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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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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 #1 귀향 (1)

“혼인하거라·”

엘릭이 14세일 적의 일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조혼이었다·

엘릭의 기억 속에서 부친 호벤 포트먼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냉막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남겼었다·

“상대는 위빈 남작가의 영애다· 나이는 열여섯에 용모는 빼어나더구나· 게다가 원예를 취미로 하는 얌전한 아이라니 상대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엘릭은 부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작스레 결혼하란 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귀족이 평범한 상인 가문인 포트먼과 결합하는 것이 가장 이해되지 않았다·

그에 관해 물었으나 부친은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의문이 들어 다른 어른들에게도 물었으나 마찬가지로 답해주지 않았다·

결국 여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소년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흐름에 휘말려 여인과 혼인하게 됐다·

마침내 다가온 혼인식 날은 영지가 가장 배부른 계절인 가을의 수확철이었다·

그날의 일은 이리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엘릭에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개안이라 표현해야 마땅한 낯선 세계였다·

“티리아 위빈입니다·”

위빈 영지의 밀밭을 닮은 얌전한 금발이 먼저 이어서 부드럽게 처지는 눈매와 새싹을 닮은 연녹색 눈동자가 부드러움을 자아냈다· 뽀얀 피부는 밀가루 같았고 입술은 체리를 똑 떼어 붙여둔 것처럼 붉고 선명했다·

목소리는 조곤조곤했으나 발음이 또박또박하고 말끝에 힘이 있어 알아듣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곧은 자세나 다소곳이 모은 손은 꼭 쥐면 부러질 것처럼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고집스러워 기품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정의하길 신비롭고 우아했다·

그녀는 꽃봉오리 속에서 새근새근 낮잠을 자는 요정을 떠오르게 하는 소녀였다·

더 나은 표현법이 있을 텐데·

어린 엘릭은 책을 멀리하고 패싸움이나 하던 과거를 처음으로 원망했었다·

“엘릭 인사하거라·”

“안녕하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겨우 두 살 차이일 텐데 그녀와는 너무나도 대비된 스스로의 모습에 부끄러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누군가 속에 불덩이를 쑤셔 넣은 것만 같았고 머리채를 쥐어 잡아 뒤흔드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고 그런 중에 떠오르는 하나의 상념이 있었다·

혼인을 했으니 평생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리란 것·

당시는 그 묘하고 간질거리는 감상을 정의할 말은 몰랐으나 돌이켜 생각해보길 첫사랑이었다·

별다른 하객도 없이 양자의 가족들만 참석했던 혼인식·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고 들어오던 16세의 소녀는 엘릭에게 이성이란 개념을 깨우쳐준 것이다·

엘릭은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게 부끄러워 입꼬리를 아래로 쭉 내렸다·

그녀와 반지를 교환하는 순간엔 웃음기를 좀처럼 참을 수가 없어 인상을 콱 찌푸렸다·

그런 순간이 지나고 홀로 남아 이젠 머리끝까지 차오른 호기심에 집사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왜 나랑 결혼하는 거야?”

불안감·

아마 그것이었을 것이다·

혹시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혼을 무르면 어떡하지·

다시는 저 소녀를 볼 수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에 엘릭은 집사의 멱살까지 쥐고 흔들며 사실을 듣고자 했고 그에 집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정략혼입니다·”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14세의 소년 엘릭 포트먼에게는 그랬다·

“위빈 남작가는 가난합니다· 귀족으로서 삶을 이어갈 자금조차 없어 빚에 허덕이고 있지요· 그에 가주님이 빚을 갚아주고 자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혼인을 요구한 겁니다· 이로써 저희는 귀족에 편입되는 것이지요·”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성사되는 거래를 소년이 어찌 이해하겠는가·

말에서 맥락과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재주가 있던 엘릭은 하나의 사실만을 깨달았었다·

“그 그럼 그분은 팔려 온 거야? 나한테?”

