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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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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 #1 귀향 (2)

전장의 광기는 지독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한 이를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하는 일과 칼날과 화살비가 사방에서 짓쳐드는 걸 마주하는 일 그리고 며칠 밤을 지새우며 칼질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할 정도의 지독함이었다·

전장을 감싼 죽음이 나만은 빗겨가리란 착각은 첫 전투에서 깨지는 법이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전장을 떠나지 않는 이상 평생··· 아니 전장을 벗어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악우였다·

그런 곳을 10년이나 전전한 엘릭의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죽기 위해 검을 휘두르니 살고자 하는 남들보다 곱절은 피폐한 꼴인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엘릭이 아직 살아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정신의 마모를 육체의 강건함이 이겨낸 까닭이다·

오늘 죽을 것처럼 적진에 달려들어 눈앞에 살아있는 것이 없어질 때까지 칼질을 멈추지 않는 짐승·

전장에서 절대 마주해선 안 될 검붉은 눈동자·

검귀 카샤를 이르는 말들은 그다지도 흉악했으며 그를 향한 병사들의 경외는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까보면 그의 전설은 무모함을 뒷받침해주는 무력과 운에서 나온 것이었다·

20여 년간 이어져 온 대륙 서부의 패권 전쟁을 겪은 모든 이가 검귀 카샤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귀신이라고 이르지만 엘릭에겐 그저 우스운 낭설이란 말이다·

뿌드드득―!

제아무리 강자라 해도 살아있는 생명인 이상 부러질 때가 있는 법이었다·

엘릭 또한 그랬다·

‘중상이구나·’

국경선을 다투는 전장 한가운데 일천의 병사를 홀로 막아내야 했던 극악한 상황이었다·

언제나처럼 결국 전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 관절이 갈려 나갔다·

회복 불가능한 상처는 아니나 당장 전투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얕은 부상도 아니었다·

아니 일상생활이나 가능할까·

한동안은 절름발이 신세를 져야 할 터였다·

용병의 본질은 돈으로 부릴 수 있는 대체 가능한 병력이다·

물론 엘릭의 무력은 대체 불가능한 지경에 있었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이 상황에선 다른 용병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고용해주는 이가 없는 상황에 어찌 전장에서 패악질을 부릴 수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엘릭은 약 4년 만에 최전방을 빠져나왔다·

그래봐야 전쟁지대였으나 후방은 바에 앉아 신문을 읽을 수는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저 칼질에나 미쳐서 산 지 4년 만에 엘릭은 작전 암호 외의 문자를 접했다·

“동부의 신문이로군· 자네 그곳 출신인가?”

엘릭은 바텐더의 말을 무시했다·

답할 가치가 없다 따위의 마음은 아니고 그저 그 정도로 신문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이유였다·

왜 아닐까 대륙의 동부는 그가 나고 자랐던 고향일진대·

이리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향수가 있었다· 그리도 지독한 이별을 했음에도 쫓는 광경이 있었다·

위빈의 황금빛 밀밭과 그곳을 노닐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바로 그것이었다·

죽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추억을 곱씹게 되는 게 인간이니 언제나 죽음 곁에 서 있는 엘릭은 그 시절의 환각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이다·

『왕녀 에클리시아의 티 파티·』

신문에는 환히 웃고 있는 왕녀와 그녀를 빛내주기 위해 모인 영애들의 사진이 실려있었고 그 아래로는 티 파티의 간략한 소개와 인터뷰가 나열되어 있었다·

‘위빈의 소식은 없나·’

생각하며 신문을 넘기던 엘릭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있을 리가· 위빈은 동부 페르딘 왕국에서도 가장 별 볼 일 없는 밀밭인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엘릭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 페이지를 넘긴 순간이었다·

『호벤 포트먼의 첫 번째 기일·』

엘릭의 몸이 굳었다·

눈은 찢어질 것처럼 커져 있었고 호흡은 누군가 목을 죈 것처럼 뚝 끊겨 이어지지 않았다·

사고 또한 일순 정지해 갑작스러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비명을 내질렀다·

잊을 수 없는 사내의 얼굴이 신문 끝자락에 작게 실려있었다·

흑백에다 기억보다 주름이 더 많아진 얼굴이었지만 엘릭은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차가웠고 증오스러웠던 부친이 그곳에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

 

돌이키는 것은 해묵은 원망이었다·

처음 가출을 감행할 때만 해도 엘릭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그를 기다렸다·

제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국경을 넘었다 한들 부친이 쌓은 부를 생각하면 그런 어려움 쯤은 아무렇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까·

참으로 유치한 마음임을 이제는 알지만 당시는 너무 어렸다·

게다가 전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도 온전치 못한 시기니 감정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그런 오기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있어 결국 버티고 버티다 보니 몇 년이 흘렀고 그때쯤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탓에 위빈을 찾지 못하게 됐다·

부친에 관한 감정이 굳어버린 이후에도 ‘언젠가 다시 돌아가겠지’란 마음으로 차일피일 귀향을 미루다 보니 이 상태가 된 것이다·

후회나 울분 따위의 감정이 차올랐으나 이내 식어버렸다·

‘그럴 자격조차 없는 주제에·’

자조였다·

와중 참으로 신기한 점이라면 한때 그리도 미워했던 사람이었을진대 그의 죽음에 떠오르는 감정은 옅은 안타까움이 끝이란 것이다·

슬픔이 있나? 잘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위빈으로 향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미 부친이 죽은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 이제와서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행위가 어찌 보일지는 알지만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치지지직―!

