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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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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 – #7 추억 (1)

티리아의 기억 속 엘릭은 동글동글한 얼굴 위로 불량한 눈초리를 빛내고 있었다· 갈색 머리칼은 뽀송뽀송했고 입고 있는 옷은 좋은 천을 쓴 게 한눈에 보일 정도로 보드라웠다·

그런 사내아이였고 또한 티리아가 처음 만났던 또래였다·

“넌 어디서 왔어? 한 번도 못 본 얼굴인데?”

호기심이 가득한 질문은 티리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낯선 호의였다·

직전까지 그리 외모를 폄하하고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얄미웠지만 처음 만난 또래 소년에게 본능적 호의를 느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기·”

티리아는 언덕 너머 위빈 가의 저택을 가리켰다·

그러자 엘릭이 말했다·

“아 밥버러지 소굴!”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언어로 교육받았던 천박한 말이니까·

“밥버····”

“우리 아빠가 그랬어· 저긴 영지를 좀먹는 밥버러지가 살고 있다고·”

꺄르륵 웃는 모습이 못내 해맑았다·

그 말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닐 터였다· 더군다나 저 저택에서 왔다는 사람에게 이런 욕설을 하다니·

나중에야 그가 이런 욕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고뭉치라는 걸 알았지만 당시의 티리아에겐 그의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음 뭐· 그건 됐고 일단 따라와·”

“응···?”

“의무병이 오늘 엄마한테 혼나서 못 나온대· 네가 대신 의무병 해·”

탁!

하고 엘릭이 티리아의 손을 낚아챘다·

티리아는 도움을 청하러 가야 한다는 것도 잊고 그에게 끌려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전날 맞은 종아리가 너무 아파 걸음은 절뚝대는 채였고 부풀어 오른 얼굴 탓에 바람만 맞아도 따끔거리는 기운이 올라왔다·

엘릭도 뒤늦게야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다리 다쳤어? 그럼 말을 해야지·”

“이건····”

“이리 와·”

이어 그가 한 행동은 당혹스러웠다·

“읏차!”

엘릭이 티리아를 안아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려버린 게 아닌가·

당시의 엘릭은 6세였고 티리아는 8세였다·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아이니만큼 티리아가 엘릭보다 훨씬 덩치가 큰 게 당연한데 그럼에도 엘릭은 너무 쉽게 그녀를 안아 든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의무병이 아니라 부상병이었네!”

엘릭이 환히 웃었다·

햇볕을 등지고 환히 웃는 소년의 얼굴은 자신감 넘쳤다·

바람은 서늘했으며 소년의 품은 그리도 작았음에도 안정감이 넘쳤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꼭 안아주는 경험은·

타인의 온기를 마주하는 순간은 경이로움이라 표현해야 마땅한 충격이었고 그렇기에 티리아는 그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반응을 해내고 말았다·

“흐윽····”

그만 눈물이 핑 돌아 울어버린 것이다·

“뭐야 못생겼는데 찌질하기까지 하네·”

“우으····”

“울지마 울면 똥꼬에 털이 수북하게 난대·”

“흐으으··· 미아····”

“어휴 누가 사과하래? 됐어·”

엘릭이 티리아의 등을 톡톡 토닥였다·

그날에야 티리아는 깨달았다·

우는 일은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우으으····”

킥킥 웃는 소년의 품에서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티리아는 위로받는 일을 경험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

 

“오늘 의무병 할 애야!”

엘릭이 그녀를 이끈 곳은 마을 어귀의 작은 공터였다·

티리아는 위빈에 자기 또래의 아이가 이렇게 많이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란 얼굴을 만들었다·

물론 그들이 엘릭과 같지는 않았다·

어딘가 꼬질꼬질한 아이도 있었고 그녀가 배웠던 안목 상으로 거적데기나 다름없는 옷을 입은 아이도 있었고 머리를 안 감은 아이도 있었다·

딱히 그 사실에 거리낌이 생기진 않았지만 엘릭이 이 무리에서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야! 못난이!”

라고 엘릭이 티리아를 불렀다·

티리아는 그 순간 문득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아니야·”

“못난이 맞잖아! 얼굴이 팅팅 부어서 못생겼는데? 알디오가 말했어! 예쁜 사람은 얼굴이 엄청 갸름하다고!”

남들 앞에서 못난이라고 흉보는 것은 천박한 일이었다·

한데 차마 엘릭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티리아가 생각해도 지금 자신의 얼굴은 너무 못난 얼굴이었다·

푸른 얼굴 위로 붉은 기가 감돌았다·

눈망울은 또 그렁그렁해졌다·

엘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얘 또 우네·”

“대장이 여자를 울렸어!”

“역시 대장이야! 나쁜 남자의 표본이라고!”

아이들이 환호했다·

엘릭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티리아에게 다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콕콕 닦아줬다·

“울지마· 너 진짜 똥꼬털 수북해지고 싶어?”

