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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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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 #3 수확제 (3)

결국 고른 옷은 기성복에 가까운 검은색의 정장이었다·

-기성복이 왜 기성복이겠습니까· 누가 봐도 무난한 옷이기 때문입니다· 도련님께선 스스로의 감각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알디오의 따끔한 일침이 유효했다·

갈아입고 보니 그제야 직전 입었던 옷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느껴졌고 그건 티리아의 반응을 통해 더욱 굳건히 확신할 수 있었다·

티리아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엘릭은 수치심을 느꼈다·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겨우 나온 도심지다·

엘릭은 새삼스러움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위빈에 돌아온 이후 한 번도 도심지 광장을 간 적이 없던 까닭이다·

돌아온 첫날은 저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만 갔었고 그 이후 있던 두 번의 외출이라 해봐야 부친의 묘소에 들른 것과 위빈 가의 저택에 간 것이 끝·

그런 만큼 광장을 보는 엘릭의 눈빛엔 그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묻어나고 있었다·

“변한 게 없구려·”

원형의 광장이었다·

딱히 분수대 따위의 장식물 없이 그저 커다랗기만 한 광장이고 그것을 둘러싼 것은 위빈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여러 가게였다·

가게의 이름 또한 10년 전과 그대로였다·

길 가다 마주하는 이들이 공손히 인사를 해온다·

엘릭이 손을 흔들어 그걸 받아주고 있자 티리아가 말했다·

“10년간 무탈했으니 자리를 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랬소?”

“하나 바뀐 건 저기 보이는 식당이 아들 부부에게 가게를 물려준 것 정도지요·”

“···내 저 가게를 아오·”

“그렇습니까?”

“어릴 적 저 가게에서 간식을 얻어먹은 일이 아주 많았소· 주인장이 참 목청이 좋았지·”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한참이나 놀다 배가 고파질 즘 찾아가면 주인장은 허허 웃는 얼굴로 외쳤었다·

-요 사고뭉치들! 오늘도 왔구나!

그리하곤 식당 구석의 테이블로 이끌어 식전 빵에 잼과 고기를 넣어 샌드위치를 줬는데 그 맛이 아직 엘릭의 기억 속에 있었다·

크게 맛있진 않았지만 따스했다·

맛보다는 언제나 웃으며 대해주던 주인장의 온기가 따스했던 걸지도 몰랐다·

추억에 빠져있으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수확제를 준비하며 곳곳에 세워지는 가건물들을 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그리 주변을 둘러보던 중 엘릭은 티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티리아를 뒤늦게 발견했다·

“···아 미안하오· 오늘은 일을 하러 나온 것이지·”

“죄송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니·”

“하하 그럼 슬슬 시작해보지· 뭘 하면 되오?”

“감독입니다· 올라와 있는 가건물들을 살피며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확인하면 끝이지요·”

엘릭은 고개를 끄덕였고 티리아는 그의 걸음걸이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크게 볼 것은 없었다· 가건물이라 해봐야 가판대가 대부분에 그나마 큰 것이 건물 하나 크기의 캠프 파이어·

질서를 위해 땅에 그어진 선이나 축제를 기념하는 여러 장식물을 다 살펴도 고작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꽤 쉽게 일이 끝났구나·

그리 판단하던 순간이었다·

“이제 점주들을 만나러 가보지요·”

“음?”

“광장 근처의 가게들은 축제 날에 특히 인파에 혼란해집니다· 하여 미리 안전 검사를 해둬야 하지요·”

과연 그럴싸한 말이었다·

실제로 기억을 더듬어보면 축제가 다가올 즘의 가게 앞엔 새끼줄을 꼬아 만든 줄을 만들어 뒀었다·

“그런 걸 다 확인하는 것이오?”

“사고가 있으면 안 되니 당연합니다·”

꼼꼼하기도 해라·

하긴 부친의 성격이라면 계획되지 않은 사고를 극도로 경계했었을 것이다·

엘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봅시다· 내 점주들과도 인사를 해보고 싶소·”

아직 자신을 기억할까·

그런 생각이 엘릭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점주들이 단번에 엘릭을 알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 알디오조차 긴가민가했을 만큼 큰 변화가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그리 안타깝지만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어릴 적의 엘릭은 기억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으 으음? 정말 그 엘릭 도련님입니까? 위빈의 사고뭉치?”

엘릭은 점주의 말에 허허 웃었다·

반가움이 가득 그의 속에 감돌았다·

“기억하고 계시구려·”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겠습니까· 저희 가게 직물을 얼마나 해 먹으셨는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픈데!”

옷가게의 주인이 껄껄 웃으며 내뱉은 말에 엘릭이 움찔했다·

“그 그랬나···?”

“암요· 동네 꼬맹이들 다 끌고 와서 공성전이니 뭐니 소리치던 게 기억이 나는군요· 히야··· 그 사고뭉치가 이렇게···!”

점주는 추억에 빠져 흐뭇한 얼굴을 만들었으나 엘릭은 웃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여기뿐만 아니라 근처 점포에서 한 번씩은 사고를 쳤었다·

자연히 티리아의 눈치를 보게 된다·

데굴데굴 눈을 굴리니 티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부끄럽구려· 내 옛날엔 조금 별난 아이였던지라·”

“알고 있었습니다·”

“그 그랬소?”

