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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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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 #7 추억 (4)

그날 쓰러져있던 티리아를 발견한 것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마을의 어른들이었다·

마수의 등장을 멀찍이서 지켜봤던 뤼튼이 소식을 알린 것이다·

티리아는 그날 이후 약 사흘간 정신을 잃은 채로 방에 누워있었고 그 탓에 위빈 남작의 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었다·

티리아가 기억하는 것은 막 눈을 떴을 때 느꼈던 저택의 날 선 분위기 그리고 하녀들이 낮은 소리로 주고받던 그간의 소식들이었다·

-포트먼 가의 도련님도 실종됐다가 어제 막 발견됐다면서요?

-말도 마요· 남작님이 포트먼 가에 따지러 가겠다고 아주 노발대발하셨잖아요? 아가씨가 납치되었다고 결론 내신 것 같았어요·

-포트먼이야 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겠죠· 사실 우리 남작가하곤 비교도 안 될 부자들이잖아요?

-말해 뭐해요· 남작님 씀씀이 생각하면 이 소란도 다 돈 좀 받아먹겠다고 벌인 것 아니겠어요?

당시에는 엘릭이 무사하다는 사실 외엔 무엇도 이해하지 못해 그저 안도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랬다·

부친은 자신의 엉망진창인 몸이 포트먼 때문이라고 덮어씌울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딸에게 손찌검하는 가주라니 소문이 나봐야 좋을 리가 없지 않겠나·

더군다나 그 우연한 일로 금전까지 얻게 되었으니 금상첨화였겠지·

물론 그것이 티리아의 안전을 말해준 것은 아니었다·

“이 아비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느냐?! 오늘부턴 더 엄중한 감시책을 붙일 것이다! 다 네가 이 아비를 실망시킨 까닭임을 마음 깊이 새겨두어라!”

꿈같은 나날은 결국 끝났다·

현실은 꿈보다 더 선명하고 지독하게 티리아를 괴롭혔다·

외출은 안 될 말이다·

정원에 나가는 일조차 엄중한 감시 속에서 한두 시간을 겨우 허락받았고 체벌을 병행한 교육은 그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하게 치러졌다·

바뀐 것은 하나였다·

‘미안하지 않아·’

티리아만이 바뀌었다·

이제야 티리아는 알았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었고 이렇게 아파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이 사람들에게 질책받을 이유도 없었다·

엘릭이 그걸 가르쳐줬다·

그가 마음속에 새겨준 것은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이었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또한

“우아한 부인이 되기 위해서는 걸음걸이부터 다시 하세요!”

“네·”

그는 꿈을 심어주었다·

이제 티리아는 왜 훌륭한 부인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스스로가 훌륭한 부인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의 신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발판 삼아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끝을 모르는 동굴 속을 걷는 것과 끝에 무엇이 있을지를 아는 길을 지나는 것이 어찌 같겠는가·

약속된 보상이 있기에 쓰러질 수 없었다·

더욱 힘을 낼 수 있었고 혹여 비틀거려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조금 더 머리가 굵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엘릭과의 혼인이 말도 안 되는 일임을 깨달은 후에도 그 추억이 티리아를 일으켜 세워줬다·

단순한 첫사랑 이상의 의미였다·

엘릭과의 그 짧은 추억은 티리아 위빈이라는 여인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끝끝내 지탱해준 버팀목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그가 사랑받는 감각을 알려주었다·

체온을 나눠줬다·

암만 시린 겨울 한가운데 있어도 언젠가는 봄이 찾아올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런 이유로 버티며 살았고

“포트먼과 혼인하게 되었단다·”

그는 봄의 이름으로 찾아왔다·

그 어린 날에 찾아왔던 기적과 같이·

 

*

 

티리아는 스르르 눈을 떴다·

멍한 와중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엉망진창으로 펼쳐져 있는 식물 백과였다·

읽다가 잠든 것일까·

간만에 좋은 꿈을 꾸어 몸이 개운했다·

기분 탓은 아닌 게 실제로 찌뿌둥한 기운이 거의 다 가셔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일어나셨소?”

엘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티리아의 고개가 들렸다·

그가 창가에 선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그시 웃는 모습이 사뭇 평화로웠다·

“분명 일찍 주무시라 일렀던 기억이 있는데 밤늦게까지 안 주무신 것 같더구려· 왜 그러셨소?”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개구진 표정 탓에 화난 꼴로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괴리감이 일었다·

‘역시····’

어릴 적과는 다르게 상당히 점잖아졌구나·

티리아에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따금씩 보이는 어린 날의 흔적이 아니었다면 그가 자신이 사랑했던 소년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잊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가 지난 10년 간 어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망아지 같던 성정은 확실히 죽어 있었다·

“부인?”

