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1)
박대리를 보이는 강우진의 연기. ‘프로파일러 한량’을 쓴 스타작가 박은미 작가는.
“먼저 가세요!”
건너편 강우진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빛 말투 손짓 호흡 표현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눈에 담아야 했으니까.
“개똥 밟았네.”
이유야 간단했다.
‘어떻게···어떻게 내가 조형한 인물을 저렇게 똑같이 보일 수가 있지? 아니 이건 똑같다는 범주를 넘어섰어.’
자신이 만든 박대리와 진배없으면서도 강우진 쪽이 몇 배는 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 실제로 살아 있으니 이 표현은 좀 아닌가? 이렇듯 박은미 작가는 사고가 이상하게 엉켰다.
‘박대리가 내 눈앞에 있어.’
피똥 싸며 고뇌하고 죽어라 밤새가며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저건 소시오패스 자료를 갈아 넣은 명백한 박대리가 맞았다. 곧 고양감과 더불어 약간의 공포심마저 드는 박은미 작가였다.
작품 속 인물은 작가가 만들지만 보이는 것은 배우다.
그렇기에 완벽한 구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작품분석이 뛰어나다 한들 그 배우가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 작가의 티끌 같은 설정을 모두 보이는 건 어렵다.
덕분에 작가는 어느정도 타협을 본다.
배우가 보이는 연기에 적당한 오류가 있어도 넘어가고 대사의 높낮이가 달라도 묵인하며 행동이 창작과 달라도 이해한다.
이건 비단 박은미 작가만이 겪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 어쩌면 전세계의 모든 각본 작가가 겪는 경험 중 하나였고 현장과 작가 사이의 그 괴리를 빨리 인정할수록 작가의 성장은 신속해진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인데···내 글이 안 보여.’
앞에서 연기하는 저 미친 배우는 타협 볼 필요가 없었다. 강우진은 이미 밑에 깔린 대본을 압도하고 있었다.
박은미 작가가 그리 느꼈다면 다들 비슷할 것이었다.
작가가 창작한 인물 그 자체. 그것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유지하며 수십 배의 생생함을 부여한다. 지금의 강우진이 그랬다.
그리고 이는.
“···”
국내 울트라급 스타작가라 칭송받는 박은미 작가조차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러니 홀릴 수밖에. 이미 수백 어쩌면 수천의 배우를 스친 그녀였다.
그중에서도 최초라면.
‘강우진 무조건. 무조건 잡아야 돼.’
귀하다는 표현도 부족한 어쩌면 앞으로도 만날 일 없는 유일무이한 배우라는 뜻. 그런 말도 안 되는 존재를 눈앞에서 목도한 박은미 작가에게.
-다락.
체면이나 보는 눈 따위는 별로 의미 없었다.
“우진씨 박대리 역 맡아 주세요. 꼭 우진씨가 해줘야 돼요.”
자신이 글로써 만든 허상을 실제로써 마주한 작가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그렇기에 박은미 작가는 강우진을 싹싹 빌어서라도 잡고 싶었다. 가뜩이나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그녀였다.
그렇기에.
“···”
“···”
이 순간 회의실에 있는 그 누구도 박은미 작가를 말리지 않았다. 체면을 지키라 조언하지 않았다. 송만우 PD도 탑여배우 홍혜연도 제작사의 핵심인원들도. 모두 제자리에 앉아서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그들 역시 박은미 작가의 마음을 이해했으니까.
어쨌든 지금 우진의 양손을 붙잡은 박은미 작가의 눈엔 열망이 가득했다. 불길은 안 보였으나 기세만으로는 뜨거운 열탕과도 같았다.
다만.
‘갑자기 손잡아서 깜짝 놀랐네.’
이 회의실에서 강우진만 별수롭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겐 박은미 작가가 약간 부담됐다. 아니 별안간 손을 덥석 잡으면 누군들 안 그럴까?
‘손은 좀 놓고 얘기하면 좋겠는데. 여튼 이 거물 작가의 반응 봐선- 역시 아공간 능력이 개쩌는 거라고 봐도 되겠네.’
그러면서도 근엄함은 유지한다. 뭔가 일이 휘리릭 척척 알아서 굴러가고 있다. 뭐 그럼 일단 몸을 맡겨도 괜찮겠지.
물론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 연기 영상도 받을 수 있으려나?’
