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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MMGA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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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단 (2) >

서채은의 대형 스캔들? 어이없다거나 미치도록 황당해할 게 빤한 소식. 것도 너무 급작스러웠다. 다만 얼굴이 짐짓 진중해진 권기택 감독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서채은씨가 스캔들이 터진다 그것도 대형으로.”

스피커에서 최성건의 답변이 바로 들렸다.

“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럴 것 같다는 건 확신입니까 예상입니까.”

“현재로선 반반이라고밖에는.”

“흠-”

짧게 침음을 뱉는 권기택 감독. 그런 그가 뚫린 도로에 액셀을 밟으면서도 생각에 빠졌다. 당장 떠올린 것은 최성건에 관한 것.

‘최대표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 아침에 장난치는 건 아닐 테고.’

거기다 권기택 감독은 평소 최성건을 높이 사고 있었다. 그럴만한 인물이기도 했고. 일단 연예계에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최성건을 알고 있었다. 배우 관계자 등등. 그만큼 발이 넓지만 최성건은 지금껏 이렇다 할 문제 없이 인맥을 잘 유지해왔다.

정글인 연예계서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물론 최성건은 능력도 좋은 편. 일머리가 있고 눈치가 있다. 나름 잘나가던 시절 키웠던 배우가 많았음에도 홍혜연만 데리고 과감히 독립하는 강단까지. 이 역시 미래를 상정한 판단이었다. 최근엔 단연 독보적으로 치솟는 강우진까지 품었다.

경쟁자가 어마무시했음에도 말이다.

그런 인간이 영화계 거물인 권기택 감독에게 헛소리할 리는 없고 최소 널린 인맥 사이로 뭔가를 주워들은 게 있기에 이러는 거겠지.

‘믿는 건 둘째 치고 홍보 몇 시간 미루는 거야 어렵지도 않아.’

위험한 싹은 미래 밟아 놔야 한다. 권기택 감독은 일단 최성건의 말을 잠시 신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합시다 잠시 뒤에 진행하려던 홍보들 전부 홀드 잡아 둘게요.”

“예 감독님.”

“난 지금 배급사로 가고 있는데 그쪽으로 올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방금 차 돌렸고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나 걸리죠?”

잠시 고요하던 스피커에서 다시금 최성건의 목소리가 퍼졌다.

“1시간 안쪽일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감독님. 이 건은 감독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혹시 벌써 뭔가를 하고 있나요?”

“당장은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배급사에 전화를 돌려야 되니까 끊읍시다.”

“예.”

-뚝.

최성건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권기택 감독은 좌회전하면서도 좀 전에 연락했던 ‘실종의 섬’ 배급사 쪽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받는 것은 빨랐고 권기택 감독이 바로 지시했다.

“오늘부터 쏘려던 언플 전부 일단은 스톱합시다.”

한편 마찬가지로 차 안인 최성건은.

“후-”

작게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일단 진행부터 막을라고 대형 스캔들이라고 씨불였는데 좀 세게 불렀나?”

이제 폭탄 심지에 불은 붙였다. 기든 아니든 일은 진행 시켜야 했다. 행여 강우진의 감이 빗겨나더라도 말이다. 다만 최성건은 차 속력을 높이며 픽 웃을 뿐이었다.

“됐다. 뭐 그땐 그때지. 석고대죄라도 하면 되고.”

뒤로.

‘실종의 섬’ 배급사의 중형 미팅룸에 권기택 감독이 홀로 앉아 있다. 분위기가 고요하다. 때문에 책상을 검지로 톡톡 때리는 권기택 감독의 모습도 퍽 딱딱했다.

“···”

생각과 고심이 가득한 권기택 감독의 얼굴. 이때였다.

-똑똑.

미팅룸에 노크 소리가 퍼진 뒤 유리문이 열렸다. 꽁지머리 최성건이었다. 그 역시 진중한 표정이었고 창가 쪽 자리 권기택 감독에게 인사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빨리 오셨네 앉아요.”

건너편을 가리키는 권기택 감독. 덕분에 최성건이 의자를 빼내 앉았다. 둘 중 먼저 물꼬를 튼 것은 권기택 감독이었다.

