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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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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 – #9 수도 (2)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엘릭은 티리아의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속으로 탄식했다·

‘어쩌다는 무슨···!’

이게 다 침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 아닌가·

말할 것도 없다·

엘릭의 속에 청소 업체에 대한 원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그만 주무시지요·”

티리아가 말했다·

흘긋 눈을 돌려보니 그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자세로 누워 있었다·

잠드는 자세조차 귀족적이구나!

짧게 감탄하는 순간 엘릭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일이 있었다·

“···한데 불편하지 않으시오?”

“무엇이 말입니까?”

“부인께선 새우잠을 자지 않소· 나 때문에 잠드는 게 불편한 것은 아닌가 하여·”

그녀를 간병하며 알게 된 버릇이었다·

티리아는 몸을 웅크린 채로 잠을 청한다·

혹여 자세가 구부정해질까 애써 바른 자세로 만들어놔도 10분을 못가 새우잠으로 돌아가니 이리 반듯한 자세가 그녀에게 불편하진 않을까 싶은 것이다·

티리아는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침대가 넓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긴 하오· 침대가 너무 커서 놀랐소·”

“전 가주께서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예·”

엘릭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녀가 부친과의 일을 먼저 얘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이 저택에 들어온 이후 내도록 느꼈던 답답함이 짙어지는 기분·

엘릭은 갈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에 관해 더 말해주실 수 있으시오?”

혹여 끝끝내 알지 못했던 그의 의중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최초엔 그녀나 부친이나 서로 사적인 말을 섞을 사이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10년이다·

나눈 대화가 아예 없진 않았을 것 아닌가·

그에 티리아가 머뭇거리다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전 가주께선 가주가 돌아온다면 큰 침대를 써야 할 것이라는 말을 지나가듯 하셨습니다·”

움찔 하고 엘릭의 손끝이 떨렸다·

“내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소? 그 사람이?”

“잘 모르겠습니다· 전 가주께선 만약의 일도 대비하는 분이셨으니 그런 성정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렁임이 짙어졌다·

사실 부친의 생전 성향을 생각해보면 그럴싸한 말이지만 그놈의 유산이 다른 생각을 들게 했다·

자신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이미 떨쳐낸 미련일진대 그것이 다시 한번 엄습하는 기분이었다·

심란함이 짙어지니 표정에 드러난 것일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티리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엘릭은 애써 미소 지었다·

“그랬구려·”

엘릭은 괜찮은 척을 해보려 했다·

그에 티리아는 바로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시선을 마주하며 가만 입을 다물었고 그 모습에 엘릭은 묘하게 안정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던가·

새삼스레 그 말이 떠올라 멋쩍은 기분이 든다·

그뿐만 아니었다·

‘···녹색·’

불 꺼진 방안에서도 티리아의 눈동자는 옅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목덜미를 가리는 머리칼은 금색이었다·

암만 음영 져 있어도 그 색채가 변하지 않음에 생경함이 일었다·

그러다 시선이 문득 맨살을 향했다·

화악! 얼굴이 붉어졌다·

불이 꺼진 게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이 이제 잠이나 자야겠소· 잘 주무시오·”

그리 말하고 눈을 감으니 이윽고 티리아가 뒤척거리는 게 느껴졌다·

“···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뒤로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안정되어갔다·

엘릭은 아니었다·

쿵 쿵· 심장이 가쁘게 뛰어 열이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이불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하나 한 이불을 덮고 있는 만큼 그리했다간 티리아가 눈치를 채 버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쩔쩔매길 얼마나 지났을까·

바스락·

소리가 일며 티리아가 뒤척거리는 게 더 확실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엘릭은 실눈을 뜨고 티리아를 바라봤다·

잠든 것은 확실했다·

찡그린 표정으로 보니 자세가 불편하여 뒤척이는 듯했다·

가만 바라보고 있으니 티리아가 더듬더듬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엘릭의 팔을 찾아냈다·

“흡···!”

