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 (6) >
앞에서 눈을 찡긋찡긋대는 김대영. 우람한 덩치에 비해 표정이 매우 큐트했다. 하마터면 강우진은 김대영의 두 눈을 검지와 중지로 팍 찌를 뻔했다. 정말 가까스로 참았다. 우진은 점점 더 골치가 아파졌고 강렬하게 김대영을 노려봤다.
‘그만해. 우람한 새끼야 제발 가만히 있어 줘.’
허나 친구의 속내를 알 리 없던 김대영은 우진의 눈빛을 다른 방향으로 이해했다.
‘그래그래 임마. 고맙지? 눈치 빠른 형이니까 맞춰 준 거다. 크크. 이 새끼 이거 재밌게 살고 있었네.’
둘의 이해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뭐가 됐든 강우진은 바로 앞 김대영을 보다가 그의 머리통 뒤쪽의 홍혜연과 최성건을 힐끔했다. 둘 다 약간 놀란 표정으로 강우진을 보고 있다.
‘믿는 눈치지?’
확실히 둘은 김대영의 말을 신뢰하는 얼굴이었다. 왜 대뜸 김대영이 이딴 미친 짓을 벌였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상황은 나쁘지 않았는지 우진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김대영 이 새끼 때문에 컨셉질이 몇 배는 강화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상 유지는 됐으니까 뭐.’
이때.
“김대영 씨?”
뒤쪽에서 꽁지머리 최성건이 김대영을 불렀고.
“쾌활해졌다는 게···그러니까 우진이가 과거엔.”
“예 대표님.”
고개 돌린 김대영이 아무렇지 않게 우진의 과거를 각색했다.
“우진이 심했죠. 지금보다 더 비정했고 묵직했어요. 무게감이 말도 못 했습니다. 그게 멋있긴 했는데 너무 도도하고 냉소적이라.”
“그만.”
강우진이 재빨리 김대영을 저지했다.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 것.
“됐으니까 닥쳐 좀.”
이어 우진이 안 그런 척 목소리를 깔며 최성건에게 물었다.
“대표님 얘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어? 아- 친구한테 못 들었어? 이번에 우리 직원 충원하는데 대영씨가 서류 접수했더라고. 우진이 너랑 친구라길래 따로 만나서 얘기하던 중이었고.”
“···인원 충원이요?”
이게 뭔 쌉소린지? 강우진의 시선이 다시금 앞의 김대영에게 붙었다. 그가 다시금 눈을 찡긋댄다. 죽일까? 우진은 폭발하는 감정을 가까스로 참으며 최성건에게 다시 낮게 말했다.
“대표님 저 잠시만.”
“응?”
“친구랑 따로 얘기 좀 하겠습니다.”
“아 그래그래 다녀와.”
이 순간.
“잠깐만요.”
쓴 모자를 벗던 홍혜연이 입을 열었다.
“대영씨라고 그랬죠?”
“···감동. 아니 예. 맞아요 제 이름. 감사합니다.”
“응? 여튼 그날 오디션에 우진씨는 왜 데려왔어요? 저 사람 성격에 먼저 가자고 했을 리는 없잖아.”
얼추 정답이었다. 실제로 김대영의 부탁으로 강우진이 ‘슈퍼액터’ 오디션장에 간 것이었으니까. 다만 삼겹살 풀코스+홍혜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중해진 김대영이 우진을 한 번 힐끔 하더니.
“디자인도 잘하지만 얘는 심심해서 한다는 연기가 제 눈에는 너무 아까웠어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강우진이 김대영의 팔을 억지로 끌었다.
“그럼 잠시.”
그대로 우진이 김대영을 끌고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대표실에 남은 것은 최성건과 홍혜연. 둘은 잠시간 말없이 문 쪽을 바라보다가.
“세상에.”
먼저 입을 연 것은 긴 생머리를 쓸어넘긴 홍혜연이었다.
“지금이 쾌활한 정도면 예전엔 대체 얼마나 어두웠다는 거야?”
최성건도 거들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지금의 우진이도 솔직히 시니컬한 부분이 좀 아슬아슬하구만 과거에 만났으면 얄짤없었겠는데?”
“···우리가 모르는 우진씨의 과거 또는 사정.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았나 봐.”
“아마도. 그런 와중에 그 자존감을 키워 오면서 연기를 묵묵히 독학해 왔다는 건···참 뭐랄까 대단하달까 질린달까.”
“그렇게 혼자 익힌 연기가 지금 국내 연기판을 압도하고 있잖아. 도무지 이해가···어쨌든 확실히 밝아지고 있다는 거지?”