지금 이 순간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거대한 변곡점이 된다는 걸.
뭐가 됐든 손 잡힌 강우진이 박은미 작가에게 낮게 요청했고.
“작가님. 일단 손 좀.”
이때야 뭔가 정신을 차린 박은미 작가가 멈칫하며 손을 놨다.
“아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괜찮습니다.”
반대편 자리에서 질문이 날아든 건 이때였다. 턱수염 송만우 PD였다.
“근데 우진씨. 왜 박대리 역을 선택했어요? 그거보다 다른 역들이 분석하긴 편했을 텐데.”
박은미 작가가 양손을 치며 거들었다.
“맞아! 그건 나도 궁금해요.”
“저도. 하필이면 왜 박대리 역을.”
결국 홍혜연까지 끼면서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강우진에게 붙었다. 눈빛에 궁금함이 가득했다. 다만 우진은 덤덤했다.
‘뭐 이건 진짜를 말해도 되겠지.’
그런 우진이 별수롭지 않게 읊조렸다.
“짧아서요.”
진심이었다. 이건 컨셉이나 허세 따위가 아닌 강우진의 진짜 마음. 그러나 미간을 구긴 송만우 PD가 바로 되물었다.
“···뭐가요?”
“분량이 짧아서요.”
“분량이 짧···아서 박대리 역을 골랐다고?”
“예.”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짜였다. 그런데 강우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느끼는 게 달랐다.
송만우 PD라든지.
‘짧아서? 아니 고작 분량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이 어려운 역을 골랐다? 분량이 짧은 만큼 분석은 수십 배 어려워지는데?’
박은미 작가.
‘뇌가 어떻게 되먹은 거야! 박대리 같은 부담되는 역은 피하는 게 보통이라고! 근데 뭐?? 분량이 짧아서??? 천잰거야 미친놈인 거야?’
탑여배우 홍혜연까지.
‘하 알겠다. 쟤 지금 아닌 척하면서 자신을 피력한 거야. 나한테 이 정도 배역은 쉽다고.’
물론 모조리 오류투성이의 판단이었다.
이 순간.
-드륵.
흥분이 점철된 회의실에 묵묵히 앉아 있던 강우진이 뜬금 일어났다. 그리곤 바로 앞 박은미 작가에게 우진이 낮게 읊조렸다.
“제안은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잠시 뒤.
단단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온 강우진이 뚜벅뚜벅 복도를 걸었다. 그를 스치는 씨블루 스튜디오의 몇몇 직원들. 그러다 한 다섯 걸음 정도 만에.
-스윽.
뒤의 회의실 쪽을 힐끔한 그가 단숨에 장착한 컨셉을 풀었다.
“푸하-”
긴장이 풀려서였다. 아니 대체 저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우진은 한 손으로 얼굴을 쓸면서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강우진씨.”
우진의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침투했다. 돌아보니 긴 생머리를 늘어트린 몸매 좋은 여자가 걸어온다. 그 홍혜연이었다.
덕분에 강우진이 순간 감탄했다.
‘와- 홍혜연이 내 이름을 대놓고 불러주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러나 곧 정신을 챙겼다. 포커페이스를 다시 장착해야 했으니까.
“예 말씀하세요.”
물론 이를 알 리 없던 홍혜연은 단숨에 강우진의 바로 앞에 섰다. 곧 좋은 향기에 홀린 우진에게 홍혜연이 물었다.
“왜 캐스팅 제의를 바로 안 받아요?”
왜냐고? 그냥.
뭐랄까 강우진이 생각해보겠단 말을 뱉은 이유는 매우 심플했다. 거만한 천재가 캐스팅한다고 넙죽 받는 건 좀 이상하다 싶은 게 다였다.
거기다.
‘바로 하겠다고 하면 뭔가 멋이 없지. 영화 같은 거 보면 이럴 때 좀 시간 끌고 하던데.’
나름의 멋을 챙긴 결정. 그러나 그대로 말할 순 없지. 곧 강우진이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홍혜연과 눈을 맞췄고.
“말 그대롭니다. 생각을 좀 하겠다는 거죠.”
“···”
탑여배우 홍혜연이 강우진을 지긋이 바라본다. 와 근데 진짜 미모 미쳤네. 우진의 심장은 본능적으로 쿵떡쿵떡 뛰기 시작했다. 심장 소리 들리는 거 아냐?
