘어이! 메이킹팀! 이거 찍지 마 찍지 말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에 요상한 점들이 박힌 우스꽝스러운 옷이지만 모두 CG를 위한 특수 의상· 거기다 타이즈 안쪽엔 ‘야수’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뭔가도 구겨 넣었다· 심히 불편한 데다 웃기지만 별수 있나? 모두 작품의 완성도를 위함이었다·
사실 강우진은 이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다·
첫 촬영 이전에 사전 준비는 했었으니까·
며칠 전 미리 이 특수 의상을 입어봤고 한 주 전엔 사방팔방에 카메라 달린 묘한 부스에서 수많은 촬영도 진행했다· 완벽에 가까운 ‘야수’ CG를 위한 표정 얼굴 움직임 등을 위한 촬영· 그런 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신기하게도 모니터 속 구현된 ‘야수’의 얼굴이 강우진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정교한 표정들까지 말이다·
우진은 그런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야수와 미녀’ 촬영 반 이상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쫄쫄이 타이즈 차림으로 연기해야 했다· 장착한 컨셉질에 어울리진 않지만 연기를 위해 작품을 위해 최대한 수치심을 참고 있었는데·
‘카라가 저리 시원하게 웃을 줄이야· 하-’
어쨌든 세트 내부로 외국인 스탭들이 뛰어 들어왔다· NG가 났으니 새 세팅을 맞춰야 한다· 중앙계단에 있던 우진이 엉거주춤 내려왔다·
1층의 카라는·
“허읍!”
‘미녀 벨라’의 모습과 판박이인 그녀는 여전히 쫄쫄이 차림의 강우진을 보며 웃음을 죽어라 참는 중· 수십 스탭들 사이 우진이 카라에게 붙었다·
“계속 웃을 겁니까?”
근엄한 투였지만 속으로는 ‘웃지 말라고!’를 연신 외쳤다· 눈물을 닦던 카라가 사과했다·
“미안해요· 나 왜 이러지? 그 특수 의상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우진씨가 입고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계속 웃음이 나와요·”
“아예 웃을 거 다 하고 가죠 그럼 웃긴 모습에 적응하세요·”
미소짓던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웃긴 모습이라기보단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 건데·”
귀여워? 대체 내 모습에서 어느 부분이 귀여운 거냐? 취향이 독특한가? 이해 어려운 강우진이었고 순간 과거의 기억 속 엄마가 말했던 멘트가 생각났다·
‘우진아 사람이나 동물이나 귀여운 게 최고야· 귀엽기 시작하면 끝인 거거든·’
이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빌 로트너 감독이 다가왔다· 그 역시 강우진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유쾌하게 가는 건 나쁘지 않지 우진씨 그 특수 의상 잘 어울려 다행입니다·”
무심히 그를 응시하는 우진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이 외국 할배가 날 놀려?’ 정도의 투덜댐만 있을 뿐· 이어 빌 로트너 감독이 다시금 진중히 두 배우에게 말했다·
“NG 나기 전까지의 그림은 죽여줬어요 집중해서 처음부터 다시 가봅시다·”
“네 감독님·”
“알겠습니다·”
두 배우가 대답하곤 바로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곧 스탭들 부축을 받으며 엉거주춤 걸어가는 쫄쫄이 강우진 뒷모습을 보던 빌 로트너 감독이·
-스윽·
여러 모니터와 키스탭이 모인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곤 읊조렸다·
“······대체 저 배우는 ‘야수’를 얼마나 연구한 건가·”
나지막하게 뱉은 탄성· 첫 촬영 첫 씬· 장면 자체는 NG였지만 두 배우의 등장만큼은 일품이었다· 특히 ‘야수’가 모습을 드러낼 땐 압권· 최소 빌 로트너 감독은 그리 생각했다· 허나 다른 키스탭들도 같은 생각인지 의견을 보탰다·
