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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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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한 기질의 변화였다·

스치듯 지나간 상념은 삶이라는 주제에 관한 의문을 던졌고 그것에 엘릭은 ‘가족’이라는 답을 냈다·

타인과 연결되어 하나 되는 일 속 갈등과 오해는 결국 손으로 풀어낼 수 있는 매듭임을 아는 까닭이다·

용기를 품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바라는 미래에 도달함을 깨우친 까닭이다·

답을 내는 순간 경지는 스스로를 허락해주었다·

엘릭이 삶이라는 주제를 반추하여 손에 쥔 것은 매듭을 베어내는 법이었다·

즉 고단한 과정을 베어 최선의 미래로 도달하는 법을 깨우친 것이었다·

금빛 마나가 넘실거렸다·

엘릭의 눈에는 알하다크가 펼칠 수 있는 모든 공세의 경우의 수와 그 해답이 이미 금색 수실의 형태로 보이고 있었다· 그중 하나 출렁이는 수실이 있다면 베었고 그 순간 과정이 생략되어 예견된 대로 결과가 드리워졌다·

그것이 엘하다크의 귀를 벤 과정에 있었던 일이었다·

엘하다크의 표정이 멍해졌다·

수실이 진동했다·

이 순간 그가 느낀 절망감 환희 질시 그리고 갈망 따위가 역류하는 하수도의 폐수처럼 역겹게 엘릭에게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말하니·

“한심한 인종이오· 당신은·”

다만 진실이 전해졌다·

그는 이미 경지에 오를 방법을 자격을 갖췄다·

무력으로 완성되었고 남은 것은 깨달음뿐이었다·

하지만 평생 그 깨달음에는 도달하지 못할 터였다·

그는 내면의 세계 즉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것이 아닌 외부 세계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기에·

“너는······!”

엘하다크가 일그러진 얼굴로 검을 뽑아 들었다·

엘릭은 또 하나 수실을 베었다·

서걱!

그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가 멈추지 않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다음으로 한 번 더 수실을 베었다·

서걱!

그의 발목이 떨어져 나갔다·

쿵!

핏물이 그의 몸을 적셨다·

하나 그는 고통에 비명지르지 못했다·

그의 얼굴 위로 걸린 것은 그저 의문이었다·

“어떻게···”

“말한다고 아시오? 재능이 그리 미천해서야·”

이죽이는 말에 그의 이가 악물렸다·

엘릭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원한으로 쌓아 올린 성이었지· 그게 당신의 눈을 가린 것일 터요·”

어찌 말하여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었다·

원한과 살의가 아닌 인간을 봤더라면 세상을 양분이 아닌 세상 그 자체로 올곧게 바라봤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 텐데·

“뭐 이제와서는 의미 없는 말이겠구려·”

너무 긴 세월이었다·

그의 눈꺼풀 위로 쌓인 아집이 이미 긁어낼 수 없을 정도로 굳어져 엘릭으로서도 그것을 벗겨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만 악한 마음으로 살았으니 그 대가를 치룰 때가 된 것일 뿐이라고·

그리 마음먹으며 엘릭은 알하다크의 목에 검을 겨눴다·

“유언은 있으시오?”

그의 몸을 옭아맨 수실이 진동한다·

감정이 너울거리는 것은 물론이오 그 외에 무력적인 시도가 또 한 번 이뤄지려 하고 있었다·

포기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나 포기하지 못했다 해서 이뤄지는 것은 또 아니었다·

서걱-!

엘릭은 그의 마나 자체를 베었다·

발악하려는 시도를 무위로 되돌린 것이다·

“꺼억···!”

알하다크의 입에서 피가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문득 차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정도였구려·”

20년 전쟁으로 수많은 삶을 스러지게 한 자의 전력은·

그리도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하고 또 짓밟아온 삶의 끝단에 있는 것은·

그것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발악이었다·

“더 추해지기 전에 끝냅시다·”

엘릭의 검 끝이 그의 미간에 닿았다·

엘하다크의 동공이 수축했다·

입이 벌어졌고 모든 수실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했다·

스스로의 죽음을 직감하는 순간 그의 내면에서 깨달음이 이는 듯했다·

진화의 과정이었으나 기다려줄 이유는 없었다·

푸욱!

