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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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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 (1) >

아들이 선명하게 박힌 기사. 따라서 우진의 부모는.

“···”

“···”

모니터 속 아들을 보며 잠시간 멍때렸다. 손님이 시킨 주문 따윈 기억도 안 난다는 듯 말이다. 그게 얼추 1분쯤. 둘 중 우진의 엄마인 서현미가 먼저 정신을 차렸고.

“이 일단 죽부터.”

남편 강우철이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신속하게 죽 두 개를 만들어 낸 뒤 다시금 카운터 모니터 앞에 모였다. 여전히 기사 속 강우진은 그대로였다.

이어 서현미와 강우철은 찰싹 붙어 기사 내용을 정독했다.

“‘미장센 영화제’? 대상?”

“몇 시야 지금. 방금이네 이 기사 뜬 거.”

“그럼 우리 아들이 지금 여기 영화제에 있다는 거지? 여 홍혜연 같은 배우들이랑 같이.”

“어째서? 왜 우리 아들이 이 영화제에서 연기로 대상을 탄 거야?”

기사 내용을 읽어도 도무지 이해가 어려운 부부였다. 그도 그럴 게 아들인 강우진이 배우를 하겠다 선포한 것이 고작 몇 달 전이니까. 물론 둘도 배우에 관한 정보를 모르긴 했지만.

“원래 배우 시작하면 연습하고 뭐 학원다니고 그런다매?”

“맞아. 검색해보니까 인생 몇 년은 갈아 넣어야 한다고···”

몇 달 만에 연기 대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았다. 심지어.

“홍혜연이 최우수라는데. 그럼 내 아들이 이 배우를 제쳤다는 거잖아?”

너무도 유명한 탑여배우를 강우진이 눌렀단다. 이해가 될 리 만무했다. 여기서 번뜩 아들의 얼굴을 떠올린 서현미가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전화해볼게.”

강우철이 말렸다.

“어허. 안 되지. 우진이 방해면 어쩌려고?”

“아···그렇네.”

이때였다.

-♬♪

-♬♪

서현미의 핸드폰과 강우철의 핸드폰에 똑같이 알림이 울렸다. 동시에 톡이 도착한 것. 따라서 둘 다 핸드폰을 확인했고 바로 놀랐다.

“우진이!”

“아들!”

발신자가 강우진이었으니까. ‘미장센 영화제’에 있을 아들이 부모에게 똑같이 톡을 보낸 것. 내용도 같았다.

-(사진)

-저 연기로 상 탔어요. 단편 영화제라 막 큰 건 아니지만 뿌듯하네. 혹시 걱정하실까 봐 보내드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톡에는 트로피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이후.

‘미장센 단편 영화제’가 시상식을 마치고 폐막식을 진행하고 있을 때쯤 영화제에 참석한 기자들은 재빨리 습득한 정보들을 세상에 던지고 있었다.

『‘미장센 영화제’ 올해는 대상 나왔다! ‘흥신소’ 대상에 배우들까지 연기상 독차지』

단편 영화제긴 했다만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꽤 많았으니까. 따라서 현장 기자에게 소식을 들은 언론들이 약간 흥분했다.

“어?? 박정혁은 불참이고 홍혜연이 최우수??! 그럼 연기 대상은 누군데? 엥? 무명이 받았어?!”

신인이 많은 영화제니 무명이 상 받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만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박정혁이나 홍혜연이 밀린 건 특이했다.

『‘박정혁’은 불참 ‘홍혜연’ 연기 최우수상 연기 대상은 신인 ‘강우진’/ 사진』

거기다.

『[영화제]‘역사상 처음’ ‘미장센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배우상 싹쓸이한 ‘흥신소’』

‘흥신소’라는 영화가 작품 대상부터 새로 신설된 배우상까지 싹 쓸었다. 이 역시 정통있는 ‘미장센 영화제’에선 볼 수 없는 그림이었다. 애초 작품 대상 자체가 안 나오던 해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따라서 기사들은 퍽 신속하게 늘어났다.

