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속 (6) >
16일 화요일 오후쯤.
국내 각종 방송사 로비가 시끌벅적해졌다. 원래도 조용한 곳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떠들썩했다. 로비에 자리 잡은 드라마 예능 외의 PD들.
“윤 PD 새 예능 덩치가 겁나 크다드라?”
그들의 대화 주제는 윤병선 PD의 새 프로젝트 예능.
“소문엔 시리즈로 세 개 이상 간다나 봐요.”
“그래? 넌 어디서 들었는데?”
“원래도 외주 쪽에서 알음알음 얘기 돌긴 했었거든요.”
“허- 사이즈 겁나 키워서 가는구만?”
그리고.
“그 정도 규모로 가는데 첫 출연자로 확정된 게 강우진?”
주가가 미친 듯 솟는 강우진이 메인 소스였다. 그럴만했다. 오늘 낮쯤 ‘실종의 섬’ 주연 소식이 채 식기도 전에.
『[단독]‘예능계 초거물’ 스타 PD 윤병선의 대형 프로젝트 예능에 ‘강우진’ 합류 확정』
대형 떡밥이 연예계에 던져졌으니까.
달궈진 팬에 새 음식을 뿌린 것과 같았다. 조리야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강우진과 윤병선 PD라는 재료는 탄내가 날 정도로 빠르게 타올랐다.
“이야- 강우진 그 친구 진짜 제대로 떡상이네? 권기택 감독 다음 타자로 윤병선 PD라니.”
“1년 정도면 모를까 데뷔하고 몇 달 만에 진짜 미친 수준이긴 해요. 벌써 강우진 걔한테 ‘유일무이’ ‘사상최초’ 뭐 그런 수식어 붙던데요?”
“최성건 대표 그 양반 홍혜연 다음으로 조용하드만 그런 초대형 신인을 언제 캐낸 거여? 입이 귀에 걸렸겠는데?”
워낙 방송가에서 윤병선 PD의 위세가 대단하다 보니 방송과 관련된 모든 이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강우진이란 이름이 뱉어졌다.
“강우진 윤병선 거 들어간다매?”
“어어 나도 기사 봤어. 어쩐지 섭외 죽어라 보내도 죄다 컷 내더라.”
“‘운동회’에서 윤병선이 걔 좋게 본 건가? 그래도 좀 성장이 비정상적이긴 하네. 뭔 놈에 신인이 탑들보다 시끄러워?”
“소문에 좀 거만하다던데 콧대 더럽게 높아지는 거지. 섭외 1순위다 1순위.”
공중파나 케이블 심지어 윤병선 PD의 본진인 종편 HTBS까지. 워낙에 소문이 빠른 업계다 보니 빛보다 빠른 속력으로 떡밥이 양산됐다.
언론은 어떤가?
『‘박대리’ 강우진 윤PD 신작 예능에 전격 합류!』
『[이슈픽]공룡 신인 강우진 예능계 스타 PD 윤병선 새 예능 출연 결정』
오프라인보다 몇 배는 광분했다.
첫 공식 기사가 터진 뒤로 강우진의 얘기만 16일 내내 돌고 돌았다. 타이밍은 끝내줬다. 여러 이슈과 ‘실종의 섬’이 약간 시들해질 무렵이었기에.
『[스타포토]강우진 기세 어디까지? 권기택 감독의 ‘주연’에서 윤병선 PD 예능까지 섭렵』
그렇게 종일 왁자지껄하던 16일이 저물고 17일이 밝았지만 불길은 옅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보다 더 몸집이 커졌다. 윤병선 PD 측이 계속해서 장작을 추가했고.
『강우진 합류 소식에 윤병선 PD 팀 “욕심나던 분 재밌는 작품 만들어 보겠다”』
bw 엔터가 거센 부채질을 했으니까.
