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3) >
전세계로 강우진의 이름이 불리기 이전· 사실, ‘돌비 극장’의 ‘아카데미상’에서 ‘삐에로’가 먼저 불린 건 ‘의상상’부터였다·
“의상상!! 축하합니다, ‘삐에로:빌런의 탄생!”
‘아카데미상’의 포문을 연 상이었고, 웅장한 돌비 극장 홀의 강우진 주변 동료가 일어났다· ‘조커(Joker)’의 의상을 맡았던 키스탭· 그녀가 불리자마자 ‘삐에로’ 팀 전부가 벌떡 일어났고 홀 전체로 박수가 터졌다· 당연히 시니컬한 강우진도 일어나 그녀를 축하했다·
여기서부터 강우진의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조금씩 진정됐다·
‘아우- 씨, 정신없었는데 뭔가 상 받으니까 나름 괜찮아지네· 이제 좀 시야가 열려·’
전까지는 솔직히 긴장이 치솟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화장실 가서 토 좀 하고 올까? 정도의 고민까지 있었다· 그러나 컨셉질이 짙었기에 어떻게든 버텼다· 이어 ‘아카데미상’ 의상상을 받은, 오늘만큼은 드레스로 멋을 낸 키스탭이 무대 위에 올랐다·
와중, 주변 거물 관객들이 하나둘 평을 늘어놨다·
“하하, 시작부터 ‘삐에로’가 상을 받았군·”
“이러면 컬럼비아가 노린 건 대성공이라 봐야겠지?”
“물론이지, 이미 강우진이나 딴 이슈로 인지도 끌어 올렸는데 여기서 몇 배 더 챙기겠어·”
“나머지 상은 불확실하지만, 의상상은 받을 거 같았어 난· ‘조커(Joker)’ 의상이 정말 기가 막혔거든·”
그러면서도 앉아서 박수치는 강우진을 힐끔거린다· 정확하게는 ‘에미상’에서 보인 퍼포먼스 또는 ‘삐에로’속 ‘조커(Joker)’를 상기하는것· 의상은 분명 특이했지만, 그 맛을 제대로 살린 건 역시 강우진이었으니까·
“강우진의 연기가 ‘조커(Joker)’의 기세를 살렸어· 의상이나 무드 등 확고한 캐릭터성을 정립한 거야·”
선 개봉으로 ‘삐에로’를 본 이들도 있겠지만, 역시 ’에미상’에서의 ‘조커(Joker)’를 기억하는 인물들이 많았다·
“임팩트가 대단했어·”
곧, 무대에서 트로피를 받은 의상상의 주인공이 스텐딩 마이크 앞에 섰다· 시작부터 훌쩍거리는 그녀·
“흐읍! 정말, 정말 후보로 오른 것도 너무나 기뻤는데 제가 이 상을 받아서 꿈 같아요· 흡! 모두 사랑합니다· 특히, 우리 ‘삐에로’팀들에게 감사를 표해요·”
후로 그녀는 가족이나 동료 등을 언급하며 어렵사리 소감을 이었고, 마무리할 때쯤에 돌연 강우진의 이름을 꺼냈다·
“그리고 강우진 배우님· 제가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배우님이 ‘조커(Joker)’를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짝짝짝짝짝짝짝!!
무대를 비추던 카메라가 관객석의 강우진을 비췄다· 그는 역시나 무심한 표정으로 양손을 부딪치는 중·
“···”
하지만 속으로는 급격히 민망해하고 있었다·
‘뭘 또,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아! 시선 집중된다 또!’