물론 메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브 기사로서는 가치가 충분했고 각종 포털사이트부터 여러 커뮤니티로 강우진의 얼굴이 점점 퍼졌다. 당연히 이것만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할 순 없다.

대부분의 대중은 그저 무명 배우가 단편 영화제에서 상을 탔구나- 할 것이기에.

『[미장센 영화제] 배우상 받은 배우끼리 사이좋게/ 사진』

커다란 연예계로 따지면 현재 강우진의 인지도는 미약하긴 했다. 하지만 불타오를 곳은 확실히 불이 붙었다. 영화 커뮤니티나 홍혜연 팬클럽 SNS ‘미장센 영화제’를 다뤘던 너튜브 채널 등.

특히나 강우진을 아는 이들이라면 난리가 나는 게 당연했다.

예를 들면 ‘프로파일러 한량’ 세트장.

“···어?! 우진씨가 대상을??”

촬영이 한 창인 강우진과 홍혜연이 없는 세트장의 송만우 PD가 누군가와 통화하다가 외쳤다. 누구겠는가? ‘미장센 영화제’의 모든 것을 본 박은미 작가였다.

“홍스타가 최우수고? 우진씨가 대상···아! 그럼 작품 대상은요? ‘흥신소’가 탔어??!”

“어어! 3관왕!”

“이야- 그건 좀 대단한데? 상 주는 게 매년 짜기로 유명한 ‘미장센 영화제’가···”

“근데 PD님 더 황당한 거 알려드려요?”

“뭐가 또 있나?”

“우진씨 일본어도 수준급이던데요.”

“그건 또 무슨.”

“아니- 일본 거장 감독이랑 무슨 친구처럼 자연스레 대화하더라니까?”

일본어까지 한다? 며칠 전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던 강우진이었다. 그래서 미국에 있었을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

“···뭐야 그럼. 해외파인 건 확실한데 미국산이야 일본산이야? 아니면 둘 다??”

순수 토종 국산인 강우진이었지만 턱수염 송만우 PD는 그 길을 전혀 생각지도 않는 듯 보였다.

더불어.

“아. 근데 이렇게 되면 강토템이 또···딱 맞춘 게 되잖아.”

오해도 착착 적립됐다.

“맞아요. 소름이죠? 나 진짜 우진씨가 대상으로 불릴 때 닭살 돋았다니까?”

“신들렸다 신들렸어. 동물적인 수준이 아니라 귀신들린 감이잖아 이 정도면.”

감으로 선택한 ‘흥신소’가 작품 대상부터 배우상까지 모두 먹었다. 태풍임이 분명했다. 영화계 등용문이라 일컫는 ‘미장센 영화제’니 당장 내일부터 신동춘 감독과 ‘흥신소’는 이래저래 바빠질 게 분명했다.

그뿐인가?

배우들에게도 꽤 많은 인터뷰 요청이 있을 것이며 대중들에게 적당한 인지도를 피력하면서도 영화계에선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다. 즉 만원으로 천만 원 이상의 이득을 본 것과 같다.

어마어마한 결과.

그렇기에 턱수염 송만우 PD의 순수한 감탄은 당연하였고.

“···어 어쨌든. 알았어요. 배우들한테는 내가 알려줄게.”

이 소식은 송만우 PD에 의해 금세 세트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수십 스탭들이나 배우들은 진심으로 축하를 뱉어댔다. 강우진이나 홍혜연을 향한 것도 있다만 이러한 이슈는 드라마 시청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한 마디로 ‘프로파일러 한량’에도 호재였다.

강우진의 박대리를 아직 세상엔 알릴 순 없지만 홍혜연만으로도 홍보 효과는 충분했다.

그리고.

-우우웅.

