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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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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 #4 손님 (4)

어떻게든 제국 보급관의 입을 막아야 한다·

그런 지상과제를 떠안은 상황이나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됨은 자명한 일이었다·

일단 보는 눈이 있었다·

아르민과 디샤의 보급관이 있는 자리에서 그를 추궁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 해서 저택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추궁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관건은 사람들을 피해 둘 만 남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물리쳐야 할 사람이 있었다·

“티리아 포트먼입니다· 서부의 영웅들을 뵙습니다·”

바로 티리아였다·

어찌나 예절에 철저하신지 보급관들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붙여줌은 물론이오 저택 사람들을 입구에 다 모아 환대하신다·

짧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이 와중에도 기품있다·

“가주 저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야지·”

제발 표정이 어색해 보이진 않아야 할 텐데·

엘릭은 티리아의 옆에 선 채로 보급관들에게 말했다·

“내 부인이오· 이 저택의 실질적 관리를 맡으신 분이지· 부인 이분들은····”

어색하지 않으려 하면 도리어 어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었다· 엘릭 또한 그랬다·

평상심을 가장하려니 평소보다 과하게 행동했고 과하게 웃으며 말했다·

엘릭의 손은 티리아의 허리로 가 있었다·

호칭은 ‘부인’이 되어 있었다·

엘릭은 몰랐지만 그것은 티리아의 속에 짙은 당황과 설렘을 품게 하는 요소들이었다·

직후 허수아비처럼 마른 사내가 삐죽 입꼬리를 올리며 먼저 나서 인사를 건넸다·

“크흠 아르민의 보급관이오·”

그의 시선이 티리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 순간 엘릭은 화가 울컥 치솟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폴로 탓에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라 그런 걸까 저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거슬리게 작용하고 있었다·

“부인께서 거래에 나선다 함은····”

아르민의 보급관이 내리깔아보는 시선으로 엘릭을 바라봤다·

엘릭은 이마에 핏대가 솟는 것을 느끼며 답했다·

“하하 내 이런 쪽으로는 영 재주가 없어서 말이오· 부인의 현명함에 기대고 있소·”

“하긴····”

아르민의 보급관이 삐뚜름하게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 그럼 일단 들어가십시다! 언제까지 입구에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폴로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로선 아르민의 보급관을 구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고 실로 유효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 엘릭이 터질 일은 사라졌으니 말이다·

“예 그럼 이쪽으로·”

티리아가 저택 안으로 보급관들을 이끌었다·

그들의 짐은 하인들이 챙긴 상태 향하는 곳은 식당이었다·

엘릭으로선 곤란한 일이었다·

‘틈을 만들어야 하건만···!’

당장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주둥어리가 저기 있건만 식사에 들어간다면 그 주둥어리를 막을 틈이 없어지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짐을 풀고 각자의 방을 안내해주는 틈에 그를 찾아갔어야 했는데 티리아의 철두철미함이 그 일을 방해한 것이다·

새삼 그녀의 유능함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열차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사는 퍽퍽한 편이라 들은 일이 있습니다· 하여 신선한 음식들로 따로 추려보았는데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군요·”

“호의에 감사하오·”

티리아는 이리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지 특유의 기품을 유지하며 그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식사는 코스였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이곳에서 대화가 진행되리란 뜻이었다·

“자 자··· 그럼 일단 식사부터 드시겠소?”

엘릭은 제발 이들이 식사에 집중하길 바라며 화두를 던졌고 그의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이번 역시 나서는 것은 아르민의 보급관이었다·

무슨 사내의 주둥이가 저리 가벼운지 아주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한데 이곳은 참 한적한 도시로구려· 이런 곳에 지내기 답답하지 않으시오?”

“나고 자란 동네가 이곳이니 딱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골은 시골만의 정취가 있는 법이지요·”

“흐음 그렇소? 내 듣기로 저 가주분께서는····”

화살이 제게로 돌아오는 것에 엘릭은 이성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10년의 가출은 엘릭의 역린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걸 하필 티리아 앞에서 들먹이는 저 사내의 저의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내 들은 것은 부인께서 홀로 저택을 지키고 있었다는 말 정도였는데 이리 가주가 돌아와 있으셔서 꽤 놀랐소·”

“···얼마 되지 않았소·”

“하긴 그러니 내가 몰랐겠지·”

빙긋 웃는 꼴은 확실했다·

도발이었다·

엘릭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뿌드득―

손에 쥔 나이프가 구부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넓은 세상을 겪고 식견을 넓히는 일은 중요하지요·”

티리아의 손이 엘릭의 허벅지에 닿았다·

흠칫 엘릭의 몸이 떨렸다·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티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르민의 보급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떨어져 지낸 동안에도 편지는 주고받았습니다· 가주께선 영지의 발전을 위해 외적인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셨지요· 저는 내실에 가주께선 바깥의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하나 그것은 분명 그녀다운 대응이었다·

조금도 무례하지 않으며 과격하지도 않게 상대의 무례를 흘려 넘기는 처세술은 엘릭으로선 불가능했다·

문득 엘릭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기서 화를 참지 못하고 나섰으면 어찌 되었을까·

거래는 물론이오 카샤로서의 신분을 숨긴다는 당초의 목적까지 모두 실패하였을 것이다·

초조함이나 불안함으로 감정이 흔들렸음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태도는 위빈에 이로운 것이 아니었다·

엘릭의 속에 반성이 떠올랐다·

와중 폴로가 나섰다·

“지 지난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두 분께서 이리 화목해 보이시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는구려! 참 잘 어울리시오!”

