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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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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외출 준비를 위해 방으로 돌아온 차였다·

엘릭은 침대 위에 곱게 개어둔 털 망토를 챙겼다·

‘우물쭈물하다간 평생이 가도 못 줄지도 모른다·’

엘릭은 스스로를 잘 아는 편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선물을 건네 줄 타이밍을 잡는다고 한 짓이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이다·

이렇게 우물쭈물 대다간 또 부끄러운 모습이나 보이게 될 것이었다·

안 될 말이지·

그냥 나가며 어깨에 걸쳐줘야겠다·

생각하고 밖으로 나섰다·

막 1층 입구에 도착하자 티리아가 낡은 털 망토를 여미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물끄럼 엘릭의 품으로 향했다·

“가주께서도 새로 장만하셨습니까· 좋은 선택이십니다· 위빈의 겨울은 추우니까요·”

선물이라곤 생각지도 못하는 태도가 괜히 신경 쓰이는 중이었다·

“가실까요?”

문이 열렸다·

이제 막 소복하게 쌓인 눈이 참 곱다·

그녀만이 검었다·

저런 옷차림이라면 이 겨울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따위의 감상을 잠시 밀어내고·

“부인·”

엘릭은 그녀의 앞으로 섰다·

두 호흡 정도 가만 마음을 추스르고 입김을 뿜으며 말했다·

“이 망토 말이오· 내 것이 아니오·”

“예?”

“잠시·”

망토를 펼쳤다·

눈대중으로 맞춰보니 길이가 딱 맞는 듯하다·

그녀의 망토를 벗겨내니 부푼 털 아래로 왜소한 몸이 드러났다·

흠칫 그녀가 추위에 몸을 떨었다·

엘릭은 조급함을 최대한 숨기며 새 망토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7년··· 아니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7년동안 입은 옷이 아니오· 그게 신경 쓰여서·”

말하며 목 부분의 끈을 리본 모양으로 묶었다·

낯부끄러워 티리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냥 선물이오· 그냥· 별달리 이유는 없고· 주고 싶었소·”

라고 더듬더듬 말을 내뱉곤 엘릭은 고개를 들었다·

놀란 얼굴일까·

확실히 그녀가 예상 못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기꺼워 작게 미소 지었다·

참··· 해보니 별것도 아닌 일인 일을 가지고 뭣 하느라 이리 끙끙댔던 것인지·

속이 참 후련함에 물었다·

“받아주시겠소?”

티리아는 망토를 손으로 쓸었다·

멍한 움직임이었다·

시선은 갈기를 향했다가 자신을 향했다가 이윽고 다시금 리본 모양으로 묶은 끈을 향했다·

그녀의 코끝이 붉어졌다·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입술을 달싹이길

“···선물 입니까·”

되묻는 말이었다·

엘릭은 답했다·

“그렇소· 선물이오·”

“갑자기····”

“이유가 있어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소· 선물이니까·”

그러니까 이유는 묻지 않아 줬으면·

답하기가 곤란한 질문은 피해줬으면·

간절함이 닿은 것인지 질문은 더 없었다·

그저 그녀의 입꼬리가 패였다·

미소는 아닌 것이 인상도 아닌지라 참으로 오묘한 모양새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나가시겠소?”

엘릭은 그녀가 입고 있던 낡은 털망토를 대충 걸쳤다·

망토가 종아리 위에서 끝이 난다· 길이가 꽤 짧았다·

하지만 춥지는 않았다·

망토에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는 까닭이다·

그뿐만 아니라 체향도 배어 있었다· 그녀에게 안겨있는 기분이었다·

조금 우습게 표현하면 수도에서 같은 침대에서 잔 날이 생각났다·

그때보단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자 갑시다·”

자연스레 손을 뻗어 맞잡았다·

티리아는 오늘따라 유독 강하게 손을 잡더니 풍성한 갈기 사이로 고개를 묻어 표정을 숨겼다·

사박―

눈이 조곤조곤 그녀의 말소리처럼 밟혔다·

*

오전까지 그리 눈보라가 몰아친 게 거짓말 같은 정도로 바람은 고요했다·

저택 근처에 다른 민가가 없어서인지 하인들조차 나오지 않은 정원은 참으로 고요해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티리아는 연신 리본을 매만졌다·

조심스러운 손놀림이었다·

엘릭이 지어준 매듭을 풀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다행히도 어딘가 우악스러운 면모가 있는 그답게 매듭도 꽉 묶여 쉬이 풀리지 않는 형태였다·