가능하면 자신을 무시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그였다· ‘아카데미상’ 시작부터 사회자가 우진을 언급해 마인드 컨트롤이 흔들렸으니까· 어쨌든 트로피를 손에 쥔 키스탭은 자리에 돌아왔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다가 우진과 간단히 포옹했다·
뒤쪽 대각선 쪽에 앉은, 옅은 미소로 박수치던 금발의 카라 표정이 일순 꿈틀했다·
이를 알 턱이 없던 강우진·
후로 ‘아카데미상’은 속력을 높였다· 의상상에 이어 미술상, 촬영상 등 초반은 대체로 작품을 위해 고생하는 키스탭들의 상들이었다·
그사이 강우진은 마인드 컨트롤을 마쳤다·
중반부, 슬슬 강우진은 현장을 즐기기 시작했다·
‘와 씨! 저 아저씨 덩치 봐라? 김대영은 애기네 애기·’
무려 ‘남우주연상’ 후보였지만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포커페이스 유지만을 할 뿐· 흡사 구경꾼이나 다름없었다· 이유야 심플·
큰 기대 따위 안 했으니까·
솔직히 자신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같이 후보로 오른 헐리웃 원로 대배우들이 너무도 막강했다· 뭐 그들의 연기를 볼 시간은 없었지만·
‘여기 헐리웃에서 대배우, 대배우 해대는 거면 개쩐다는 거겠지·’
얼추 한국의 심한호보다 몇 수위가 아닐까?
그렇게 스탭들의 상이 끝나고 어느새 화려한 무대 위에선 배우들의 차례임을 알렸다·
“여우 조연상!!”
조연상의 차례· 그러거나 말거나 안가복 감독이나 크리스 하트넷, 키스탭 등 ‘삐에로’ 팀은 입이 귀에 걸렸다· 상을 하나 받음으로서목표를 달성했으니까· 나머지 후보에 오른 상들에 낙마해도 충분히 화제성을 챙겼으니 말이다·
어느새 남녀 헐리웃 배우들이 조연상을 받고 무대가 비었다· 이쯤 어마무시한 거물들이 모인 홀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고, 그 상황에 드넓은 무대 위로 또 다른 남녀배우들이 올랐다· 이때 강우진은 직감했다·
‘아 이제 남우주연상 차롄가?? 벌써?! 아오- 씨, 몰라 그냥 표정관리나 하고 앉아있자·’
많은 이들이 관심 깊은 ‘남우주연상’ 차례라고· 확정 짓듯 옆의 크리스 하트넷이 귓말했다·
“우진, 네 차례야·”
아니라고 존잘남아, 애써 지운 기대감 올리지 말란 말이다! 내면으로 외친 강우진이 겉으론 세상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것 같네·”
“안 떨려·”
“그다지·”
“자신감이야? 아니면 포기야·”
“···”
강우진은 침묵을 택했다· 다시금 차오르는 심장박동에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서· 다만, 크리스는 그것이 다르게 보였다·
‘···흔들림 없는 눈빛· 하하, 물어본 내가 바보였군· 자존감으로 가득한 놈에게·’
이때 무대 위 발표를 맡은 남녀 헐리웃 배우들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제 그만 떠들고 발표해야 할 것 같아요·”]
발표할 때가 당도했다는 뜻· 어느새 무대 뒤쪽 초대형 모니터들엔 배우들의 얼굴이 출력되고 있었다· 총 5칸, 그 끝엔 묵직한 얼굴인강우진· 즉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에 오른 다섯 배우· 우진을 뺀 나머지 원로 대배우들은 그냥 봐도 관록이 넘쳐 보였다· 이는 강우진도 느끼고 있었다·
‘미친, 포스 뭐냐?? 거의 신급이네·’
모니터 속 경쟁자들의 흰 머리 한 가닥 한 가닥 묵직한 경험이 풍겼고, 주름 한 줄 한 줄마다 초고수의 기술이 엿보였다· 그래, 저것
이 거물이 늙으면 보일 수 있는 얼굴일 거야· 여기서 강우진은 한 가닥 희망을 놨다·
‘올해는 저들 사이에 낀 거로 만족해야겠구만, 대진 운 개구렸어·’
실제로 ‘남우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강우진만 20대였다· 경력도, 존재감도 여기에선 밀린다· 지극히 우진의 생각이긴 했다만, 홀에모인 수천 인물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뿐만 아닌 이 장면을 보는 라이브의 전세계 대중들의 채팅도 비슷했다·
남친 혜택으로 마일리 카라는 전혀 다른 속내를 뿜어대긴 했다·
‘저 늙은이들 이겨버려! 충분해, 이변이나 반전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진의 연기가 훨씬 나으니까’
뭐가됐든 무대를 바라보는 강우진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타이밍 맞게 일어나 근엄한 박수를 치면 되겠지·
이때였다·
“와우! 제95회 아카데미상의 ‘남우주연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으로 불린 것은·
“‘삐에로:빌런의 탄생’의 강! 우! 진! 축하합니다!!”
