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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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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치달아 오르는 반갑지 않은 감각이었다·

오랜 전장에서의 기억은 이렇듯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아마 하필 오늘 소년병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겠지·

예민하게 군 것이다· 조금도 이럴 필요가 없다·

베론은 그 소년병이 아니며 그의 부모는 그리고 조부인 허먼 영감은 이리 잘 살아있지 않던가·

다 떠나서 여긴 전장이 아니지 않던가·

평온한 고향 위빈·

소가 새끼를 낳으면 축제 분위기가 되는 한적한 위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만 숨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엘릭의 손은 절로 품속의 날 죽은 단도를 찾았다·

더듬더듬 손을 뻗어 서늘한 쇠의 감각을 되새기니 그제야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놈아 왜 그래· 몸이 안 좋아?”

허먼 영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이제야 선명하게 들려옴에 엘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내 베론을 보고 너무 놀라서 그랬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이 컸구나· 한데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어·”

엘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베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14살이라기엔 키가 참 컸다·

자신과 눈높이가 맞을 정도라니 이대로 가면 허먼 영감을 따라 2미터까지 클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 것이냐?”

엘릭이 묻자 베론이 쑥스러운 듯 또한 반가운 듯 헤헤 웃었다·

“네! 어머니가 항상 걱정하시거든요! 할아버지가 나이도 있는데 영 일을 손에서 안 놓으신다구·”

“허허 영감 똥고집은 여전하신가 보오·”

“네가 나한테 고집 가지고 뭐라고 할 입장은 되고?”

허먼이 쯧 혀를 차니 베론이 큭큭 웃었다·

베론의 시선은 그제야 월영을 향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아 우리 영지의 기사가 될 이들이다·”

“앗!”

베론의 눈이 큼직하게 뜨였다·

저 화로의 불꽃을 담은 듯한 주홍빛 눈동자가 맑게 타올랐다·

“저희 영지에도 기사가 생기는 건가요!”

방방 뛸 정도로 좋아하는 것에 엘릭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허먼이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놈이 얼마 전부터 기사가 되고 싶다고 그리 난리를 치던 게 아니냐·”

“하 할아버지!”

“왜 이놈아! 기사단이 운영되면 종자로 넣어달라고 조를 거 아니냐? 그걸 이 할애비가 도와주겠다는데!”

“그 그래도····”

조손의 대화가 이어짐에 엘릭은 문득 속이 덜컥이는 걸 느꼈다·

검을 든 베론을 상상하자 절로 그리되었다·

거부감 혹은 일말의 죄악감일까·

엘릭이 당황을 삼키던 중 화살이 그에게로 돌아왔다·

“이놈아 상태 참 이상하구먼· 대체 왜 그러는 게야?”

“엘릭 형?”

손끝이 떨렸다·

엘릭은 애써 그를 진정시켰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차라리 그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끈적하게 남아있던 불쾌감이 틔워낸 공연한 감정이 좀처럼 뽑혀 나가지 않으니 곤란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는 수준·

겨우 진정한 엘릭은 말했다·

“아직 창설되지도 않은 기사단에 너무 큰 관심을 주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 그랬소· 이 친구들도 벌써 종자를 받기엔 적응을 덜 한 차니까·”

적당한 거절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엘릭은 곧장 말을 돌렸다·

“여하튼 영감 이들의 갑옷 제작을 맡겨도 되겠소?”

“으음 뭐 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 어쩌겠느냐· 그리 하마·”

“고맙소· 오늘은 내 다른 일정이 바빠 물러가보겠소· 이들은 치수를 재야 하니 남겨두어야겠지?”

“그래 거 비실이들은 여기 남겨두고 가거라·”

“비실····”

삐걱삐걱 다날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솟았다·

엘릭은 살기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제야 다날의 태도가 공손해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그의 목소리는 조금 울먹거리는 채였다·

*

엘릭은 월영을 둔 채로 홀로 저택에 돌아왔다·

찬 바람을 쐬니 속이 한결 나아지는 차였다·

헐벗은 밀밭을 지나 겨우 저택에 돌아오니 마주치는 것은 마침 나와있던 티리아였다·

“가주 어찌 홀로 오셨습니까·”

티리아가 낡은 털망토를 두른 채로 입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뒤 고즈넉한 저택이 배경으로 깔리니 순간 영문도 모른 채로 엘릭은 안정감을 느꼈다·

미소가 떠올랐다·

“···갑옷 치수를 재는 일이 오래 걸릴 듯해 먼저 왔소· 한데 부인은 어인 일로 나와 계시오·”

“아 일이 여유로워져 화단을 살피는 중이었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저택의 흙바닥을 향했다·

한창 겨울인지라 꽃이라곤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갈색의 화단이었다·

그제야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봄이 되면 꽃을 심기로 했지·”

“···예·”

“그랬지· 그랬구려·”

엘릭은 느릿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곁에 섰다·

티리아가 빤히 엘릭을 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하며 티리아가 손을 뻗었다·

이윽고 엘릭의 뺨에 가느다랗고 하얀 손이 닿았다·

흠칫 엘릭이 놀랐으나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엄지로 뺨을 쓸었다·

“감기는 아닌 듯한데·”

염려스러운 목소리였다·

대관절 이런 스킨십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이유는 또 뭔지·

그리고 괜히 기대고 싶은 이유는 뭔지·

머뭇거리던 엘릭은 뺨 위로 얹어진 그녀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차가웠던 손이 이윽고 따뜻해졌다·

“···!”