그것뿐이 아니었다. 다시금 치솟는 이슈를 확인한 ‘실종의 섬’ 배급사 역시 땔감을 우수수 뿌렸다. 강우진이 참여한 또는 참여할 작품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실종의 섬’ 강우진이 까메오 출연한 ‘마약상’ 촬영 거의 막바지 스크린서 언제 볼 수 있나?』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무의 가지가 끝없이 뻗어 나간다. 그렇기에 너튜브나 포털사이트에 강우진을 검색하면 어마무시한 양의 정보가 쏟아졌다. 키워드가 끝없다.
그렇게 이틀.
목요일엔 서서히 번지는 여론의 화력까지 더해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헐…..강우진 윤피디 예능 나와???ㅜㅜㅜㅜㅜ허허허헝ㅇㅇㅇㅇ빨리 보고싶다!!
-와ㅋㅋㅋㅋㅋㅋ근뎈ㅋㅋㅋ강우진 존나 잘나가네 진짜???
-인정ㅋㅋㅋㅋㅋ이런 신인 처음봄ㅋㅋㅋ불도저급ㅋㅋㅋㅋㅋ
-근데 난 좀 이해안감 연기 좀 잘하는 게 다잖아? 왜케 빨아주는 거임? 회사가 돈이 많나?
-↑악플달 시간에 니 팬티나 좀 빨아라 등시나
-어디 댓글에서 보니까 강우진 얘 이미지 메이킹 제대로 했다던뎈ㅋㅋㅋㅋ커뮤서 봄
-???무슨 이미지 메이킹?
-그 얘기 같은데? 운동회였나? 동창들 댓글보면 원래 성격이랑 지금이 좀 다르다고 함ㅋㅋㅋ
-아아!! 우진 오빠!! 비정한 멍뭉미 빨리 보여줘요!! 이대론 덜 꼴려!!
-근데 좀 지리는게 강우진 필모 좀 둘러보니까 죄다 거물들이랑 작업했네???
-아니 ㅅㅂㅋㅋㅋㅋ이 기세면 내년에 헐리웃갈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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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부터 언론은.
『[스타톡]울트라급 라이징 ‘강우진’ 걸어온 길 확인하니 입이 쩍···온통 거물 천지』
강우진의 필모에 관심이 깊어졌다. 이유야 심플했다. 그가 등장하고 걸어온 길에 거물들이 즐비했으니까. 박은미 작가와 송만우 PD를 시작으로 이월선 작가 권기택 감독 윤병선 PD까지.
어지간한 탑배우들도 만들기 힘든 필모였다.
뭣보다 강우진은 쌩신인. 그럼에도 파급력만큼은 탑들과 견줄만했다. 따라서 업계는 더 흥분할 수밖엔 없었다.
“아니 얜 뭔데 죄 거물들이랑만 작업하는 거냐??!”
“그러니까요! 무슨 온몸에 꿀 발라 놓은 것도 아니고.”
“그냥 거물들 헌터네 헌터.”
여기서 아직 극비인 쿄타로 감독 건까지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강우진은 신인 한정 전설로 남을 게 빤했다. 어쨌든 이정도쯤 되니 우진을 지켜보는 눈도 과하게 많아졌다.
언론은 물론이고 제작사 광고사 너튜브 등등.
물이 콸콸 쏟아지는 강우진에게 편승하려는 곳이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19일 금요일쯤엔.
“우진아 광고 추가로 들어왔다. 제품 모델 제의도. 얘네는 무조건 하는 게 좋아.”
“예 대표님. 해볼게요.”
우진에게 ‘맥스날드’를 제외한 광고 모델 제안이 물밀 듯이 던져졌다. 각종 예능이나 너튜브 관련 섭외 역시 마찬가지.
그야말로 제대로 부스터를 단 격.
이쯤 강우진은.
“와- 씨 진짜 미쳤네.”
아공간 진입이 극도로 잦아졌다.