흘긋 바라보니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있는 그가 보였다·

입김이 길게 흩어진다·

지팡이가 눈밭에 푹푹 패이며 발자국 옆으로 족적을 남겼다·

처음이었다·

그에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많이 받았지만 이리 형태로 남는 것은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저 마수의 털가죽으로 지은 망토일진대 이것이 천금처럼 느껴졌다·

괜히 들뜨고 못내 사랑스러웠다·

바보 같게도 영원히 겨울이 이어졌으면 바라게 된다·

위빈의 한 해를 책임질 농작물과 이 망토를 입을 날씨 중 후자를 골라버린 것이다·

어쩌면 십 년 뒤에도 그 후 십 년 뒤에도 이 망토를 버리지 못할 것만 같았다·

속내가 스스로 부끄러워 티리아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런 와중이었다·

“무겁진 않으시오? 망토·”

엘릭이 물어왔다·

“부인의 망토를 걸치고 있으니 이제야 무게가 느껴지는구려· 꽤 무겁소·”

하고 말함에 티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가볍습니다· 원래 입던 것보다 훨씬 더·”

“그럼 다행이고·”

말이 끊겼다·

이따금씩 이랬다·

그와 공통적인 관심사가 잘 없는 이유인지 침묵이 감돌아 어색함을 일게 할 때가 있었다·

한데 오늘은 그 침묵이 덜 어색했다·

몸이 따스한 이유이리라·

“잠은 좀 깨시는지요·”

“찬 기운을 맞으니 그러하오· 음··· 서재에서의 일은 거듭 미안하오· 내 잠들어버린 바람에·”

“아닙니다·”

도리어 제가 미안하지요·

티리아는 잠든 그의 머리를 무릎 위에 뉘여놓고 했던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조심조심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로만 뺨을 찌르고 귓불을 만지고 입술을 검지로 쓸었던 걸 생각하자니 자괴감이 살짝 엄습했다·

변태스럽고 음험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였다·

그가 눈을 번쩍 뜰 땐 들킨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이런 반응을 보니 역시 안 들킨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이었다·

서재 얘기는 그만두게 하자·

부끄러우니까·

“무릎은 좀 어떠십니까?”

티리아는 익숙한 주제로 화제를 전환했다·

엘릭은 쿡쿡 웃으며 답했다·

“슬슬 괜찮아지고 있소· 역시 시간이 약이라는 거겠지· 이제 한달만 더 있으면 지팡이도 놓을 수 있겠더구려·”

“안정이 우선입니다· 언제나 명심해주십시오·”

“걱정해주어 고맙소·”

그리 한담이나 나누던 중이었다·

-흡! 흡!

어디선가 가쁜 사내의 숨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은밀하게! 미끄러지듯이!

옆에서 호통소리도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기사단을 위해 빼둔 건물 쪽이었다·

“···훈련 중인가봅니다·”

“····”

엘릭이 답이 없었다·

그답지 않은 표정이었다·

굳이 이르길 한심함과 답답함이 깃든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티리아가 멀뚱멀뚱 그걸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흡! 흡!”

“좋아! 그렇게 하는 거다!”

“옙! 흡!”

건물 뒤편에서부터 두 인영이 나왔다·

설영 기사단의 단장인 다이넌과 종자 기사인 베론이었다·

베론은 쪼그려 앉은 채로 오리걸음을 다이넌은 그 옆에서 회초리를 들곤 쿵쿵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신과 엘릭을 발견했다·

베론이 환하게 웃으며 벌떡 일어나더니 외쳤다·

“영주님! 마님!”

그 옆의 다이넌은 딸꾹질을 했다·

엘릭이 물었다·

“대체 자네들은 뭘 하고 있는 건가?”

“아! 단장님께서 기사의 은밀한 보법을 알려주고 계셨습니다! 그쵸 단장님?!”

티리아는 잠시 생각했다·

기사와 은밀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영 모를 일이었다·

“···소란은 자중해주시게·”

엘릭이 말하자 다이넌이 눈발 위로 무릎을 꿇었다·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사박 소리가 나야할 눈발 위로 쿵! 소리가 일었다·

“존명!”

“그 구호는 빼시게·”

“옙!”

가만 보니 다이넌이 엘릭을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티리아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리 천진하고 개구진 사람의 어디에 그리 무서워할 구석이 있는 것인지·

순간 다이넌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티리아는 말했다·

“···이리 추운 날에도 고생이 많군· 언제나 힘써줘서 고맙네· 쉬엄쉬엄하고 들어가서 몸을 녹이시게· 저녁으로는 고기를 내오라 할 테니 든든하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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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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