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3)
신들린 연기를 코 풀 듯 손쉽게 보여줬던 강우진. 그런데 지금 그의 독백 연기는 쓰레기였다. 사람이 하루 만에 180도 달라졌다.
송만우 PD는 강우진의 눈빛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고.
‘연기로···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거야.’
강우진의 연기를 끊으며 바로 물었다.
“우진씨. 왜 연기 못하는 연기를 보여주는지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이때야 송만우 PD 주변 사람들의 눈에 느낌표가 떴다. 홍혜연이나 기타 등등. 그들 역시 깨달았으니.
“!!”
“아.”
그렇구나 연기 못하는 연기였어! 정도의 표정들. 약간 안도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반면 이 순간 강우진은 컨셉상 무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연기 못하는 연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집에 보내달라니까 송만우 PD가 요상한 말을 뱉어댄다. 대놓고 쓰레기 연기를 보였는데 연기를 못 하는 연기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장난 같지는 않다. 지금 우진을 보는 송만우 PD의 얼굴은 짐짓 진중했으니까.
강우진은 금세 냉정해졌다. 앞뒤 상황을 정리하니 답은 꽤 간단했으므로.
‘음- 어째 저 턱수염 양반. 또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저들의 착각은 어제였던 ‘슈퍼액터’ 1차 예선전부터일 것이었다. 거기서부터 시작돼 여기까지 굴러온 것이겠지. 그 오해들은 자신의 연기 영상을 볼 때 강우진도 인지했다. 지독한 컨셉 또는 쎈척.
‘날 오지는 미친 실력자로 보고 있으니까 저따위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거고.’
어째 오해의 스노우볼 덩치가 퍽 커진 것 같다. 다만 바로 잡는 건 좀 귀찮았다. 의미도 없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현 상황을 컨트롤 할 것.
착각은 저들의 망상이고 그것을 강우진만 알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이러다 컨셉인 게 밝혀진다면 그때는 그때. 우진은 기분을 최대한 차갑게 가라앉혔다. 까짓거 조금 거만해도 괜찮겠지.
그리곤 적당한 대사를 골랐다. 곧 강우진의 입에선 꽤 차가운 냉정한 음성이 뱉어졌다.
“앞뒤 설명 없이 무턱대고 연기를 하라고 하셔서요.”
약간 놀라며 바로 반응하는 송만우 PD.
“아. 그건.”
그가 변명을 시작할 때 우진은 좀 더 오바를 떨어도 될 것 같다는 기분을 받았다. 허세의 기세를 탄 것.
그래서 오바를 떨었다.
-드륵.
뜬금 자리서 일어나는 강우진.
“썩 기분이 좋진 않네요. 취급이.”
그런 그를 송만우 PD와 탑여배우 홍혜연 포함 모두가 올려봤다. 놀란 토끼 눈을 뜨고. 당황한 것이었다. 특히 송만우 PD의 리액션이 컸다.
“잠깐잠깐 일단 진정을 좀 하시고.”
우진을 따라 일어난 송만우 PD가 손을 뻗었다.
“미안해요 내가- 내가 마음이 너무 급했어. 일단 앉아요.”
“···”
“전부 설명할 테니 앉아서 들어요.”
무심한 얼굴의 우진은 송만우 PD를 말없이 쳐다봤다. 속으로 초를 세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런 뒤에 강우진은 부드럽게 의자에 다시 앉았다.
곧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송만우 PD가.
-스윽.
주변인들을 둘러보며 머리를 긁었다. 그리곤 다시금 건너편 강우진에게 시선을 맞췄다.
“일단 다시 사과합니다. 우진씨를 우습게 본 게 아니라···자네 연기를 모두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어요.”
“알겠습니다.”
“음- 그럼 일단 준비했던 질문부터 좀 할게요.”
송만우 PD가 덤덤한 강우진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목소리 톤이 진지하다.
“‘슈퍼액터’ 인터뷰에서 연기는 독학했었다고 했어요. 얼마나 혼자 해온 겁니까.”
그를 포함에 홍혜연 등 이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강우진에게 붙었다. 이쯤 우진은 살짝 고민하고 있었다. 뭐라고 답하지? 5년? 아니 까짓거 10년? 그러다 중간을 택했다.
‘아니 그냥 두루뭉술하게 가자.’
그 중간을 낮게 읊조리는 강우진.