“무슨···스케줄이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냐? 탑들은 이거 어떻게 소화하는 거여?”
연기엔 조금 적응했지만 ‘뜨는 것’은 아직 익숙지 않았으니까. 대놓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이 찍히고 사인요청 수많은 응원에 악플에 심지어 하루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 안 날 정도였다.
그래도 강우진은 칭얼대는 것이 배부른 소리라는 것 또한 알았고.
“후웁- 후우 존버가 답. 설마 진짜 뒤지겄어? 정신 차리고. 컨셉질 상기하고. 다시 고고.”
어금니를 빠득 물고 버티는 수밖엔 없었다.
이후.
강우진의 유명세가 날로 높아지는 와중에 ‘남사친’은 제작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확정됐고 신동춘 감독까지 합류했으니 늦출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넷플렉스 코리아는.
『[단독]강우진과 화린의 ‘남사친’ 연출로 ‘미장센’ 작품 대상 신동춘 감독 낙점』
‘남사친’의 연출이 신동춘 감독임을 알리면서도 내부적으론 제작팀 세팅을 완료했다. 프로젝트 단막이지만 벌려진 판을 컸기에 퍽 난다긴다하는 팀이 꾸려졌다. 여기서부터 넷플레스 코리아는 투자자인 동시에 기름칠역할로 빠진다.
총괄 핸들링은 신동춘 감독.
“조연급은 이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좋네요. 조연급만 제안 보내는 형식을 잡고 그 밑으로는 적당히 오디션으로 채우죠.”
배우 캐스팅도 큰 문제는 없었다. 강우진 화린을 제외하면 그리 눈에 띄는 배역이 없기도 했으니까. 사실 단막극은 배우가 해결되면 프리 프로덕션의 반은 해결한 셈이긴 했다. 미니와 비교해서 과정이 반절 정도기에 제작 준비 과정은 짧고 굵게 치는 게 보통이었다.
허나 ‘남사친’은 보통이라는 범주에서 살짝 벗어났다.
제작 회의 대본 회의 장소헌팅 콘티 작업 등등등. 시간은 짧지만 미니와 비슷한 퀄이 요구된다. 국내 포함 일본 넷플렉스까지 런칭 확정이니까. 그렇기에 신동춘 감독은 ‘흥신소’ 때와 다른 바 없이 철야에 철야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신동춘 감독은 OST 작업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직전 거 다시 틀어 봐요.”
“예 솔로곡이요.”
“음- 우진씨꺼 가이드도 다시 들어볼게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난 좀 아쉬운 느낌인데.”
음악 감독과 함께 수집된 곡들을 듣고 씹고 해부했다. 워낙 ‘흥신소’때 음향적인 감각이 특별한 그였고 ‘남사친’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가 OST라 당연했다. 뭐가 됐든 점점 추려지기는 했다. 오프닝곡 강우진 메인 테마곡 화린의 테마곡 엔딩곡 듀엣곡.
모든 게 확정된다면 남는 건 강우진과 화린의 녹음이었다.
이쯤.
『박은미 작가의 25% 넘길까? 스타작가 이월선 신작 화려한 배우 라인업』
이월선 작가의 ‘얼어죽는 연애’ 역시 많은 진척을 보였다. ‘남사친’보다야 느리지만 미니치고는 확연히 빨랐다. 어느새 5부 이상의 대본이 나왔고 배우들도 거의 캐스팅이 완료됐다.
지금은 세트 제작이 한창.
그런 와중에 이월선 작가는 최근 완결 대본을 마친 박은미 작가를 만났다. 원래도 친한 편이기도 했고 강우진이라는 공통사가 있으니 대본 집필 중에 이월선 작가가 먼저 요청했다.
“박작가 오랜만이네?”
“우린 오랜만에 만나야 적당히 유지 되는 사이잖아? 그보다 우진씨는 무슨 역이야?”
“글쎄. 짧지만 어려운 역?”
