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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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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 #6 간병 (1)

“그럼 저는 물러나 있겠습니다·”

알디오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곤 자리를 떠나갔다·

엘릭의 시선은 여전히 뤼튼의 멍 위로 자리해 있었다·

그 기색을 느낀 것인지 뤼튼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짙게 만들며 말했다·

“아? 이거? 역시 대장 사람 패는 솜씨는 어디 안 가더라! 삭신이 다 쑤셔 죽겠더라고·”

크하하 웃음소리엔 조금의 그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엘릭으로 하여금 더욱 진한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내 면목이 없네· 당시 마음이 너무 급해서····”

“뭘 친구끼리 이런 부탁도 할 수 있는 거지· 옛날 생각도 나서 좋았어·”

엘릭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가 이르는 옛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대장! 나 한 대만 때려줘! 오늘부터 맷집 수련이야!

-응!

-아악! 너무 세게 때렸잖아!

-앗 미안·

과거부터 기사로서의 꿈을 키워온 두 사람이다·

엘릭은 검을 높이 치켜든 채 전장의 선두에 서는 기사가 되고 싶어 했고 뤼튼은 성벽 앞에서 방패를 들고 버티는 듬직한 기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여 두 사람은 종종 대련을 빙자한 일방적 구타를 훈련으로 치부하며 논 일이 있었다·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 그랬다·

뤼튼의 몸엔 항상 멍이 들어있었고 엘릭의 목검엔 피딱지가 묻어 있었다·

“···음 옛날 일을 떠올리니 더 미안해지는군·”

“나한테는 좋은 경험이었어· 덕분에 수습 때 선임들한테 맞으면서도 아프단 생각은 못 했거든· 선임들이 대장처럼 잘 패진 못하더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아니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있었다·

“자네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군·”

“음?”

“내 검 말일세· 그리고 지난 10년간 한 일이나 왜 힘을 숨기는지까지 전부 다·”

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엘릭은 뤼튼에게 사실을 듣기 위해 끈덕지게 매달렸을 것이었다·

친구가 되어 이런 것도 말해주지 못하냐며 답답함을 토로했을 수도 있었다·

한데 그렇지 않나 그는 궁금한 것이 아주 많을 텐데도 그 무엇도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해주고 있었다·

“묻지 않을 심산인가?”

뤼튼이 정말로 사실을 듣길 원한다면 엘릭은 그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털어놓을 마음이 있었다·

질문이 건네지고 침묵이 일었다·

뤼튼은 장난기를 지워낸 얼굴로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어 안 물을거야·”

엘릭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뤼튼은 이어 말했다·

“대장이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난 남자의 비밀은 지켜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

순간 엘릭은 속에 뭉클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 9살 때 기억해? 대장이 뺨이 부어서 왔던 날 말이야·”

“···기억하네·”

“그날도 그랬어· 대장은 아버지한테 뺨을 맞았단 걸 숨기고 싶어서 옆 마을 귀족 도련님을 패죽였다고 거짓말을 했었잖아· 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날 일을 들은 게 12살 때였나?”

“···그랬지·”

엘릭의 목소리가 잠겼다·

뤼튼은 껄껄 웃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럴 거야· 우리는 알아· 대장은 스스로 견디기 힘든 일은 남한테 말하지 않는다는 거· 그러니까 기다릴 뿐이지·”

아 그랬구나·

엘릭은 문득 깨달았다·

진정 그의 살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위빈의 목가적인 분위기 따위가 아니었다·

“대장한테 그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때까지 나는 가만히 응원할게· 그러니까 그런 날이 되면 지난 10년간의 일을 나한테 말해줘· 영웅담처럼 크게 부풀려서 말이야·”

사람이었다·

금화 몇 푼으로 이어진 인연 거래의 관계가 아닌 신뢰의 관계·

오랜 시간 동안 엘릭이 잊고 있었던 인간의 온정이 그를 약하게 만든 것이었다·

왜 이리 주책맞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 엘릭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아 울지는 말고· 사내끼리 그런 거 낯간지럽잖아· 그리고 대장은 우는 거 안 어울려· 좀 보기 싫어·”

뤼튼의 낄낄대는 웃음소리에 엘릭 또한 입술을 꽉 물어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너털웃음을 흘렸다·

“유념하지·”

“말투 진짜 할아범 같아졌네·”

“이 얘기도 나중에 해주겠네·”

“기대할게·”

뤼튼은 그리 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볼게 기데온으로 돌아가면 한동안은 안 돌아올 거야· 거기도 쌓인 일이 좀 많거든·”

“더 있다 가지 않고 왜·”

“이별은 길수록 아쉬워지는 법이지· 게다가 이번이 마지막 만남인 것도 아니잖아? 다음에 올 때 들르면 되지 뭘·”

흠칫 엘릭의 손끝이 떨렸다·

자연스레 다음을 말하는 것에 엘릭의 속에 내도록 존재했던 망설임이 더욱 크기를 불렸다·

그런 마음을 들키기가 싫어 엘릭은 애써 웃었다·

뤼튼은 돌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넌지시 그리 말했다·

“음 그때쯤이면 조카도 볼 수 있는 건가?”