“글쎄요. 꽤 됐습니다.”
“···”
이도 저도 아닌 대답. 하지만 우진을 빤-히 바라보는 거물급 1티어 송만우 PD는.
‘왜 이제사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모르겠다만.’
알아서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만한 연기를 장기적 분석 없이 삽시간에 내보이는 놈이야. 뇌에 몸에 데이터가 든든히 쌓였다는 거지. 10년 가까이는 됐을 거야. 아니 넘었을지도.’
물론 송만우 PD의 오른쪽에 앉은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홍혜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지금 강우진이 내뿜는 저 아우라에 주목했다.
‘그런데···저 높은 여유와 단단한 자존감은 어디서 얻었을까? 방금의 연기 못하는 연기는 정말 탑배우급 배짱이었다구.’
보통 배우들의 자존감은 경력이 쌓이면서 커지는 법이었다. 지속해서 TV나 스크린에 자신의 연기를 던져대고 그것을 반복 이후 연출자부터 최종적으론 시청자까지의 평가를 받으며 딴딴해진다.
그것이 배우의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강우진은 그러한 과정 없이 배짱만으론 이미 탑배우급이었다. 최소한 홍혜연의 눈에선 그랬다.
‘쟤는 지금껏 혼자 해왔는데도···그냥 천성인가?’
이때 천천히 고개 끄덕이던 송만우 PD가 우진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독학을 어디서 해왔습니까? 소형 극단? 연기 독학이라고 해도 결국 교정은 필요해요 연기엔 절대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게 있으니까.”
정확했다. 연기란 본디 남에게 보여주어야 발전할 수 있다. 백날 본인이 평가해봐야 의미는 없다. 하지만 강우진이 이에 관해 심도깊게 알 리 없었다.
그래서 강우진의 선택은.
“···”
근엄한 침묵이었다. 그러자 송만우 PD가 자연스레 말을 이어갔다.
“소형 극단은 아니야. 아무리 작은 극단이라도 우진씨 정도의 배우가 있었다면 금방 수면 위로 올랐겠지.”
“···”
“각종 감독이나 캐디들이 가만히 뒀을 리 없으니까. 그렇다면 해외. 해외에서 연기를 공부한 건가?”
갑자기 해외? 우진이 속으로 벙쪘다. 물론 며칠 전까진 호주 워킹을 생각하긴 했었다. 그러나 방금의 송만우 PD의 발언은 명백한 오답이었다.
‘어째- 점점 스케일이 좀 커지는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나? 우진의 인생이 멋대로 요지경으로 변하고 있을 때 반대편 홍혜연이 불쑥 끼었다.
“혹시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어요? 그럼 굳이 대답 안 하셔도 돼요.”
낙찰. 강우진은 있지도 않은 말 못 할 사정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왠지 건널 수 없는 강에서 힘차게 노를 젓는 기분이 드는 우진이었다. 반면 송만우 PD는 확신했다.
‘말 못 할 사정이라- 대놓고 ‘슈퍼액터’에 올 정도니 범죄 같은 건 아닐 거야. 어쨌든 지금은 저놈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중요해.’
저 거만한 괴물을 놓칠 순 없지. 송만우 PD가 돌연 몸을 우진 쪽으로 밀었다. 입가엔 약간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말하지.”
그가 좀 떨어져 앉은 남자 두 명을 가리켰다.
“저쪽은 제작실장님하고 캐디(캐스팅디렉터)님.”
다음은 자신의 왼쪽 아까부터 말없이 상황을 관전하던 긴 파마머리 중년 여자.
“이쪽은 박은미 작가님이라고. 알고 있죠?”
강우진도 박은미 작가를 알고 있긴 했다. 유명해서 알았다기보단 어제 송만우 PD를 검색하면서 알았다. 워낙 TV를 안 보는 그였기에. 어쨌든 우진이 박은미 작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자 송만우 PD의 손이 바로 오른쪽 자리로 향했다. 자타공인 탑여배우인 홍혜연.
“여기 홍스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곧 주변에 모인 인물들을 소개하던 송만우 PD가 강우진에게 당당히 말을 이었다.
“우리가 신작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것 역시 우진도 알고 있었다. 친구인 김대영에게 얼핏 들었으니까. 뭐라더라 초거물들이 모였댔나? 다만 강우진의 알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 뭐?
충격은 송만우 PD의 입에서 뱉어졌다.