허나 다행히.
“그럼 우진씨.”
심장 소리는 안 들렸는지 홍혜연이 주제를 바꿨다.
“소속사는 있어요?”
“···딱히.”
“왜요? 왜 없어요?”
“없는 데 이유까지 필요합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진짜 해외에 있었던 거예요?”
“···”
되물음에 강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사정이 있는 척을 했으니까. 이에 홍혜연이 아차 했는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 실수. 미안해요. 근데 우진씨 지금 몇 살이죠?”
“27살입니다.”
“제가 두 살 많네요.”
약간 새초롬하게 답한 홍혜연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할 말을 고르는 듯. 이내 그녀는 퍽 진중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독학으로 그만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까지 나와야 했다. 그러나 홍혜연은 억지로 말을 삼켰다.
탑여배우 홍혜연.
그녀는 배우판에서 연기 욕심이 많기로 유명했다. 홍혜연에게 ‘적당히’라는 건 없었다. 오죽하면 그녀가 상대역이라면 기피하는 배우가 있을 정도.
그런 홍혜연이 처음 강우진을 봤을 때 느낀 것은 질투였다.
다만 현재 홍혜연은 국내 내로라하는 탑여배우. 이름 없는 연기 고수에게 조언을 듣는 건 조금 민망할 따름이었다. 이런 게 소문이라도 나면 탑여배우로선 이미지 타격이 크다.
어쩔 수 없이 홍혜연은 질문을 바꿨다.
“아니요. 아니에요. 어쨌든 아직 소속사는 없는 게 맞는 거죠?”
“네.”
이쯤.
-스르륵.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었다. 자연스레 탑승하는 강우진. 다시금 우진이 홍혜연을 봤을 때 그녀는 눈웃음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작품에서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이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동시에 힘겹게 붙잡고 있던 강우진의 자세가 무너졌다.
“허억. 겨우 참았네.”
그 홍혜연과 코앞에서 대화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무던하게 대화한 것도 기적.
“와-씨. 이걸 어디 가서 자랑할 수도 없고. 어쨌든 쩔었다.”
반면 아직도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홍혜연은.
“하···솔직히 좀 자존심 상하는데?”
강우진이 타고 사라진 엘리베이터 문짝을 응시하고 있었다. 팔짱 끼고 틱틱대는 모습이 뭔가 삐진 듯싶다.
최근 자신에게 저리 차갑게 대하는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건지···대체 종잡을 수가 없네.”
착각이 더해졌다.
“어쨌든 아직 소속사 없는 건 다행이야.”
같은 날 늦은 밤. 박은미 작가의 작업실.
시간은 11시쯤. 보조 작가 없는 넓은 작업실에 사람 4명이 보였다. 주방 식탁에 모여 앉은 그들. 바로 송만우 PD 박은미 작가 그리고 씨블루 스튜디오의 제작실장과 캐디였다.
즉 아까 오후쯤 강우진을 봤던 인물들. 홍혜연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앞엔 대본 종이뭉치나 여러 투명파일이 비치돼 있다. 아마 기획 회의 중인 듯. 그런데 대화가 없고 분위기가 무겁다.
“···”
“···”
다들 뭔가 혼 빠진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 무엇이겠는가? 강우진이라는 미친 배우의 잔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솔직히.”
‘프로파일러 한량’의 제작실장을 맡은 남자가 물꼬를 텄다.
“송 PD님 얘기 듣고 좀 기대하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경 낀 캐디(캐스팅디렉터)가 끼었다. 전문 분야였으니.
“제가 캐디 생활 올해로 8년입니다. 나름 경력으로는 캐디 중에 방귀 좀 뀝니다. 그런 저도 그런 배우는 생소해요. 아니 없어. 없다고 봐야 됩니다.”
“배역을 구현한다는- 범주를 넘어선 느낌이지?”
“···좀 위험해 보일 정도였어요. 왜 종종 있잖아요? 헐리웃 보면 배역에 씌어서 사고 나고 하잖습니까. 것보다 심했어요.”
“근데 또 연기 끝내니까 귀신같이 본인으로 돌아오던데? 스위치가 명확했어.”
이쯤.
“그 부분.”
팔짱 끼고 있던 턱수염 송만우 PD가 끼었고.