“···아·”

티리아는 손으로 머리끝을 매만지며 조심스레 답했다·

“일찍 잠들었을 겁니다· 책을 길게 읽은 기억은 없으니·”

“정말 못 말리겠구려·”

“죄소····”

멈칫 티리아의 말이 멎었다·

대신 그려지는 것은 희미한 미소였다·

-이유 없으면 사과하지 마· 이 똥멍청아· 먼저 사과하면 얕보이잖아·

어찌 그 말이 먼저 생각나 버리는 것인지·

티리아는 표정을 가다듬어 웃음기를 지웠다·

그리고 식물백과를 바로 덮었다·

엘릭은 커튼을 걷고 있었다·

겨울 아침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려 방을 훤히 밝혔다·

“오늘은 날이 좋구려· 조금은 눈부시오· 쌓인 눈 때문인 듯하오·”

“그렇습니까?”

“아무렴 말해 뭐하오·”

스윽 엘릭이 창에 낀 서리를 손을 지워냈다·

그의 입가엔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동네가 그렇지 않소? 한 해 내도록 반짝이는 것들 뿐이오· 봄에는 모종이 푸르고 여름엔 그게 무성해져 쨍하오· 가을은 온통 황금빛에 겨울은 또 깨끗하게 빛나지·”

말하고 직후 짧게 입술을 달싹인 엘릭이 이어 말했다·

“이런 게 참 그리웠던 것 같소· 떠나있던 동안은·”

그리고 고개를 돌려 티리아를 바라봤다·

이리 감상적인 모습을 보여오는데 눈곱이 끼지 않았는지부터 걱정되는 것은 미안한 일인 걸까·

그녀의 속에 짧은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를 알 턱이 없는 엘릭은 조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이오· 내가 어젯밤에 생각한 게 있었소·”

“무엇입니까?”

“위빈의 풍경은 고즈넉한 색채이긴 하지만 너무 단조롭지 않소? 게다가 저택 안은 더 그렇지· 이놈의 저택이 너무 삭막하단 말이오·”

톡 톡·

엘릭이 창을 두드렸다·

“그러니 부인께서 저택 정원에 꽃을 심어보는 것이 어떻소? 봄이 되면 말이오·”

“꽃··· 말입니까?”

“좋아하시지 않소? 원예·”

티리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입 또한 놀라 작게 벌어졌다·

심장이 꾹 죄며 이는 기분 좋은 답답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티리아는 머뭇대다 물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음? 원예 말이오? 내 혼인하던 때 전해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말이오· 혹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오?”

비겁하게 이렇게 또 갑작스레 파고드는 건 또 뭔지·

티리아는 괜히 이불을 꾹 쥐며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러자 엘릭이 배시시 웃었다·

“다행이구려·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서·”

제대로는 무슨·

“···감사합니다·”

당시의 일은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제에 뭐가 제대론가·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그는 그날의 일을 다 떠올리지 못할 테니 말이다·

실종되었다 돌아온 그는 그날의 일을 모두 잊어버린 채였다던가 기억하기론 그 탓에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아주 어려웠다는 말이 있었다·

“감사는 무슨·”

“기억해주셨다니 감사한 일이지요·”

“되었소·”

그날의 일이 혼자만의 추억이 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이기적인 마음일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귓불 아래엔 머리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자신 탓에 생겨난 상처란 생각에 미안함이 일면서도 흡족함까지 이니 참 부끄러운 일이긴 하다·

하나 어쩌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을·

와중 티리아의 시선에 엘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뭘 그리 뚫어지게··· 아 이 상처 말이구려·”

엘릭이 목을 쓸었다·

“어릴 때 입은 상처요· 워낙 험하게 놀다 보니 다치는 일이 잦았었소·”

머쓱해하는 꼴이 괜히 웃음기를 자극함에 티리아는 표정을 더 가다듬었다·

그리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들은 것이 있습니다·”

“···왜인지 좋은 말은 아닐 것 같구려·”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싶은데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 그러지· 열도 꽤 내려간 듯 보이는구려· 조금 있다 오겠소·”

엘릭이 지팡이를 짚으며 방을 떠나갔다·

달칵 문이 닫힌 후에야 티리아는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쿵― 쿵―

심장이 크게 뛰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미 꿈의 절반은 이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그의 미소를 보게 되었으니·

이리도 긴 시간이 흘렀으나 결국 그리 되었으니·

하루를 그런 달콤함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마님 세숫물을 받아왔어요·

“···그래 들어오거라·”

···얼굴이 주책맞게 뜨거워졌다·

찬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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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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