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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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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 – #7 추억 (3)

그런 날이었다·

천막을 나서니 곧장 다리 위로 분주하게 자신들을 찾아다니는 하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던 날·

그리고 그걸 피해 엘릭과 함께 뒷산으로 향했던 날·

“오늘은 마수 사냥이야! 무릇 기사라면 마수 정도는 눈 깜빡할 사이에 잡아야지!”

“대 대장··· 그래도 엄마가 마수는 위험하다고 했는데····”

“멍청아 기사는 원래 위험해!”

“그건 그렇지만····”

바트가 우물쭈물했지만 엘릭은 요지부동이었다·

분위기도 그랬다·

“역시 대장이야! 우리랑은 생각하는 것부터 달라!”

“멋있어! 동경해!”

“와아아아아!!!”

다시 그날로 돌아가라면 티리아는 아마 뒷산 행을 극구 말려 엘릭을 집에 보냈을 터였다·

아무렴 실제로 이날 마수를 만나 엘릭은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얻었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여덟 살의 티리아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위빈 가의 교육은 마수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

뒷산에 가면 안 된다는 것 또한 당연히 가르치지 않았고 혹여 마수를 만났을 때의 대처 요령도 물론 가르치지 않았다·

귀족의 예법에 필요치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귀족으로 살며 마수와 전면에서 맞닥뜨리는 일이 어디 흔하겠는가?

그런 만큼 그날의 티리아는 마냥 엘릭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순수히 기뻐했다·

“언제 가?”

조마조마한 마음도 함께였다·

빨리 뒷산으로 도망가지 않으면 가문의 사람들이 찾으러 올 텐데·

그러기 전에 뒷산으로 가야 할 텐데·

이른바 사랑의 도피라는 것이다·

엘릭이 자신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티리아에겐 중요치 않은 일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다는 게 중요했다·

부모의 말을 빌려오자면 ‘귀족은 원하는 모든 것을 발아래 두는 자’였으니 티리아는 엘릭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발상 자체를 못 한 것이다·

하여 티리아의 손은 엘릭의 옷깃을 꼭 붙잡은 채였다·

엘릭도 구태여 오전의 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

“못난이 녀석 너도 신나는 거지?”

엘릭이 씨익 웃었다·

티리아는 못난이라는 말에도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좋아! 그럼 빨리 출발하자고!”

엘릭이 목검을 머리 위로 들자 아이들이 “와아아아!”하고 소리쳤다·

그렇게 티리아는 뒷산에 올랐다·

 

*

 

“여기서 흩어져! 마수를 찾으면 소리를 지르는 거야!”

엘릭이 말하자 산의 입구에서 아이들이 흩어졌다·

티리아는 엘릭과 함께였다·

“자 가자·”

“응·”

그렇게 오른 뒷산은 산세가 그리 완만하진 않았다·

애초에 약초꾼이 아닌 이상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다 보니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그런 만큼 돌부리나 나무뿌리 같은 것이 진로를 방해하는 일이 참 잦았다·

하여 티리아는 등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초리에 맞아 종아리가 부어오른 상태이니 그 험한 산을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지 않겠나·

물론 티 내지는 못했다·

혹여 마수 찾기에 방해가 된다면 엘릭이 버리고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에·

하지만

“아야···!”

몸은 마음보다 솔직하여 결국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뭐야 왜 그래 못난이?”

엘릭의 삐죽거리는 물음에 티리아는 고개를 홱홱 저었다·

하나 엘릭은 티리아의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엘릭은 곧장 거리를 좁혀 오더니 그대로 발목까지 오던 치마를 들쳐 종아리를 확인했다·

푸르딩딩한 종아리가 드러나자 그에게서 날 선 말이 튀어나왔다·

“···뭐야 이거 다친 거야?”

티리아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화가 많은 엘릭이 이대로 버럭 집에 가버리라 말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차올랐다·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흠칫 티리아의 몸이 떨렸다·

그 순간이었다·

“아프면 나한테 말해야지 이 똥멍청아! 이리 와! 못난이 얼굴도 다 치료해줄 테니까!”

엘릭이 번쩍 티리아를 들어 등에 업었다·

티리아는 화들짝 놀라 토끼 눈을 떴다·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니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티리아는 무심코 물었다·

“나 안 버려···?”

“버리긴 왜 버려? 기사는 동료를 버리는 거 아니야·”

“나 동료야?”

“그럼 네가 동료지 적이야? 말했잖아· 넌 우리 의무병이야·”

지금은 부상병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엘릭이 ‘흥!’ 코웃음 치며 티리아를 업은 채로 산을 올랐다·

사박사박 눈이 밟혔다·

엘릭은 투덜거렸고 바람은 차가웠다·

그럼에도 티리아는 그 기묘한 온기에 몸이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또 바보처럼 배실배실 웃었다·

“헤헤····”

역시 암만 생각해봐도·

“너 좋아·”

“난 싫어·”

“너랑 결혼할 거야·”

“싫다니까?”

티리아는 엘릭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엘릭은 투덜대면서도 티리아를 떨쳐내지 않았다·

종아리도 아프고 얼굴도 따가운데 기분이 너무 좋아 티리아는 다리를 휘적거렸다·

엘릭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고 그래도 티리아가 멈추지 않자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나랑 결혼하려면 이뻐져서 와·”

“응·”

“머리도 좋아야 해· 그리고 아이도 많이 낳아야 해·”

“응?”