강우진이었다·
웅장한 홀 전체로 클래식 음악이 웅웅 터졌다· 관객석을 채운 수천 거물들은 아주 잠시간 멍을 때리다가·
“···뭐? 강우진?”
“세상에, 강우진이 받았어·”
“하하 대단해, 아카데미의 역사가 쓰이는 날이군·”
“와우, 저 원로 괴물들을 밟고 강우진이 받을 줄이야·”
“축하해주자고· 아마, 아니 확실히 저 강우진을 기점으로 헐리웃은 바뀔 거야·”
“전설을 개척했다 봐야겠어·”
하나둘 일어나 강렬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어느새 헐리웃 거물 또는 거장들 전부는 기립박수 중· 웃음꽃이 핀 카라는 그 누구보다 강하게 양손을 쳐댔다· 물론, 같은 후보로 오른 원로 대배우들도 같았다· 수많은 카메라나 홀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됐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앉아있는 강우진이었다·
이미 그의 주변 안가복 감독부터 크리스 하트넷 등, ‘삐에로’ 팀들은 우진을 안거나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축하를 쏟고 있었다· 하나같이 기쁨에 젖어 뭔가를 외치고 있었는데, 정작 주인공인 강우진은 무심한 얼굴로 그 어떤 반응도 없다·
엥?’
믿기지 않아서였다·
‘에에에에에엥??!!!!’
하도 놀라서 사이렌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아니, 지금 뭔 일이 벌어진 거냐? 나라고? 진짜 나라고? 뇌 시동이 꺼진 강우진은 잠시간 귀가 먹먹해졌다가 가까스로 회복됐다· 동시에 때려 박히는 수많은 고함과 탄성 그리고 괴성들·
“$*)@&*@%*(@@**@!!!!”
“@*$@@*@&*$$@$)_$!!!”
뭐가 귀에 때려 박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쯤 돼서야 우진의 고장 났던 뇌가 서서히 돌아갔다· 정면의 무대 위, 거대한모니터에 다름 아닌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출력되고 있었으니까·
아, 맞구나· 내가 맞아·
혼이 빠지긴 했지만, 천천히 자리서 일어난 강우진의 겉에는 컨셉질이 발렸다· 의도라기보단 무의식이었다· 몸 전체가 지난 4년간해왔던 것을 기억하는 것·
이쯤·
짝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짝!!!
이 웅장한 홀· 전세계 수많은 거물들이 치는 기립박수 소리· 그 강렬함이 자리에 선 강우진의 귀로 절절히 스며들었다·
”
우진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모든 인원들이 자신에게 과열된 찬사를 쏟는 중이었다· 소름이 돋는 강우진·
저 이름도 모를 거물들 전부가 나를 위해 박수치고 있구나·
이 오금이 저릴 정도의 전율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전류가 온몸을 파스스 스치는 것 같다·
‘와- 이건···아니, 미친·’
이즈음 ‘아카데미상’을 보는 라이브는 전세계 대중들의 채팅으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초마다 수십 개 반응이 치솟았고, 강우진에겐들리지 않았지만 한국의 가족들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아빠!! 엄마!!! 오빠가!! 오빠가!!!!”
