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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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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식대가 배로 들어간다지·

그것을 생각해 말하자 다이넌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그의 눈망울이 그렁거렸다·

“마 마님····”

왜인지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징그러웠고 그 탓에 엘릭에게 조금 더 붙었다·

그는 아랑곳않고 말했다·

“목숨을 다해 충성하겠습니다!”

티리아는 히끅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엘릭이 푸흡 웃었다·

조금 부끄러워진 티리아는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지요· 방해되지 않게·”

“그리하지· 자네들도 부인 말마따나 적당히 하고 들어들 가시게·”

“옙!”

“마님의 은총을 몸에 새기····”

“지는 마시게· 조금 징그럽네· 많이 그렇네·”

기사단에게는 깐깐하게 구는 엘릭이 그리 일축하고 떠났다·

티리아는 몰랐다·

그녀의 작은 친절이 다날에겐 크나큰 감동이었음을·

그리고 그에게 깨달음을 주었음을·

‘아 카샤가 마누라 앞에서는 얌전하구나!’

다날은 생각했다·

마님의 귀여움을 받으면 카샤가 함부로 목에 칼을 들이밀진 못하리라고·

그에게 목표가 생겼다·

티리아 포트먼의 충실한 똥개가 되겠다는 목표가·

며칠이 더 지난날 엘릭은 서재에 있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앞선 몇 번의 경험으로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낀 까닭이었다·

마음 같아선 어려운 교양서적을 훌훌 넘겨 외우고 싶지만 그럼에도 오늘 그가 서있는 곳은 잡서가 꽂힌 책장·

-먼저 책과 친해지는 게 어떻습니까?

라는 티리아의 조언에 따라 읽기 쉬운 책을 찾고 있던 차였다·

그런 그의 눈에 띈 책이 있었다·

“음 이건····”

갈색 커버에 노란 글씨로 [맹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적힌 책이었다·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눈에 익은 책이었다·

그것을 보자 문득 옛날 일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

한창 전장을 전전하던 시기였다·

당시는 엘버스가 반신불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시기로 달리 말해 한창 그와 교분이 깊어지던 시기였다·

그날의 엘버스는 볕이 잘 드는 정원 가운데에서 책을 읽으며 지그시 웃고 있었다·

“뭘 그리 읽고 있나?”

“아 왔나·”

라며 그가 책을 덮자 보인 제목이 [맹인의 사랑]이었다·

제목만 보았을 땐 순정 소설 그가 평소 즐기던 격과 교양에 관한 것보단 통속에 가까운 제목으로 보였다·

“자네가 그런 소설도 읽나?”

“못 읽을 건 뭔가·”

“항상 어려운 책만 읽었던 것 같아서· 책은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나·”

“현명한 이는 길가의 돌멩이를 보고도 깨달음을 얻는다네·”

“말이나 못 하면·”

그런 빈정거림조차 엘버스는 웃어넘길 뿐이었다·

하여 엘릭은 물었다·

“그래 딱 봐도 순정 소설일 것 같은 그 책에서 무얼 배웠나·”

“인간을 배웠지·”

“인간?”

“인간의 가련한 습성을 배웠네·”

그는 간략히 소설의 내용을 설명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 소년이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의 장난감으로 팔려 가는 이야기였는데 그 귀족 아가씨는 그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을 바라봐준 소년을 사랑했고 그렇게 밀애를 나누다 들켜 맹인 소년과 동반자살 했다는 결말이었다·

당시 엘릭은 그리 평했다·

“멍청한 이야기군·”

“그런가? 되게 인기 있는 소설인데·”

“딱 봐도 보이는군·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따위가 주제이지 않나· 현실에 있을 법하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대리만족을 얻는 게지·”

···한창 뒤틀려 있던 시기였다·

사춘기가 덜 나았다고 해야 할까 세상 뭘 봐도 삐뚤게만 보이는 것이 꼭 남을 내려깎아야 속이 시원해지는 상태라 하면 설명이 될까·

여하튼 그런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난 답을 엘버스는 그리 일축했다·

“틀렸네·”

그답지 않게 여지를 주지 않는 확고부동한 답이었다·

“자네는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군· 이야기도 이걸 읽는 이들의 심리도·”

“음?”

