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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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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더 지나 수도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연회 한 번만 더 참석했다간 정말 진이 다 빠져 죽겠구나 싶은 여정이었다·

웬 일면식도 없는 영식에게 시비가 걸리질 않나 그 영식을 때렸다고 암살자가 보내지질 않나 그 암살자가 동부의 전쟁 확장을 위한 전령에다 하필 암살 대상이 친우인 엘버스 그레이엄이란다·

정리하고 보니 헛웃음이 다 나오는 우연이었다·

하나 그것도 끝·

이제 위빈의 저택으로 돌아갈 때였다·

엘릭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티리아에게 말했다·

“다사다난한 외출이었구려·”

“참으로 그렇습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티리아의 표정이 왜인지 밝았다·

엘릭으로선 뿌듯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엘버스의 참견이 도움이 되긴 되었군·’

그가 포트먼의 우군을 자처하고 나선 이후 티리아는 내도록 다른 왕국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지냈다·

비록 이득을 위해 가까워진 관계이긴 하나 그들의 호의가 포트먼에 불리하게 작용할 리가 없었다·

티리아는 그런 점을 잘 인지하고 여러 사적인 파티의 초대장과 거래 유통망을 뚫으며 지냈었다·

오죽하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가 그런 말까지 내뱉었다·

-소득이 많은 연회였습니다· 만족스럽군요·

라고 말이다·

“도련님! 마차가 왔습니다!”

복귀는 예정된 대로 마차를 이용했다·

한 번 더 티리아를 열차에 태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으나 그리했다간 정말 감당치 못할 수준의 원망을 듣게 될 터란 생각에 엘릭은 금방 장난기를 접었다·

그렇게 마차에 오르는 순간 티리아는 달그락거리는 마차가 못내 기꺼운지 한결 힘이 풀린 얼굴을 만들기 시작했다·

빤히 그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자 엘버스의 제안에 의해 마주하게 된 아직은 스스로도 그 진의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할 마음이 기지개를 켰다·

그녀의 곁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그런 낯부끄러운 상념이 이리 침묵이 감도는 순간마다 엘릭이 생전 느끼지 못했던 멋쩍음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알디오의 목소리와 함께 ‘푸히힝!’ 말 울음이 일며 침묵이 깨져나갔다·

그 순간 티리아가 말했다·

“···이제야 저희 집으로 돌아가는군요·”

‘저희’라는 단어가 파문이 되어 마음에 잔물결을 퍼뜨린다·

엘릭은 그것이 참으로 간지럽고 반갑게만 느껴져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그렇소· 우리 집에 돌아가는구려·”

곱씹고 곱씹어 그 맛을 음미하니 엘릭의 기분은 꽤나 상쾌한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

아르민 왕국의 와이트 공작가·

그 거대한 저택 어딘가의 대연회장 드레스룸에 앉아 신문을 보는 사내가 있었다·

다름 아닌 금공 에드워드 와이트·

그는 쯧쯧 혀를 차며 입술을 떼어냈다·

“허이구 이 멍청한 인간을 봤나·”

그가 보는 신문은 다름 아닌 페르딘 왕국을 들썩이게 했던 동부의 일간지였다·

“엘버스 그레이엄을 암살? 그것도 어르신이 있는 페르딘에서? 이놈도 참 간이 크단 말이야·”

“그 사실을 아는 게 몇이나 되겠습니까·”

“모르고 저지른 게 더 문제지· 무능의 증명이잖냐·”

에드워드는 비서의 말을 그리 일축하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래서 알튼 놈들이 안 돼· 아니 정확히는 그놈이 안 되먹을 놈인 거겠지·”

“예 알튼 왕국의 천익 말이지요·”

“월영도 참 불쌍해· 나 같으면 지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게 그 모지리인 걸 아는 순간 바로 업계를 은퇴해 버릴 거야·”

대륙 7강 중 하나인 천익·

알튼 왕국을 수호하는 왕의 그림자·

대륙의 시민들 그리고 월영의 상위 간부들 대부분까지도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월영을 뒤에서 이끄는 것은 바로 알튼의 천익 람세스 알튼이라는 사실이다·

에드워드로선 썩 마음에 안 드는 사실이었다·

그의 목적이 자신과 어느 정도 일치함에도 그랬다·

비서가 그 점을 짚어왔다·

“그래도 천익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전쟁이 길어지지 않았겠습니까·”

“이 바보같은 비서야· 동부까지 전쟁에 끼어들면 보급에 문제가 생기잖아· 경제가 아예 박살이 나버린다고· 그럼 내 돈이 다 날아가는 건데 그쪽은 지켜줘야지· 무엇보다 동부로 전쟁이 확산되면 어르신이 전쟁에 끼어들잖아· 그것보다 큰 사고가 어디있어? 딱 보니까 지금 요양생활에 만족 중이신 듯한데 어르신은 거기 짱박혀 있는 게 날 도와주는 거야·”

“그렇습니까·”

“여하튼 생각이 짧단 말이야· 우리 비서 친구는·”

“퇴사하겠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착!

에드워드가 신문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얘긴 그만· 슬슬 얼굴이나 비추러 가자고·”

“예 굵직한 주주님들은 모두 모이셨습니다·”

“그래그래 잘 보여야지·”

에드워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본디 돈줄인 주주들을 잘 초청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투자 설명회 준비는?”

“완벽히 끝내놨습니다·”

“주주님들 입맛이랑 알레르기는 다 체크했어?”