“그래. 친구가 증명했으니까 뭐.”
홍혜연이 강우진을 떠올리며 팔짱을 꼈다.
“심심풀이로 한 연기가 걔를 살린 꼴인가?”
이곳의 착각은 이미 철옹성이었다.
한편.
강우진과 김대영은 복도 끝쪽에 있는 비상구 계단에 도착했다. 우람한 김대영은 계속 크크 웃는 중에 우진이 철문 밖 복도를 주시한 뒤.
-스윽.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곤 김대영에게 욕부터 박았다. 물론 작은 음량으로.
“또라이냐? 너 여기서 뭐 하고 자빠졌냐고. 연락하던가.”
“지랄. 너는 우리한테 말해줬냐?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세트로 통수 때렸잖아. 나도 한 번 놀래줘 봤다. 뒤통수 얼얼하지?”
“어. 토할 뻔했다. 일단 일로와.”
강우진이 우람한 김대영의 멱살을 잡았고 김대영은 우진의 어깨를 밀며 잠시간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러나 말소리를 내진 않았다. 무음의 몸싸움. 언뜻 음악 없는 춤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약 1분쯤.
가까스로 흥분을 삼킨 둘 중 약간 숨을 헐떡이는 김대영이 돌연 씨익 웃었다.
“너 근데 왜 홍혜연님 앞에서 가오잡냐? 배우 데뷔하니까 좀 간지나야겠다 싶어서 무게 잡고 지랄한 거지?”
“하-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까 일이 그렇게 됐다. 걍 그런가 보다 해라.”
“크크 내가 그거 딱 눈치채고 맞춰 줬잖아. 형한테 고마워해라. 근데 너도 진짜 정상은 아니야 어떻게 배우 하면서 컨셉충 짓을 할 생각을 하냐?”
“아니 원해서 된 게 아니라고. 지금은 되돌릴 수도 없다. 네 덕에 이 악물고 어떻게든 유지해야 할 상황이 더 심해졌고. 야 근데 니 마지막에 홍혜연님한테 한 연기 얘긴 또 뭐여?”
“어? 아- 그 오디션에 널 데려간 게 난데 연기 잘 하는 걸 몰랐다면 이상하잖아? 그래서 대충 둘러댄 거지.”
이쯤 강우진은 약간 자포자기였다. 모르겠다 뭐 결과는 나쁘지 않으니까 그냥 넘기자. 따라서 우진이 주제를 바꿨다.
“근데 우리 회사 면접은 또 뭔데? 너 다니는 중견 회사는?”
“아- 그거는 이제 이직 생각이 있었는데 어찌저찌 타이밍이 맞아서 이렇게 됐다. 사실 나도 연예계 쪽 관심도 많았고.”
“그래서?”
“친구가 배우니까 너랑 일해볼라고 했지. 저기 꽁지머리 대표님이 로드는 이미 있다고 하대? 그래서 시작은 매니저 보조랑 가드 형식으로 가면 어떠냐고 해서 괜찮다고 했고.”
“언제부터 출근이라는데.”
“이번 달은 회사 정리하고 다음 달 정도부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친구를 보며 미간을 팍 좁히는 강우진.
“진짜 진심?”
“레알 트루.”
과연 김대영의 눈은 확고함이 가득했다. 우진은 잠시잠깐 김대영이 합류된 미래를 상상해봤다. 장수환과 김대영. 우람한 곰이 두 명.
‘일단 누구도 덤비진 못하겠네.’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가 곁에 있으면 험난한 컨셉질 착각과 여러 오해 각박한 연예계 등의 유일한 쉼터는 될 것 같았으니까.
김대영이 입을 연 것은 이때.
“그래서 그 컨셉충은 계속 쭉 가는 거냐?”
“어. 이젠 진짜 빼도 박도 못해. 너도 일할라면 죽어도 맞춰라.”
“흐흐 재밌겠네 이게 은근 현실 연기랑 같은 거잖어? 맡겨라.”
“그리고-”
말을 하려던 강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활동 중 수많은 착각들에 관한 말을 하려다 삼킨 것. 이건 전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서서히 알아가는 게 맞았고.
‘컨셉질도 상기시켜놨으니까 적당히 눈치로 때 되면 얼추 알아차리겠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김대영이 다른 것을 물었다.
“너 근데 우리 애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이제 인지도가 막 폭발하잖어? 너 지인들이 슬슬 눈치 안 주냐? 난 댓글 하나 봤는데.”
이건 강우진도 생각한 부분이었다.
