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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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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 #2 책임과 의무 (6)

저녁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체감상 시간이 그랬다·

어떤식으로 사과를 할까 어찌 서두를 떼어 무슨 말로 사과를 하여야만 할까·

엘릭은 생전 해본 적 없던 일을 코앞에 두고 고민을 이어봤지만 시원스레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결국 부딪혀봐야 아는 일이라는 것일 터다·

위빈으로 돌아온 후 처음 맞이하는 티리아와의 저녁 식사는 그리 시작되었다·

“제가 늦었는지요·”

막 식탁 위로 에피타이저가 올라오는 순간 그녀가 등장했다·

옷차림이 낮과는 달랐다· 엘릭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소· 앉으시오·”

나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반겼지만 귀족의 예법에 맞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엘릭이 이쪽으로는 무지했던 까닭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과 같은 코스 형식의 식사가 엘릭의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나 어린 시절은 효율을 중시하는 부친의 성격상 저녁은 하나의 요리로 끝냈다·

전장에선 식사 시간을 따로 빼어 두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부디 거슬리지는 않아야 할 텐데 걱정했고 다행히 티리아는 크게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가주도 앉으시지요· 서 있기 불편하실 텐데·”

티리아가 의자에 앉으며 말하는 것에 엘릭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드십시다·”

식기를 들었다·

엘버스 그레이엄에게 듣기론 식사에 필요한 식기가 열 가지는 넘어간다고 했는데 위빈의 코스는 그렇지 않았다·

숟갈과 포크와 나이프· 단촐한 구성이었고 그것이 엘릭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했다·

한입 크기의 상큼한 풀을 우물우물 씹은 엘릭은 티리아를 살폈다·

그녀는 평소처럼 달그락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우아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슬슬····’

아니 시작부터 대뜸 본론을 꺼내는 것은 갑작스럽지 않을까·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해보자·

“오늘 일은 어떠셨소?”

“밀의 상태가 괜찮습니다· 수확량도 얼추 높게 잡을 듯하고·”

“그렇소?”

“예 7년 전 이후 최대의 풍년입니다·”

“아하····”

말이 끊겼다·

엘릭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화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새삼 떠오른 마음에 고심하던 엘릭은 이윽고 깨닫고 말았다·

집을 떠난 이후 남과 그럴싸한 대화를 한 기억이 그리 많이 없었다·

그나마 대화다운 걸 나눴던 엘버스 그레이엄은 그 스스로가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내였다·

가진 게 칼재주 뿐인 것이 통탄스러운 순간이었다·

“그····”

무어라도 말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엘릭은 연신 화두를 던졌다·

주로 영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나 역시 분류해보자면 ‘날씨가 참 좋지 않소?’ 따위의 대화를 길게 이어가기 힘든 종류의 질문이었다·

결국 메인 디쉬가 나올 때까지 어색한 분위기는 지워지지 않았다·

엘릭은 속절없이 지나는 시간에 초조함을 느끼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다 뭐하는 짓이더냐·’

스스로를 질책했다·

왜인지 이런 행위가 비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사과를 하기 위해 불러놓고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만 허비하니 그 일이 매를 맞기 싫어서 뻗대고 있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일상적인 대화를 아무리 이어가 봐야 사과와 접점은 만들 수 없다·

칼을 뽑지 않으면 적을 벨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달그락·

엘릭은 식기를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어 티리아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소음에 고개를 든 상태였다·

이제야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어딘가 무심하고 무뚝뚝한 기색이 있고 고고함이 있다·

그녀는 무슨 일이 닥쳐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킬 사람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랬다·

티리아 포트먼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쓰러져선 안 되는 삶을 산 것이다·

인간은 자라온 환경에 의해 완성된다는 엘버스 그레이엄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누구도 편들어주지 않는 삶 속에서 홀로 버텨왔기에 이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말 할 수 있었다·

엘릭은 그녀를 외롭게 만든 사람이었다·

“사실 이리 부른 목적이 있소· 낮에 밀밭에서 말했던 그 용건이오·”

“나누고 싶은 대화가 있다 하셨지요·”

“그렇소·”

“말하시지요·”

티리아의 고개가 조금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의 시선은 식탁 위를 향했고 손은 가지런히 모여 무릎 위를 향했다·

그게 왜인지 엘릭의 속을 저미게 했다·

꼭 혼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닌가·

단두대 위로 목을 쭉 빼두고 있는 것 같지 않나·

혹시 위빈 가의 일로 혼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쫓아낼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체념의 기색이 못내 안타깝다·

그녀는 실로 그런 일이 벌어져도 의연한 태도로 수긍할 것 같다는 생각 탓이었다·

그녀는 조금도 그런 취급을 받아선 안 될 사람일 텐데·

엘릭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내뱉었다·

“···미안하오·”

티리아의 미간이 좁아졌다·

직후 고개를 든 그녀는 의아함을 품은 눈을 하고 있었다·

엘릭은 쓰게 웃었다·

“미안하오· 내 당신께 사과를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초청한 것이오·”

“무엇을 사과하시는 겁니까?”