“전속 셰프들을 한 분당 한 명씩 배정해뒀습니다·”

“역시 우리 비서밖에 없어·”

에드워드는 웃으며 드레스룸을 나섰다·

오늘은 그간 구상해온 새로운 발명품의 개발비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 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어지간한 연구라면 그간 모아둔 돈으로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스케일이 여느 때와는 달라 외부의 자금이 필요했다·

이런 때면 아쉬워지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우호 지분이 조금만 더 많았어도 발표 때마다 이런 난리를 치진 않았을 텐데·’

주식회사라는 것이 안건을 내는 것은 자신이더라도 그 결정권을 가진 것은 결국 주주들이다·

그들의 마음에 안 드는 연구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시작도 못하고 스러지게 된단 말이다·

에드워드로선 피가 말리는 일이었다·

현재 에드워드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우호 지분은 약 47%다·

3·1%만 더 있으면 정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아니 안정감을 생각해 5%만 더 자신을 지지해준다면 남은 주주들 의견을 확실히 묵살할 수 있을 텐데·

생각할수록 더욱 아쉬워짐에 에드워드는 여느 투자 설명회 때와 같이 비서에게 한가지 질문을 건넸다·

“그 인간은 왔어?”

“그 인간이라 하시면····”

“왜 우리 지분 6%를 꿀꺽하시고 이때까지 한 번도 얼굴을 안 비춘 그 아저씨 말이야·”

“아 KS 말입니까·”

“염병 뭔 이니셜을 쓰고 지랄이야·”

“주주님이십니다·”

“여하튼 안 나왔다는 거지? 아으 나오기만 해봐라· 그냥 확!”

“확?”

“네발로 기어 다니면서 발바닥에 머리라도 비벼 대는 건데!”

“추하십니다·”

“주주님 앞에선 얼마든지 추해질 수 있어·”

그냥 주주도 아니고 이 아슬아슬한 경영권을 확실히 가져와 줄 조커 카드라면 그 이상이라 한들 못 해주겠는가?

에드워드는 입술을 삐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연회장의 문에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 순간이었다·

“EW의 회장 에드워드 와이트 공작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등장을 알리는 우렁찬 직원의 목소리에 에드워드는 여느 때처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만들며 주주들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주주 여러분! 여러분들의 금고를 책임질 이 시대의 천재! 에드워드 와이트가 왔습니다!”

자칫 경박할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그가 일궈낸 것이 곧 휘광이 되어 경박함을 유쾌함으로 둔갑시켰다·

곳곳에서 주주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드워드는 슬슬 눈을 굴려 개중에서도 대주주라 불리는 두 사람을 찾았다·

‘좋아 일단 우리 마왕님은 평소처럼 대리인을 보내셨고·’

이쪽은 신경 꺼도 되겠지·

그렇다면 다른 한쪽은····

“야! 비실이!”

···역시 직접 행차하셨구만·

에드워드는 작위적으로 환한 미소를 띄워 올렸다·

“이그렛 누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에드워드는 양팔을 벌리며 사뿐사뿐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그 끝에 있는 것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적색 장발머리를 휘날리는 왜소한 체구의 여인이었다·

하얀 피부와 얼굴 가득한 주근깨 짙은 다크서클과 그것을 도드라지게 하는 주홍빛 홍채·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녀가 바로 칼바란 왕국의 공성병기·

7강의 염화 이그렛이었다·

“어딜 껴안으려고 들어?!”

꽈득!

그녀가 뻗은 발이 정확히 에드워드의 고간을 강타했다·

“끄억!”

보호대를 차고 와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와이트가의 대가 끊길 뻔한 위기·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그렛은 낄낄 웃으며 에드워드의 어깨를 쳤다·

“이놈 오랜만이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저야 뭐··· 일하고 다니느라 바빴습죠·”

“요즘 다들 전쟁이니 뭐니 참 바쁘게도 산단 말이야· 귀찮게스리·”

그녀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알만한 일이었다·

극악한 수준의 초토화 마법을 쓰는 주제에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어지간해선 전장에 나서지 않는 게 그녀가 아닌가·

에드워드는 문득 지난 일을 떠올렸다·

근 1년 간은 아예 전장 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리던 그녀가 문득 전장에 나선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카샤 그놈이 없어졌어? 왜? 어째서?

바로 검귀 카샤의 실종이 그것이었다·

그날 이그렛이 얼마나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던가·

-왜냐고! 그놈 어디 갔냐고! 아아아아악!!!

그녀의 왜소한 체구가 만든 원한 관계였다·

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났던 날 이그렛의 작은 체구 탓에 카샤가 그녀를 어린이로 오해하고 엉덩이를 걷어차 기절시킨 게 화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놈이 지켰던 걸 다 부숴버리겠다며 이그렛이 체보르의 수도 공성전에 난입한 것이 바로 얼마전의 일·

회상하던 에드워드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이그렛의 질문이었다·

“그런데 카샤 그놈 소식은 아직도 몰라? 엉? 내가 알아보라고 했잖냐·”

이그렛이 협박조로 물어왔다·

에드워드는 위빈 영지에서 노닥거릴 카샤를 떠올렸다·

‘마누라랑 하하호호 잘 지내덥니다만·’

라고 말할 수가 있겠나·

그 순간 이 성깔 더러운 여자가 곧장 동부를 불바다로 만들러 찾아갈 텐데·

“저도 아직 잘··· 으허허·”

“에잇 쓸모없는 놈·”

이그렛이 질겅질겅 손톱을 물어뜯었다·

에드워드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속으로 말했다·

‘아주 집착도 이런 집착이 없지·’

고작 엉덩이 차인 것 정도로 이렇게까지 화낼 건 뭔가·

이래서 곱게 자란 것들은 안 된다고·

에드워드는 차마 지분의 10%를 가진 대주주에겐 해선 안 될 말을 속으로 연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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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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