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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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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 – #7 추억 (2)

본디 ‘해가 저문다’라고 하면 세상이 어둠을 두른 채 침묵을 그려내는 광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아가씨!”

“도련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엘릭과 티리아를 찾기 위해 양 가의 사용인들이 온 동네를 소란스럽게 만들었었다·

티리아로선 심장이 쿵 떨어질 만한 조마조마한 상황이었으나 엘릭은 그것이 익숙한지 환히 웃는 얼굴로 티리아를 이끌었다·

“가자! 내 비밀 기지를 소개해줄게!”

그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마을 어귀의 돌다리 밑이었다·

꽤 아늑하게 천막이 처져 있었고 그늘진 곳임에도 습기는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천막 속에서 엘릭이 호롱불을 켰다·

일렁이는 불빛 아래 드러난 개구진 얼굴은 조금의 불안도 품지 않은 형상이었다·

티리아는 그것이 신기해 물었다·

“무섭지 않아?”

“뭐가?”

“드 들키면 혼나는데····”

그냥 혼나는 정도가 아닐 터였다·

분명 이때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체벌이 기다릴 테고 어쩌면 다시는 밖을 나서지 못하도록 엄한 감시 속에 살아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이 두렵지 않냐 물었고 돌아온 답은 전과 같았다·

“괜찮아! 아빠는 나한테 관심 없어!”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으나 그 어딘가에 그늘이 져 있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씩씩하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의 이런 시무룩한 얼굴은 티리아에게도 영 새로운 모습이었다·

엘릭을 향한 궁금증이 더 짙어진 이유는 그래서였을 것이다·

동질감 동정심 따위의 감정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 위에 덧씌워졌다·

묻고 싶었다·

너의 집안은 어떤지 너는 왜 가족과 사이가 안 좋은지 가족이 힘들게 할 때면 어떻게 버티는지·

그러나 질문이 있기도 전에 엘릭이 먼저 말을 내뱉었다·

“나는 엄마를 잡아먹고 태어난 아이래·”

흠칫 티리아의 손끝이 떨렸다·

엘릭은 멍하니 호롱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무 커다래서 엄마가 날 낳기 힘들어하셨대· 그래서 수도의 의사까지 불러왔는데 결국 엄마가 버티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

“그날 아빠가 펑펑 울었대· 난 잘 상상이 안 돼· 우리 아빠는 맨날 무표정이거든·”

타닥 타닥·

호롱불이 휙휙 나부낀다·

그 불빛이 엘릭의 얼굴 위에도 마찬가지로 너울거렸다·

내뱉는 말이 문제일까 이 분위기가 문제일까·

너울거림이 엘릭의 얼굴 위로 슬픔을 그려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빠랑 얘기해본 적이 별로 없어· 나랑은 말을 잘 안 해·”

엘릭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휙휙 허공을 휘저으며 그 끝을 바라보던 엘릭은 이윽고 그런 말을 내뱉었다·

씨익 웃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난 기사가 될 거야·”

“···갑자기?”

“갑자기는 무슨! 이걸 이해 못해?!”

“···?”

티리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은 것과 기사가 되는 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에 티리아의 상식은 너무 견고했던 까닭이다·

엘릭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고 나선 고개까지 휙휙 젓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기사가 되면 아빠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 게다가 멋있기까지 하다고· 다시는 나를 무시할 수 없을걸?”

팔짱을 낀 엘릭은 아주 거만했다·

티리아는 끔뻑끔뻑 눈을 깜빡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딱히 더 반박할 말이 없어 대충 해낸 답이었고 그에 엘릭은 ‘이래서 여자애들이랑은 말이 안 통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티리아는 관성적으로 사과했다·

“미안·”

“응? 왜 미안한데?”

“그냥····”

“이유 없으면 사과하지 마· 이 똥멍청아· 먼저 사과하면 얕보이잖아·”

여전히 알 수 없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번 것은 기사가 되겠다는 그의 꿈과는 달리 확실히 속에 파고드는 말이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당시의 티리아에겐 너무 생경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속이 간질거리는 기분에 티리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응 그럼 안 미안할래·”

“그래그래 누가 뭘 잘못했냐고 물어보면 얼굴에 돌을 던져버려! 그럼 다시는 그런 말을 안 하거든!”

