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출 (5)/얘부터 유료입니답 >
대형 스크린 속 영화에서 친구인 강우진이 나온다. 이게 무슨 미친 상황이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너무 당황하면 행동과 사고가 뚝 멈추는 것.
‘흥신소’를 보던 삼인방이 딱 그랬다.
우람한 김대영부터.
‘아니 강우진?! 니가 거기서 뭐 하냐?!! 아니 왜 거기 있냐고?! 시팔 이게 대체!’
손에 쥔 팝콘을 툭 떨어트린 이경성.
‘미친! 내 눈이 이상한가? 멀쩡하다고! 강우진? 진심 강우진??!’
입을 쩍 벌린 채 눈을 크게 뜬 나형구.
‘꾸 꿈??! 시발 꿈일 리가 있냐?! 그럼 우진아 너 거기서 뭐하고 자빠졌냐??’
뭐랄까 불알친구 삼인방은 움직임만 없다뿐이지 속으론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 사람만 없다면 서로의 뺨을 연신 후려도 이상하지 않을 기분이었다.
그만큼 초대형 스크린 속 강우진의 얼굴은.
‘와- 나 돌겠네!!’
‘야 강우진 대답해 이새꺄!! 거기서 뭐 하냐고!’
‘아 그래. 닮았겠지? 어 닮은 사람일 거야. 응. 아니···닮은 사람이 맞나??’
삼인방에게 정신적인 폭행이었다.
이쯤 뒤쪽에서 불알친구들의 뒤통수를 직관하던 강우진은.
“흡!”
죽어라 웃음을 참는 중이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막상 보고 있자니 참기가 힘들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지금의 삼인방 친구들은.
‘미어캣이냐고- 아 죽겠네.’
앉아 있는 미어캣 같았으니까. 고개를 쭉 빼곤 스크린을 올려보다가 좌우 두리번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보기도 한다. 이걸 어떻게 참아? 우진에겐 위기라면 위기였고.
‘저것들 뒤통수가 이리 잼날 줄이야.’
스크린 올려보는 삼인방 중 천천히 고개를 내린 나형구가 옆의 이경성에게 속삭였다.
“···야. 나 뺨 한 번 후려봐.”
여전히 손에 팝콘통을 든 이경성이 미간 찌푸리며 속삭였다.
“닥···쳐. 그럴 정신 없으니까.”
“강우진 맞지?”
“아닌 것 같냐? 저게 강우진이 아니면 누군데.”
“그 그렇지?”
김대영이 살짝 멍때리다가 어렵사리 작게 말했다.
“잠···깐만 얘들아 좀 침착하자.”
“너나 침착해. 눈알 튀어나오겠네.”
삼인방은 동시에 스크린으로 다시 시선을 올렸다. 여전히 강우진은 김류진으로서 열연하고 있었다. 그래 저건 분명 강우진이 맞다. 처음이야 안 믿겼지만 지금 삼인방은 영화 속 인물이 강우진임을 인정했다. 아니 인정은 하지만 소화가 안 됐다.
현실을 부정한다.
목욕탕 가서 알몸까지 본 친구가 돌연 영화 스크린에 나온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
곧 김대영이 우람한 양팔을 들어 두 눈을 비볐다. 남은 친구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황당함을 표했다. 이쯤부터 삼인방은 단편 영화 ‘흥신소’의 내용과 강우진의 연기를 섞어서 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 영화에 나왔다 치자. 근데 왜 니만 나와?
연기가 취미인 김대영은 인지했다.
‘···심지어 주인공??’
영화 속 강우진이 단역도 아닌 주인공이라는 것을. ‘흥신소’가 시작한 지 벌써 5분이 넘어감에도 스크린엔 계속 강우진만 나왔으니까. ‘흥신소’는 상업영화가 아닌 단편 영화. 즉 초반부터 극을 이끌어가는 강우진은 남주가 확실했다.
여기서.
“···야 야.”
끝에 앉은 나형구가 친구들에게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일단 나가자 나가서 강우진한테 전활 하든 얘길 하든 하자고.”
받은 충격에 더는 집중이 되지 않는 모양. 하지만 남은 친구인 김대영과 이경성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봐. 다 보고 얘기해.”
“동의.”
결국 의견을 냈던 나형구는 친구들의 결정을 따라 다시금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이때 스크린 속 강우진. 아니 김류진은 차 안에 있었다.
-♬♪
영화관 전체로 트로트 노래가 울린 다. 김류진이 자연스럽게 음량을 줄였다. 그 덕에 인물들의 대사가 더욱 짱짱하게 들렸다.
[“그 년놈들 죽여줄 수도 있어요? 죽이는 데 얼마나 듭니까?”]
분노에 찬 의뢰인에게 무심한 대사를 뱉는 김류진.