아차 엘릭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그녀의 버릇 하나를 더 떠올렸다·

그녀는 무언가를 안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

전에는 손이었고 보통은 베개를 안고 잤었다·

엘릭의 팔을 더듬거리던 티리아가 이윽고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엘릭은 숨까지 멈춘 채로 몸을 바짝 굳혔다·

“으음····”

웅얼거림과 함께 티리아가 엘릭의 팔에 딱 붙어버렸다·

위험했다·

여러 의미로·

“부 부인····”

“····”

답이 없기에 울상을 지으며 확인하니 아주 숙면도 이런 숙면을 취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차를 탔던 일이 그리도 피곤했던 것인가·

제발 장난이길 바라며 마나까지 일으켜 감각을 벼려봤으나 그녀의 모든 생체 활동은 수면 상태임을 말하고 있었다·

“이 이렇게 주무시면 나는····”

하고 소곤소곤 말해봤지만 깰 생각을 하질 않는다·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티리아가 새우잠을 자기 시작했다·

몸을 웅크리니 더 확실히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부드러운 감각이나 체향이나 숨결 같은 것이 간질간질 몸속에 파고들었다·

엘릭은 슬금슬금 침대 구석으로 도망갔다·

티리아는 그럴 때마다 엘릭에게 들러붙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다·

팔만 내어주었으면 되었을 것을 이제 엘릭은 그녀에게 온몸을 내어준 꼴이 되었다·

머리는 팔베개를 하고 있다·

팔을 허리를 감고 있었고 다리는 엘릭의 허벅지를 감고 있었다·

잠버릇이 참 안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놓고 저 혼자만 세상 편안하게 잠드니 원망스럽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엘릭은 심호흡을 해보았지만 좀처럼 속이 진정되는 일은 없었다·

이 순간 그리도 속을 심란하게 했던 부친의 일조차 멀어지고 있었다·

잡생각이 든다·

잘 때도 향수를 뿌리고 자는 건가·

왜 이렇게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지 도통 영문 모를 일이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엘릭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나쁜 생각을 했다·

‘그래 체보르 방어전이 어땠더라···?’

하다하다 떠올리기조차 싫어했던 체보르 방어전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하나 영 신통치 않았다·

체보르 방어전의 피비린내 나는 기억 위로 달콤한 향이 덧씌워진다·

뼈를 가르는 손맛 위로 부드러운 살결이 덧씌워진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웬 새근새근한 숨결이 바람을 가르는 총알보다 더 강렬하게 몸을 관통했다·

엘릭으로선 미치고 팔딱 뛸 일이었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자·

눈을 꾹 감고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엘릭은 잠에 빠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시작했다·

결과만 말하면 성공이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이성을 날려 잠에 빠지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

이날의 엘릭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아니 악몽이라면 악몽일 수도 있었다·

꿈을 꾼다면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전장의 악몽 속을 헤맸던 그는 오늘 전장 대신 슬라임의 뱃속에서 허우적대는 꿈을 꿨다·

참으로 부드러운 악몽이었다·

 

*

 

티리아는 온몸이 개운해지는 감각과 동시에 눈을 떴다·

그리고 바짝 굳었다·

“으으으···!”

코끝이 닿을 거리에 창백한 안색으로 끙끙대는 엘릭이 있었다·

팔은 그의 단단한 몸을 옭아매고 있었고 왜인지 모르겠으나 티리아가 있는 곳은 엘릭이 붙어있는 침대 구석이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것이 꿈일까’ 하는 것이었다·

너무 자극적인 광경이니 현실일 리 없다고 부정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 꿈이라기엔 감각이 너무 선명하다·

상황 파악에 시간이 필요했다·

왜 이런 상태로 눈을 뜬 것인가·

티리아는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가주께선 잠버릇이 고약하시구나·’

잘 자고 있던 자신을 끌어안아 잠든 것일 터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 않다면 목을 매달고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울 테니 말이다·

마침 엘릭의 팔도 자신의 어깨에 둘려 있지 않나·

티리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호흡은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 파도처럼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진 못했다·

아니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구도가 꽤나 기시감이 든다·

티리아는 그리 부끄러운 와중에도 어린 날의 추억을 되새겼다·

다리 밑 천막에서 그와 하룻밤을 보낸 날 눈을 뜨고 본 광경이 꼭 이랬다·

반갑고 설레였다·

괜히 몸이 긴장되었고 마음은 물에 젖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다·

끙끙대는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 멍하니 그를 응시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어으으···!”

끙끙대던 엘릭이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고 하나 둘 셋·

“으헉!”

꽈당!

활어처럼 펄떡인 엘릭이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간신히 침대 위에서 중심을 잡은 티리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자고 있던 사람을 훔쳐보다 들킨 일은 그만큼이나 부끄러웠다·

빠르게 일어난 티리아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안색을 진정시켰다·

그에게서 고개를 돌린 후 변명을 내뱉었다·

“···빠져나올 수가 없더군요· 가주께선 잠버릇이 심하신 듯합니다·”

당신 얼굴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 그 자세를 유지했다 말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니던가·

답은 책임 전가 뿐이었다·

와중 엘릭의 얼굴 위로 황망함과 억울함이 가득 맺혔다·

“···잠버릇 말이오?”

물론 고개 돌린 티리아는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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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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