“푸흐흐····”

웃음이 나왔다·

이제껏 이렇게 웃어본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티리아는 크게 웃었다·

이제 티리아는 소리 내서 웃는 일이 즐거움을 알았다·

그걸 가르쳐준 사내아이가 조금 더 좋아졌다·

물론 그것이 연심이냐 하면 아니었다·

그때까지 티리아의 속에서 엘릭은 낯설고 신기한 또래 같이 있으면 재밌는 아이·

그 정도로 설명이 가능한 관계였다·

그런 인식이 바뀐 것은 우습게도 그날 밤이었다·

꾸벅꾸벅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이었고 엘릭은 이미 머리를 휙휙 돌려가며 졸고 있던 시간·

겨울이 코앞에 다가온 탓에 밤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한 엘릭이 담요를 꺼내며 말했다·

“이리 와 이제 자자·”

담요가 하나라곤 하나 어린아이 둘이 충분히 덮을 수 있는 크기였다·

엘릭은 티리아를 품에 안고 그 위로 담요를 돌돌 말아 누웠다·

티리아는 바짝 굳었다·

그러자 엘릭이 토닥토닥 티리아의 등을 두드렸다·

“이렇게 하면 잠이 잘 와· 유모가 한 번씩 해줘서 알아·”

티리아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확실히 엘릭이 등을 두드려주니 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긴 했다·

내내 긴장되어 있던 몸이 풀리니 마음도 함께 허물어졌다·

티리아는 그제야 전날의 일을 되새겼다·

그러자 문득 울음기가 차올랐다·

“우으으····”

아마도 극심한 온도 차 때문이었을 것이다·

흉악한 고함을 내지르며 뻗던 부친의 손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등을 토닥여주는 엘릭의 손 사이엔 그만큼이나 큰 격차가 있었다·

“흐으으····”

사람의 체온이 이렇게 따뜻함을 티리아는 몰랐다·

부모는 그녀를 안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일 밤 티리아는 내일을 걱정했다·

내일의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지 또한 내일은 맞지 않을 수 있을지 따위를 걱정하며 잠들었다·

그렇기에 처음이었다·

티리아는 오늘 처음 내일이 두렵지 않았다·

“끄흐으····”

“왜 그래?”

“흐으····”

“얘 또 우네· 진짜 똥꼬 털 대장 되겠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와 도통 멈추질 않았다·

그것에 엘릭은 불평을 말하면서도 등을 토닥여주길 멈추지 않았다·

티리아는 그게 너무 고마웠다·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니 따뜻함이 진해졌다·

아늑한 저택의 방보다 이곳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리 밑 천막 안 소년의 체온은 속이 다 뜨거워질 정도로 따뜻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티리아는 그날 악몽을 꾸지 않고 잠들었다·

악몽 대신 푸근한 동산에서 햇볕을 맞는 꿈을 꾸었다·

꿈인데 왜 이렇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깨달은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끌어안은 엘릭을 놓지 않고 밤새 그의 온기를 나눠 받은 것이다·

하여 마침내 아침이 밝아 눈을 뜬 순간 티리아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 엘릭을 보며 깨달았었다·

‘무섭지 않아·’

엘릭이 있으면 잠드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이 소년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소년은 세상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거대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마음이었다·

심장을 콩콩 설레게 하는 마음이었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거나 계속 붙어 있고 싶다거나·

영원을 당연시하는 유아적인 발상은 분명 어린아이의 영역이었고 그렇기에 첫 사랑의 본질에 닿아있었다·

그전까지 엘릭이 없는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엘릭이 없으면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버리니 티리아는 배시시 웃으며 손을 꾸물거렸다·

그러자 엘릭이 잠에서 깼다·

“으으··· 답답해·”

눈을 게슴츠레 뜬 엘릭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담요를 둘둘 두른 채로 꼭 붙어 잔 터라 서로의 얼굴은 코끝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두근두근 티리아의 심장이 뛰었다·

엘릭은 잠에서 깬 눈동자도 맑아 꼭 동화 속의 왕자님 같았다·

“윽 못생겼어·”

···입만 열지 않았다면 말이다·

“얼굴 치워 무섭잖아·”

“싫어·”

“뭐?”

“싫어· 그리고 안 미안해·”

티리아는 그날 겨우 꿈이 생겼다·

그것은 잠을 잘 때나 꾸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고 싶은 이상이었다·

매일 엘릭이랑 같이 잠들고 같이 깨어나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방법을 티리아는 알았다·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부친과 선생이 언제나 말하는 혼인을 하게 되면 매일 같이 지내게 될 것이다다·

사랑하는 소녀는 저돌적인 법 타인의 욕망에 의해 살아가다 처음 스스로의 욕망을 깨우친 소녀는 뻔뻔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나 당시의 티리아가 모르는 게 있었다·

“싫은데? 너 못생겼잖아·”

결혼은 본디 상호 합의 하에 치러지는 법이었다·

그리고

“난 절세미녀랑 결혼할 거야· 알디오가 기사는 미녀랑 산대·”

그날의 엘릭은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미운 여섯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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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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