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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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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 – #9 수도 (3)

아침 식사 자리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엘릭은 불퉁해진 얼굴로 티리아를 흘긋거렸다·

그리 심한 잠버릇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는가·

거기에 도리어 책임전가까지 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란 말이다·

눈짓으로 그런 의도를 전해봤지만 아직 그게 전해질 만큼 친하진 않은 모양이다·

티리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 특유의 무표정을 지으며 느긋하게··· 아니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식사를 끝냈다·

“외출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가주께서도 슬슬 채비하시지요·”

“···알겠소·”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대충 기성복을 맞춰 입고 나온 엘릭은 20분 정도가 흐른 후에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엘릭은 작게 놀랐다·

“가볍게 입고 나오시는구려·”

“굳이 더 과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녀는 회색의 외출용 드레스 위로 코트 그 위로 털 망토를 걸친 채였다·

겨울의 외출에 어울리는 복장이었으나 달리 말해 귀족 특유의 화려함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차림새였다·

오늘 갈 곳은 왕도에서 가장 화려한 귀족들의 거리에서도 연회복을 전문으로 하는 양장점이었다·

엘릭이 알기로 그런 곳을 찾을 때면 귀족들은 누가 더 화려한 것인가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휘황찬란한 복장을 했는데 귀족적이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녀는 이런 점에선 여타 귀족과 다른 면을 보이니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화려한 것은 연회 때나 그리하면 될 일이지요· 아니 그곳에서도 너무 화려한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주제에 맞지 않는 과함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까요·”

“예컨대 절제의 미라는 것이겠군·”

“옳은 표현입니다·”

엘릭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알디오를 찾는 것이었는데 왜인지 그가 보이지 않았다·

“무얼 찾으시는지요?”

“알디오가 보이지 않아서 말이오· 외출하겠다는 말이라도 하고 가려 했건만·”

“아 제가 미리 침대를 수배하러 가보라 일렀습니다· 마침 그쪽으로 쓸 편지도 있었던 터라·”

아 하긴·

엘릭은 부러진 침대를 보고 전날의 그녀가 크게 화를 냈던 것을 기억했다·

“···이해했소· 그럼 우리끼리 가보지·”

“예·”

그렇게 두 사람이 저택을 나섰다·

 

*

 

페르딘 왕도에는 귀족들을 위한 거리가 따로 존재했다·

쉬이 부르길 1번 대로라는 이름인데 왕도 유력 귀족들의 저택이 밀집된 장소로 그만큼 상권 역시 그들을 위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있었다·

대로 한복판은 휘황찬란한 마차가 줄을 이어 달리고 있었다·

그 양옆으로 난 도보로는 한눈에 봐도 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고 또 어딘가는 저택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바삐 오가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나름의 활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떠오르는 어색함은 역시 엘릭이 아는 서부 귀족들의 삶과 이들의 것이 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평온하군·’

표정에서부터 여유가 보이는 것이 꽤나 안온한 삶을 살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감각을 첨예하게 벼리면 그들의 대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이번 연회에서 님루드 백작과 면을 터야 한다· 그분 취향을 조사해왔겠지?

-우리 딸의 데뷔탕트야·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돼·

-이번 연회에서 길리안 영식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거야! 그러니까 시간에 맞춰 로브를 가져와야 한다?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대화였다·

서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는 어딜 가도 심각한 표정으로 전쟁의 양상을 토론하는 목소리뿐이었으니 말이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아 벌써 도착했나보오·”

와중 티리아가 엘릭을 이끈 곳은 조금 구석진 자리에 고즈넉이 자리해있는 양장점이었다·

“오 분위기가 있구려·”

창 너머로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이 참 깔끔하다·

물론 엘릭의 취향은 각종 장식물이나 사슬 따위를 주렁주렁 매단 것이지만 연회에 그런 걸 입고 갔다간 놀림감이나 되지 않겠나·

귀족스러움으로는 합격점이었다·

“남성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요· 전 가주가 연회에 참석하실 땐 이곳을 주로 이용하셨습니다·”

부친의 이야기가 나옴에 순간적으로 흠칫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것도 좀 바꿔가야 할 텐데·

엘릭은 괜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여하튼 확실한 보증수표란 말이군·’

감정과 별개로 부친의 취향이라면 대외적으로 선호되는 취향이란 건 확실하다·

엘릭은 그녀를 따라 양장점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십··· 아 포트먼 남작 부인!”

“오랜만일세·”

풍채가 큰 마담이 티리아를 반겼다·

그리하곤 엘릭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이분은····”

“가주일세·”

“앗!”

