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화 발표 (1)
프랑스의 배우 로맹 뒤크레· 프랑스의 국민 배우로 일컬으며 탑배우였다· 칸 영화제에선 남우주연상에 자주 초청을 받았고 ‘아카데미상’에서도 꽤 얼굴을 볼 수 있는 배우· 각진 얼굴에 인상 자체가 드센 느낌· 활동은 주로 프랑스에서 하지만 헐리웃에서도 종종 활약했다·
그런 로맹 뒤크레는 대충 2년 전에 ‘아카데미상’의 심사위원 격인 회원으로 등극했다·
‘아카데미상’은 매년 감독 배우 제작자 키스탭 등등으로 회원을 뽑는데 워낙에 세계적으로 권위 높은 ‘아카데미상’이기에 이 회원에 뽑히기만 해도 당사자에겐 크나큰 영광이었다· 그도 그럴 게 한 해의 최고를 자신의 손으로 뽑을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프랑스 탑배우 로맹 뒤크레는 2년 전 과한 쾌재를 불렀었다·
그리고 오늘 ‘아카데미상’의 회원 중 한 명인 로맹 뒤크레는 섭외한 스튜디오에서 홀로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여러 작품을 봐야 했고 현재 모니터에 나오는 영화는·
-[“흐흐흐! 크크크 하하하하!”]
시원하게 웃어 재끼는 ‘조커(Joker)’가 보인다· 즉 그가 보고 있는 건 ‘삐에로:빌런의 탄생’이라는 뜻· 이미 약 1시간 정도 지난 상태였고 다리 꼰 채 ‘삐에로’를 보는 로맹 뒤크레의 표정엔 심히 충격이 서려 있었다·
“······강우진 저 배우-”
‘삐에로’의 퀄도 퀄이었지만 프랑스 탑배우를 놀라게 한 건 역시·
“몇 배는 더 성장했어 괴물이 됐군·”
‘삐에로’의 남주인 강우진 때문이었다· 사실 로맹 뒤크레는 이미 강우진을 알고 있었다· 뭐 워낙 세계로 이슈가 터지는 우진이긴 했지만 그가 강우진을 처음 본 건 칸 영화제· 거기에서 우진은 남우주연상이라는 기적을 낳았고 로맹 뒤크레는 ‘거머리’를 보곤 신선한 충격을 먹었었다·
그래선지 로맹 뒤크레에겐 강우진이 친숙했다·
헐리웃에서 시끌벅적하게 활동하는 그의 기사들도 어지간하면 다 확인하는 편· 따라서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 작품들이 왔을 때 로맹 뒤크레는 고민도 없이 ‘삐에로’부터 재생시켰었다·
이어 딱 10분 만에 입을 쩍 벌렸고 1시간 만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거머리’ 때도 충분히 터무니없었어 그런데 그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우진 그가 펼치는 ‘조커(Joker)’는 괴물 이상이었다· 심지어 ‘거머리’ 때와 비교하면 더욱 연기에 농도나 촘촘함이 발전했다· 문제는 칸 영화제의 강우진도 괴물이었다는 것· 괴물이 더 파괴력을 높였다· 로맹 뒤크레는 ‘삐에로’의 극이 진행될수록 작품의 재미와 강우진의 연기에 푹 빠졌다·
‘‘삐에로’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고 사회에 주는 메시지나 여운까지 남아·’
언뜻 봐서 ‘삐에로’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한 히어로물 킬링타임의 이미지가 약간 있었지만 뚜껑을 따보니 전혀 달랐다· ‘삐에로’가 끝난 뒤 로맹 뒤크레는 혼자 박수까지 칠 지경이었다·
-짝짝짝짝·
저도 모르게 혼잣말도 했다·
“대단해 이렇게나 집중해서 영화를 본 게 얼마 만이지?”
단 1초도 딴생각 못 하게끔 잡아두는 힘· ‘삐에로’엔 그 힘이 가득 담겼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로맹 뒤크레는 몇 분간 검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지속해서 강우진의 연기가 상기됐으니까· 그렇게 어렵사리 정신을 차린 로맹 뒤크레가 다른 영화를 틀었다· 이번엔 헐리웃 원로 대배우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런·”
30분이 흐른 뒤 그는 알 수 있었다·
“집중이 안 돼 연기도 안 보이고·”
머릿속에 강우진이 가득하다는 것을·
특이한 점은 이런 현상을 느낀 게 로맹 뒤크레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거의 비슷한 시각 전세계에 분포된 ‘아카데미상’ 회원들은 로맹 뒤크레처럼 ‘삐에로’부터 봤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간 쌓아온 이슈들이나 최근의 핫함이 가장 두드러졌으니까·
그리고 거의 대부분 회원들은 곧 후회했다·
강우진의 ‘조커(Joker)’가·
“‘삐에로’를 제일 마지막에 봤어야 했어·”
심히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3월 4일·
시간은 햇볕이 뜨거운 점심쯤· LA의 도심에서 꽤 나가야 보이는 한적한 도로· 그곳에 돌연·
-부우우웅!!