“모습만 저렇지 치는 대사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다 ‘야수’였네요·”
“맞아· 특히 촬영 중 우진씨 걸음걸이 봤어? 뒤꿈치를 띄웠어 그 상태로 묵직하면서도 당당함을 연출하더라고· ‘야수’ 특유의 위압적인 발걸음을 연구한 거겠지·”
“표정부터 얼굴의 움직임 어깨나 팔 그리고 손· 그냥 몸 하나하나를 ‘야수’에 맞게 짜온 거 같아요· 디테일이 무슨······얼른 작업 끝낸 걸 보고 싶을 정도예요·”
팔짱 낀 빌 로트너 감독·
“CG를 씌운다고 해서 표현을 대충 넘긴다거나 적당히 해도 된다는 건 착각이야· 반대로 몇 배는 더 진한 연기가 요구되지· 허투루 했다간 바로 가짜 티가 나버리니까 하지만 역시 강우진은 걱정 없겠어·”
그가 작게 웃었다· 대만족이 서렸다·
“저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도 ‘야수’가 연상될 정도니 말이야·”
다음 날 아침· 9시쯤·
LA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도심에 비해 보이는 사람들이나 건물의 빈도수가 줄어든 곳· 그중 한 8층짜리 건물엔 ‘A8 미디어’라는 중소 영화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이 중소지 사실상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 영화사나 다름없는 곳·
그래서인지 달린 간판이 다른 것들에 비하면 깨끗했다·
4층의 한켠을 사용하는 ‘A8 미디어’ 내부는 좁은 느낌이었다· 직원도 10명쯤· 다만 이미 제작해 나름 성과를 낸 작품이 있기는 한지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벽면에 ‘A8 미디어’가 제작한 영화 포스터가 달렸다·
거기다 나름 미팅룸도 있었는데 현재 이 미팅룸엔 외국인 5명이 한창 대화 중이었다·
정장 입은 외국인 남자 3명· 반대편엔 짙은 갈색 단발에 흰 셔츠인 대략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외국인 여자와 얼굴에 주근깨가 편 남자· 이쪽 남자는 좀 어려 보였다·
모두의 앞엔 투명파일이나 태블릿이 놓였고·
“음 일단 알겠습니다·”
나눴던 대화가 마무리됐는지 정장 입은 외국인 남자 3명이 스륵 일어났다·
“검토 후 저희 쪽에서 연락드리죠·”
갈색 단발 여자가 남자 3명 모두와 악수를 나눴다·
“잘 부탁드려요·”
그대로 미팅룸을 빠져나가는 정장의 남자 3명· 곧 엘리베이터를 탄 셋 중 살집이 있는 남자가 직전의 미팅을 상기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강우진이 찍은 작품 중 영화 쪽 데뷔작을 가져와 리메이크했다길래 그와 연관이 조금은 있을 줄 알았더니 전혀 없었군·”
“그러게 말이야 솔직히 강우진의 캐스팅 얘기를 조금은 기대했다고·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허탕이었어· 헛걸음했군·”
“연관은 커녕 강우진은 이 건에 관해 전혀 모른다는 투였잖아? 하긴- ‘컬럼비아 스튜디오’나 디즈니나 ‘유니버설 무비스’까지 소문상 강우진 스케줄이 내후년까지 꽉 차 있다는군·”
“나도 들었어 그 정도 파워인데 굳이 이런 작은 작품은 할 일이 없지· 아무리 자기 과거와 연관이 있다고 한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들 중 살집이 있는 남자가 말을 이었고·
“아무리 헐리웃을 뒤집는 강우진의 데뷔 영화라곤 해도 한국 것에 단편 영화에 심지어 그가 전혀 연관이 없다면 이딴 작품에 투자가 되겠어?”
나머지 인원들이 격하게 공감했다·
“불가능해 심지어 영화사도 신생이고· 보나 마나 시작도 못 할 거야· 한다고 해도 망할 거고·”
한편 ‘A8 미디어’의 미팅룸 안·
방금 남자 3명이 빠져나간 미팅룸엔 여전히 단발 여자와 주근깨 남자가 남아 있었다· 분위기가 우중충하다·
“······”
“······”
영 공기가 무거운지 주근깨 남자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어렵겠죠?”