그녀의 얼굴 위로 경악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엘릭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소문이 안 났을 수는 없겠지·’

검귀 카샤로서가 아니라 집 나간 탕아 엘릭 포트먼으로서의 소문이라면 페르덴 내부에선 꽤 널리 퍼졌을 것이다·

귀족이란 것들이 결국 남 얘기 좋아하는 근성을 못 버리는 족속이 아니던가·

뒤늦게 귀족에 편입된 포트먼의 가정사가 오죽 그들을 즐겁게 했겠는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으나 티 낼 수는 없었다·

뭐가 됐든 스스로 불러온 평가였으니 마주할 수밖에·

엘릭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오늘은 연회에 입을 옷을 구하러 왔는데 입구를 보니 실력은 믿을 수 있겠더구려·”

상대를 띄워주는 화법은 엘버스 그레이엄에게 배운 것이었다·

다행히 마담은 그 칭찬을 크게 기꺼워하며 미소를 그렸다·

“아이참! 별 말씀을요·”

호호호 웃는 소리가 간드러졌다·

마담의 성향이 꽤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어디보자····”

마담의 시선이 엘릭을 위아래로 훑었다·

하나 그럴수록 얼굴 위로 곤란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티리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체격이 꽤 크시네요·”

“그게 문제가 되나?”

“아무래도 만들어둔 옷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엘릭은 그 말에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당연한 위기였다·

애초에 전장에서 내도록 구른 몸이다·

게다가 검계를 익히며 살기와 마나가 골격까지 뒤틀어 키워버렸으니 엘릭의 덩치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동부 귀족과 같을 수는 없었다·

당장 거리에만 나가도 엘릭의 키가 다른 이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다·

엘릭은 이전 제국 연회에 참석할 적 엘버스의 도움을 받아 재었던 치수를 떠올리며 말했다·

“내 키가 184c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네· 다른 부위별로는····”

“아니· 아니요·”

“음?”

“이건 직접 재어봐야겠네요· 기억하시는 수치랑 다르시면 곤란할 테니까요·”

마담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묘한 열정이 깃든 눈이었다·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엘릭은 티리아를 바라봤다·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재고 오시지요· 어차피 오전 일정은 이것 하나뿐이니 여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그녀가 소파에 앉았다·

엘릭은 조금 곤란했다·

‘음····’

남에게 몸을 보여주는 일이 기껍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이 마담의 입이 싸면 안 될 텐데·’

엘릭 포트먼으로서 이 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많이 곤란했다·

 

*

 

양장점의 마담 세리는 작업실로 들어와 엘릭을 안내했다·

“여기 서 계시면 됩니다· 아 상의는 탈의해주시겠어요? 치수를 바로 재기가 힘들어서·”

조금은 변명이 섞인 말이었다·

세리의 진짜 목적은 그의 직업적 호기심과 열정에 있었다·

‘아름다워!’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엘릭 포트먼이라는 탕아의 몸이 세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골격을 취하고 있었다·

옷 위로만 봐도 영감이 치솟는 몸이다·

벗겨보고 싶었다·

세리는 저 몸에 새겨진 근육의 형태를 똑똑히 확인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번들거리는 눈이 된 것은 어쩔 수 없음이리라·

엘릭이 그에 조금은 겁먹은 기색을 보였으나 세리가 알 턱은 없었다·

“그····”

“예?”

“···일단 하나만 약속해줄 수 있소?”

와중 들려온 말에 세리의 고개가 들렸다·

엘릭은 곤란하다는 듯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몸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지 않았으면 좋겠소· 당신이 그걸 타인에게 이야기 하는 일이 기껍지 않을 것만 같소·”

대체 무슨 부끄러운 비밀이 있길래 벌써부터 이런 말을 할까·

하지만 우습지도 않은 말이었다·

“제가 귀족분들의 치부를 말하고 다닐 만큼 간덩이가 크진 않아요· 그랬으면 이 일을 30년이나 하고 있진 못했겠죠·”

귀족으로 살아오지 않아 이런 점을 잘 모르는 걸까·

세리가 말하자 엘릭은 그제야 안심하며 천천히 상의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꼴깍 세리의 목뒤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외투가 사라지고 넥타이가 풀릴 즘엔 괜히 더워지는 기분 그리고 와이셔츠의 단추가 풀리기 시작할 땐 흘긋 드러나는 근육의 선에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기분·

그리고

“···어?”

와이셔츠까지 벗겨진 몸을 본 순간 세리는 바짝 굳었다·

“다시 한번 비밀 엄수를 부탁드리겠소·”

문득 그녀의 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고문이라도 당했나···?’

엘릭의 몸은 끔찍한 흔적이 가득 자리해있었다·

그녀의 상상력으로는 저런 흉을 가지고도 살아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세리는 덜컥 그가 두려워졌다·

범상치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는 몸이었기에·

본능이 말했다·

‘호 혹시라도 이 일이 알려지면····’

엘릭 포트먼이 자신의 목을 뜯어 버리는 건 아닐까·

세리의 손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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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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