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 – #8 수도행 (4)
에드워드 와이트가 누구인지 또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시골 촌놈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있었다·
그만큼 그의 일대기는 전설적인 면이 있었다·
이질적이고 천재적이다·
에드워드 와이트를 설명할 때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었고 실로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었다·
아무렴 기사보다 못한 무력으로 대륙 7강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 않겠나·
서부 아르민 순환 철도를 개발한 레베카 와이트가 그의 모친이다·
에드워드 와이트는 시대를 바꾼 비범한 여인을 모친으로 두고 있었으며 그 스스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성의 축복을 타고난 사내였다·
10살의 에드워드 와이트는 현존하는 모든 선진공학을 통달했다·
11세에는 화승총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 그제까지 장전까지 몇 분이나 걸리던 화승총을 개조해 그 장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렇게 13세 그가 도입한 개념은 서부전쟁의 발발과 함께 끔찍한 위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했고 그와 동시에 그는 돈방석에 앉았다·
14세의 에드워드 와이트는 그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하나 그것은 개조 화승총을 팔아 모은 돈 정도로는 택도 없을 만큼 많은 자본을 요하는 사업이었다·
그때 그의 지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를 만들 겁니다· 당신들과 함께요·
서부를 넘어 대륙 전체에 퍼진 광고문구였다·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이 커다란 대륙 전체를 횡단하는 철도라니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갈지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갈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코웃음쳤으나 소수의 예리한 이들은 ‘당신들과 함께요’라는 단락에 집중했다·
그랬다·
그는 ‘주식 회사’라는 개념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본을 개인에게 투자해 그 사업의 지분을 나눠가지는 방식은 대륙에 전례 없던 충격적인 기업 운영 방식이었다·
그전까지 주먹구구로 존재했던 투자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공증해 실현시킨 최초의 사내가 그였던 것이다·
능히 봉건제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었다·
아무렴 신분의 구분 없이 돈만 있다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든 것 아닌가·
하나 누구도 그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하필 그때 ‘EW’에 투자한 대주주가 마왕 제르디아였기 때문이다·
-재밌군 어디 한 번 해보라·
나자크의 국왕이자 대륙의 강자였던 그가 에드워드 와이트를 지지했다·
여러 의미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에드워드 와이트의 구상에 ‘현실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에와 7강이라 불리는 대륙의 강자는 그만큼이나 큰 신뢰성을 주는 이름이었다·
-자 지금이 아니면 이런 헐값에 기업의 지분을 살 기회는 없습니다! 어서 투자하세요!
에드워드 와이트는 그의 그늘 아래서 폭발적인 속도로 투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성공이었다·
철도 기업 ‘EW’는 당초 그가 목적했던 투자금의 5배에 달하는 자금을 모아 성공적으로 상장해 철도를 서부 전체로 퍼뜨렸다·
그게 겨우 2년이 걸렸다·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돈으로 사버린 것이다·
에드워드 와이트의 당시 나이 16세·
EW라는 철옹성에 당시 10세였던 염화 이그렛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그때였다·
-이제 철도를 대륙 전체로 퍼뜨리겠습니다· 또한 전쟁을 종식시킬 새로운 무력수단을 강구하겠습니다·
18세의 에드워드 와이트는 그리 선언하고 고작 1년만에 둘 중 하나 새로운 개념의 무기 도입에 성공했다·
볼트액션·
화약을 총구에 밀어 넣는 형태가 아닌 총알에 화약을 심어두는 형태의 총기를 개발해버린 것이다·
물론 상용화는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그 위력도 위력이지만 무엇보다 총알 한 발을 제작하는데도 천문학적인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총알을 만드는 장인을 구하고 그를 교육 시키고 불량률을 떨어트려 실전까지 운용하려면 소모 자원이 어마무시했다·
에드워드 와이트는 결국 그것의 상용화를 포기했다·
하나 아르민의 정예병에게는 보급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전장의 최약자였던 아르민이 3대 강국으로 부상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그날로 에드워드 와이트는 공작위를 하사받았다·
황금의 공작으로 이름을 널리 떨쳤으며 또한 마나 한 줌 다룰 수 없는 몸으로 대륙 7강 금공 에드워드라는 이명까지 얻었다·
돈으로 무력을 사버린 것이다·
그것이 22세·
이어 25세엔 대륙 횡단 철도를 완성하여 그의 전설적인 일대기를 온 세상에 널리 퍼뜨렸다·
그런 사내이니
“내가 심기가 불편하네· 아주 많이·”