“그래서 내용을 들어볼까요? 서채은씨의 대형 스캔들이라는 거.”

톤이 나긋나긋하지만 올곧다. 이에 나름 차분한 최성건은 준비된 멘트를 뱉었다.

“모든 걸 말씀드리기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일단 짧게 설명드리면 제가 거슬리는 정보를 얻었고 그냥 무시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체적인 건 일 처리를 완료하고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보. 어떤 정본가요.”

당연히 현재로선 최성건도 정보는 몰랐다. 그렇기에 적당히 에둘러서 표현했다.

“‘파워패치’ 등 언론사에서 뭔가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다만 묵히고 있는지 아니면 최적의 타이밍을 재고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건 얼마나 정확한 겁니까.”

“말씀드렸다시피 반반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애매함이라도 적당히 넘기긴 좀 불편합니다. 감독님은 어떠십니까?”

“···”

말해 뭐할까. 불편한 정도는 넘어선다. 매년 많은 영화가 쏟아지고 70% 이상은 아무 잡음이 없어도 망한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권기택 감독이었다.

“껄끄럽지.”

“예 그렇습니다. 물론 결정은 감독님께서 내려주시면 됩니다. 저를 신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전 할 일을 할 예정이구요.”

“조용히 움직일 생각인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최대표님을 기다린다면 결과는 언제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최성건이 답했다.

“빠르면 오늘. 아무리 늦어도 3일. 3일 안에 입질이 올 겁니다.”

퍽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 곧 여유 있게 팔짱 끼던 권기택 감독이 작게 웃었다.

“3일이라- 혼자서 가능합니까?”

“혼자 해야 됩니다.”

“좋아요 3일. 최대표님 말인데 3일 정도야 딜레이 시킬 순 있지.”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일단 가보겠습니다.”

-스윽.

다음 약속이 있는 모양인지 최성건이 바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붙잡는 권기택 감독.

“근데 최대표님. 반반이라고 하셨는데 만약 얻은 정보가 틀렸다면?”

발길을 멈춘 최성건이 작게 미소지었고.

“그럼 다행이다 하면서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딜레이 된 건에 대해선 절이라도 하겠습니다. 사죄드린다고.”

약간 질린다는 듯 권기택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그렇게까지. 허허 최대표님도 지금 보니 무대뽀구만.”

같은 날 점심쯤.

스케줄 이동 중인 강우진의 승합차 안. 늘 3명이던 팀 중에 최성건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비어 있는 조수석을 가만히 보던 강우진은.

‘뭔가 알아내신 건가?’

궁금증이 커지는 중이었다. 오늘 아침에 최성건에게 온 톡이 그것을 부추겼다.

-대표님: 시작했다.

매우 짧은 내용. 뭘 시작했다는 걸까? 물론 연예계에 대해 아직 반도 모르는 우진이 뭔가 가늠하는 건 불가능했고.

‘뭐 나는 그냥 빡세게 내 할 일이나 해야 되나?’

응원 대신 열정을 불태우는 것 빼곤 할 게 없다. 능력 쩌는 대표님을 강우진이 걱정하는 것도 웃기니까.

실제로 이 시각 최성건은.

“됐고- 다음은 ‘파워패치’ 편집장.”

한창 바빴다. 방금까지 언론 쪽 힘 좀 쓰는 인물들에게 연락을 돌린 참이었다. 굳이 만날 필요 없는 사람에겐 적당히 전화로 떡밥을 흘렸고 ‘파워패치’ 편집장처럼 얼굴을 봐야 하는 인물과는 약속을 잡았다. 어제 본 김학현도 포함이었다.

“‘파워패치’ 김국장 보고 몇몇 더 만나면 어디서든 입질은 오겠지.”

가능성이 큰 건 ‘파워패치’였지만 다른 언론사도 무시할 순 없다. 최성건은 최대한 촘촘하게 계획을 실행했다. 이어 도로를 달리던 그의 차가 강남역 근방에 도달했다.

한 고급 스시집의 주차장에 차를 댄 최성건.

-텅!

차에서 내린 그가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이어 스시집으로 들어간 그가 입구 직원에게 말했다.

