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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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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 #6 간병 (2)

놀란 것은 엘릭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조우에 티리아의 속에도 온통 당황이 들어차고 있었다·

“그 그럼 저는 가볼게요!”

와중 하녀는 직전까지 엘릭을 흉본 일이 찔렸는지 부리나케 달아났다·

두 사람 모두 그녀에겐 신경 쓰지 못했다·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느낀 당황 안도 설렘과 그 어딘가의 복잡미묘한 감상이 온통 속을 괴롭힌 까닭이다·

티리아는 더욱이 그랬다·

-그럼요! 주인님도 엄청 걱정하셨어요! 매일 여기 들러서 마님 간병을 하다 가셨는걸요!

자신이 잠들어있는 동안 그만큼이나 걱정했다는 당사자가 눈앞에 있다·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그리 떠났으면서 이제와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니 지금 당신의 마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티리아가 그것이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오셨습니까·”

잠긴 목소리로 묻자 답이 돌아왔다·

“깨어나셨구려·”

엘릭의 입이 꾹 다물렸다·

그의 눈꼬리가 처지며 안도의 기색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기색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야 일어나셨구려·”

“예···?”

엘릭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여전히 걱정 어린 기색이긴 했지만 분노 또한 그의 눈빛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왔다·

티리아는 당혹스러움에 손을 말아쥐었다·

다가온 엘릭이 다짜고짜 그리 물었다·

“왜 그러셨소·”

“···무엇이 말입니까?”

“왜 내게 몸이 안 좋다 말하지 않았느냔 말이오·”

그야 그만큼이나 안 좋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일이 한창인 시기엔 가벼운 몸살 정도는 달고 사는 것이 티리아였다·

전 가주인 호벤 포트먼의 사후엔 더욱이 그랬다·

지난 1년 간 티리아는 몸이 개운했던 날보다 피로했던 날이 더 많았다·

그런 상태가 익숙하다 보니 이번도 전처럼 괜찮으리라 지레짐작해버린 것이다·

사실을 다 말할까?

아니 변명 같다·

티리아는 문득 억울해졌다·

그저 엘릭이 걱정되는 마음에 따라갔던 것인데 왜 꾸중을 들어야 하나·

이렇게나 마음을 몰라줄 수가 있는 것인가·

물론 이유를 미리 설명하지 않았다곤 하나 조금은 긍정적으로 해석해줄 수 있는 법 아니냔 말이다·

유아적인 마음이었다·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나 티리아는 좀처럼 그런 감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감정에 취해 내뱉는 말은 그랬다·

“괜찮았습니다· 올라갈 때까지는·”

티리아는 툭 그리 말을 던지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리 퉁명스러운 어조가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자연히 엘릭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에 곧장 변명을 덧붙이려는 순간이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걱정했소·”

우뚝―

티리아의 몸이 멎었다·

시선이 엘릭에게 콕 박혔다·

제대로 들은 것인지 의심되어 그를 바라보니 그 분노의 기색 위로 걱정이 더욱 진해지고 있었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니란 말일 터다·

‘걱정?’

나를? 그가?

말의 저의를 파악하게 된다·

걱정하는 이유가 단순히 서류상 부부로서의 연 때문인지 일을 해야 할 사람이 누워버려서인지 그도 아니면····

‘···아니 함부로 생각하지 말자·’

티리아는 기대감이란 것은 대체로 더 큰 배신감으로 돌아오는 법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 전반에 걸쳐 있었던 큼직한 사건이 다 그랬기 때문이다·

이르길 학습된 공포였다·

그녀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의 상실감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겨우 내뱉는 것은 사과의 말이었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말한 게 아니오·”

엘릭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의 손이 티리아의 주먹을 감쌌다·

“날 보시오·”

티리아는 흠칫 놀랐다·

시선이 손끝으로 향하다가도 그의 말에 고개를 또 들게 된다·

그는 누그러진 기색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손등 위로 느껴지는 그의 거친 손바닥이 이질적인 감상을 준다·

팔을 뻗으면 감싸 안을 수 있는 이 거리감이 숨통을 죄여 오는 기분이었다·

열이 올랐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말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부인께선 스스로의 몸을 더 돌볼 필요가 있소· 내 며칠간 관찰해보니 몸이 참으로 허약하시더구려·”

긴말이 이어졌음에도 하나의 단어만이 귀에 때려박힌다·

부인·

다른 사람과 있을 때나 쓰던 단어를 단둘만 남은 지금 쓰고 있었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실례일까·

아니 실례가 아니다·

“이런 몸으로 그리 고생하니 몸져눕는 것이 아니오· 조금은 다른 사람들도 믿어주시오· 이 저택엔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이가 참 많소·”

티리아는 엘릭이 야속해졌다·

‘왜····’