집사는 답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작은 주인에게 실례되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겠지만 어린 엘릭에게 그 행동은 무언의 긍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엘릭은 소녀를 사고파는 나쁜 거래의 중심에 있는 악당이 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엘릭이 14년을 살며 느껴본 것 중 가장 큰 절망감이었고 죄악감이었다·

기사를 꿈꾸던 소년에게 소녀의 삶을 저당 잡는 행위는 그리도 끔찍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엘릭은 해명하고 싶었다·

누구도 그런 일을 종용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에게 쫓기듯 걸음을 보채 신부가 있을 곳을 향했다·

그리고 들었다·

“흑····”

닫힌 문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작은 흐느낌이었다·

누구의 것인지를 의심할 수도 없었다·

인사말을 건네던 소녀의 목소리는 그때까지도 엘릭의 귓가에 잔류해 속을 간질이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녀는 울음소리조차 조곤조곤했고 또렷했다·

이제 엘릭의 속엔 그녀가 건넨 인사말이 아닌 울음소리가 화인처럼 새겨지고 있었다·

쿵쿵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는 기분에 엘릭은 곧장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그녀가 우는 이유를 떠올리려 했다·

팔려와서 슬픈 걸 수도 있다· 가족을 떠난다는 게 괴로울 수도 있다·

생각하면 이유야 참 많았지만 당시 엘릭은 그런 것보다 더 속을 괴롭게 하는 가정에 시달렸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거야!’

아마 결혼 상대인 자신이 성에 차지 않아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이리라고·

그녀는 평생 자신의 얼굴을 보며 괴로워할 것이라고·

그러니 그녀를 괴롭히는 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이대로 갔다간 소녀에게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엘릭을 집어삼켰다·

다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으나 당시의 엘릭에겐 그것이 인생의 지상과제로 여겨질 만큼 커다란 사건이었다·

하여 엘릭은 혼인을 무효로 만들기를 결심했다·

곧장 부친을 만나러 갔고 답은 당연하게도 거절이었다·

“어린아이처럼 굴지 마라·”

부친은 그런 냉막한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것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던 부친다운 행동이었다·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자식·

엘릭은 스스로가 부친에게 그런 존재임을 아주 잘 알았다·

어미의 장례식 날 부친이 얼마나 울었는지도 끔찍하리만큼 자주 들어왔다·

그 일은 아직까지도 사용인들의 안줏거리로 이용되고 있었던 까닭이다·

엘릭이 포기하지 않자 부친은 말했다·

“이젠 너도 귀족이다· 귀족답게 행동해라·”

“하지만····”

“냉철해라·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해라·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마라·”

부친은 그날 드물게 긴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단어엔 얼어붙을 정도의 냉기가 서늘하게 배어 있었다·

“키워준 값을 하거라·”

엘릭은 돌아서는 부친을 잡을 수 없었다·

그를 향한 원망을 토해내 마땅한 일이었으나 참았다·

이미 포기한 관계를 어찌하겠나 싶은 것이다·

엘릭은 그를 향한 원망에 빠져있는 일보다 소녀를 구하는 일에 집중했다·

부친의 도움을 구하는 일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다음으로 찾은 것은 집안의 사용인들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들 중 누구도 엘릭을 도와주지 않았다·

결혼을 물러달라는 14세 소년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나·

세상에 홀로 남은 기분이었고 그럼에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엘린은 극단적인 선택지를 감행했었다·

가출이었다·

‘내가 사라지면 혼인은 무효가 될 거야· 저분은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아도 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아버지는 크게 곤란해질 테고·’

그것은 치기 어린 영웅심이었고 미움받는 게 두려웠던 여린 마음의 발로였다·

또한 가슴이 푹 파일 정도로 날카로운 말을 쑤셔 박던 부친을 향한 복수였다·

‘어디 엿이나 먹어보라지·’

엘릭은 3골드 남짓한 돈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 13세의 생일날 받은 철검을 허리에 찬 채로 신혼 첫날 밤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영혼을 뒤흔드는 죄악감과 두려움에 떨며 부디 그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 아비의 눈을 제대로 피할 작정으로 영지를 넘어 국가를 벗어났다·

타고난 행동력이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

무얼 해야 할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다행히 엘릭에겐 기사에게 배운 검술과 마나 운용법이 있었다·

칼질이나 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음? 용병이 되러 왔다고?”

엘릭은 전쟁 용병이 되었다·

그리고

“카샤라고 해요· 제 이름·”

엘릭 포트먼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소녀를 구하겠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런 것쯤은 진즉에야 희석되었다·

엘릭이 아직까지 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도주 이후 자신을 찾지 않았던 부친에 대한 원망이었다·

먼저 떠난 주제에 염치없음은 알지만 그럼에도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이지 않던가·

산불처럼 커져간 분노를 잡을 길이 없어 그것을 연료로 삼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속에 차오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죽기 위해 휘두르는 검이 되었다·

엘릭은 매 순간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며 전쟁에 참여했고 그럼에도 살아남아 적들의 공포가 되었다·

방어를 모르는 검을 휘두르며 묫자리를 찾아다니는 용병·

대륙 일곱 강자 중 하나 검귀 카샤의 탄생 비화였다·

누구도 모르는 엘릭만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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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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