“그래!! 우리 아들이 받았다!! 받았어!!”
“흐어어어엉 내 아들· 자랑스럽다! 잘했다! 잘했어 아들!”
불알친구들도, 그를 아는 연예계 모든 인물들도, 팬들 포함 한국의 국민들 전부 강우진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아마 일본 등의 전세계강우진 팬들도 같겠지·
이윽고 주변에 감사를 표한 강우진이 움직였다·
-스윽·
역시나 무심한 얼굴이었지만, 무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엔 힘이 실렸다· 뚜벅뚜벅· 그사이 기립박수는 계속되고 있었고, 턱시도 입은 강우진은 무대와 가까워질수록 표정이 단단하게 변했다· 허나 내면으로는 위기 서린 악을 뱉고 있었다·
‘잠깐! 잠깐잠깐잠깐!! 뭐라 그러지? 수상소감 뭔 말을 하냐고! 와 미친, 진심 단 한 글자도 생각 못 했는데??!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내려와? 아니, 병신이냐? 여기 아카데미상이라고!!’
호들갑 그 자체였지만, 어느새 강우진의 옆에 붙은 카메라에 담기는 얼굴은 묵직함 자체였다·
그렇게·
-탁!
그 어떤 답을 내리지 못한 우진이 꿈의 무대에 올랐다· 헐리웃 포함, 전세계 영화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무대 위 말이다· 드넓은 무대 위 광경은 관객석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내리쬐는 조명도 뜨겁다· 와- 이거 뭐냐? 순간, 우진을 옥죄던 수상소감 고민은 날아가 버렸다·
동시에·
“강우진씨, 축하해요·”
“축하합니다· ‘삐에로’ 정말 대단했어요·”
우진을 호명했던 남녀 헐리웃 배우들이 악수를 시작으로 금빛으로 치장한, 사람이 선 형태로 유명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강우진에게 전했다·
트로피는 처음 손에 쥔 강우진의 감상은 간단했다·
‘무겁네·’
이건 권위 높은, 많은 거물들이 지켜보는 이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이 가지는 무게였다· 더불어·
‘대충대충 준 건 아니겠어·’
절대 허투루 강우진이 뽑히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말없이 손에 쥔 트로피를 내려보는 그·
“···”
이쯤엔 홀 전체로 울리던 박수 소리도 멎은 상태였다· 고요함과 적막함이 흘렀다· 모두가 강우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것·
하지만 우진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수상소감을 뭐로 할까 하는 고민?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을, 광경을 조금이나마 유지하고 싶은 강우진이었다·
사실, 우진은 방금 전 트로피가 손에 넘어올 때 은연중에 결정했다· 수상소감을 어찌할지 말이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어쩌면 ‘아공간’이 자신에게 붙었을 때부터 확정돼 있었을지 모른다·
-슥·
곧 작게 숨을 뱉은, 제95회 아카데미상의 남우주연상 강우진이 스텐딩 마이크 앞에 섰다· 천장 위 조명들이, 관객석 수천 거물들이그에게 집중했다· 그런 장대한 관객들을 포커페이스로, 그러나 가볍게 훑던 강우진·
그가 돌연 딱딱한 얼굴을 풀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변하는 표정·
“아- 받아버렸네요, 나 진짜 생각도 못 했는데·”
유창한 영어를 뱉는 목소리 톤, 강세, 무드,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컨셉질 짙은 그와는 딴판이었다· 이유야 심플했다·
“솔직히 지금도 이게 맞나- 싶기는 하거든요? 이 트로피 내 거 맞나요 정말?”
유지해온 컨셉질 또는 쎈척 강우진이 아닌 알맹이 강우진· 즉, 진짜 순수한 강우진이었으니까·
“아니면 지금 말해줘요 제발·”
그가 전세계를 앞에 두고 허물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