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류 (5) >
이후.
‘프로파일러 한량’으로 들끓던 월요일이 지난 뒤론 워낙에 세상이 시끄러워서 그런지 시간이 훅훅 흘러갔다. 물론 ‘프로파일러 한량’의 인기는 계속됐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거대해져 갔다.
언론은 언론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3부 방영까진 아직 며칠이 남은 상황이지만 과연 23%의 시청률은 폭발적인 이슈를 낳았다. 무언가가 지속해서 파생됐으니까. SNS에선 기본적으로 한량이란 단어들이 많이 보였고 각종 블로그나 카페의 인기 글도 대부분 한량이었다.
특히나 너튜브에 홍수가 터졌다.
-!프로파일러 한량 1부 집중분석! 극 속에 이런 떡밥이??!!|드라마맨TV
드라마 리뷰와 분석 등 어마무시한 양의 너튜버들이 ‘프로파일러 한량’을 다뤘다.
유행이란 이런 것이었다.
초인기 드라마가 물꼬만 트면 나머진 알아서 서서히 잠식당한다. 패션이나 방송이나 다른 바 없다. 그저 컨텐츠만 달라질 뿐. 대중들은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원하니까.
이번의 자극은 ‘프로파일러 한량’이었다.
그러니 박대리의 인기 역시 상승할 수밖에. 최근 대중들은 많이 냉혹해졌다. 이제 배우는 그저 얼굴만 반반해선 승부를 볼 수 없었다. 연기 또는 분위기 그리고 스토리. 그 모든 것을 충족해야지 관심을 받았다. 비주얼까지 좋다면 금상첨화.
그것들을 강우진은 지니고 있었다.
조건들이 전부 최상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는 했다.
뭣보다.
-드라마 본방 보고 너튜브로 보는데도….박대리 연기는 진짜 몰입감 개쩌네…..
연기. 박대리를 보인 신인 강우진은 연기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냉혹한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은 셈.
-솔직힠ㅋㅋㅋㅋ박은미 작가 드라마는 좀 물리는데 박대리가 신의 한수임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 의외로 강우진보단 그의 알맹이를 아는 주변인들이었다. 예를 들어 다니는 회사의 출근이 막바지에 달한 김대영.
“이 새끼 봐라? 뭐? 강우진 연기가 어색하게 보인다고? 미친놈인가. 감히 어디 악플을 달고 자빠졌어. 반대나 먹어라.”
그의 하루 일과의 첫 시작은 검색창에 ‘강우진’을 검색하는 것부터였다. 당연히 김대영 포함 불알친구 삼인방 모두가 그랬다.
“또또 이 기레기들.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 퍼트리지. 강우진이 뭐? 재일교포? 또라이네 이거. 순수 토종 한국인이다 임마. 오필승코리아라고.”
강우진보다 삼인방이 더 즐기는 모습. 그러다 김대영이 우진의 소속사인 bw엔터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혹 새로운 소식이 있나 해서였다. 강우진은 대답이 느리므로 오히려 이쪽이 빨랐다.
여기서.
“응?”
김대영이 뭔가를 발견했다.
“···직원 채용 공고?”
bw엔터가 직원들을 충원한다는 공지 글이었다.
한편 김대영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강우진의 동생 강현아였다.
“헐! 검색되는 거 겁나 많아!”
그녀 역시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검색하는 건 당연히 자신의 오빠였다.
“뭐야 평생 안 하던 SNS까지 판 거야??”
그럴 만했다. 며칠 전까진 전무하던 오빠의 소식이 대뜸 인터넷에 넘실거리고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너튜브나 커뮤니티 등등에서 강우진을 외쳐댄다. 강현아는 묘한 감정이 솟았다.
은근 짜릿하면서도 현실 같지도 않았다.
“으악! 사진 뭐냐고! 진지한 눈빛 봐 분위기 잡지 말라고!”
참고로 강현아의 친구들 역시 강우진에게 빠져들었다. 물론 ‘프로파일러 한량’을 본 뒤부터였다. 따라서 강현아 포함 사인방은 일단 만나면 강우진 얘기부터 꺼냈다.
“현아! 우진 오빠 SNS 업데이트함!”
“알아 봤다고. 으- 오글거려.”
“왜? 존잘이신데? 근데 우진 오빠 차기작은 안 하셔? 공홈이나 SNS에 소식도 없고.”
“몰라 나도. 톡을 안 하신다 톡을.”
이때 친구 한 명이 양손을 짝! 쳤다.
“아 맞다! 팬클럽! 우진 오빠꺼 공식 팬클럽 아직 없잖아? 그거 우리가 만들까?? 대표는 현아가 맡아.”