“최성건으로 예약했습니다.”

“잠시만요- 아 네네. 이쪽으로 오세요.”

딱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스시집 홀엔 손님이 많다. 그런 사이를 지난 최성건이 룸이 모인 곳으로 안내를 받았고 두 번째 룸의 문을 직원이 열어 준다.

-스윽.

룸에 들어선 최성건에 눈에 홀로 앉은 사내가 보였다. 덩치가 꽤 크고 얼굴이 넙데데하다. 그가 바로 ‘파워패치’의 편집장이었다.

곧 영업용 미소를 장착하는 최성건.

“어이구- 김국장님. 벌써 와계셨네요?”

김국장이라 불린 ‘파워패치’의 편집장이 보던 핸드폰을 내리며 비죽 웃는다.

“얼른 와요 최대표. 뱃가죽 등짝에 붙겠어.”

재촉하는 김국장 때문인지 최성건이 재빨리 그의 건너편의 의자를 빼냈다. 동시에 최성건이 메뉴를 물었다.

“뭘로 하실래요?”

“하나하나 언제 고르고 있어? 그냥 한꺼번에 나오는 거로 가는 건 어때요? 세트.”

“하하 그러시죠.”

결정하자마자 들어온 직원에게 주문을 마친 최성건이 기대된다는 듯 양손을 비비면서도 김국장의 눈치를 살폈다.

‘기분은 나빠 보이진 않네.’

그렇다면 바로 시동을 걸어도 괜찮겠지. 이어 최성건이 물컵을 들면서도 입을 열었고.

“보자- 요즘 파워패치 좀 조용하네요? 왜? 뭐 건지는 게 없어?”

“이 양반이 보자마자 긁고 그래. 그리고 없긴 뭘 없어? 어? 저번 주에도 큰 거 하나 터트렸구만.”

“에이 요즘 아이돌들 연애하는 거야 흔한데 뭐.”

“그럼 최대표님이 하나 주시던가. 강우진 걔는 뭐 누구 만나는 애 없어?”

대뜸 강우진을 소환한 김국장에게 최성건이 긴 한숨을 보냈다.

“내가 또라이도 아니고. 그리고 우리 우진이는 연기하느라 바빠요 바빠.”

“그렇지? 걔가 지금 뭐 거의 씹어먹고 있긴 해. 캬- 근데 어디서 그런 물건을 주웠어요? 최대표님도 알겠다만 요즘 이쪽에선 걔 얘기로 난리여.”

잠시간 이어지는 강우진 얘기. 그러다 슬슬 때가 됐는지 최성건이 은근 주제를 바꿨다.

“아- 맞아 이건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요즘 서채은 뭔 일 있어요?”

“갑자기?”

“아니 최근 여기저기서 잡소리가 은은히 들리길래. 헛소문이긴 하겠다만 희한하게 비슷한 시기에 말이 도는 거 보니까 이상하다 싶어서. 며칠 전에 만난 김학현도 그렇고.”

“···어어- 그래요? 최대표님 귀에도 들릴 정도야?”

“아니 뭐 그렇게 시끌벅적한 건 아니고. 스치면서 몇 번. 하하하 김국장님은 모르는 표정이시네. 그럼 찌라시보다 못 한 수준인가?”

최성건은 김국장을 살살 긁었다. 떡밥을 솔솔 뿌렸다. 하지만 길게 잇진 않는다. 간질간질할 정도만 짧고 치고 빠지는 그.

“그나저나 저번에 소개해드린 연기 트레이너는 만나 보셨어? 막내 아드님이라 그랬나?”

딥할 필욘 없었으니까. 이어 김국장은 적당히 고맙다는 소릴 해대면서도 약간 표정이 굳었다. 물론 직전에 잠깐 나온 서채은 관련 얘기 때문. 김국장 역시 최성건이 연예계 마당발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서채은 얘기가 돈다고?’

약 한 시간 후.

강남역 주변에 있는 대형 언론사 ‘파워패치’. 큰 건물에서 두 개 층을 사용하는 ‘파워패치’ 중 전 기자들이 왁자지껄 시끄러운 연예부 사무실로.