티리아의 손끝이 떨렸다·

“···좋게 봐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녀가 짧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함에 폴로는 속으로 안도했다·

‘카 카샤도 그리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고····’

이것으로 상황이 정리된 걸까·

폴로는 분노에 찬 눈으로 아르민의 보급관을 흘겼다·

가만있으면 절반이라도 갈 걸 꼭 벌집을 들쑤시는 저의가 대체 뭔지 하여튼 계집질에 미쳐있는 작자답게 사리분별을 못하는 꼴이 뒷골을 당기게 하고 있었다·

아르민의 보급관이 중얼거렸다·

“에잉 재미없게·”

‘닥쳐라!’

폴로는 속으로 비명을 토해냈다·

티리아에게 정신이 팔린 아르민의 보급관도 식사에 정신이 팔린 디샤의 보급관도 보지 못한 것을 폴로는 똑똑히 봤다·

그 순간 빠르게 엘릭이 숨기긴 했으나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나이프는 정확히 반으로 접혀 기능을 상실했었다·

소름이 다 끼치는 악력이었다·

-당신은 주둥이가 참 가볍구려· 아쉽소· 전장에서 만났으면 목을 비틀어 뽑아버렸을 텐데·

그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대체 뭘까·

아니 폴로는 알고 있었다·

입을 잘못 놀렸다간 자신이건 아르민의 보급관이건 둘 중 하나는 목이 저 나이프처럼 꺾이리란 것을·

폴로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

 

식사는 이후로 별사건 없이 끝났다·

구체적이 거래 협상은 휴식을 지낸 뒤에 시작될 것이었고 엘릭은 와중 티리아를 따라 집무실에 돌아온 상태였다·

본디 곧장 폴로를 찾으려 했으나 그녀가 부른 것이었다·

“가주·”

티리아가 말했다·

“잘 참으셨습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릭의 고개는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의 도움을 받아 참아내긴 했으나 아르민의 보급관이 보였던 행태는 아직 엘릭의 속을 뒤집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화나는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자가 당신을 모욕했소· 괜찮으시오?”

다른 무엇보다 그런 질문이 튀어나온다·

티리아의 시선이 엘릭을 향했다·

엘릭은 그녀를 마주 봤다·

“거래하러 온 자가 판매자에게 이리 모욕하는 언사를 보이는 것이 잘못되었음은 나도 아는 사실이오· 그자는 예의를 어겼소· 원한다면 내가 그자를 이 영지에서 쫓아내 줄 수도 있소·”

어차피 타국의 보급관이다·

혹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면 엘버스 그레이엄의 도움을 받아 그자를 처리할 수도 있었다·

엘릭은 그녀가 모욕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꼬웠다·

아니 정확히는·

‘이때까지 이리 참으셨소?’

부친이 타계한 1년간 그녀가 이런 일을 얼마나 더 겪었을지를 절로 생각하게 되니 죄책감이 치솟는 것이었다·

결국 본인의 감정을 끼워 넣어야 상황에 완전히 이입할 수 있음이 우스울 따름이다·

순전히 그녀를 위한 분노가 아닌 못난 스스로의 죄업을 향한 분노가 덧씌워지니 분노를 참는 일이 참 쉽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무탈히 지나간다면 괜찮습니다· 하나 그 일이 분란의 씨앗이 될 것을 고려하면 작은 가능성이라도 배제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티리아가 그리 말하며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뻗어 나와 지팡이를 쥐고 있던 엘릭의 손등 위를 덮었다·

“모르시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나 혹시나 하여 외람된 말씀을 드립니다·”

그녀의 손은 툭 치면 부러질 정도로 얇고 부드러웠다·

한데도 엘릭은 그 손이 참 단단하게만 느껴졌다·

“귀족의 언행은 무거워야 합니다·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영지 전체의 무게를 달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 순간 엘릭은 느꼈다·

그녀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와 얼마나 이성적인 사람인지를·

그리고 찬사받아 마땅한 사람인지를·

“제가 느끼는 모욕감을 이유로 영지에 해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이끄는 자는 그리해선 안 됩니다·”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는 법을 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아마 그녀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 한들 오늘처럼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해결책을 제시할 터였다·

엘릭은 그녀처럼 할 수 없었다·

그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었고 그렇기에 결국 생각의 갈래는 같은 길로 뻗어나갔다·

티리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하지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것이면 되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어딘가 상투적인 말이었다·

한데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또한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문득 가시처럼 걸리는 상념이 있었으니·

‘내가····’

또 떠나면 그녀는 평생 오늘처럼 참고 살아야 할까·

그 일이 왜인지 아프게 다가와 엘릭의 속에 아직 무어라 규명할 수 없는 감정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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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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