‘미장센 영화제’ 폐막식 덕분에 강우진은 몰랐지만 불알친구들이 있는 단톡방도 불타는 중이었다.

-대영: (기사링크) 야 ㅅㅂ강우진 이거 뭐냐! 대상 탔냐? 진심??

-경성: ㅁㅊ!! 야 영화 그거 본선작만 나가고 끝 아니었냐??!

-형구: 와….ㅊㅊㅊ 근데 왜 니가 대상이야? 홍혜연이 니 밑이여?

-경성: 축하한다 친구여. 근데 맞냐 이거? 동환가? 보고도 안 믿기는데. 강우진이 홍혜연이랑 같이 서 있는 거 존나 판타지

-대영: 야! 강우진! 아 이 새끼 바쁜가?

-형구: 일단 시바 오늘 밤에 만나

야생마처럼 흥분한 삼인방은 약속을 잡았다.

같은 날 밤. 분당 정자역 근방.

시간은 8시쯤. 장소는 정자역 주변의 치킨집이었다. 꽤 넓은 치킨집의 테이블은 내부와 야외 테라스로 나눠져 있었는데 야외 테이블 쪽에 익숙한 삼인방이 보였다.

“이야- 여기 치킨 잘하네.”

“이경성 니 입에 들어가면 뭔들 맛없겠냐.”

“닥쳐라 나형구. 신성한 치느님 앞에서 무슨 망발이냐?”

강우진의 불알친구들이었다. 이때 턱 괴던 나형구가 김대영을 보며 읊조렸다.

“야 김대영. 오늘 강우진이 대상 탄 거 그거 빡센 거냐?”

우람한 김대영은 치킨 한 조각을 집으며 답했다.

“몰라 나도. 올해부터 신설된 상이래. 근데 두 달 전에 연기한 새끼가 대상이라는데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

“그건 맞지.”

“단편 영화제라도 나름 메이저라 심사위원들이 적당히 보진 않았을 거고.”

“···실제로도 걔 영화에서 연기 괜찮기도 했어.”

곧 삼인방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기 때문. 자연스럽긴 했다. 오히려 태연한 게 더 이상했다. 따라서 치킨을 우적대던 뚱뚱한 이경성이 작게 한숨 내쉬었다.

“강우진 그 새끼가 배우라니- 심지어 상도 타고. 기사 보는데 내 친구 같지 않더라.”

“실제로 니 친구 아닐 수도 있어.”

“뒤질래?”

“···어쨌든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 이런대서 강우진이 계속 나온다는 거네. 와- 씨바 적응이 안 되네.”

여기서부터 삼인방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배우로 나타난 친구 강우진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걸그룹과 사귀는 거 아니냐 홍혜연 포함 탑여배우랑 연락하고 지내겠지? 결혼도 백퍼 연예인이랑 할 듯 팬클럽 생기면 우리도 가입해야 되냐? 등등등.

수많은 망상을 주고받는 삼인방.

그렇게 약 30분 이상은 강우진 얘기로 채워가던 삼인방 중 아까부터 왜인지 조용해진 김대영이 대뜸 맥주를 원샷했다.

-탁!

이어 맥주잔을 시원하게 테이블에 내린 우람한 김대영이 입을 열었다. 표정이 꽤 진지했다.

“니네 나 곧 이직할 거라는 거 기억나지?”

친구 둘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고.

“왜 무게를 잡고 지랄? 그거 두 달 전부터 얘기한 거잖아. 언제 할 건데.”

“이 새끼 말만 저렇게 하고 안 한다니까? 그냥 지 힘든 거 좀 보듬어 달라고 저러는 거임.”

김대영이 폭탄 발언을 뱉었다.

“나 실은 저번 주에 회사에 말했다. 이직할 거라고.”

“···미쳤냐?!! 진심??!”

“이 병신이!! 중견을 때려쳤어?”

“닥치고 좀 들어봐.”