엘릭은 기차에 올랐다·

동부까지 일주일이면 배달해줄 증기기관차였다·

전장을 내내 전전하느라 소비도 제대로 안 했으니 일등석을 타고 갈 정도의 돈은 있었다·

오른쪽 무릎 관절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자리에 앉자 완화되었다·

숨을 길게 내뺐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사뭇 붉다·

가을·

고향 땅 위빈이 가장 아름다운 수확철이었다·

향수가 도졌다·

뿌우우우!

가열찬 소음과 함께 기차가 출발했다·

 

*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있길 일주일·

하루도 쉬지 않고 전장을 굴렀던 몸은 평온하기만 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내 비명을 질러댔다·

진정시킬 방법이 보이지 않아 몸을 뒤틀다가도 무릎의 통증 탓에 그새 주제를 파악하게 된다·

다행인 점은 시간이 앞으로만 흐른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다 보니 기찻길의 끝이 도래했다·

“살펴 가십시오!”

앉아있던 내도록 식사를 날라주던 직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엘릭은 대충 손을 휘젓고 역을 빠져나갔다·

‘위빈이다·’

위빈의 전경이 눈앞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조금도 변치 않는 풍경이었다·

단풍에 붉게 물든 거리는 고즈넉했고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시골 특유의 한적함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전장의 날 선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시선을 조금 더 멀리 주면 온통 황금색 밀밭이다·

그 풍경 냄새 사람들과 분위기를 보자 엘릭은 코끝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엘릭은 곧장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고 있음에도 속도가 늦춰지는 법은 없었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난 시절 이곳을 살았던 추억이 망막 위로 선명하게 겹치는 기분이었다·

그리 걸으니 저택으로 가는 일자 길목이 보였다·

포트먼 가의 저택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 밀밭 사이를 헤쳐 나가면 홀로 동떨어져 소담한 자태를 드리우고 있을 것이다·

툭―

지팡이가 아픈 다리를 대신해 중심을 지탱했다·

엘릭은 느린 걸음으로 밀밭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저곳에서 마을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했던 일·

흙에 옷을 더럽혀 하녀에게 혼이 났던 일·

노을이 질 때면 부친을 대신했던 집사가 식사 시간임을 알렸던 일과 밀밭에 숨어 부친이 찾으러 오길 기다렸던 일까지·

모든 것이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선명하기만 했다·

엘릭의 사고가 이윽고 그런 추억들을 넘어 한 소녀의 얼굴을 그려냈다·

‘영애는 어찌 살고 있을까·’

서부 전장에선 위빈의 영애가 어찌 사는지까지 알 도리가 없어 그녀의 소식은 알지 못한다·

못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도 아름다웠던 여인이니 누구든 채갔겠지·

그런 생각 따위나 하며 시야에 저택이 보일 정도로 움직인 순간이었다·

바스락―!

오른쪽 밀밭에서 소리가 일었다·

흠칫 엘릭의 몸이 떨렸다·

고개가 빠르게 돌아가 소리의 근원지를 향했다·

직후였다·

“···아·”

탄성이 흘러나왔다·

엘릭의 것이 아니었다·

밀밭을 해치고 나온 여인의 목소리였다·

조곤조곤한 높낮이임에도 또렷한 그리고 끝맺음이 확실한 어투·

그것은 치기 어린 소년 시절 엘릭의 심장을 흔들어놨던 소녀의 특징이었다·

그랬다·

소녀는 여인이 되어 있었다·

신비롭고 우아한 분위기는 그대로였으나 기억 속 앳된 기운이 다 사라져 더 이상 연약하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기억보다 한층 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크게 뜨이고 있음에도 처진 눈꼬리가 괜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달싹달싹 멍하니 입술을 움직이던 엘릭은 사고를 거치지 않고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아직 이곳에 있느냐고·

그에 여인 티리아 위빈은 입술을 잠시 다물다 긴 숨을 흘려내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리깔렸다·

그제야 말이 흘러나왔다·

“당신의 부인이니 이곳에 있는 것이지요·”

그녀는 여전히 엘릭의 부인이었다·

그의 추측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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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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