배기음을 터트린 무척이나 해진 회색 픽업트럭이 나타났다· 왕래하는 차야 적은데도 픽업트럭은 어째선지 퍽 맹렬하게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우우우웅!!
픽업트럭 뒤로 깨끗한 검은 승합차가 줄줄줄 나타났으니까· 앞쪽의 픽업트럭에 비해 고급진 느낌이 강한 뒤쪽 승합차들· 속력을 보니 검은 승합차 3대는 앞쪽의 픽업트럭을 쫓는 게 확실했다· 앞서가는 검은 승합차 한 대· 픽업트럭의 트렁크에 붙는다·
-부우웅!!!
더욱 속력 내는 픽업트럭· 금세 따라잡는 검은 승합차· 승합차 쪽이 결국·
-콰앙!!
픽업트럭을 강타했다· 트렁크 쪽이었다· 휘청거리던 픽업트럭이 빙글 돈다· 검은 승합차와 가까워진 픽업트럭에서 돌연·
-탕탕탕!
총성이 3발 울렸다· 운전석 창문이 깨진다· 물론 검은 승합차 쪽· 안을 보니 정장 입은 남자가 머리통을 핸들에 박았다· 속절없이 미끌거리던 승합차가 도로를 이탈해·
-쿠다당!!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픽업트럭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운전석엔 무표정으로 운전하는 지금 핸들을 미친 듯 돌리는 강우진이 보였다· 그가 룸미러를 힐끔· 다시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재차 시작된 추격전· 승합차 한 대가 다시 앞지른다· 우진이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끼기기긱!
훅 앞으로 이동한 검은 승합차에 총을 갈겼다· 목표는 뒤쪽 바퀴· 순간 덜컹거리던 승합차가 휭하니 뒤집혔다· 콰직 소리가 들렸지만 강우진의 무표정엔 변화가 없다· 다시 달리는 그· 하지만 이번에는·
-팍!!
남은 1대의 검은 승합차가 강우진보다 빨랐다· 순간 속력으로 픽업트럭의 후미를 강하게 민 것· 재빨리 강우진은 핸들을 돌렸지만 워낙에 상태가 안 좋은 픽업트럭이었기에·
-기기기기기긱!!
좌우 중심을 잃은 채 2바퀴 정도 구르다가 뒤집혀서 멈췄다· 도로 주변이 고요해진다· 검은 승합차가 가까이서 섰다· 흙먼지 속 픽업트럭은 미동도 없다· 검은 승합차에서 내린 정장 입은 남자 3명· 손에 권총을 쥔 그들이 서로 눈치 보다가·
-스윽·
픽업트럭으로 다가갔다· 생사는 확인해야 했으니까· 얼추 3걸음 정도 붙었을 때·
“어이! 옆에!!”
선두의 남자에게 외침이 박혔다· 인지한 그가 재빨리 권총과 고개를 돌렸다· 허사였다· 머리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강우진이·
-파박!
남자의 목을 강타했으니까·
“이에엑!”
묘한 소리를 뱉은 남자의 권총 든 손을 뒤로 꺾어 두 번 격발· 탕탕! 총성과 함께 뒤쪽 정장 남자 한 명이 픽 쓰러졌다· 머리통과 얼굴이 터졌으니까· 남은 한 명은 다급하게 강우진을 쏴댔다· 다만 총알 모두는 남자 동료 등에 박혔다·
축 늘어진 남자를 방패 삼아·
-훅!
우진이 남은 남자에게 달렸다· 총성이 계속 터진다· 모두 헛방· 시체를 남자에게 휙 미는 강우진· 남자가 옆으로 피한다· 똑같이 움직인 우진· 총이 뻗어진다· 하지만 강우진이 빨랐다· 단숨에 총과 남자의 손을 잡은 그가 남자의 낭심을 발로 찼고·
“으겍!!”
힘 빠진 찰나에 남자의 손목을 꺾는 강우진· 이제 총은 주인을 향했고·
-탕탕!
머리통이 박살 난 남자가 쓰러졌다· 삽시간에 3명이 정리된 모습· 하지만 강우진은 숨 헐떡이는 것 없이·
“······”
얼굴에 묻은 피를 적당히 닦은 뒤 남자들의 소지품을 뒤졌다· 무표정으로 말이다· 나온 핸드폰 등을 챙긴 우진이 앞에 선 멀쩡한 검은 승합차에 올랐다· 그대로 출발하는 승합차· 하지만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
-콰아아아앙!!
뒤집힌 픽업트럭이 폭발했다·
그래도 10초쯤 정적· 이윽고·
“······커엇!!”
수백 스탭들 사이에 앉은 ‘존 페르소나’의 감독 대니 랜디스가 벌떡 일어났다·
“OOOK!!”
흡족한 듯 미소가 짙다· 곧 수십 스탭들이 현장으로 달려들어 불타는 차를 정리했다· ‘존 오웬’ 역의 남주 강우진도 복귀했다· 바로 붙은 대니 랜디스 감독이 강우진에게 피드백했다·
“액션은 더할 나위 없이 최고였어요 만족 그 이상인데- 약간 폭발이 좀 심심했달까?”