[“두당 5억.”]
[“비싸네.”]
[“농담이야 이 양반아. 그딴 짓 내가 할 리가 없잖아.”]
[“할인은 없어요? 통신사나 신용카드 할인 같은 거.”]
[“이봐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내가 무슨 피자나 햄버거 만드는 사람으로 보여?”]
분명 ‘흥신소’는 단편치곤 퀄리티가 상당했다. 뭣보다 음향 부분이 사실적이면서도 꼼꼼했다. 인물들의 숨소리 물건을 터치하는 등의 소음 대사 효과음. 누가 봐도 음향에 힘을 준 것이 확실했고.
‘돌겠네 진짜.’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삼인방 중 그나마 연기에 지식이 풍부한 김대영의 황당함은 증폭되고 있었다.
‘강우진 새끼가 저깄는 것도 돌겠구만 아니 왜 연기까지 미친 거냐?? 왜 연기를 잘하냐고?’
김류진을 구현하는 강우진의 연기가 터무니없었으니까. 뭐랄까 자연스럽다는 평가도 아쉬웠다. 스크린 속 강우진은 김류진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만큼 생생한 연기.
하지만 왜? 왜 강우진이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가?
그때 작게 입 벌린 김대영의 머릿속에 강우진과의 과거 장면이 몇몇 떠올랐다. 시작은 ‘슈퍼액터’의 오디션을 같이 갔을 때였다.
‘그래 생각해보니까 그날도 좀 이상했어.’
오디션이 끝났을 때부터 상태가 요상했던 우진이었고 심지어 평생 신경도 안 쓰던 시나리오나 대본에 관심을 가졌었다. 컨텐츠를 즐기지도 않던 놈이 말이다.
‘아 맞아. 그렇지! ‘흥신소’ 이 시나리오도 줬었지 내가?’
강우진에게 넘어갔었던 ‘흥신소’ 시나리오. 뒤로 왜인지 우진은 단편 영화 관련해서도 이것저것 물었었다. 딱 그때부터였다. 강우진이 바쁘다며 얼굴을 안 비친 것이.
스크린을 뚫어져라 보던 김대영은 나름의 퍼즐을 맞췄다.
‘···그럼 뭐야? 그때 시나리오를 잠깐 보고 오디션 봐서 주인공을 맡았다고? 맨날 바쁘다고 한 게 촬영이고?’
정황상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았지만 김대영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정황이고 나발이고 말이 안 됐으니까.
‘평생 디자인하던 놈이 하루아침에 뭔 연기를 해?’
그러나 아무리 부정을 해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김류진을 연기하는 강우진은 스크린 안에서 열연 중이었으니까. 물론 강우진은 스크린 속이 아닌 관람객 사이에 있기도 했다.
‘초반엔 금붕어들처럼 입을 뻐끔대더니만 지금은 또 잘 보고 있네. 좀 쪽팔린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강우진이 작게 피식했다. 뭔가 몰래카메라를 직관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이어 우진이 스크린과 삼인방의 뒤통수를 번갈아 보며 턱을 긁었다.
‘아- 솔직히 좀 일찍 알려지긴 했어.’
그가 정한 친구들에게 알릴 타이밍은 좀 더 뒤였다. ‘프로파일러 한량’ 첫 방쯤. 그런데 대뜸 저 삼인방이 이곳에 나타났다. 대충 뭐 김대영이 주도했겠지.
‘흠- 이렇게 되면 오늘 대충이라도 말해두긴 해야겠네.’
드디어 때가 왔다. 친구들을 이해시킬 때가.
‘뭐라고 하냐. 어쩌다 보니 연기를 하게 됐다? 미친놈이냐? 나 같아도 안 믿겠네.’
뭐 쟤들은 그렇다 치고. 뜬금 강우진이 정면 스크린을 바라봤다. 과연 대형 스크린은 임팩트가 어마무시했다. 그야말로 오진다고 해야 할까? 음향 스튜디오에서 봤던 시사 테스트와는 그 웅장함이 차원이 달랐다.
‘아으- 그만큼 민망함도 크긴 하네 내 얼굴 겁나 커.’
그 순간.
“괜찮지 않아?”
“응응 재밌어.”
옆좌석 커플의 속삭임이 우진에게 들려왔다. 거기다 우진은 잘 몰랐으나 처음엔 별 기대 없던 500여 명의 관람객 전부가 자세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흥신소’가 재밌었으므로. 단편이라 기대가 아예 없던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짱짱한 영화 소리에 파묻히긴 했으나.
“재밌는데?”
“그러니까. 단편인데 퀄 좋다. 특히 음향이 좋아.”
상영관 곳곳의 관객들이 수군댔다.
“볼만한데? 약간 단편 안 같다?”