웃긴 건 흥분한 이경성과 나형구와는 달리 당사자인 김대영은 차분했다.

“원래 마음먹고 있었던 거라 가족들도 다 알아 원래는 이번에 회사 나오면 한 반년 좀 해외 나가서 여행도 다니고 할랬거든?”

“미친 지 혼자 동화를 살고 자빠졌네.”

“여튼 그랬는데- 그 사이에 강우진이 갑자기 배우가 됐네? 심지어 오늘 상도 탔고. 여전히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만.”

친구들에게 김대영이 단단하게 읊조렸다.

“나 강우진 매니저나 해볼까? 아니면 가드라든지. 뭐가 됐든.”

두 눈 끔뻑이던 이경성과 나형구의 대답은 단출했다.

“병신새끼.”

“또라이새끼.”

간단한 욕. 하지만 김대영은 타격 따윈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지금은 생각뿐이긴 한데- 뭐랄까 니들도 알잖아. 나 꿈 배우였던 거. 일찌감치 포기하고 연기는 취미로 하곤 있지만···”

이때 김대영이 대형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펼치던 강우진을 떠올렸다.

“솔직히 그날 영화에서 강우진이 나왔을 때 존나 충격이랑 당황스럽긴 했거든? 근데 뭔가 묘한 쾌감이 있더라고. 나는 아니지만 스크린에 큼지막하게 나타난 게 내 친구라서.”

“···그랬냐?”

“좀 대리만족? 대단하더라. 뭐가 뭔지 모르겠는 상황인데도 혼을 빼고 봤어. 시발 부러우면서 전율이 흘렀다 해야 되나?”

이어.

“그리고 강우진이 배우 됐다고 말해준 날 집에 가는 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김대영이 친구들을 번갈아 보다가 결론을 뱉었고.

“아- 내 친구가 내 꿈을 대신 이루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 같은.”

무표정의 이경성과 나형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병신새끼.”

“또라이새끼.”

이번에도 욕이었다.

다음 날 8일 아침. 어울림 영화사.

시간은 9시쯤. 강우진은 어울림 영화사 회의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예전 권기택 감독과의 미팅 때도 왔었던 곳. 넓은 회의실에 혼자 있는 모습. 최성건은 화장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뭐가 됐든.

‘기사가 계속 나오네?’

ㄷ자 책상 중간에 홀로 앉은 강우진은 덤덤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나온 결과들을 서치 중.

퍽 많은 기사와 사진들이 주르륵 나왔다.

뭐 강우진 솔로로 된 기사는 극히 적었지만 ‘미장센 영화제’와 홍혜연 등에 업혀서는 언급이 많았다.

‘개신기.’

누구라도 현실 같지 않겠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쳤는데 기사가 나온다면.

이때.

-끼익.

회의실 유리문이 열리며 푸근한 남자가 입장했다. 누구겠는가? 배 나온 권기택 감독이었다.

“아- 미안해요 빨리 온다고 왔는데.”

오늘도 역시 나긋나긋한 음성이었고 핸드폰을 내린 강우진이 자리서 일어나 목소리를 깔았다.

“아닙니다 저희가 빨리 왔습니다.”

“최대표님은?”

“잠시 화장실을.”

“아하 그럼 우리끼리 시작할까?”

작게 웃던 권기택 감독이 우진의 건너편에 앉았다.

“일단 대상 축하해요. 바로 앞에서 보는데 내가 다 기분이 좋더군.”

“감사합니다 감독님.”

곧 반대편 묵묵한 강우진을 빤-히 보던 권기택 감독.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하지만 권기택 감독은 말을 삼켰고.

‘묻는다고 순순히 말해 줄 타입은 아니야. 어떻게 커가는지 지켜보는 게 빠르겠지. 길게 봐야겠어.’

강우진의 앞에 놓인 종이뭉치를 검지로 가리키며 주제를 바꿨다. 종이뭉치는 ‘실종의 섬’ 시나리오였다.