“그래? 뭐 어쨌든 언니 것도 잘 될 건가 봐.”
“···뭐야 갑자기? 웬 응원?”
“아니 응원은 아니고. 그냥 토템을 믿는 거야.”
“너 요즘 무슨 종교 생겼니?”
“응. 여튼 하나 조언하자면 우진씨 작은 역이라도 대본리딩엔 꼭 참석시켜.”
“왜?”
“딱히 안 그래도 되지만 후회할걸? 참석시켜보면 알아 무슨 변화가 생기는지.”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는 자리였다.
한편 ‘이상만’이 사망한 ‘마약상’ 촬영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김도희 감독 포함 제작진과 진재준 외의 배우들 모두가 미친 듯 집중한다.
왜?
“컷! OK!! 바로 다음 컷 넘어갑시다!”
“진재준씨 스탠바이요!!”
“자자! 다음 주면 얼추 크랭크업(촬영 끝)이니까 조금 더 힘냅시다!”
강우진이 빠졌다는 건 ‘마약상’의 촬영이 얼추 끝났다는 얘기니까. 당연히 끝나는 게 있으면 새로 시작하는 것 역시 있는 법.
장소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bw 엔터 측과 우진씨 출연료 최대한 빨리 협의 보고 정식 계약서 마무리합시다 이번 주 안에는 끝나야 돼요.”
“알겠습니다 감독님.”
일본으로 돌아간 쿄타로 감독은 곧장 본격적인 제작에 시동을 걸었다. 이렇듯 모든 것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착착 진행됐고.
“우진씨 정리되는 대로 라인업 짰던 주연급들 작업 들어갑시다.”
그만큼 시간은 눈독 듯이 녹아 없어졌다.
며칠 뒤 22일 월요일.
장소는 청담동에 있는 고급 한정식집이었다. 한옥 컨셉에 넓은 마당이 있는 곳. 딱 봐도 비싸 보인다. 그중 독채인 VIP룸에 ‘실종의 섬’ 영화사·배급사의 간부들 조감독 등의 키스탭들 그리고.
“어어! 정민씨! 왔어요??”
“예 안녕하세요.”
“허허 ‘한량’ 촬영 슬슬 끝나지?”
“한 이틀 남았습니다.”
방금 베이비펌 류정민이 입장했다. 좌식 룸은 꽤 넓다. 탁자만 얼추 5개가 붙었다. 그중 류정민은 중간쯤에 앉았다. 자리엔 이미 장발의 다른 남자 배우가 앉아 있었다.
“형 오랜만. 한량 잘 보고 있어요.”
“어- 이원아. 살이 좀 빠졌다?”
이름은 김이원. 그 역시 탑배우 반열이었다. 류정민처럼 외모가 독보적이진 않지만 단단한 연기력으로 인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부류. 외모적으론 약간 남자답게 생긴 편.
“권 감독님이 운동 시작하라고 하셔서요. 요 며칠 풀때기만 먹느라 죽을 것 같아요.”
“까라면 까야지.”
뒤로 탑배우 한 명이 더 추가됐다. 이번엔 근육질인 전우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우창이 왔냐?”
“오오! 정민이 형. 크- 드라마 20% 찍고 바로 권 감독님 합류! 기가 막히십니다?”
“오자마자 호들갑이냐 너는.”
탑배우들은 모두 오랜만에 본 탓에 적당히 수다를 떨어댔다. 이쯤 단아한 느낌의 여자 배우가 드륵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오-”
홍혜연과 늘 같은 급으로 꼽히는 서채은이었다. 단발의 서채은은 모두에게 대강 인사한 뒤 배우들 앉은 테이블에 앉으면서 바로 근육질 전우창을 놀렸다.
“우창아. 너 몸 더 키우면 근육 터지겠는데?”
“하하하 누나- 어 나도 반가워요.”