-스윽.

얼굴 넙데데한 김국장이 훅 들어섰다. 발길이 퍽 다급했다. 그런 김국장이 사무실 오른편을 보고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야! 임상문!!”

그러자 피곤에 쩔은 듯 다크서클이 짙은 대체로 얼굴 톤이 검은 남자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름 익숙한 얼굴이었다. 서채은의 뒤를 캤던 기자 셋 중 한 명.

“아- 편집장님. 또또 혼자 맛있는 거 드시고 오셨네.”

나름 편하게 읊조린 그에게 빠르게 다가선 김국장. 이어 임상문이라 부른 기자의 머리를 가볍게 때린 김국장이 서늘하게 속삭였다.

“내 방으로.”

설명은 없다. 그저 김국장은 성큼성큼 자신의 방으로 움직인다. 곧 머리를 긁적이던 임상문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또 뭐야 시발.”

별수 없이 김국장의 뒤를 따르는 임상문이었고 들어선 방에 문을 닫자마자.

“임상문.”

김국장이 넙데데한 얼굴을 임상문에게 바짝 붙인다. 그의 눈엔 긴박함이 가득했다.

“너 지금 파고 있는 거 아직 멀었냐?”

순간 움찔한 임상문이 일단 잡아뗐다.

“파고 있는 거요? 뭐요? 나 요즘 잡은 거 없습니다만?”

“지랄하지 말고. 야 내가 니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너 요즘 서채은 뒤 따고 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그냥 순순히 불어.”

“···”

“상습적 프로포폴 맞지?”

이쯤 되면 김국장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맞다 싶었는지 임상문이 긴 숨을 뱉었다.

“하- 이 새끼들이 말하지 말라니까. 뭔 비밀이 없어.”

“니 입에서 뱉어졌으면 거기서 비밀은 끝인 거야 이 새끼야.”

“···쯧. 아니요 숨긴 건 그냥 좀 열매가 확실히 열릴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 겁니다. 이것저것 모을 것도 많았고요. 편집장님한테 말하면 바로 갈기라고 하시니까.”

“그딴 건 됐고. 얼마나 진행됐어 그거.”

“서채은 쪽은 얼추 정리됐고 곁다리들이랑 병원 쪽 추가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들은 김국장이 낮게 지시했다.

“곁다리고 나발이고 바로 터트려.”

“아니! 국장님 내가 이럴까 봐 말 안 했다니까요? 진짜 제대로 한방 칠 테니까 좀만 기다려줘요! 많이도 아니야 7월엔!”

“닥치고 바로 해.”

“제가 짠 판이 다 있다니까요? 지금 털면 서채은만 따고 나머진 줄줄 샌다고! 이게 곁다리들도 꽤 맛있을 거라.”

“야 나도 니가 짠 판이 있는 걸 알아서 참고 기다렸다. 근데 안 돼. 너 최성건 대표 알지?”

바로 두 눈을 끔뻑이는 임상문.

“최성건? 그 양반 당연히 알죠. 근데 최대표는 갑자기 왜요?”

“방금 걔랑 점심 하고 왔는데 지나가는 소리로 서채은 얘길 하더라? 바닥에 서채은 잡소리 들리는 것 같다고. 이 새끼야 그 마당발 귀에 들어간 거면 이미 몇 바퀴는 돈 거 아니겠냐고.”

“그게···진짭니까?”

“그럼? 내가 니한테 구라 치냐? 당장은 크게 번진 것 같진 않으니까 어디서 찌라시 던지기 전에 그냥 갈기라고 이 새끼야. 기자 놈아 예술을 하고 자빠졌어.”

싸늘하게 말을 뱉은 김국장이 경고했고.

“후딱 정리해서 오늘 오후 넘기기 전에 던져. 서채은 이름 땅땅 박아서. 너 그만한 특종을 먹었는데 단독 날릴래?”

약간 멍타던 임상문이.

-벌컥!!

몸을 휙 돌려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었다. 도착한 것은 자신의 자리.

“씨발!!”

숙성시키던 특종을 냅다 갈기기 위해서였다.< 차단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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