뭐든 사과를 받는 게 맞을 텐데 왜라니·

엘릭은 곧장 말했다·

“모든 걸 다· 10년 전 그리 떠난 일을 지금에서야 돌아온 일을 과정에서 당신을 찾지 않은 일을 다 사과하고 싶소·”

그 순간이었다·

엘릭은 처음으로 그녀의 표정이 감정을 그리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니 처음은 아닌가? 위빈에 돌아온 날 밀밭 사이에서 튀어나온 그녀와 마주쳤을 때· 그때의 그녀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기다란 속눈썹 아래 드리워져 있던 녹색의 눈동자가 훤히 드러난다· 곧게 힘이 들어가 있던 눈썹은 부드럽게 휘어지고 붉은 입술은 작게 벌어졌다·

어깨에 힘이 빠지며 유려한 목선이 더욱 도드라진다·

놀란 얼굴이었다·

엘릭은 말을 더했다·

“변명같이 들릴 걸 아오· 그럼에도 이유를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덧붙여보자면 당시의 내가 너무 어렸소· 그날의 일은 충동적인 결정이었소·”

시작은 티리아가 슬퍼할 결혼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였으나 가출까지 감행한 이유는 결국 부친의 말이었다·

-키워준 값을 하거라·

언어로 된 비수는 지금까지도 엘릭의 가슴에 꽂혀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처음엔 증오 이후엔 급박함 끝에선 망설임이었소· 10년 전의 나는 아버지가 너무 미워 이 땅을 떠났소· 그게 당신을 이리 힘들게 한 줄은 몰랐소· 당신이 이미 본가로 돌아갔으리라 여겼····”

···아니 변명이다·

이 결혼이 계약으로 시작된 정략혼임을 생각하면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았다·

위빈의 일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바로 알 수 있을 일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떠올리지 못한 것은 그 사실로부터 무심코 회피해온 까닭이다·

엘릭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오· 말로 사과를 끝내려는 것은 아니오· 나는 대가를 치를····”

“제가 아니었습니까?”

“···음?”

고개를 드니 티리아는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아차’하는 기색이었다·

“···죄송합니다· 말을 끊어서·”

그것이 걸렸던 게로구나·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엘릭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그리고 아니오· 당신은 내가 떠난 이유가 아니었소·”

당신은 그저 나와 아버지의 일 사이에 불행히 휘말렸을 뿐이라고·

엘릭은 그리 말했다·

감히 용서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세월을 더럽히고 말 뿐인 사과로 끝내는 것은 사과하지 않는 일보다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엘릭은 그가 할 수 있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다행히 그녀에게 건네줄 수 있는 게 있었다·

‘유산·’

부친의 유산이 있다·

그것은 부친이 평생을 일궈온 모든 것이고 티리아가 한 손 거들어 쌓아 올린 부였다·

애초에 정당한 그녀의 몫이었다·

그것 말고도 이 영지와 가문 역시 책임과 의무를 지켜온 그녀에게나 정당한 것이었다·

엘릭은 평생 그것으로부터 도망쳐왔다·

책임은 이미 질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음에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의무를 다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이젠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치기 어린 소년은 살인이나 일삼는 전쟁 용병이 되었다· 서러움에 홀로 울던 소녀는 결국 홀로 버티는 법밖에 알지 못하는 여인이 되었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10년 전이어야 했다·

이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어 봐야 그날과 같은 시작을 할 수는 없었다· 이제와 괜히 끼어들어 봐야 그녀가 일군 것은 빼앗아 가는 약탈자밖에 되지 않으리라·

서로를 위한다면 멀어지는 게 맞는 관계임에 엘릭은 그제야 마음을 정했다·

‘떠나자·’

그녀는 그녀가 마땅히 취해야 할 모든 것을 건네주고·

또한 이 다리의 부상이 모두 낫는 날·

그녀의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포트먼이 일군 모든 것을 그녀에게 안겨주고 떠나면 될 것이다·

“혹 사과를 받아주실 수 있겠소?”

엘릭은 정중하게 물었다·

어느새 안색을 회복한 티리아는

“···사과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원망한 적이 없었으니·”

그녀답게 답했다·

그리하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식사를 이어갔다·

달그락 소리가 잠시 일었으나 이내 멎었다·

의뭉스러웠으나 굳이 의도까지 파헤치려 하진 않았다·

결심은 이미 굳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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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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