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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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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 #3 수확제 (5)

결국 오후까지 일을 해버렸다·

그마저도 중간부턴 마감 기한에 쫓기며 티리아가 홀로 일을 끝냈다·

엘릭은 그녀의 일처리 속도에 경악을 띄워 올렸다·

세상에 서류 하나를 다 보는 데 10초가 안 걸린다니 어찌 저리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갈 수가 있는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이제 마차를 타고 도심지로 나온 참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구려·”

슬슬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시간 하늘은 붉은 기보다 푸른 기가 더 강했다·

위빈의 모든 사람이 다 광장으로 몰린 것인지 이 한적한 땅이 복작거리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 위론 미소가 가득 피어있었다·

평화였다·

같은 시간을 살아감에도 이곳만큼은 서부와 다른 평온이 온 땅을 적시고 있었다·

미소가 나옴은 어쩔 수 없음이라 참으로 사랑했던 고향이 이대로 평온하길 바라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음이라·

괜히 들뜨는 마음에 엘릭은 티리아에게 말했다·

“조금 시간이 남는데 둘러보기라도 하겠소?”

“괜찮으십니까?”

티리아의 시선이 무릎을 향하는 것에 엘릭은 큭큭 웃었다·

“과격한 움직임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소·”

애초에 마나로 몸을 지탱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것도 가능했다· 지팡이까지 짚으며 움직이는 건 최대한 관절의 무리를 줄여 회복에 전념하려는 이유였고·

티리아는 고민하는 듯 무릎을 빤히 보다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릭은 손을 내밀었다·

“가십시다·”

그 순간 멈칫 티리아의 어깨가 떨렸다·

엘릭은 ‘아차’하는 마음을 띄워 올렸다·

‘이런··· 너무 친한 척했나?’

그저 에스코트는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저지른 행동인데 생각해보니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꼴로 에스코트를 하는 것도 우습다·

그녀가 자신을 에스코트한다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 꼴이 될 테다·

엘릭은 황급히 손을 거두려 했고

“···가지요·”

그것보다 빠르게 티리아의 손이 뻗어 나왔다·

엘릭의 몸도 멎었다·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꽉 쥐면 부러질 정도로 가녀린 손가락이 부드러운 피부 결이 생경함이 되고 있었다·

날씨가 서늘한 탓인지 조금은 차가운 손이었다·

“가주?”

“아··· 그래 가야지· 어디부터 가보시겠소?”

마음을 다잡고 물었으나 엘릭의 정신은 조금 어수선했다·

“···식당의 친우분께서 들르라 하셨지요· 거긴 어떠십니까?”

“좋소· 한 번 가보지·”

딱 지팡이를 짚었다·

느린 걸음으로 광장을 걷기 시작한다·

식당까지는 300걸음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건만 그 순간이 참 길게 느껴진다·

맞잡은 손 때문이었다·

아니 이걸 맞잡았다고 할 수 있을까·

티리아도 엘릭 본인도 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것은 꼭 서로를 옭아맨다기보단 구부린 손을 갈고리처럼 걸어놓은 형태였다·

누구 하나 조금만 힘을 준다면 풀어낼 수 있는 정도의 헐거운 구속이었다·

한데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손이니 그 오묘함이 속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괜히 멋쩍어진다·

어색함에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해보다 막상 손을 떼어내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에 걸음을 좀 더 늦추기도 해본다·

그 마음이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스스로 질책도 해봤으나 영 와닿지는 않는다·

자연히 그녀에게로 신경이 쏠린다·

이리 손을 잡고 걷는 것을 불편해하진 않을까 그녀의 무표정함 뒤로 숨겨진 감정은 무엇일까·

혹 받아들인 것은····

“가게가 붐비는군요·”

흠칫―

사고가 끊겼다·

엘릭의 시선이 바트의 식당을 향했다·

확실히 티리아의 말대로 아주 바빠 보였다· 입구 앞으로는 줄까지 서 있으니 식사를 하려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할 터다·

엘릭은 아쉬움과 후련함을 동시에 느꼈다·

“으음 다른 곳으로 가보시겠소?”

“괜찮으시겠습니까?”

“오늘만 날은 아니니 말이오· 다음에····”

다음? 다음이 있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멎는다·

하나 다행히도 찰나였다·

엘릭은 괜한 생각을 애써 외면하며 답했다·

“···다음에 따로 만나러 오면 될 일이오·”

“그러시다면·”

티리아의 시선이 광장을 훑었다·

옆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니 그림이라기엔 꽤 괴리감이 있다·

시골 도시의 풍경 속에서 그녀만이 이질적인 고귀함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를 이루는 모든 요소는 지극히 귀족적이었으며 절제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수선한 축제보단 연회장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으니 티리아가 이윽고 가판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 있는 것이라도 먹어 보시겠습니까?”

길거리 음식이다·

“괜찮겠소?”