강현아는 잠시간 멍때리다가 왜인지 턱을 쓸었다.
“괜찮은데?”
바로 이쯤부터였다. 인터넷 불특정 다수의 곳에서 조금씩.
-왘ㅋㅋㅋㅋ나 진짜 놀랬음ㅋㅋㅋ강우진이 연기를? 고딩 땐 딱히 연기한다는 소리가 없었는뎈ㅋㅋㅋ
강우진에게 잊힌 지인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틀 뒤 20일 수요일.
점심쯤. 강우진은 신사역 부근의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찾을 수 있었다. VIP룸이었고 물컵이 깔린 기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사람이 꽤 많다. 검은색 후리스를 걸친 강우진은 최성건과 함께였고 반대편엔.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우진씨. 한창 바쁠 텐데.”
방금 우진에게 말을 건 후덕한 여자 포함 4명. 후덕한 여자는 감독이었다. 이름은 김도희. 머리털이 거칠고 기가 센 인상. 나이는 40대 중반쯤?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영화 ‘마약상’을 함께 만드는 제작사 쪽 인원들.
즉 이 미팅은 영화 ‘마약상’ 관련이었고.
“안녕하세요 감독님.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특히나 무표정이 짙은 우진의 인사에 건너편 김도희 감독이 약간 놀란다.
“아니요 난 ‘미장센 영화제’서 우진씨 많이 봤어요. 물론 나만 봤지만. 근데 생각보다···엄청 차분하시네요?”
“좀 그런 편입니다.”
“목소리도 많이 낮네. 영화제서 약간 덤덤하구나 싶긴 했는데 그거보다 더 잠잠한 느낌이에요.”
이에 최성건이 영업용 미소를 장착했다.
“우리 우진이가 평소엔 많이 침착한 편이긴 합니다. 근데 연기할 땐 확 돌변하죠.”
“알죠 최대표님. ‘흥신소’를 봤으니까. 우진씨를 대면하니까 더 놀라운데요? 김류진은 되게 허술하면서 약간 경박스러움이 있었고 최근의 박대리는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근데 본캐 강우진은 진중함 그 자체. 이렇게 여러 색깔이 있는 배우 잘 없는데.”
“하하 그렇죠? 심지어 깔별로 뭘 입혀놔도 잘 어울립니다. 연기도 그렇고요.”
“···”
김도희 감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건너편 강우진의 얼굴을 응시했고.
‘가까이서 보니까 뭔가 깊고 진하네. 쟤 자체가 풍기는 매력이겠지.’
무심한 얼굴의 강우진은 속으로 갸웃하고 있었다.
‘왜 째려보는 거지. 눈싸움···은 아닐 거고.’
그런 강우진을 보자마자 확신이 선 김도희 감독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후- 직접 보니 싱크로율이 더 좋아요. 그래서 더더더 욕심나네요 우진씨가.”
되물은 건 강우진이었다.
“어떤 싱크로율을 말씀하시는지.”
“···일단 우리 ‘마약상’ 영화의 상황부터 솔직히 말할게요. 이미 아시겠지만 영화는 촬영 중이에요. 중반부쯤. 당연히 모든 배역이 캐스팅 완료된 상황이었고 큰 문제도 없었어요. 다만 오준우씨가 최근에.”
“차 사고였죠?”
이때 최성건이 대답을 대신했다.
“기사 본 것 같네요. 오준우씨 차 사고.”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희 감독.
“맞아요. 그 사고로 오른팔 골절. 떠오르니까 또 머리통이 빠개질 것 같네.”
“즉 오준우씨가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했다. 준우씨가 맡기로 한 게 그 까메오 역이었군요.”
“말이 까메오지 매우 중요한 배역이라 솔직히 저나 제작사나 미친 듯 당황했어요. 그러다 ‘미장센 영화제’에 우연히 갔다가 우진씨를 봤어요. 정확히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우진씨를. 광명이 보였어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강우진이 낮은 목소리를 냈다.
“일본어 대사가 꽤 많긴 했어요 그 까메오 역.”
김도희 감독이 약간 씁쓸하게 웃었다.
“시나리오 읽어 봤어요? 고마워요. 내용상 그 까메오 역이 한국과 일본에 줄이 있고 한국어와 일본어가 유창한 느낌이라 일본어는 필수거든요.”
여기서 강우진도 얼추 상황을 이해했다.
“어떤 상태인지는 알겠습니다.”
“아 근데 그저 우진씨의 일본어만 보고 꽂힌 건 아니에요. 연기도 죽여줬- 아니 최고였어요. 이 까메오 역이 연기 난이도가 좀 높아요 마약에 중독된 연기나 보스로서의 카리스마도 있고. 세세한 설정들도 보면 몇몇 연습할 게 있기도 해요.”