“나는 엘릭 기사단을 만들 거거든· 열 명은 낳아야 하니까 튼튼해야 해· 알디오가 튼튼한 여자가 아이를 잘 낳는대·”

티리아가 그렸던 그림에 엘릭이 색채를 더했다·

볕이 잘 드는 그림 같은 집 커다래진 엘릭과 자신 그 곁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

그게 참으로 좋았다·

티리아는 마치 꿈처럼만 느껴지는 미래에 가슴이 부푸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애들 안 때릴 거야·”

“당연한 거 아냐?”

“매일 안아줄 거야·”

“바보야 매일 안아주면 힘들잖아·”

“그래도 안아줄 거야· 편식해도 뭐라고 안 할 거야·”

“그건 좋네·”

그리 대화를 하다 엘릭이 멈춰 섰다·

도착한 곳은 웬 손바닥만 한 풀들이 온통 자라있는 곳이었다·

“여기 앉아·”

라고 말하며 엘릭은 티리아를 바위 위에 앉혔고 풀잎들을 똑똑 따서 모으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이것들이 다 약초야· 상처에 좋은 거래·”

무심하게 답한 엘릭은 그러모은 약초를 돌로 찧어낸 후 티리아의 종아리에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아야····”

“참아 바보야·”

참기엔 너무 따가웠다·

그래도 티리아는 참았다·

엘릭이 직접 해주는 일이니 그저 좋은 것이었다·

직후 종아리에 초록색이 될 정도로 잎사귀를 바른 엘릭은 제 소매를 부욱 찢어 종아리에 둘러줬다·

“됐다!”

뿌듯한 얼굴로 말하는 것에 티리아는 신기해져서 물었다·

“너는 이런 거 어떻게 다 알아?”

“공부한 거야· 너는 의무병이면서 이런 걸 몰라?”

“몰라·”

“모르면 공부해!”

엘릭이 환하게 웃었다·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약초 정도는 스스로 키워야지!”

티리아는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응·”

“그럼 이제 가자· 에휴 하여튼 귀찮은 못난이라니까·”

또 엘릭이 티리아를 업었다·

산행이 이어졌다·

그는 모를 것이다·

이날의 이 대화 때문에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결국 그리 시작한 공부가 원예라는 취미가 되었음을·

아직도 티리아가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꺄아아아악!!!”

그날 뒷산에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르르르····”

당신의 귓불엔 상처가 없지 않았을까·

 

*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티리아가 기억하는 것은 엘릭의 등에 업혀 재잘재잘 꿈 같은 말이나 지껄였다는 것이고 그런 중 주변이 돌연 으스스해졌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산새들의 소리조차 사라져 온통 침묵이 공간을 휩쓰는 순간 그것이 나타났다·

“그르르르····”

새까만 몸은 집채만 했다·

샛노란 눈깔은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했고 침을 질질 흘려대는 벌어진 입엔 송곳같은 이빨이 가득 자리해 있었다·

누린내가 났다· 불쾌하고 역겨웠으며 께름칙한 냄새였다·

“그르륵···!”

마수를 만난 순간 티리아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혼비백산하여 허둥대다 그만 엘릭의 등에서 떨어졌다·

쿵! 하고 엉덩이가 아려오는 순간 마수의 앞발이 살짝 흔들렸다·

푸확―!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해야겠지·

간신히 고개를 든 티리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엘릭의 목덜미에서 터져 나오는 핏물이었다·

새빨간 액체가 하얀 설산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색채의 대비는 너무나도 선명했으며 비릿한 향기는 폐부를 다 범할 정도였다·

“어····”

티리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순간이었다·

“···도망가·”

엘릭이 말했다·

삐걱삐걱 돌아간 고개엔 다급한 기색이 가득했다·

“너 먼저 도망가!”

그가 목검을 치켜들었다·

한 손은 목덜미를 꾹 누른 채였다·

도망가라니?

어디로?

누구한테?

너는?

의문이 주르륵 스쳐 지나가는 중 엘릭이 다시 외쳤다·

“빨리!!!”

다리가 후들거렸다·

티리아는 일어서지 못했다·

눈물이 눈망울 가득 차올랐고 이는 딱딱 부딪쳤다·

엘릭이 입술을 짓씹었다·

“으으···!”

자세를 잡은 엘릭은 마수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륵그륵 진동 섞은 울음을 내뱉던 마수의 눈이 휘었다·

그제서야 티리아는 볼 수 있었다·

엘릭의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서워하고 있었다·

한데도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나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꺼져!!!”

엘릭이 마수를 향해 내달렸다·

그 순간 그에게서 붉은 연기 같은 것이 터져 나온 게 티리아가 온전히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쩌억―!

마수의 앞발질에 엘릭이 튕겨 나와 티리아와 충돌했다·

몸이 산을 데굴데굴 굴렀다·

티리아는 그 와중에도 엘릭을 꼭 끌어안았다·

마수가 여유롭게 뒤따라왔다·

결국 쿵 하고 나무 기둥에 몸이 부딪쳐 고통이 전신을 찍어눌렀다·

엘릭이 기절한 것을 깨달은 건 직후였다·

마수의 그림자가 티리아의 몸 위를 덮은 것은 동시였다·

그리고 한발 늦게·

“찾았군·”

어떤 낮은 목소리와 함께

쩌어어억―!

마수가 세로로 쪼개졌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 티리아가 흐릿하게 본 것이 있었다·

동물 가죽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가죽옷을 입은 어른이 기절한 엘릭을 어깨에 걸친 채 멀어지는 것·

사박 사박―

눈이 밟히는 소리가 멀어지며 티리아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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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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