“근데 저 남주는 신인? 연기 존나 잘한다.”
점점 전체 관객들은 ‘흥신소’에 젖어 들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이때였다.
‘엥??!!’
삼인방 중 우람한 김대영이 스크린 속 누군가를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염되듯 삼인방 모두가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와- 시빨!!!’
‘미친! 강우진 이 개새끼!!’
난데없이 스크린에서 탑여배우 홍혜연이 나타났으니까.
장면은 주인공 김류진이 의뢰인 아내의 감시를 시작한 때였다. 즉 아내역을 맡은 홍혜연의 첫 등장. ‘미장센 영화제’에서의 ‘흥신소’ 상영은 오늘이 처음. 따라서 삼인방만이 아닌 500여 명의 관객 전부에도 파격적이었고.
“뭐 뭐야? 홍혜연 아니야?”
“이 영화 홍혜연 나오는 거였어?”
“와- 홍혜연. 대박.”
관객들의 집중도가 단숨에 격하게 치솟았다.
같은 시각 논현동 GGO 엔터테인먼트.
넓은 대표실 5인 소파 상석에 서구섭 대표가 태블릿을 내려보고 있다. 진중한 것이 오늘도 여지없이 불독을 닮았다. 그런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미장센 단편 영화제’ 관련이었고 옆 소파에 앉은 팀장급 직원이 같은 태블릿을 보며 보고했다.
“한 시간 전 10시부터 ‘미장센 단편 영화제’ 상영 시작했고 오늘부터 로테이션으로 정혁씨의 ‘멘토’ 상영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고개 끄덕이던 서구섭 대표가 되물었다.
“정혁이 거는 오늘부터 이틀간이지? 상영에 문제는 없고?”
“예 대표님. 현장 나가 있는 팀 보고론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미장센 단편 영화제’ 그거 힘 제대로 주는 것 같더만 사람들 좀 많이 몰렸다냐?”
“예. 확실히 작년보단 몇 배는 늘었다고 합니다. 기자들도 평소보다 관심을 많이 가지고요. BJ나 너튜버들도 현장에서 곧잘 보인답니다.”
“뭐 괜찮구만.”
불독 서구섭 대표가 태블릿을 내리며 만족 섞인 미소를 보이다 멈칫. 미간을 약간 좁히며 질문을 바꿨다.
“신동춘 거는 확인했냐?”
서구섭 대표는 빨래질할 박정혁의 작품 ‘멘토’만이 아닌 자신을 깐 신동춘 감독의 ‘흥신소’에도 직원을 파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팀장급 직원의 대답은 빨랐다.
“예 그쪽은 CCV 코엑스가 장소고 ‘멘토’와 마찬가지로 첫 타임으로 들어갔답니다.”
“‘흥신소’ 그거 남주 누구래.”
“모르는 배우랍니다. 무명인 것 같습니다.”
대답을 들은 서구섭이 황당하게 콧방귀 꼈다.
“뭐? 하- 시발 거. 뭐 B급도 아니고 그냥 무명? 신동춘 그거 미친놈 아니냐? 무명을 넣는다고 감히 나나 정혁이를 까? 완전 또라이구만.”
“근데···그 무명이 연기가 나쁘지 않다고.”
“그래서? 날고 기어봐야 무명이 무명이지. 됐어 아주 다 씹어먹을 연기력만 아니면 정혁이가 상 타는 건 확정이니까.”
곧 앞쪽 탁자에 올려진 담뱃갑을 집은 서구섭 대표가 말을 이었고.
“지금부터 신동춘이 만든 그 쓰레기 영화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준비한 대로 바로 언플 때려. 특히 ‘미장센 영화제’하고 박정혁 이름 무조건 섞고 약 친 기자들한테 쉴새 없이 기사 뿌리라 전해.”
“알겠습니다.”
“파생되는 어그로는 죄다 정혁이 빨아 먹어야 하니까 신경 써. 화제성 터지면 수상 날까지 이슈 잘 굴리고. 어? 어차피 무명들만 득실거리는 거면 기자들도 무조건 정혁이만 다룰 테니까.”
지시에 직원이 고개를 푹 숙일 때였다.
-똑똑 덜컥!
대표실의 문이 다급히 열리며 다른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그런 그를 보며 서구섭 대표가 한 쪽 눈썹을 추켜 올렸고.
“뭐야? 박실장.”
박실장이라 불린 직원이 약간 숨을 헐떡이며 바로 본론을 뱉었다.
“대 대표님. 그···게 방금 ‘흥신소’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 그 쓰레기 영화는 됐어. 신경 끄고 언플이나 제대로.”
“아니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서늘하게 되묻는 서구섭 대표에게 박실장이 어렵사리 보고를 이었다.
“‘흥신소’에 홍혜연이 나왔답니다.”