“조카라니?”

“대장 자식이면 나한테는 조카지·”

하나 둘 셋·

정확히 그만큼을 세고서야 엘릭은 뤼튼의 말을 이해했다·

얼굴이 활화산처럼 붉어졌다·

“그 그 무슨 소린가!”

“어우 왜 소리를 질러? 대장 이제 귀족이잖아· 후계 안 만들어?”

뤼튼은 왜 그러냐는 듯 의아함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엘릭은 벙긋벙긋 입술을 달싹였다·

후계라니 그 말인즉슨 티리아와 이렇고 저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상상력이 괜한 방향으로 뻗쳐나가는 것에 엘릭은 마른세수를 했다·

뤼튼은 눈치 없이 또 헛소리를 이어갔다·

“그 뭐냐 옛날에 나한테 그러지 않았나? 애 한 열 명만 낳아서 엘릭 기사단을 만들 거라····”

“그게 대체 언제 적 얘긴가·”

“우리 열 살 때니까 14년 전이네·”

“그래 뭣 모를 때 얘기지·”

끄응 엘릭은 침음을 흘렸다·

얼굴이 너무 뜨거워져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뭘 아이 때 한 헛소리까지 다 끌고 오는 건가 자네는·”

“왜 둘이 사이좋아 보이더만· 이번에 그 블레이드 울프 한 마리 시체는 멀쩡하게 남긴 것도 그것 때문 아니야? 부인한테 선물로 주려고·”

맞긴 했다·

설산에서 사냥한 블레이드 울프 중 하나는 가죽 상태를 온전하기 위해 최대한 깔끔하게 잡아놨다·

티리아의 낡은 털망토가 신경 쓰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엘릭은 그 일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에잉 쯧쯧 부끄러워하기는·”

뤼튼이 혀를 찼다·

엘릭은 도끼눈을 뜨고 그를 흘겼다·

“나가게·”

“예이 다음에 보자고·”

휙휙 손을 휘저으며 뤼튼이 떠나갔다·

집앞 마실이라도 가는 것처럼 후줄근한 꼴로 떠나는 뒷모습은 먼 길을 가는 사람의 것이라기엔 참 안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엘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저놈은 언제 철이 들는지·”

본인이 할 소리가 아님을 엘릭만 모르고 있었다·

 

*

 

그로부터 며칠이 더 흘렀다·

티리아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고 깨어있는 순간조차 몽롱한 기색에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완전히 깨어있다고 말하기도 어색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녀가 회복된 것은 정확히 오늘 오전의 일·

아직 열이 남아있으나 위험한 고비는 넘겨 안정만이 남은 상태였고 눈을 뜬 것은 하녀가 방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마 마님!”

달려온 하녀가 몸 이곳저곳을 확인하는 것에 티리아는 눈을 끔뻑였다·

몸이 나른하다·

이마가 조금 뜨겁고 생각은 잘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하여 티리아는 물었다·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느냐? 업무는 어찌되었고?”

그간의 기억이 흐릿하긴 했으나 티리아가 생각해도 꽤 오랜 시간 업무를 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밀린 일을 처리하려면 바쁘리라는 생각에 물었고 그에 하녀가 울상을 지었다·

“눈 뜨자마자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들 얼마나 걱정하셨는데요!”

“그랬더냐?”

“그럼요! 주인님도 엄청 걱정하셨어요! 매일 여기 들러서 마님 간병을 하다 가셨는걸요!”

티리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가 말하는 주인님이 엘릭 외엔 존재하지 않음을 알기에·

“···가주께서?”

진심으로?

놀라 물으니 하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기가 옮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다들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 끝까지 말을 안 들으셨어요! 하여튼! 주인님 똥고집은 변하는 게 없다니까요?!”

가슴까지 퉁퉁 치며 답답해하는 꼴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티리아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 주책맞게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자는 얼굴을 보였단 말이더냐·’

얼굴에 열이 올랐다·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렸다·

“으 응? 마님 얼굴이 더 빨갛··· 힉! 열이 오르셨잖아요!”

하녀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리아는 그런 중에도 제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치가 떨렸다·

혹 꼴이 이상했을까 걱정부터 차올랐다·

그렇게 당장 거울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온통 속에 가득해질 즘 하녀가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어서 물수건이라도 가져올····”

달칵―!

“웬 소란인가?”

티리아와 하녀의 고개가 동시에 문 쪽을 향했다·

“주 주인님?”

엘릭이 그곳에 있었다·

잠을 설친 것인지 조금 초췌한 꼴이었다·

침묵이 감돌길 잠시 이윽고 고개 돌린 엘릭과 티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부인?”

엘릭의 얼굴 위로 놀란 기색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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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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