“히끅····”

“그만 울라니까? 여기 흥!”

흥!

티리아는 손수건에 코를 풀었다·

엘릭은 손수건을 바닥에 휙 던졌다·

“하여튼 얘들이랑 친하게 지내· 얘들이 다치면 네가 치료해주는 거다?”

울리고 웃기고 거기다 제멋대로이기까지·

그런데도 그게 묘하게 밉지가 않았다·

티리아는 자신을 안아 들고 웃으며 걷던 엘릭이 떠올라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티리아에게 그날은 놀이라는 것을 배운 날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진짜 놀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그전까지 티리아가 알던 놀이는 놀이를 빙자한 교육이었다·

단어를 조합해 시를 쓰거나 찻잔을 닦는 등의 일 말이다·

하여 새로웠다·

“의무병! 부상을 치료해라!”

엘릭은 제 덩치에 맞는 작은 목검에 빨간 망토를 두른 채로 티리아의 앞에 앉았다·

직전까지 목검을 들고 자기들끼리 바닥을 뒹굴며 싸우다 이제와서 온 것이다·

내내 구경이나 하던 티리아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자! 여기를 치료하면 된다!”

엘릭이 소매를 걷어 보였다·

그 순간 티리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더러워····”

“바보야! 부상은 원래 더러운 거야!”

엘릭이 히히 웃으며 팔에 칠한 진흙을 티리아에게 들이밀었다·

티리아는 거부감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뺐다·

엘릭이 말했다·

“자! 여기 헝겊으로 닦는 거야·”

꼬질꼬질한 헝겊으로 닦아봐야 더 더러워질 텐데·

생각하면서도 티리아는 헝겊을 쥐곤 엘릭의 팔을 닦았다·

역시 팔이 깨끗해지지는 않았다·

그저 진흙만 없어졌을 뿐·

혹시 혼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치솟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잘했다· 의무병!”

엘릭은 그것이면 족한지 “음! 음!”하고 만족스러워하며 웃었다·

직후였다·

“훌륭하군!”

스윽 엘릭이 티리아의 머리칼을 쓸었다·

티리아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내가 부상 당하면 이렇게 치료해주면 되는 거야! 알겠지?”

별것 없는 칭찬의 말임에도 그것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다·

타인의 긍정이 그리도 고팠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살아온 생애에서 칭찬이란 그에 앞선 수많은 체벌이 있는 후에야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놀이·’

그래서 이게 놀이구나·

티리아는 깨달았다·

놀이에는 체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

 

마치 꿈 속 나라에 빠져든 듯한 하루였다·

그리고 모든 꿈이 그렇듯 결국 깨어날 순간은 다가왔다·

“대장! 내일 봐!”

“못난이 의무병도 안녕!”

노을이 지는 시간이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날은 조금 더 서늘해졌다·

공터에는 소란의 주범이었던 아이들이 하나둘 흩어지며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너도 갈 거지?”

엘릭이 물었다·

하지만 티리아는 섣불리 답할 수 없었다·

왜 아니겠는가 부모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몰래 빠져나와 종일 수업을 빼먹지 않았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날 그렇게 혼이 난 상태로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전날보다 더 심하게 맞을지도 몰랐다·

문득 티리아는 겁이 났다·

-왜! 왜 우리 마음을 모르느냐!

거대한 손이 시야를 다 메우는 순간이 떠오르자 몸이 덜덜 떨렸다·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잇새론 가느다란 숨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너 왜 그래?”

엘릭이 인상을 찌푸리며 티리아를 살폈다·

티리아는 움츠러들었다·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이리 와 봐·”

엘릭은 티리아의 손을 꼭 붙잡곤 고개를 들이밀어 그녀의 얼굴 곳곳을 살폈다·

티리아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 끝에서 엘릭이 “아!” 하고 소리쳤다·

“알겠다!”

“····”

“집에 가기 싫은 거구나!”

번쩍! 티리아의 고개가 들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다 꿰뚫어 보는 엘릭의 모습에 티리아는 숫제 경악까지 띄워 올렸다·

엘릭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놀자!”

“대장?”

“오늘도 가출이야?”

“어! 너희도 가출할래?”

남아있던 두 아이 뤼튼과 바트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엘릭은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쫄보 녀석들· 가자 못난아·”

티리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엘릭은 막무가내였다·

그런 중에도 차오르는 것은 조마조마함과 안도였다·

가출이라니 혹시 집에 안 들어가는 건가?

그렇다면 오늘 혼나지 않는 건가?

티리아는 두려움이 멀어지는 걸 느끼면서도 엘릭이 걱정되어 물었다·

“괜찮아···?”

“뭐가 가출?”

아마도 지금에 와서 되새기길·

“괜찮아 아빠는 나한테 관심 없거든·”

그 순간 느낀 감정은 동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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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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