엘릭의 검이 그의 머리를 정면에서 꿰뚫어 뒤통수로 빠져나왔다·

천천히 그의 숨이 스러진다·

눈동자의 빛이 사라졌고 육신이 늘어졌다·

어찌보면 허무하다 할 죽음이었다·

구태여 달리 말하자면 그렇다·

‘전쟁이 그런 것이지·’

긴긴 용병 세월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목숨은 누구나 하나다·

죽음은 불시에 찾아오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법이다·

허무함이야 말로 전쟁의 본질이었다·

엘릭은 검을 뽑아 뒤돌았다·

서부 전쟁의 끝을 알리는 발걸음이었다·

*

승전보가 널리 울려 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도를 점령한 연합 세력의 깃발이 첨탑 꼭대기에 걸리는 순간 온 대륙이 연합의 승전을 알게 됐고 이후는 긴긴 전쟁 협상의 시작이었다·

연합의 수장이었던 3황자 크레돈 마히르는 황자에 앉아 제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연합은 각 국가별로 찢어져 이 전쟁의 전리품 즉 땅과 재산을 어찌 배분할 지에 관해 하루가 멀게 싸워댔다·

와중 우스운 점이라면 7강에 속한 이들은 그 알력다툼에 질려 다 도망가 버렸다는 것일까·

결국 개인의 입장인 그들에선 나라 간의 알력 다툼은 남 일이었던 까닭이다·

유일한 예외가 천익 린다로스였는데 그는 리하르트의 나라를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녔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뭔 놈의 협상이 두 달째 안 끝나는 거야?”

이그렛은 분통을 터뜨리며 에드워드의 멱살을 쥐어 흔들었다·

에드워드는 그런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왜 나한테 그러는데······!?

이번 전쟁으로 ‘마도 포화 전차’라는 새로운 무기를 발명해낸 그는 이 기술력을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쁜 삶을 살 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왕국의 말도 들어줘야 하고 이리 주주의 투정도 받아주고 있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차라리 제르디아나 하임베르크가 부러웠다·

제르디아는 나자크의 영토를 보존하는 것으로 그저 만족하며 돌아섰고 하임베르크의 신성교국은 ‘성지’ 외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까득까득 이그렛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위빈에 가봐야 하는데! 나도 나도 가고 싶은데······!”

어련하실까·

에드워드는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

엘버스와의 의리를 지켜주기 위해 얼마 전까지 제국 측에서 협상을 돕던 사내·

이 전쟁을 단번에 끝내버리고선 ‘다시는 이 일로 날 찾지 마라’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떠난 사내·

엘릭이 떠난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에드워드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며 속으로 말했다·

‘주주님·’

거기선 행복하신가요?

*

뿌우우우-!

경적과 함께 열차가 멈췄다·

위빈에 도착한 것이었다·

엘릭은 느릿한 걸음으로 열차에서 내렸다·

가을의 공기는 서늘했다·

“살펴 가십시오!”

EW의 선임 이사라는 자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손을 흔들어 답을 대신한 엘릭은 역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문득 묘한 기분이 일어 엘릭은 입을 벌렸다·

‘수확철이구나·’

이리 역의 입구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풀내음이 가득하다·

노을 지는 풍경이 아련한 금빛으로 땅을 물들였고 그에 익숙하고도 어색한 풍경이 조곤조곤 속삭였다·

– 어서 돌아가자·

라고 말이다·

엘릭은 간질거리는 기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이 감상을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보로 이동한 것인데 그러자 그를 알아본 마을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며 환히 웃었다·

엘릭은 미소로 화답하며 발걸음을 보챘다·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마을 사람들도 구태여 엘릭을 잡지 않았다·

역에서부터 마을의 광장 광장을 빠져나가 큰 도로로 엘릭은 그렇게 광활하게 펼쳐진 밀밭으로 도착했다·

고향이 엘릭을 반겼다·

노을빛을 삼킨 밀밭이 살랑살랑 춤추듯 기지개를 켰다·

풀이 스치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저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소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엘릭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그의 걸음은 조금 더 빨라졌다·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직후 저 멀리 저택이 보이는 거리까지 움직인 순간·

바스락-

밀밭이 흔들렸다·

고개를 돌린 엘릭은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여인이 있었기에·

“아···”

펑퍼짐하고 활동에 용이한 드레스를 대충 갖춰 입은 여인이었다·

밀짚모자 아래로는 위빈의 밀밭을 닮은 금발이 바람에 흔들렸고 우아하게 처진 눈매 속에는 싱그러운 풀잎을 닮은 눈동자가 잘게 반짝였다·

마치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심장을 움켜쥐었다·

‘밀을 보고 있었구나·’

생각이 치솟는 순간에도 엘릭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비단 엘릭 뿐만 아니라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가만 바라보기만 했다·

엘릭은 기시감을 느꼈다·

이 상황을 딱 지난해 이 시기에 마주했던 것만 같아서였다·

– 어째서···

차오르는 것은 장난기였다·

엘릭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삼킨 채 익살스레 물었다·

“어찌 이곳에 나와 계시오?”

그러자 여인 티리아가 입술을 잠시 다물다 긴 숨을 흘려냈다·

이윽고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자신을 향했다·

그녀의 얼굴 위로 그려지는 것은 환한 미소였다·

“당신의 부인이니 이곳에 있는 것이지요·”

엘릭은 티리아에게 다가갔다·

티리아 또한 엘릭을 향해 걸어 나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체온과 숨결이 오갔고 노을 진 밀밭의 온기가 그 위로 내려앉았다·

결국 그런 이야기였다·

“다녀왔소·”

부인은 밀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그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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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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