사실 방금의 미팅은 투자 관련이었다· 영화 제작의 심장이라 불리는 돈줄이니 그 남자 3명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영 틀어졌는지 단발 여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쉽지 않네·”
“하지만 연락 준다고 했으니 어쩌면 다시·”
“저들의 얼굴을 아마 다신 못 볼 거야·”
“······대표님·”
단발 여자는 신생 영화사 ‘A8 미디어’의 대표였다· 대표라고 해봤자 어마무시한 수의 영화사가 몰린 LA의 구멍가게 주인일 뿐· 그녀의 이름은 제니퍼 서먼· 나름 ‘유니버설 무비스’ 출신이었고 호기롭게 독립한 직후 제작한 영화가 나름 선방했었다·
따라서 바로 대박이 났나 싶었는데 다음 작품에서 내리막이었다·
현재는 벼랑 끝·
등을 의자에 기댄 제니퍼 서먼이 책상 위 쌓인 종이뭉치 중 겹쳐있는 두 권의 표지에 시선을 뒀다· 하나는 ‘게스트’라 적혀 있었고 남은 하나는·
-‘흥신소’·
‘흥신소’였다· 강우진의 영화 데뷔작인 그 ‘흥신소’가 맞다· 과거 한국의 ‘미장센 영화제’에 참석한 제니퍼 서먼· 그녀는 단편 영화 ‘흥신소’를 보고 가능성을 느꼈다· 후로 몇 달 뒤 ‘흥신소’의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를 감행·
물론 단편이 아닌 장편이고 헐리웃의 입맛에도 맞췄다·
이게 한국에서도 잠깐 알려지긴 했었는데 그땐 강우진이 지금처럼 글로벌하게 유명하기 전이라 금방 묻혔다· 뭐가됐든 ‘흥신소’의 헐리웃 리메이크인 ‘게스트’는 표류 중 그게 벌써 1년째였다·
‘후우- 일이 이렇게나 꼬여버릴 줄이야·’
중간에 한 번 프리 단계까지 진행됐으나 가열차게 엎어졌다· 뭐 지금은 강우진의 헐리웃에서 빵빵 터지고 있어서 희망이 생기나 했다· 실제로 과거완 달리 미팅이 대폭 늘었으니까· 하지만 제니퍼 서먼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죄다 간만 보고 강우진만 찾고 있어· 작품 자체는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하고·’
뭐 아무리 강우진의 ‘흥신소’를 리메이크한 ‘게스트’라 해도 각색이 들어갔으니 새 작품이나 다름없다· 우진이 주연에 박혀있는 게 아니라면 영화 ‘게스트’는 신생 영화사에 있는 흔하디흔한 쓰레기 시나리오나 다름없었다·
중형 영화사들도 심심치 않게 투자가 미끄러지는데 신생 영화사에 투자가 들어올 리 만무·
여기서 주근깨 남자가 조심스레 끼었다·
“대표님 이젠 ‘게스트’ 말고 다른 시나리오에 눈을 돌리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진작부터 ‘게스트’ 말고 딴 시나리오들도 있었잖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후 맞아· 내 욕심이었어·”
망해감에도 1년 넘게 ‘게스트’를 잡고 있던 건 제니퍼 서먼의 욕심이었다· 시나리오는 잘 뽑혔고 충분히 재밌었으니까· 호러 또는 오컬트물의 새 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자신의 갈색 단발을 쓸어 넘긴 제니퍼 서먼이 힘겹게 의자서 일어났다·
“투자사···조금 더 찾아보면서 다른 시나리오들 선별해 두자· 이 이상 가면 정말 다 죽겠어·”
대표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주근깨 남자가 물었다·
“······대표님은 반대하셨는데- 역시 혹시 모르니 ‘게스트’의 시나리오를 강우진 쪽에 보내보면 어때요? 그래도 자신의 데뷔작 리메이큰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내가 반대한 이유는 하나야· 그가 ‘게스트’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지 헐리웃 ‘빅 파이브’ 영화사 중 3곳과 작업 중이잖아? 거기다 도는 소문으로는 내후년까지 일이 꽉 차 있다는데·”
“그 그래도·”
“뭣보다 그림만 보면 우리가 강우진에게 비는 형태가 돼 살려면 뭐든 해야 될 상황이지만 상대에게 피해가 되는 건 안 되지 않겠어?”
정론에 주근깨 남자 직원이 입을 다물었고 대표 제니퍼 서먼이 책상 위 ‘게스트’ 시나리오를 만지작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표정에 쓸쓸함이 묻었다·
“아쉽지만 이 작품은 내 기억 속에만 묻어야겠지·”
이틀 뒤 9월 4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승합차· 안을 보니 모자를 푹 눌러쓴 강우진 최성건 그리고 팀원들이 보였다· 우진은 약 1시간 뒤 촬영인 ‘야수와 미녀’를 위해 ‘spt 스튜디오’로 이동 중이었다· 벌써 우진이 ‘야수와 미녀’ ‘삐에로:빌런의 탄생’까지 두탕 촬영한 지도 4일째·
허나 강우진은 멀쩡했고 재밌는 것은·
-팔락·
포커페이스가 진한 강우진이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는 것· 표지엔 이런 글자가 박혔다·
-‘게스트’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우진이 낮게 물었다·
“이게 ‘흥신소’의 헐리웃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겁니까?”