“스위치가 확실한 기술. 그거 탑배우 중에서도 가진 놈 몇 없어.”
“그 그렇긴 하죠.”
자신의 대본을 만지작대던 박은미 작가가 옆자리 송만우 PD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까 우진씨한테 해외 어쩌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진짜 해외에 있었을까요? 과거가 어땠는지 너무 궁금한데.”
“나라고 알까. 해외 그것도 그냥 내가 추측한 거고. 다만.”
어깨를 으쓱이던 송만우 PD가 돌연 진지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아까 걔 연기 봤잖아?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을 거야. 심지어 독학으로? 대단하다고 할지 또라이라고 할지.”
곧 박은미 작가가 못 참겠다는 듯 책상 위 널브러진 태블릿을 짚었다. 이 태블릿엔 아까 전 강우진의 ‘박대리 역’ 연기가 담겨 있었고.
“···”
“···”
다시금 모두가 강우진의 연기를 영상으로 확인했다. 그게 박은미 작가의 다급함을 증폭시켰다.
“아!”
대뜸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그녀.
“보니까 더 욕심나. PD님 알지? 나 글 쓰면서 이런 적 처음인 거.”
“나도 마찬가지고.”
“하···그런 연기를 봤는데 우진씨가 거절하면 어째요?”
“응?”
“아니 우진씨가 박대리 역 안 한다 하면?”
“아.”
긴 파마머리를 괴팍하게 헝큰 박은미 작가가 곡소리를 냈다.
“우진씨 뒤로 누군들 눈에 차겠냐구요.”
즉 박은미 작가는 강우진으로 인해 배우들 퀄이 상향 평준화됐다. 그것은 송만우 PD 역시 마찬가지겠지. 둘이 작품을 꽤 자주 같이한 것은 비슷한 성향이었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등의.
이때.
“흠- 근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제작실장이 약간 굳은 얼굴로 다리를 꽜다.
“강우진. 걔 대단하긴 했는데 생각해보겠다고 간 건 좀.”
대답은 송만우 PD가 했다.
“뭐가.”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 ‘프로파일러 한량’ 연출이 누굽니까? 작가는요? 무려 송 PD님이랑 박작가님이잖아요?”
둘 모두 어마어마한 거물들.
“제가 말씀은 따로 안 드렸습니다만 지금 캐스팅 관련으로 미팅 홀드 잡은 탑들만 수두룩합니다. 분명 ‘박대리 역’도 내밀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죠.”
“뭐 그렇겠지.”
“다만 작가님과 PD님이 박대리 역은 배우의 급보다 배역의 소화력을 중시하겠다 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구요. 그래서 난다긴다하는 배우들 싹 버리고 있는 거고.”
여기서 급 흥분한 제작실장이.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아니 몰랐어도 얼추 느낌이 있을 거잖아요? 앞에 송 PD님하고 박작가님이 떡하니 앉아 있는데.”
강우진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근데 그리 대놓고 생각해본다 하는 게 저는 좀 거만하게 보였습니다. 보통이라면 생각이고 뭐고 넙죽 받는 게 맞아요 안 그렇습니까?”
아마도 제작실장이 아니라도 비슷한 업계 사람이라면 생각은 일맥상통하겠지. 다만 여기 누구보다 강우진을 먼저 경험한 송만우 PD는 그저 픽 웃었다.
“처음부터 그랬어. 상식이 안 통하는 느낌.”
“예?”
“애초 그런 이해관계 따위 개나 주라는 식이었다고. 요즘 애들이 쓰는 말 있잖아? 뭐라더라- 아 그래. 개썅마이웨이. 딱 그래.”
그러나 제작실장은 답답한 듯 한숨을 탁 뱉었고.
“아무리 그래도. PD님 아시다시피 ‘박대리’가 작은 역도 아니고! 준·조연급 아닙니까??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 대체?”
송만우 PD가 돌연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팔짱 꼈다. 강우진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 생각을 해보겠다라- 어쩌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 싶은데?”
“꿍꿍이요? 어떤??”
되물음에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번진 송만우 PD가 나지막하게 답을 뱉었다.
“·····그래 그놈이 어쩌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중인지도 모르겠어.”
출연료 얘기였다.
물론 이것은.
“내 가치를 책정할 시간을 주겠다. 뭐 그런 느낌?”
당사자는 전혀 생각조차 않았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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