엘릭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용건이나 빠르게 하지· 그보다 어떻게 날 찾았는지부터 물어야겠군·”
엘릭의 눈동자에 핏빛 광채가 서렸다·
에드워드는 실실 웃는 꼴로 어깨를 으쓱였다·
“잊었나 본데 이 철도 제 겁니다? 누가 어디서 타서 어디서 내렸는지를 아는 건 식은 죽 먹기죠· 더군다나 그게 중요 인사면 전부 제 귀에 보고가 들어올 테고·”
엘릭은 인상을 찌푸렸다·
‘서부에서 떠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건가·’
생각이 짧았다·
처음부터 정체를 숨기고 움직였어야 했건만·
“이야 그래도 놀랐습니다· 검귀 어르신이 유부남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렇게 오늘 죽을 것처럼 굴던 사라··· 흐익! 그렇게 보진 마시고·”
살기로 목을 조르는 순간 에드워드가 기겁하며 몸을 웅크렸다·
“우리 그래도 나쁜 사이는 아니잖아요? 예? 전장에서 좋았잖습····”
“무릎의 답례라도 할까 하여·”
“에 에이··· 무슨 섭섭한 말씀을·”
에드워드가 비굴하게 웃었다·
“그게 어디 제가 한 일입니까요· 저희 군대가 한 일이지·”
“그들의 무기를 만든 게 자네였지· 그리고 자네는 그 일을 자랑스레 떠벌리고 다니고· 그뿐인가? 그날의 전장을 지휘한 게 자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업의 일환이라 봐주시면 좋겠는데····”
능글맞게 빠져나가려는 태도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엘릭은 검지로 지팡이를 톡톡 두드렸다·
“찾아온 목적이나 듣지· 일행이 있어서·”
“아 암요· 그렇게 아리따우신 부인····”
“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네· 화가 나려고 해· 아니 이미 화가 나 있어·”
에드워드가 티리아의 존재를 알게 된 이 상황은 엘릭에겐 너무 큰 악재였다·
혹여 그가 술수를 부린다면 엘릭으로선 막을 수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협박이라도 해야 했다·
“자네가 부인에게 술수를 부린다면 나는 막지 못하네· 하지만 그 이후의 아무런 조치도 못 취한다는 말은 아니야·”
“그 그렇죠···?”
“가장 먼저 아르민의 적군에 무보수로 고용될 걸세· 전장의 선봉에 서서 자네 나라를 무너뜨릴 거야· 물론 자네는 타격이 없겠지· EW가 자네의 요람이니 말일세·”
에드워드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엘릭은 무던하게 말을 이었다·
“철도를 부숴야지· 자네의 대주주들을 하나씩 죽이고 다닐 걸세· 그리하면 우호 지분이 줄어들겠군· 지분을 팔려는 이들도 나올 게야·”
“····”
“좀먹어가는 거지· 그렇게 EW가 무너지기 직전에 자네를 찾아갈 걸세· 가장 비참해질 때까지 목을 조여 간 후에 목을 따버리는 것이지·”
단순한 협박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티리아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엘릭은 앞서 말한 일들을 다 수행할 사람이었다·
“내가 못하리라 보는가?”
아닐 것이다· 그의 경직된 표정이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실현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우습다·
검귀 카샤는 그런 이름이었다·
“자 아직도 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나?”
묻자 에드워드가 조금 더 진중해진 얼굴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쩝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
‘아 지릴 것 같은데·’
에드워드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엘릭··· 카샤의 눈을 바라봤다·
시골에서 요양하며 조금은 유해졌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부인과 담소를 나눌 땐 어딜가나 있는 범상한 청년의 기색이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거지·’
저 인간의 부인은 알까·
남편이 한 번 물어뜯기로 한 상대는 지옥 끝까지 찾아가 찢어 죽이는 살인귀라는 것을·
에드워드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싸우러 온 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싸울 생각이면 애초에 여기 직접 오지도 않았어요·”
검귀 카샤는 7강 중에서도 가장 ‘강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내였다·
현재 칩거한 제국의 상황을 제외하면 1대1 대인전으로 그를 이길 수 있는 이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라 하면 설명이 될까·
물론 전장이 1대1 전투로만 벌어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7강이 균형을 유지했던 것이고 오늘까지 에드워드의 목이 붙어있는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명백한 약자였다·
“싸우러 온 게 아니면?”
“협상하러 온 거죠·”
에드워드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우리 검귀 어르신이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하는 건 잘 알고 겸양 떠는 거 싫어하는 것도 아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에드워드는 한 차례 숨을 삼키고 이내 본론을 내뱉었다·
“은퇴해주십쇼· 다시는 서부 전장으로 눈 돌리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목덜미가 서늘하다·
“저는 전쟁이 더 길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카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