“그 신작에 강우진씨를 합류시키고 싶어요.”
“···합류?”
“맞아요 합류. 즉 우진씨를 배우로서 캐스팅하고 싶단 소립니다.”
“아.”
짤막한 반응을 뱉은 우진은 별 반응이 없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감정 변화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어???!’
미친 듯 놀란 탓에 아무 리액션을 취하지 못한 쪽이 맞았다.
‘저 턱수염 양반이 뭐라는 거야? 지 진심인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여태껏 잘 유지하던 냉정이 단숨에 무너질뻔한 강우진이었다. 그것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을 때.
-스윽.
건너편 박은미 작가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백에 챙겨온 종이뭉치를 우진에게 내민 것. 그런 그녀가 강우진을 보며.
“신작 1부 대본이에요 외부엔 처음 나온 겁니다.”
차분하게 요청했다.
“여기 안에서 아무 역할이나 연기를 보여 주실 수 있나요?”
같은 시각 중견급의 한 식품회사.
근무 중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지 꽤 넓은 탕비실에 남녀 직원들이 보였다. 인원은 대략 다섯 명쯤. 모두의 앞에는 머그컵이 놓여 있다.
그중에.
“아니 와- 홍혜연 진짜 예쁘더라.”
우람한 김대영이 끼어 있었다. 그는 ‘슈퍼액터’ 예선전에서 봤던 탑여배우 홍혜연을 미친 듯 극찬 중이었다.
“진짜 미모가 미쳤어. 아 뭐라고 해야 되지? 보고 있으면 후루룩 빨려 들어간다니까? 눈은 또 겁나 커. 눈동자에 비치는 내가 보일 정도로.”
“에이- 그건 오바지.”
“오바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오- 진짜 직접 보면 숨이 턱 막힌다니까?”
“어쨌든 얘기를 들어보면 넌 똥 때문에 예선전 떨어진 거지?”
“아! 아니라고! 좀 떨려서 대사를 절었어.”
“친구분이 큰일 해줬네. 아니었으면 거기가서 똥만 싸고 집 갈 뻔한 거 아녀?”
한창 직원들에게 놀림 받던 김대영이 대뜸 씁쓸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 여튼. 홍혜연이랑 사귀거나 결혼할 남자는 누굴까? 개부럽다.”
“최소 탑배우급이죠. 재벌이나.”
“그렇지? 개부럽다 진짜. 어쨌든 사인받은 거 평생 가보로 남길 거야. 내 자녀한테도 물려주고.”
“그러려면 결혼부터 해야지?”
“하- 망할.”
이때.
-♬♪
바지 주머니 속 김대영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전화였고 발신자를 확인한 김대영이 탕비실을 나와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어 형.”
상대는 김대영이 있는 연극 동호회의 친한 형이었다. 곧 핸드폰 너머로 미성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대영 바쁘냐? 통화 괜찮어?”
“예 괜찮아요.”
“아니 다른 건 아니고. 너 내가 준 그 시나리오 다 봤냐? ‘흥신소’”
동시에 강우진에게 넘겼던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상기한 김대영이 바로 답했다.
“어- 다 보긴 했어요.”
“그래? 그럼 내놔야지 임마. 나 그거 다시 봐야겠다.”
“하하하 오케이오케이. 이번 주 주말에 들고 갈게요. 근데 시나리오를 왜 다시 봐요?”
핸드폰 너머로 남자의 적당한 대답이 들렸다.
“아아 들어보니까 ‘흥신소’ 그거 어찌저찌 제작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오디션 자리 있으면 가볼까 해서.”
곧 김대영이 약간 감탄하면서 답했다.
“오- 엎어질 것 같다드니 그거 제작을 하긴 하나 보네요??”
다시 씨블루 스튜디오 회의실.
약간 적막해진 분위기. 송만우 PD부터 여전히 모든 이의 시선은 강우진에게 박혀 있다. 그런 강우진은.
“···”
입을 다문 채 방금 내밀어진 종이뭉치를 바라보고 있다. 박은미 작가가 건네는 신작의 대본. 다행인 건 충격이던 사고가 약간 침착해지긴 했다.
그래도 캐스팅 어쩌고저쩌고한 것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시간. 그래 시간이 필요했다. 이즈음 강우진의 눈에 보였다. 박은미 작가가 건네는 대본의 옆에 뜬 검은색 통로가. 일단은 저걸 찔러야겠다. 우진은 딱히 대답 없이 대본을 받았다.