“···쓰읍. 초등학교는 괜찮아. 이사 다니면서 전학도 꽤 잦았고. 기억도 안 나 그땐.”
참고로 강우진과 불알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이었다.
“중학교 때도 뭐 2학년에 전학 간 거니까. 근데 상관없지 않냐? 중딩 고딩 애들이 내 사생활을 아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긴 하지. 사회서 만난 사람들은 좀 의아해할 거 같고. 그 컨셉충 느낌만 조심한다면?”
여기서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우진이 머리를 긁었고.
“몰라 씨.”
적당히 읊조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금요일 29일 아침. 일본.
위치는 신주쿠 역 근방에 있는 ‘토에가’ 영화사. 규모로 보면 일본에서 손꼽히는 초대형이었다. 그런 ‘토에가’ 영화사의 대형 회의실에 많은 인원이 모였다.
최소 20명은 넘지 않을까?
그들은 ㅁ자형 책상에 둘러앉은 상태였고 입구 쪽에 앉은 새치 가득한 50대 남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일본의 거장 감독 타노구치 쿄타로였다. 나머지는 영화사나 배급사 등의 인물들.
재밌는 것은.
“···”
“···”
쿄타로 감독을 포함해 모두가 60대 정도의 한 중년 여성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대형 회의실은 고요했고 코끝에 안경을 걸친 중년 여성은 그저 말없이 종이뭉치를 읽고 있었다.
-팔락.
사실 그녀는 일본에서 초인기 소설 작가인 타키카와 아카리였다. 아카리 작가는 일본뿐인 아닌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추리 소설로는 알아주는 작가였다. 활동만 30년이 넘었으며 집필한 작품만 수십.
그중 베스트셀러만 5개가 가뿐히 넘는다.
그런 아카리 작가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쿄타로 감독의 차기작 영화의 원작이 아카리 작가의 작품이었으니까. 그 작품의 각색이 어제 끝난 참이었고 오늘은 아카리 작가에게 각색 완료된 시나리오를 소개하는 자리.
이때.
-스윽.
시나리오를 전부 읽었는지 아카리 작가가 보던 종이뭉치를 덮었다. 그리곤 옆에 앉은 쿄타로 감독에게 선한 웃음을 보였다.
“좋습니다 감독님. 각색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쿄타로 감독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원작의 결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신 게 눈에 보여요. 잘려나간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원작에 충실 해주신 게 좋네요.”
“모든 걸 못 담은 게 아쉽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둘의 대화를 들은 영화사나 배급사 인원들이 다행이다 싶었는지 작게작게 숨을 뱉었고 영화사의 간부로 보이는 남자가 쿄타로 감독에게 물었다.
“그런데 감독님. 정말 그 작품에 한국의 배우를 참여시키실 생각이십니까?”
다시금 회의실 모든 시선은 쿄타로 감독에게 닿았다. 하지만 쿄타로 감독은 아카리 작가에게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고.
“전 이 작품에 한국 쪽 배우 한 명과 함께 할까 합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잠시간 시나리오를 내려보던 아카리 작가가 새치 가득한 쿄타로 감독과 눈을 맞췄다.
“난 찬성이에요. 솔직히 현재 배우판은 일본보다 한국이 몇 배는 앞서가고 있지 않나요? KPOP은 물론이고 한국의 드라마도 마찬가지. 한국 문화는 점점 더 강직해지고 있잖아요.”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현재 일본은 계속 우물에 갇혀서 발버둥 치고 있어요 전 그 점을 꼬집고 싶습니다.”
“우리 배우들을 일깨워 주고 싶다?”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부는 아닙니다.”
순간 배급사 쪽 간부가 끼었다.
“그런 의도가 있으신 건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한국의 탑배우들도 충분히 움직일 텐데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한국의 배우는 아직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잖습니까?”
바로 답하는 쿄타로 감독.
“왜 굳이 인지도가 약한 배우인가? 그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탑배우면 우리 배우들에게 채찍질 역할을 하지 못 해요.”
“하지만···그 배우 좀 확인을 해보니 최근에 좀 뜨는 게 다였습니다.”
“저도 확인했어요.”
“너무 모험이 아닙니까?”
“솔직히 나도 그 배우가 최근 인지도가 높아진 걸 보고 놀랐습니다. 아무런 얘기가 없었으니까요. 아마 드라마 측과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 그것과는 별개로 그만한 배우가 이제야 빛을 보는 게 더 이해가 안 갑니다 나는.”