대답은 역시 꽁지머리 최성건이 했다·
“맞아 제목은 ‘게스트’· 기억나지? 예전에 내가 한번 말해줬었잖아· 단편인데 이례적으로 헐리웃에 팔렸다고·”
“네· 기억납니다·”
“그게 그거야· 근데 뭐 네가 집중해서 볼 건 없고 그냥 책 읽듯이 짬 날 때마다 심심하면 읽어 봐· 어차피 원작 주연으로서 확인하는 용도니까·”
“시나리오는 신동춘 감독이 보내주셨다고요?”
“어어· 신 감독님도 딴 뜻은 없고 네가 ‘흥신소’를 이끌었으니 리메이크 시나리오도 보내는 게 예의에 맞다는 느낌이야· 저번에 통화했는데 신경을 써달라 같은 의도 전혀 없다고 강조하더라고·”
천천히 고개 끄덕인 우진이 다시금 ‘게스트’ 시나리오에 시선을 돌렸다· 명확하게는 시나리오 옆에 붙은 회오리 검은 사각형·
이때 최성건이 설명을 덧붙였다·
“근데 들어보니까 상황은 별로더만·”
“별로라면·”
“뭐 빤하지· ‘흥신소’ 사간 게 헐리웃 신생 영화산데 그땐 신 감독도 신인 때기도 하고 한국 단편을 헐리웃에서 사간다니까 넘긴 거지· 후로 각색으로 대충 1년 지나고 완성되고 프리까지 할 뻔했는데 엎어졌고·”
“다음 지금까지 계속 투자가 안 되는 겁니까?”
“신 감독님도 반쯤 포기했더라고· 아마 제작 힘들 거라고·”
얘기를 듣자마자 강우진이 티 안 나게 검지를 움직였다· 아공간에 진입한 것· 어느새 그의 주변은 온통 암흑인 아공간이었다· 컨셉질을 바로 푼 우진은 지체없이 흰 사각형으로 움직였다·
방금 추가된 새로운 작품이 보인다·
-[14/시나리오(제목: 게스트) S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영화 시나리오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강우진이 놀란다·
“오- S급? 이거 꽤 대박이잖아?”
아니 꽤 대박? 요즘 SSS급이나 EX급만 다뤄서 그런지 감이 무뎌졌다 판단하는 우진이었다· 생각해보면 한량이 S급· 핵폭탄급 초대박은 아니라도 배경이 헐리웃이란 걸 감안하면 대박은 넘는 수치·
‘혹시 뭔 능력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 리딩(경험)은 시나리오 읽고 나서 해본다 치고·’
다만·
‘어쨌든 내가 이걸 하는 건 불가능한데·’
현실이 그랬다· 진행 중인 헐리웃 작품만 3개에 예약 잡힌 것도 많다· 거기다 한국 일본 헐리웃 등 우진의 나머지 스케줄도 만만찮고· 필히 날이 갈수록 몇 배는 불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
‘난 못 할 듯 이 작품· 뭐 배우야 헐리웃에 널렸으니까·’
잠시잠깐 크리스 외의 헐리웃 탑배우들이 스친 그가 턱을 쓸었다·
“흠- 그래도 좀 아까운데· S급을 그냥 버리는 건 거기다 ‘흥신소’ 리메이크 작품이고·”
생각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 우진은 돌연 ‘퇴장’을 외쳐 현실로 돌아왔다· 승합차 안 최성건은 여전히 강우진에게 말하고 있었고·
“아쉽지만 어쩌겠냐? 헐리웃에 그렇게 사라지는 작품만 수천· 아니 수만은 넘겠지· 넌 그냥 그거 마음 편- 히 한번 읽어보면 돼·”
금세 근엄한 얼굴로 돌아온 우진이 최성건에게 낮은 톤으로 제안했다·
“이 ‘게스트’의 메인 투자를 대표님이 해보시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