“···”
“근데 참 뭐랄까 제안을 던지면서도 점점 안 될 것 같네요. 일본어 연기 포함 연기 난이도도 높은 데다 약간 땜빵 느낌도 있고. 시간도 좀 촉박해요.”
“까메오 역 촬영은 언제쯤 보십니까?”
“···제일 뒤쪽 컷으로 잡으면 한 달은 넘겠지만 붙는 인물들이 꽤 돼서 한 3주 안으론 촬영에 돌입해야 돼요.”
대답을 듣자마자 최성건이 무리라는 듯 고개를 작게 저었고.
“3주라- 좀 힘들지 싶은데요. 갑자기 촬영장에 던져지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도 안 다는 듯 김도희 감독의 쓴웃음이 짙어졌다.
“그렇죠 그래서 일본어를 빼고 간다거나 다른 설정들을 제외하려고 했는데 그럼 이 까메오 역의 에너지가 전부 죽어요. 어쩔 수 없죠. 더군다나 우진씨는 한량으로 급부상 중이고.”
곧 그녀 옆에 앉은 제작실장이 긴 한숨을 뱉었다.
“감독님. 역시 답은 그 배역을 빼고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응 그래야지. 일단 촬영은 잠시 중단하고 시나리오 수정부터 해야.”
“감독님.”
이 순간 강우진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렸다.
“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강우진을 제외한 모든 이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우진은 덤덤했다. 그도 그럴 게.
‘3주? 길다. 3일 줘도 쌉가능.’
3주면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당장 오늘 들어가라 해도 소화할 수 있었다. 아공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땜빵? 그게 중요한가? 일반적인 배우들은 좀 부정적인 시선을 보일 수 있겠으나 디자인회사에서 더러운 꼴을 보고 산 강우진에겐 전혀 상관없었다.
‘땜빵이면 좀 어때? 내가 연기하면 내 거지.’
복잡하고 귀찮은 이해관계를 전부 뺀다? 강우진은 이 ‘마약상’을 안 하는 건 병신이라 생각했다. B+이라는 준수한 등급과 일본어 역시 손쉽게 가능하다. 까메오라 짧은 촬영 기간도 그렇고.
‘A급이나 S급이 맨날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럼 고지.’
B+란 등급이 더 오를 가능성도 무시 못 했다. 한마디로 강우진은.
“그 까메오역 제가 하겠습니다 감독님.”
‘마약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에 김도희 감독과 제작사 직원들이 입을 벌리며 놀랐다. 반면 우진의 괴짜 같은 모습이 적응된 꽁지머리 최성건은.
‘우진이 이거 확실히 ‘마약상’에서 뭔 냄새를 맡았나 보네. 그 미친 감이 또 발동한 거지.’
비죽 웃으며 건너편 김도희 감독에게 대뜸 말했다.
“감독님 현 우진이의 출연료를 얼마로 생각하셨습니까? 물론 그런 척박한 상황에 합류하는 부분도 추가되는 거겠죠?”
몸값 협상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bw엔터.
‘프로파일러 한량’ 홍보 스케줄 관련 너튜브 ‘운동회’ 예능 촬영을 하루 앞둔 21일. 전 직원이 정신없이 일하는 사무실로 최성건과 강우진 팀이 입장했다. 이어 장수환과 한예정은 바로 홍보팀 직원들에게 다가갔고 얼굴에 피곤 섞인 최성건은.
“후- 피곤해 뒤지겄네.”
바로 대표실로 향했다. 강우진은 화장실을 갔는지 당장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최성건이 대표실 문을 열었을 때.
“대표님!”
얼굴 큰 운영팀 팀장이 후다닥 달려 최성건에게 붙었다.
“이슈가 몇몇 있는데요 보고서도 올렸긴 했는데 당장 필요한 건들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직원들 충원 부분부터요.”
“어어 말해요.”
“지원자가 꽤 몰립니다. 면접은 언제로 잡으면 될까요?”
“흠 가능하면 나도 보고 싶은데. 다음 주에 공고 마무리 짓고 면접도 털면 어때요. 정확한 일정은 우진씨 스케줄 보고 알려줄게.”
“예예 그리고 혜연씨 이번에 의류 브랜드 모델 만료 시점이라 재계약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거 혜연씨가 연장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조건은 그대로 가되 계약금을 좀 더 받죠.”
“옙!”
당차게 대답한 팀장이었고 그가 대표실 안 책상에 올려둔 종이뭉치들을 가리켰다.