“아니아니 진짜로. 아! 김이원 넌 왜 뼈밖에 없어?”
“응 나도 안녕.”
서채은은 뭔가 단아한 인상과는 달리 말이 좀 센 편이었다. 드세다고 할까? 곧 그녀의 시선이 류정민에게 닿았다.
“오빠 요즘 잘나가더라?”
“너도.”
“뭐 나야 늘 똑같지.”
“아니. 병원 잘나가는 것 같다고. 보톡스 좀 줄여 임마.”
“아! 죽을래?”
국내서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뿌리는 탑배우들이 한곳에 모였다. 당연했다. 여긴 ‘실종의 섬’의 첫 회식 겸 인사를 나눌 자리였으니까. 따라서 주연급들이 다 모인 것. 뭐가 됐든 떠들썩한 분위기 사이로 물컵을 든 서채은이 주변을 둘러본다.
“감독님은?”
대답은 류정민이 빨랐다.
“아직.”
전우창이 근육질 팔뚝을 긁으며 끼었다.
“근데 그 핫한 강우진씨는 오늘 안 오는 건가?”
서채은이 단발을 풀럭이며 양손을 짝 쳤다.
“아! 맞아! 그 신인은 아직 안 온 거야? 헐- 우리가 다 왔는데? 콧대가 하늘을 찌르네?”
“누나 콧대가 제일 높지.”
“전우창 근육 터트려버린다? 그래도 좀 그러네- 데뷔 몇 달 차가 제일 늦게 오는 건.”
팔짱 낀 류정민이 작게 웃었다.
“우리 중에 제일 바쁠 테니까.”
“어휴- 벌써 보인다 보여. 제대로 스타병 걸리셨네. 걔 촬영 중에 무슨 트러블 일으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난 좀 그런 거 꼴 보기 싫은데.”
“너나 잘해 너나.”
“하! 뭐야? 오빠랑 같은 작품 했다고 싸고돌아? 아닌 건 아닌 거잖아?”
여기서 장발을 묶던 김이원이 입을 열었고.
“근데 진짜 강우진씨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권감독님한테 주연으로 바로 낙점 심지어 윤PD님 새 예능도 확정이면 이건 뭐 훨훨 날 일만 남았네. 요즘 우리 사모임 애들 전부 우진씨 얘기만 해요.”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변한 서채은. 그녀가 제작진 눈치를 보다가 목소리를 죽였다.
“근데 강우진 걔 권감독님 친척이란 소리가 있던데? 그거 진짜 아니야?”
바로 반박하는 류정민.
“말이 되냐? 애초 감독님이 그럴 인물이 아니잖아.”
“아니- 말이 안 되니까 그러지. 무슨 데뷔 몇 달에 주연을 먹어? 하여튼 난 좀 걔 마음에 안 들어. 지금도 그래 제일 빨리 와서.”
그때.
-드륵.
나무문이 열리며 무심한 얼굴의 남자가 등장했다. 덕분에 룸 안의 인원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붙었다. 반응이 가장 빠른 것은 류정민이었다.
“우진씨 여기요.”
등장한 것은 강우진. 흰티와 청바지 그리고 모자를 쓴 우진은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스윽.
류정민의 반대편에 앉았다. 즉 서채은의 옆자리. 이어 우진이 모자를 벗고 탑배우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강우진입니다.”
매우 낮게 깔린 목소리. 분위기가 세상 근엄했다. 이는 류정민에겐 익숙하지만 나머지 배우들에겐 낯설었다. 따라서 배우들이 약간 놀란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중 서채은이 강우진을 탐탁지 않게 보다가 먼저 입을 열었고.
“좀 늦으셨네요. 신인이면 제일 일찍 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벌써 콧대 높아지긴 좀 이른데-”
그녀를 약간 냉랭하게 바라보는 강우진. 얼추 몇 초쯤. 그런 우진이 덤덤하게 노빠꾸로 답했다.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가속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