잠시간의 정적. 약 5초간 직원을 노려보던 서구섭 대표가 벌떡 일어났다.
“뭐?! 홍혜연? ‘흥신소’에 홍혜연이 나왔다고??!”
“···예.”
“아니 시발!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홍혜연 지금 송 PD 쪽 드라마 들어갔잖아?! 근데 뭔 ‘흥신소’에 홍혜연이 나와?!!”
“바 방금 주·조연 급으로 등장했답니다.”
“···”
순간 불독 서구섭 대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홍혜연이 나왔다고? 진짜라면 박정혁의 세탁을 위해 준비한 언플이 모두 허사가 될지 몰랐다. 국내 탑여배우로 손꼽히는 홍혜연이었다.
이슈로는 상대가 안 된다.
어금니를 빠득 문 서구섭 대표가 손에 쥔 담뱃갑을 바닥에 팍 내던졌다. 그리곤 꽁지머리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최성건 그 개새끼가 투자자였어.”
같은 날 점심 무렵.
한창 ‘미장센 단편 영화제’가 진행 중인 와중 ‘프로파일러 한량’팀이 움직임을 보였다. 너튜브 채널과 기타 영상 플랫폼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영상 하나를 업로드 한 것.
-[15초 공식 1차 티저]한량이지만 그는 천재였다! <프로파일러 한량> 5/15(금) 첫 방송!|프로파일러 한량
-[SBC]/ENG SUB
-2020. 5. 2
‘프로파일러 한량’의 정식 1차 티저 예고편이었다. 지금껏 나왔던 맛보기가 아닌 극의 내용이 삽입된 진짜였다. 아쉽게도 15초짜리라 러닝타임은 길진 않았지만 짧은 만큼 핵심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나레이션은 류정민.
그의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시작된 티저는 신속하게 장면이 교차되며 여러 인물을 보여줬다. 살인 현장의 쪼그려 앉은 유지형 누군가를 쫓는 정연희 여러 주·조연들의 긴박함 거대한 차량 폭발 등등. 끝으로 갈수록 수많은 씬들이 빠르게 교체된다. 깔리는 BGM도 속도를 높인다.
이윽고 티저의 끝물에 블랙화면으로 바뀐 뒤 류정민의 나레이션이 나지막하게 울렸다.
[“모든 것은.”]
동시에 얼굴 중 코 위로 가려진 한 남자의 잔악한 미소가 영상을 채웠다.
[“이 어긋난 웃음에서부터 시작됐다.”]
기괴한 웃음. 시청자들은 모르겠지만 ‘프로파일러 한량’의 배우들은 단박에 알아볼 미소였다.
박대리의 것이니까.
이 티저가 업로드되자마자 곧장 첫 댓글이 달렸다.
-미친…마지막 미소 짓는 거 배우 누구임? 잠깐 나왔는데 임팩트 지리네….
그리고 한 대학교의 식당에 모인 여자 4명. 그중 한 명이 이 티저를 보곤 흥분했다. 주변에 앉은 친구들한테 티저를 보이며 자랑할 정도였다.
“이거 봐봐! 티저 퀄 미쳤는데?! 와- 마지막 미소 짓는 배우 누구지?? 개소름!”
강우진의 동생 강현아였다.
“아아아! 빨리 보고 싶어!”
한편 코엑스 근방 10분 거리의 한 공원.
혼잡한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흔한 공원에.
-스윽.
방금 도착한 강우진이 보였다. 흑 청재킷이나 모자는 그대로지만 마스크는 벗은 모습. 표정이 꽤 비장했다. 그는 ‘흥신소’ 관람을 끝내고 바로 이쪽으로 이동한 참이었다.
어쨌든 우진이 슬쩍 화단 너머 공원을 훑었다.
“있네 저것들.”
나무 벤치에 앉은 익숙한 삼인방이 보였다. 몇십 분 전 스크린에서 강우진을 직관한 친구들이었다. ‘흥신소’가 끝나자마자 김대영이 강우진에게 전화했었고 일을 뒤로 미룰 생각이 없던 우진은 저들과 약속을 바로 잡았다.
곧.
-스윽.
슬금슬금 턱을 긁던 강우진이 에라 모르겠다 하며 공원 입구로 발을 들였다.
그 순간.
“야!! 미친! 강우진!”
“저 새끼!!!”
“시팔! 잡아잡아!!”
기다리던 삼인방 전부가 우진을 발견하곤.
-훅!
대뜸 우루루 뛰어왔다. 기세가 황소와 같았다. 저것들에 부딪히면 최소 팔 하나는 부러질 듯한 속도. 덕분에 왜인지 강우진도 몸을 돌려 뛰었다.
“아- 씨!”
도망이었다.< 돌출 (5)/얘부터 유료입니답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