위빈 가에까지 그 악명을 떨칠 정도였다니 엘릭은 자신의 과거가 두려워졌다·

와중 점주가 말했다·

“하여튼 반갑습니다· 위빈을 떠났다고만 들었는데 이리 돌아오시니 참 기쁘군요!”

“···그때 해 먹었던 직물들 꼭 변상하겠소·”

“되었습니다· 얼마인지 기억도 안 나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도련님 덕에 시장이 그렇게 활기찼지요·”

점주의 얼굴이 이내 씁쓸해졌다·

“요즘은 참 조용하니 한 번씩 그때 생각이 납니다· 아십니까? 도련님이랑 사고나 치던 것들이 거의 다 큰 도시로 갔덥니다· 크게 한탕 해보겠다면서 떠난 지가 벌써 5년인데 영 돌아올 생각을 안 하니····”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발전은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거리감을 줄여줬다·

오가는 일이 자유로워지니 젊고 야망 있는 아이들은 큰 도시로 향하는 건 당연지사다·

옛날처럼 농사 일을 이어받는 일은 이제 잘 없는 것이다·

“···뭐 그래도 한 번씩 편지는 하더군요· 아 뤼튼을 기억하십니까? 도련님 오른팔 말입니다·”

“그 친구를 내가 어찌 잊겠소·”

“기사가 되었다덥니다·”

“오 정말이오?”

“예 위빈의 자랑이지요· 뤼튼의 아비가 아직도 그리 자랑질을 해대고 다니니 원····”

점주의 말에 엘릭은 반가운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기사가 되는 거야! 우리 왕국에서 제일가는 왕실 기사!

-응! 대장만 믿고 따라갈게!

아 그랬었지·

함께 기사의 꿈을 꾸던 친구였다·

다시 생각해보면 체격도 좋고 힘도 강해 원한다면 얼마든지 기사가 될 수 있었던 친구가 아니던가·

‘자네는 꿈을 이뤘군·’

다행인 일이었다·

이리 전쟁용병이 된 자신과는 달리 친우는 꿈을 이뤄서·

“가주·”

티리아가 말했다·

“안전 검사가 끝났습니다· 슬슬 다음 가게로 가보지요·”

“아 그래야지·”

이리 말이나 나누고 있는 동안 일을 다 끝낸 듯하다·

엘릭은 머쓱함을 느끼며 점주에게 말했다·

“그럼 내 또 찾아오겠소·”

“옷을 지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주시지요·”

“그래 내 그리하지·”

그리 작별하고 가게를 나서 이후로도 꽤 많은 가게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언제나 밥을 얻어먹던 식당·

주인이 바뀌었으나 그럼에도 아는 사람이었다·

“엘릭? 네가 엘릭이라고?!”

알 수밖에 없는 게 가게를 물려받은 아들이 엘릭과 친구였다·

“이런 미친! 진짜 돌아왔구나!”

그의 이름은 바트였다· 전쟁놀이에선 언제나 보급병이었고 사고를 칠 때면 가장 먼저 도망가던 눈치 빠른 놈·

새삼 인연을 마주함에 엘릭은 그와 포옹했다·

이어지는 것은 수다였다·

추억팔이는 암만해도 모자라다·

반가운 기분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때 기억나냐? 응? 뒷산에 몰래 올라갔던 날 말이야·”

“늑대형 마수를 먼발치에서 보곤 다들 흩어져서 도망갔지· 아무도 안 죽은 게 기적이지 않았나·”

“그래! 기억하는구나!”

그리 낄낄대며 웃다 보니 문득 과거와 가까워짐에 또한 전쟁터에서 구르던 자신이 흐려짐에·

엘릭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게 문제였을까 이번 가게에서 엘릭은 안전 검사를 하지 못했다·

그 역할을 한 것은 티리아였다·

“가주 일이 끝났습니다· 슬슬 돌아가지요·”

“앗····”

낭패어린 기색에 소리를 흘리니 티리아는 말했다·

“되었습니다· 친우를 만나 반가운 마음은 이해하니·”

“미안하오·”

“엘릭 나쁜 남편이구나·”

바트가 낄낄대자 엘릭은 그를 노려봤다·

바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잘 가라고· 축제 때 꼭 밥먹으러 오고·”

여하튼 능청스럽긴 참 여전하다·

엘릭은 피식 웃으며 그와 작별했다·

“그래 그때 보지·”

그리 가게를 떠났다·

바트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여보·”

“아 미안· 금방 갈게·”

“뭘 그리 봐요? 친구 만나서 좋은 건 알겠는데 우리 준비할 게 많잖아요·”

“그냥··· 좀 신기해서·”

바트의 시선은 여전히 엘릭이 떠나간 자리를 향하고 있었다·

“저 두 사람이 결혼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네?”

“그냥 그렇다고·”

바트는 뺨을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떠올리는 것은 지난 추억이었다·

-야! 못난이!

-···아니야·

-못난이 맞잖아! 얼굴이 팅팅 부어서 못생겼는데? 알디오가 말했어! 예쁜 사람은 얼굴이 엄청 갸름하다고!

피식 바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 저 둘이니까 결혼한 건가?’

그 아가씨한테도 겁 없이 다가가던 놈이니 어쩌면 이쪽이 어울릴 수도 있겠지·

바트는 떠오른 생각들을 털어내고 주방으로 향했다·

뜻밖의 재회는 꽤나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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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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