그리 말하는 것이냐고·

그런 말로 속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왜 계속 기대감을 품게 만드냐고·

“내 말 듣고 있소?”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상체를 기울여 눈높이를 맞춰오는 행동이 속 깊은 곳 감정의 뿌리를 톡톡 건드렸다·

티리아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듣고 있다니 다행이구려· 그러니 내 가주로서 당신에게 이르겠소·”

꽈악 하고 엘릭의 손이 티리아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몸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이 침대에서 나가는 것은 금지요· 내가 직접 감시할 테니 일할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마시오·”

“그럼 일은····”

“내가 여기까지 서류를 들고 와 처리할 것이오·”

절대 물러줄 생각이 없다는 듯 단호한 태도였다·

솔직히 불안했다·

그런 중에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은 티리아에게 그런 의미였다·

‘변하지 않으셨구나· 이런 점은·’

티리아는 입술에 조금 힘을 줬다·

-뭐? 아프면 나한테 말해야지 이 똥멍청아! 이리와! 못난이 얼굴도 다 치료해줄 테니까!

툴툴대면서도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스함이 여전히 그에게 깃들어 있음에 티리아는 안도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답하시오· 가만히 있기로 약속할 수 있겠소?”

티리아는 표정을 보이는 일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면서 기억 속 그날처럼 답했다·

“···예·”

티리아의 속에 간절한 바람이 차올랐다·

혹여 지금 느끼는 호의가 착각이라면 부디 죽는 날까지 깨지 않게 해달라고·

 

*

 

엘릭은 그녀의 방을 나선 후에야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아주 꼴값이란 꼴값은 다 떠는구나!’

여느 때처럼 그녀의 상태를 보러 간 순간 갑작스레 깨어난 그녀를 마주하니 너무 감정적으로 응대해버렸다·

그간의 걱정이나 분노 따위가 뒤섞여 주제에 안 맞는 참견을 해버린 것이다·

아주 치가 다 떨릴 뻔뻔함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설산까지 따라온 이유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건 당연한데 그것도 생각지 못한 채로 일방적으로 감정을 쏟아낸 것이 아닌가·

다행히 티리아는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으나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엘릭이 알 도리는 없는 만큼 부끄러움은 더 배가 되고 있었다·

그런 순간이었다·

“도련님 어딜 가십니까?”

알디오가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엘릭은 황급히 안색을 진정시키며 답했다·

“···아 집무실에 잠시 서류를 가지러 가고 있네·”

“음? 그곳에서 일을 보지 않구요?”

“부인의 방에서 하려 하네· 홀로 두면 또 일하려 할 것 같아서 말일세·”

“차마 부정은 못 하겠군요·”

알디오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다시 마님께 돌아가시지요· 준비는 제가 하겠습니다·”

“음? 괜찮겠나?”

“그 불편한 다리로 오가는 것보단 절 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설산 한번 다녀오더니 또 상처가 도지셨다던데····”

알디오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엘릭은 할 말이 없었다·

괜한 사고를 쳐서 상처가 덧난 것은 사실인 까닭이다·

결국 해내는 것은 고개를 푹 숙이는 일이었다·

“가있겠네·”

엘릭은 패잔병처럼 비틀비틀 티리아의 침실로 돌아갔다·

알디오가 말한 준비가 끝난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티리아와 어색하게 눈짓을 나누던 중이었다·

하녀 둘을 대동한 알디오가 침대 옆에 작은 협탁과 의자 그리고 서류뭉치를 세팅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티리아에겐 따스한 차를 엘릭에겐 커피를 내어와 방 가득 차향이 울리게 될 즘에야 알디오는 만족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엘릭은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알디오도 참 극성이구려·”

“좋은 집사라고 생각합니다·”

답한 티리아가 서류뭉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엘릭은 눈을 좁히며 손으로 그녀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쳐다도 보지 마시오·”

“···괜찮으시겠습니까?”

“내 이 정도는 할 수 있소· 스승이 당신이니 알 것 아니오? 내가 서류처리도 못할 사람으로 보이오?”

“····”

티리아가 침묵했다·

엘릭은 이 침묵을 어느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하나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결론은 엘릭에게 유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엘릭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서류를 집어들었다·

“잘 보시오· 이따위 서류 정도는 순식간에····”

라고 말하며 서류의 제목을 확인한 순간 엘릭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렸다·

『영지 연말 결산·』

시작부터 거대한 벽이 엘릭을 가로막았다·

숫자였다·

수천의 군대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욱 두려운 끔찍한 문자열 말이다·

그것을 본 순간 엘릭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이 꼭 이 숫자가 종이에서 튀어나와 목을 죄는 기분이었다·

엘릭의 시선이 티리아를 향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와드립니까?”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한 말·

엘릭은 혼자 하겠다는 답을 하기까지 약 3분의 고민을 이어가야만 했다·

“···혼자 해보겠소·”

엘릭은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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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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