“그렇습니까?”
“음 화력 좀 높여서 다시 가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근엄히 답한 강우진이었지만 속으로는 꽤 놀라고 있었다·
‘미친 역시 헐리웃! 차량 폭파를 또 찍어?? 그럼 저 BNW 차들도 박살 내는 건데??!’
곧 강우진은 분장 수정을 위해 스탭들에게 움직였다· 그런 우진의 뒷모습을 가만- 히 보던 대니 랜디스 감독· 헐리웃에서도 거물로 통하는 그가 봤을 때도·
‘우린 화려하지 않은 담담한 액션을 요구했어 그런데 차갑고 건조한데 타격감은 또 넘치게 액션을 구사한단 말이지·’
강우진은 특별함을 넘는 외계인이었다·
‘헐리웃에서도 저만한 액션 퀄을 내는 건 몇 없어 심지어 인물의 정신적 문제도 짙게 표현하고· 실제로 보니 더없이 황당한 배우군·’
물론 주변 스탭들도 우진의 액션과 연기를 극찬하기 바빴다· 이쯤 대니 랜디스 감독에게 거인인 조셉 펠튼이 다가왔다·
“감독님 강우진의 ‘존 오웬’ 어떠십니까?”
대본리딩이 아닌 현장의 우진이 어떻냐는 물음· 이에 대니 감독이 쓴 동그란 안경을 벗으면서도 작게 답했다· 심히 진심이 묻은 어투였다·
“‘제압’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려· 절제된 액션 사격· 그러면서 몸은 유연하고······”
말끝을 흐린 그가 조셉과 눈을 맞췄다·
“이번 ‘삐에로’ 사태를 봤지? ‘조커(Joker)’처럼 강우진은 그 인물 자체· ‘존 페르소나’의 ‘존 오웬’ 역시 같을 거야·”
“예 잠깐 봤는데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존 페르소나’는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장 시리즈 전체에 강우진을 잡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거야·”
확신에 찬 말을 뱉던 헐리웃 거물 감독 대니 랜디스가 자신을 찍었다·
“그가 한다면 내가 ‘존 페르소나’ 시리즈 전체의 감독을 맡지·”
후로·
3월의 시작과 함께 강우진은 ‘존 페르소나’ 촬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헐리웃의 3월은·
『CNM/강우진 ‘유니버설 무비스’의 신작 ‘존 페르소나’ 크랭크인!』
『LA TIME/헐리웃 ‘빅 파이브’ 중 ‘유니버설 무비스’의 신작 촬영 시작한 강우진 ‘존 페르소나’ 촬영현장 SNS로 확산』
그야말로 이슈 풍년이었다·
『ABY/강우진의 그녀 마일리 카라 크리스 하트넷이 호흡 맞출 ‘게스트’ 대본리딩 임박』
쌓아오던 또는 최근에 터진 이슈들이 꽃을 피우거나 떡밥을 키우거나· 물론 강우진이나 마일리 카라에 파파라치가 몇 배나 더 붙은 것도 힘을 보탰다· 그들이 찍은 사진들은 모조리 언론사로 팔렸으니까·
『NT/강우진·마일리 카라 식당에서 데이트 포착!/ 사진』
뿐만 아니라 우진을 제외한 헐리웃의 다른 인물들까지 합세하며 최근 헐리웃은 더 없는 이슈 호황을 누리는 중이었다·
『ABY/원로 대배우 ‘에단 포드’ 강우진을 향한 날 선 비판 “강우진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는 겸손하지 못하다”』
시간이 하루가 세상 빠르게 삭제됐다·
강우진은 물론 그와 관련된 작품과 인물들 모두가 해야 할 것을 해냈다· 그것을 반복했다· 점차 사람들의 복장이 가벼워졌을 때쯤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아카데미상’ 측의 발표가 있었다·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는 두 가지를 확정했다·
하나는·
『LA TIME/‘아카데미상’ 공식 후보 선정 시작한 AMPAS측 “후보 발표는 4월 3일”』
‘아카데미상’의 공식 후보 작품 배우들의 발표를 4월 3일에 생중계로 알린다는 것·
또 하나는·
-[······우리 ‘아카데미상’은 4월 24일 성대하게 개막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높은 ‘삐에로’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아카데미상’이 4월 24일에 막을 올린다는 것·
즉 4월 3일에 라인업 발표 4월 24일 개막·
모두 4월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 발표를 확인한 강우진은 겉으로야 덤덤했으나 속으로는 긴장이 차올랐다·
‘아오- 씨 진짜 후보로 뽑히기만 해라! 그럼 일단 체면을 세운 거잖어!’
하지만 당장은 3월이었으니 ‘존 페르소나’ 촬영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3월이 지는 건 눈 깜짝할 새였고·
『[할리우드]4월 스타트! 4월 3일 ‘아카데미상’ 공식 후보 발표까지 이틀 헐리웃은 지금 초긴장 상태』
4월이 시작됐다·
『[이슈체트]선 개봉으로 대호평인 ‘삐에로:빌런의 탄생’ 강우진 ‘아카데미상’에서 이름 불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