“읽어보니 어땠어요.”

“무척 재밌었습니다.”

“하하 기분 좋은데요? 특히 우진씨가 그리 말해주니까 더 그런 것 같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권기택 감독이 되물었다.

“좋아요. 그럼 다음 거. 극 중 제일 흥미로운 캐릭터는 뭐였어요?”

강우진의 대답은 낮고 빨랐다. 이미 눈길이 가던 배역은 있었으니까. 주연급이라도 말만 해보는 건데 뭐.

“이중인격인 배역이요.”

“···쉽진 않을 텐데?”

“어려운 배역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그 배역을 고른 이유는요?”

이유? 그냥 재밌어서 골랐습니다만? 강우진은 있는 그대로를 읊었다.

“제가 빌런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

뜬금 웃어대는 권기택 감독.

“솔직히 우진씨도 나와 같은 마음일 줄은 몰랐어요. 사실은 나도 처음부터 그 역으로 우진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거든.”

“···저를.”

“이 작품 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예.”

이 순간.

-끼익.

“어이구 죄송합니다! 오다가 급한 전화가 와서.”

꽁지머리 최성건이 다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런 그에게 권기택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최대표님 오늘 계약서 씁시다.”

“···예?”

“주연급 빌런 나와 우진씨의 생각이 일치해요.”

“주 주연급?”

얼결에 손을 잡은 최성건에게 권기택 감독이 짙은 미소를 보였다.

“우진씨가 내 작품에 확정된 첫 배우라는 소립니다.”

강우진이 거장 권기택 감독의 사단에 합류된 순간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목동의 SBC 방송국 사옥. 이곳에선 현재 퍽 커다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대작 ‘프로파일로 한량’의 제작발표회였다. 그래서인지 취재진만 200여 명이 몰렸다.

그리고.

“아니요 촬영하는 내내 힘든 점은 딱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재밌었어요.”

방금 기자의 질문에 답한 류정민 포함 ‘프로파일러 한량’팀은 기자들의 정면 일자 책상에 주르륵 앉아 있다. 턱수염 송만우 PD를 필두로 박은미 작가 류정민 홍혜연 등등.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기대작이라 그런지 제작발표회의 분위기는 연신 뜨거웠고 배우들을 향한 플래시는 쉴새 없이 터져댔다. 이때 한 기자가 박은미 작가를 향해 질문을 던졌고.

“박은미 작가님! 예전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파일러 한량’에는 눈길을 끄는 씬스틸러가 있을거라고 하셨는데요! 그 배우가 누군지 살짝 힌트만 주시면 안 됩니까?!”

작게 웃던 박은미 작가가 마이크에 입을 댔다.

“저야 너무너무 말하고 싶죠. 그런데 시청자분들을 위해 참을게요.”

곧 웃음을 머금은 그녀가 송만우 PD부터 류정민과 홍혜연 등의 배우들을 쭉 훑었다. 다들 강우진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얼굴. 그리곤 200여 명 기자에게 박은미 작가가.

“근데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 배우는 역대급 씬스틸러로 회자될 거예요.”

설명을 추가하고 강조했다.

“그 어떤 배우도 범접할 수 없는 연기를 구사하니까.”

곧.

“깐깐한 박은미 작가가 저 정도 극찬을? 처음보네.”

“대단하긴 한가 본데?”

“에이 그냥 허세 부리는 거 아닌가?”

“저 박은미 작가가? 뭣하러?”

“적당히 거짓도 섞어서 했겠지.”

수백 기자들의 술렁임은 커졌고.

“뭐 어때. 우리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

“그래 뚜껑 깠는데 구라면 저짝이나 욕먹지.”

노트북 치는 손가락이 바빠졌다.

“저렇게나 강조했으니 나도 살 좀 붙여 볼까?”

어그로 가득한 기사를 쏘기 위함이었다.< 박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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