회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쿄타로 감독이 이렇게나 극찬하는 배우가 있다니. 심지어 한국 배우. 그러거나 말거나 쿄타로 감독은 아카리 작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제 눈에 그 한국의 배우는 최소 10년 이상 연기를 갈고 닦은 자세였습니다. 그 정도의 연기를 구현하는 배우 몇 못 봤습니다. 그만의 독특한 연기법이 있습니다 대단했어요.”
“···감독님이 그렇게 높이 살 정도로?”
“말로는 표현이 부족합니다. 그의 영화를 본 순간 전율이 흘렀어요. 그런데.”
여기서 쿄타로 감독이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배우가 십수 년 숨겨져 있다가 이제야 단편을 찍었고 죽을 듯이 연기해서 드라마로 빛을 본 겁니다. 큰 역할도 아니었죠. 한국의 연기판은 일본과 비교해서 허들이 말도 안 되게 높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은 어떻습니까?”
“···”
“강력한 에이전시만이 독식하며 방송가는 잘나가는 배우들 돌려쓰고 어렵게 신인 한 명 나와도 금세 연기력이 퇴화합니다. 시장에 이미 구정물이 가득하기 때문에.”
곧.
“그렇기에 그 배우가 필요합니다. 전부 봤으면 좋겠어요. 그의 연기를 보고 충격에 빠졌을 때 모두에게 말해줘야 합니다. 한국은 저만한 배우도 고작 30분짜리 단편에 전전한다고.”
쿄타로 감독이 심히 진중하게 한숨을 뱉었고.
“물론 그 한국 배우의 연기 자세 매력 최종적으로 일본인과 다른 바 없는 일본어 실력까지 생각하고 결정 내린 겁니다. 일본어 실력 역시 중요하니까.”
아카리 작가가 팔짱 끼며 되물었다.
“그 배우 자료 좀 볼 수 있나요?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반한 배우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궁금해지는데요? 그런데 그 배우는 출연 의사를 밝혔습니까?”
“아니요 아직. 시나리오를 보내고 팀과 이동해 정식으로 캐스팅 미팅을 진행할까 합니다.”
“그렇군요.”
짧게 답한 아카리 작가가 잠시 생각하다가 쿄타로 감독에게 다시 시선을 맞췄고.
“한국에 다시 갈 생각이라면 제 한국 일정과 맞춰서 움직이시면 어떨까요? 저도 6월에 일이 있어 한국에 가거든요.”
그녀가 작게 웃었다.
“저도 그 배우 꼭 보고 싶네요.”
다시 한국 같은 날 밤.
시간은 9시 50분쯤. 장소는 청담동에 있는 홍혜연의 집이었다. 블랙과 화이트가 적절히 섞인 호화스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녀의 집. 이 집의 주인인 홍혜연은 러그 깔린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엔.
“와 이 와인 뭐야? 맛있어!”
눈 밑에 점 찍힌 화린이 앉아 있었다. 둘 다 복장은 편한 느낌이었고 탁자 위엔 치즈 등의 안주와 와인잔이 세팅돼 있다. 원래도 친한 두 여자가 간만에 뭉친 것이었다.
명분도 있었다.
“근데 언니 오늘 한량 5화 나랑 봐도 되는 거야? 촬영은?”
10분 뒤에 ‘프로파일러 한량’ 5화가 시작하니까.
“괜찮아. 오늘 내 촬영분도 없고. 화린 너랑 보는 거 나 좋은데?”
“감동- 짠!”
와인을 홀짝인 화린이 옆에서 치즈를 집어 먹는 홍혜연을 힐끔했다. 그리곤 은근슬쩍 원하는 주제를 꺼냈다. 아니 정확하게는 덕질을 위해선 너무도 필요한 대화였다.
“···그런데 언니. 5화부터 박대리는 이제 안 나오나?”
당연히 타겟은 강우진. 그런데 대뜸 홍혜연이 작게 웃으며 화린의 어깨를 툭 쳤고.
“왜? 아! 너- 박대리 연기한 강우진씨 좋아하는구나?”
비밀리에 덕질 중인 화린이 속으로 격렬히 동의했다.
‘응 완전 좋아. 멋있고 연기 잘하고. 특히 그분이 하는 연기 톤이 너무 새롭잖아? 막막 궁금하고.’
하지만 추가된 홍혜연의 말에.
“의왼데? 우리 화린이가 남자 배우 그것도 신인한테 꽂힌 거야?”
화린은 겉으론 저도 모르게 전혀 상반된 말을 뱉고 말았다.
“아- 뭐 뭐래. 난 그 사람 별로야.”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멀티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