“이건 우진씨 관련인데. 어제 대본이 추가로 또 들어왔습니다. 웹드도 있고 종류가 판타스틱합니다.”
“뭐 그렇겠지.”
“근데요.”
순간 운영팀 팀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뭉치 중 두 권을 들어 올렸다.
“이 두 개는 좀 큽니다.”
“커? 뭐가요? 보자 작가 누군데.”
“하나는 무려 이월선 작가 대본입니다.”
멈칫. 종이뭉치를 펼치려던 최성건이 움직임의 눈이 커졌다.
“이월선 작가? 그 작가가 대본을 보냈다고?”
“예예 방송사는 KBC. 거기 서CP 있잖습니까?”
“서CP? 아아 족제비 닮은 양반.”
“맞아요. 서CP가 전화 왔었는데 목소리부터 신남이 줄줄 흘렀습니다. 자기네가 이월선 작가 잡았다 이거지.”
“···이월선 작가가 우진이를 눈독 들인다라- 진짜 대박인데? 박은미 작가 끝나고 바로 이월선 작가로 넘어가면 이게 파급력이 어떻게 되는 거야?”
“언론들 날뛰겠죠. 가뜩이나 지금 우진씨 박대리로 폭풍 성장 중인데.”
점점 웃음이 짙어지던 최성건이 턱을 쓸었다.
‘그래 그 질투 많은 이월선 작가가 우진이 충분히 탐낼만하지. 박은미 작가를 의식한 것도 있겠고. 그래도 의외야. 이월선 작가 어지간하면 신인들 안 쓰기로 유명한데.’
뭐가 됐든 호재였다. 아니 경사에 가깝다. 따라서 최성건은 이월선 작가의 대본을 따로 뺀 뒤 다른 종이뭉치를 가리켰다.
“다음은?”
“아 남은 건 이월선 작가보단 약한데요. 박은미 작가 쪽 보조작가 대본입니다.”
“아하- 애매하네.”
“애매하죠? 관계가 좀 있다 보니까 대놓고 무시하긴 좀 그렇고. 심지어 단막입니다.”
“에헤이 단막? 쯧. 보조작가에 단막이면 현 우진이한텐 무조건 컷인데 박은미 작가가 끼어서 귀찮게 됐네.”
“근데 나름 괜찮은 게 이 대본은 또 넷플렉스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보냈습니다.”
“넷플렉스? 왜 갑자기 얘기가 거기로 튀어?”
“공모전 당선작이랍니다.”
“허- 그래요? 아아 얘기 들은 것 같다. 넷플렉스에서 이번에 단막 프로젝튼가 한다고.”
“예 그거 맞습니다.”
꽁지머리를 다시 묶던 최성건이 작게 침음을 뱉었다.
“음- 그래도 단막은 좀. 우진씨 스케줄만 놓고 보면 둘 다 버리거나 하나만 가야 되는데···보니까 둘 다 장르는 같네? 로코. 하필이면 장르도 같냐.”
“제가 보기엔 이월선 작가 쪽이 월등하긴 합니다. 이슈나 우진씨 미래로서도.”
“당연히 그렇지.”
이때.
-스윽.
화장실을 들렀다 온 강우진이 대표실로 들어왔다. 모자를 썼고 집업후드를 걸친 모습. 그런 우진이 입장하자마자 팀장은 대표실을 빠져나갔고 최성건이 앞쪽 책상에 앉은 우진에게 대본 두 권을 내밀었다.
“우진아 갑자기 좀 정신없겠는데 이건 좀 확인을 해줘야겠다. 로코 쪽 대본이 추가로 더 들어왔거든?”
“예 이 두 권입니까?”
“어어. 일단 ‘마약상’은 확정이니까 다른 대본 말고 그 두 개만 한 번 봐봐.”
-팔락.
무심한 표정의 우진이 바로 이월선 작가의 대본을 펼쳤다. 동시에 최성건이 운영팀 팀장에게 들은 정보들을 쏟아냈다. 두 작가의 설명이나 상황 등등. 강우진은 들으면서도 살짝 멈칫하긴 했으나 듣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
“스읍- 이해관계도 좀 섞였다. 같은 로코기도 하고. 여기선 누가 봐도 이월선 작가로 가는 게 맞거든? 그래도 박은미 작가를 무시하긴 좀 그렇고. 뭐 이래저래 살짝 선택이 어렵긴 할 텐데 그래도.”
“아니요 그다지 어렵진 않네요.”
“···어?”
강우진이 검지로 대본 두 권 중 하나를 간단히 찍으며 시니컬한 음성이 뱉었다.
“이거 할게요.”
박은미 작가 쪽 보조작가의 단막 대본이었다.< 급류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