“안 괜찮을 이유가 있는지요·”

“그냥 조금 의외라서·”

엘릭은 작게 웃었다·

“저런 것도 좋아하시는구려·”

“싫어하진 않습니다·”

“알겠소· 먹으러 갑시다·”

그리 엘릭은 티리아의 주도 아래 축제를 구경했다·

고향의 음식은 맛있었고 볼거리는 많지는 않았으나 즐길 만했고 평온함은 지극한 만족감이 되었다·

그리 해가 지고 연설이 시작될 때까지 헐겁게 맞잡은 손은 풀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가 그 손을 풀지 않았다·

그녀의 속은 알지 못하나 엘릭의 속내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명료했다·

이 손을 풀면 다시는 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상념 탓이었다·

 

*

 

해가 저물었다·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단상 위로는 티리아가 올라가 있었고 엘릭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알디오와 함께 그녀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올해도 무사히 수확이 끝났음에····”

참으로 조곤조곤한 목소리였으나 그녀 특유의 또렷한 발음이 있어 알아듣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음에도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침묵하는 이유가 그것일 터였다·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불어오는 바람조차 그녀의 목소리를 퍼뜨리기 위한 전령으로 느껴지는 와중이다·

“어울리는구려·”

엘릭은 무심코 말했다·

“저리 단상위에 있는 모습이 참 어울리는 분인 것 같소·”

“예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님이 사내분이셨다면 위빈 가가 지금처럼 가난하진 않았으리라고·”

확실히 그럴듯했다·

그녀는 당당함에도 오만하지 않았고 기품있음에도 화려하지 않았다·

엘릭은 저런 절제된 권위를 품은 사람을 딱 한 명 알았다·

친우인 엘버스 그레이엄이 그러했다·

그에게서 경박함이나 허허로움을 덜어내면 꼭 그녀 같은 사람이 나올 터였다·

하지만

“음 사내라면 조금 싫을 것 같소·”

그저 감정은 그랬다·

엘릭은 킥킥 웃으며 말을 더했다·

“재수 없지 않소· 친구는 못 되었을 것 같구려·”

만약의 일이라곤 하나 그조차도 기껍지 않았다·

티리아 위빈은··· 아니 티리아 포트먼은 저런 여인인 게 좋았다·

여인으로 있어도 넘치리만큼 훌륭한 사람이었다·

엘릭은 그리 생각했다·

“도련님도 참····”

알디오가 작게 웃었다·

엘릭은 의아함의 띄워 올렸으나 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먼저 마차가 있는 쪽에 가 있겠습니다·”

“데린이 같이 나오지 않았소?”

“축제이지 않습니까· 같이 끼니를 떼우기로 약속을 잡아뒀습니다·”

“아아 그리하시오·”

마부 데린은 부친이 있을 적부터 20년이 넘게 포트먼의 마부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알디오와 연배가 비슷하여 두 사람이 친우로 지내고 있음은 엘릭도 잘 아는 사실이니 굳이 더 추궁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지요·”

“좋은 시간은 무슨·”

알디오는 왜인지 속에 걸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떠나갔다·

그쯤 티리아의 연설이 끝났다·

“그럼 점화식을 시작하겠소·”

그녀가 손을 들자 커다란 횃대를 든 사내들 몇이 나왔다·

광장 한가운데 단상 옆으로는 건물 크기로 쌓인 장작더미가 있었다·

그 밑 지푸라기에 횃대를 대자 화르르륵! 장작이 타올랐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울려 펴진다·

둥둥 북소리가 울린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술잔을 높이 들며 건배사를 읊는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다·

엘릭은 그런 광경에서 시선을 돌리고 티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며 또렷해지는 이목구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오르는 불길 탓인지 조금 붉게 보이는 얼굴이 유독 생동감을 띠고 있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에게 엘릭은 말했다·

“수고했소·”

“연설은 어떠했는지요·”

“나는 당신처럼은 못하겠더구려·”

“도와드리겠습니다·”

뻐끔 입술이 달싹인다·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은 또 삼켜진다·

전과는 다른 이유였다·

타오르는 불꽃 탓인지 사람들의 웃음소리 탓인지 그도 아니면 오늘 하루 느꼈던 묘한 감상 탓인지·

“당신이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소· 난 또 그걸 지켜보고·”

스스로도 지킬 자신이 없는 말을 기약하게 된다·

그녀의 시선이 춤추는 사람들을 향했다·

“···예·”

엘릭 또한 그녀가 바라보는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늙은 부부가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멋모르고 그 노부부를 따라 하고 있었고 저 구석 어딘가엔 수줍음을 품은 젊은 남녀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들 각자가 품은 감정엔 조그마한 차이가 있겠으나 커다란 그림이 그리는 감정은 행복이었다·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고 엘릭은 문득 그리 말했다·

“춤 추시겠소?”

고개를 돌려 티리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이 느릿하게 움직여 엘릭을 향했다·

엘릭은 지팡이를 더 꽉 쥐었다·

역시 타오르는 불꽃 탓일 터다·

그녀의 얼굴색이 평소보다 붉어 보이는 이유는 또한 눈동자가 일렁이는 이유는·

분명 그런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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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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