손끝이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사뭇 유쾌했다·

“기사단을 만들려니 머리가 조금 아팠나 보오·”

이상한 일이었다·

눈을 마주 바라보고 있으니 단도로도 어찌 진정되지 않았던 마음이 완전한 평온을 되찾았다·

잔바람조차 들지 않는 호숫가로 온 듯한 기분이었다·

“새삼 부인이 대단하게 느껴지오·”

“갑자기 말입니까·”

“이런 영지 관리를 모두 하는 것 아니오· 나는 기사단 하나로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요· 뭐든 처음이 힘든 법입니다·”

그녀의 시선이 이윽고 바닥을 향했다·

손은 뺨에서 떨어졌다·

하나 여전히 엘릭의 손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 손을 놓으면 너무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일어서였다·

꼬옥 손을 붙잡으니 깍지를 낀 형상이 된다·

엘릭은 화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무슨 꽃을 심을 생각이오?”

말을 돌려 손으로 향한 집중을 흩어내니 그녀가 손끝을 꼼지락거리다 말했다·

“약초입니다·”

“응?”

“외상에 쓰는 약초 중엔 그 꽃이 하얗고 빨간 것이 있습니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생명력이 강하고 꽃이 피어 있는 시기 또한 길어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지요·”

“···아는 식물인 것 같소·”

“예 마수가 나오는 뒷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약초입니다·”

“어쩐지·”

“어릴 땐 뒷산을 그리 돌아다니셨다지요?”

“···어릴 때 얘기요·”

“푸흡····”

홱! 엘릭의 고개가 돌아갔다·

직전 웃음소리가 들린 것은 착각인가?

아니 웃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 무표정이 되어 있는 게 왜인지 속상하게 느껴져 엘릭은 물었다·

“웃겼소?”

“아닙니다·”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소만·”

“바람이 강하군요·”

“부인?”

“이제 슬슬 들어가 보지요· 일을 마저 해야 하기도 하고 마침 가주께서 오셨으니 함께 하면 될 듯합니다·”

“부인?”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습니다·”

“····”

그녀가 부드럽게 손을 이끌었다·

털망토의 빳빳한 갈기가 손등에 닿아 간지러웠다·

한 번만 더 웃어주면 안 되는 걸까·

당신이 환히 미소 짓는 모습을 한 번은 보고 싶은데·

아쉬움이 여느 때보다 짙어졌으나 이 칼같은 여인은 그리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자 어서요·”

엘릭은 차오른 안타까움을 털어내는 일로 앓아야만 했다·

*

“아주 염병을 싸지르는구나·”

저택으로 돌아온 다날은 손깍지를 낀 채 아웅다웅하는 카샤 그리고 부인을 바라봤다·

“얘들아· 저기 봐라· 염병 중의 지랄 염병을 하고 있어·”

그의 얼굴엔 숯검댕이가 가득했다·

표정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으며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와중이다·

그놈의 대장장이 때문이다·

또한 대장장이의 손자 때문이다·

-이놈들아! 허리 좀 똑바로 못 피냐!

-기사님들! 혹시 종자 안 필요하세요? 아니 그보다 기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가 요즘 마나 수련을 하고 있는데····

시달리긴 또 얼마나 시달렸는지·

다른 월영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장 이거 맞아요?”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안 됩니까?”

“저희가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맞지·”

다날은 허허롭게 웃으며 그들의 말을 일축했다·

“우리 탈주 암살자잖냐·”

월영을 등지고 카샤에게 투신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월영의 비밀을 카샤에게 누설한 배신자라는 말이다·

이대로 도망쳐 떠돌이 생활을 한다?

성공할 리가 없었다·

월영의 본단이 추격에 나설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카샤가 본인의 정체를 아는 자신들의 입을 막으려고 달려들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끔찍하다·

차라리 호랑이 등 뒤에 숨는 형국이 낫다·

월영도 막고 카샤의 비호도 받을 수 있으니까·

다날은 의지가 박약해진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망치면 너네들이 뭘 할 수 있는데·”

“····”

“니들이 뭘 할 수 있냐고·”

“····”

“우리 아무 것도 못해 이놈들아·”

그리 말하는 다날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 순간 부하들 또한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동변상련의 입장이라 또한 운명 공동체의 입장이라·

전직 월영 현 포트먼 가의 예비 기사들은 오늘도 단합력이 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밖에 없다· 알지?”

“언제나 그랬죠·”

월영이 서로를 얼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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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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