그리곤 먼저 표지를 확인하는 척을 했다.
-스윽.
저들이 신작이라 칭한 대본은 초고라 책대본 아닌 종이뭉치였으며 표지에는 간결하게 타이틀과 화수만 적혀있었다.
-‘프로파일러 한량’
-1부.
뭐가 됐든 지금은 이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우진은 받은 대본을 살짝 내렸다. 그리곤 대본의 옆에 뜬 검은 사각형의 외각 부분을 검지로 살짝 찔렀다.
바로 온몸에 느껴지는 알싸한 감각.
이후 우진은 당연하겠지만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금세 그의 시야에는 끝없이 캄캄한 공간이 펼쳐졌다. 동시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강우진이 숨을 탁- 뱉었다.
“으허- 돌겠네. 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이 지랄 맞은 공간이 이다지도 마음이 편할 줄이야. 어쨌든 이제부턴 시간 고민 없이 넉넉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강우진이었고.
“캐스팅? 나를 배우로 캐스팅해?? 것도 홍혜연님이 여주인 신작 드라마에??”
심지어 연출이 거물 송만우 PD에다 울트라급 스타작가 박은미 작가까지. 그런 어마어마한 판에 대뜸 스카웃 당한 강우진.
뭔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자 일단 좀 정리를 해보자. 아공간 안 강우진이 애써 침착하게 팔짱 꼈다.
“쟤네가 날 캐스팅하려는 이유. 해봤자 날 본 건 ‘슈퍼액터’가 다잖아? 그럼···그 연기가 내 생각보다 더 쩔었다는 거지?”
아무래도 이 아공간에서 얻는 경험은 생각보다 수십 배는 대단한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야 일이 이렇게 초스피드로 진행될 수가 없다.
“후- 좋아 일단은.”
이어 팔짱을 푼 우진이 몸을 돌려 흰 사각형이 나열된 앞으로 걸었다. 당연하겠지만 방금 흰 사각형 하나가 추가됐다.
그 5번째 흰 사각형 위에 박힌 글자들을 강우진이 확인했고.
-[5/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 A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드라마 대본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글자들 중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한 그가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A급이네 이거?”
약 30초 뒤.
아니 정확하게는 아공간을 가진 강우진에겐 30초가 아니었다. 대본 표지를 확인하는 강우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송만우 PD나 박은미 작가 등등 우진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나 30초였다.
그중.
‘타이틀을 뭘 저렇게까지 심도 있게 봐?’
박은미 작가가 작게 미간을 좁힐 때였다.
-스윽.
미동 없던 강우진이 살짝 멈칫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천천히 올렸다. 그리곤 박은미 작가와 눈을 맞췄다. 동시에 박은미 작가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앞뒤 상황은 전부 이해했죠? PD님 말 들어보니까 ‘슈퍼액터’ 예선 땐 쪽대본 1분 보고 연기를 보여줬다고요? 이번엔 그럴 필요 없어요. 10분이든 30분이든 기다릴 수 있어요.”
박은미 작가는 자신이 쓴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
“부담 없이 극 중 아무 배역이나 대사 몇 줄만 연기해줘도 돼요. 우진씨의 톤만 좀 보려고 해요.”
사실 그녀는 지금 강우진이 보여줬으면 하는 배역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 그러나 당장은 숨겼다. 짙어진 상황의 농도를 옅게 할 속셈이었다.
현재 강우진은 좀 예민한 상태인 것 같았으니까.
그러자 강우진이 무심한 얼굴을 끄떡거렸다. 그리곤 시선을 천천히 내렸다. 손에 쥔 ‘프로파일러 한량’ 대본으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뱉어진 건 이때였고.
“잠시 읽겠습니다.”
-팔락 팔락.
우진이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다만 그의 리딩은 매우 짧았다. 얼추 5분? 그렇게 대본 수십 장을 대강 넘기던 우진이 다시금 고개를 올렸다.
이어 자신을 보는 모든 이에게 덤덤히 읊조렸다.
“‘박대리 역’으로 하겠습니다.”
곧.
“!!!”
“···박대리??”
송만우 PD와 박은미 작가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박대리 역’이 바로 송만우 PD와 박은미 작가가 원했던.
“예 ‘박대리 역’이요.”
소시오패스 자료가 첨가된 배역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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