“이것은 시각에 관한 이야기라네·”

엘버스는 책 커버를 쓸며 말했다·

“우리가 의존하는 감각에 관한 이야기지· 그것으로 말미암은 여러 오해에 관한 이야기고·”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쉽게 생각하면 된다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 첫인상이 사람의 인지를 결정한다는 말 말일세·”

“···들은 적은 있네만·”

“이 책은 그런 첫인상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네·”

여느 때처럼 그의 말은 어려웠다·

“가령 모두가 그저 손을 들어 턱을 쓰는 행동을 똑같이 한다 해도 말일세· 시각적으로 위엄있어 보이는 사람이 그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가 생각 없이 한 움직임에 위엄이라는 포장을 씌울 걸세· 요염한 사람이라면 유혹의 의미를 지적인 사람이라면 교양있는 성품을 비루한 이라면 천박함을 덧씌우겠지·”

“음····”

“그런 함정을 말하는 걸세· 시각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인간을 바라봄에 허물을 씌울 수밖에 없어· 귀족들이 그 겉멋에 취해 사는 이유도 똑같지· 그들은 일단 겉보기에 어여뻐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거든·”

라는 긴 이야기의 끝에 그가 결국 낸 결론은 그랬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보는 현혹이네· 우리는 평생 그런 현혹에서 살아 누구의 진짜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네· 그렇기에 바라는 거야·”

“···무엇을?”

“진짜 나를 바라봐줄 사람을· 또한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보기를·”

엘릭은 그날 엘버스가 지은 표정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냉소적인 평소 모습과 달리 사뭇 꿈에 젖은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하반신을 향해 있었다·

“이 책이 잘 팔리는 이유지· 인간의 갈망을 자극하거든·”

바보 같은 이야기·

그런 말을 다시 꺼내지 못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드물게 감상적인 그의 산통을 깨고 싶지 않아서·

하여

“자네가 로맨스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군·”

그리 말했다·

엘버스는 멋쩍은 듯 뺨을 붉히며 답했다·

“누구나 로맨스를 꿈꾼다네· 그것이 꾸며진 미몽임을 알고도 헤어 나오지 못하지· 인간은 교류해야만 살 수 있고 로맨스는 가장 완벽한 교류를 담고 있기 때문일세· 자네는 그런 사람이 없나?”

그날 누구를 떠올렸었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자네도 그런 사람을 찾길 바라지·”

자네‘도’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한 해 뒤였다·

엘버스 그레이엄은 결혼했다·

아이리 펠가리움·

그 직설적이고 호쾌한 여인과·

훗날 듣기로 [맹인의 사랑]을 엘버스에게 추천해준 것이 그녀였다던가·

그리고 엘버스가 일러준 일이 있었다·

그녀가 엘버스와의 첫만남에서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었다·

-반신불수 주제에 하반신이 가벼우시네요· 낑낑대는 숫퇘지를 보는 것 같아·

과연 엘버스 그레이엄의 본질을 한눈에 꿰뚫는 여인이었다·

도통 정착하지 못하던 그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엘릭은 그날에서야 깨달았었다·

*

옛날 추억이나 곱씹으며 살기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엘릭은 피식피식 웃으며 [맹인의 사랑]을 다시 책장에 꽂아 넣었다·

하나 감상이 지워진 것은 아니다·

그날의 대화를 다시 복기하며 함께 떠오른 의문이 있었기에·

‘평생을 시각에 현혹당한다라····’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티리아가 흙밖에 없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근래 들어 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엘릭은 서재를 나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가주?”

티리아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엘릭은 그녀를 싱긋 웃으며 바라봤다·

“또 이곳에 계셨구려·”

처진 눈꼬리 밀밭은 닮은 금발과 새싹 같은 연녹색 눈동자·

우아함을 담은 이목구비와 여린 체구·

그것이 만드는 신비로움·

겉으로 보는 그녀는 너무나도 먼 곳의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엘릭은 그녀가 어려웠다·

고로 엘버스와의 대화를 복기해 다시금 그녀를 살폈다·

의아함이 짙어졌다·

“화단을 꾸미는 일을 계획 중이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아무래도 단조로운 색만 있으면 눈길이 안 갈 것 같아서·”

단조로움을 기껍지 않게 여기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한데 변화를 주자니 저택의 경관과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조화를 중히 여기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부인은····’

외모를 덜어낸 티리아 포트먼은 어떤 사람이었더라·

언제나 격식을 차리면서도 잠드는 순간 만큼은 우악스러운 사람·

작은 선물에 기뻐해 주는 사람·

철도를 무서워하는 사람·

가르침에선 엄해지는 사람·

그리고 이리 미련하게도 떠나간 남편을 10년간 기다려온 사람·

“가주?”

“듣고 있었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그녀의 외형과는 어우러지지 않는 특성이다·

그럼에도 썩 불균형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을 현혹이라 해야 할까·

“꽃의 색깔이라 중요한 고민이구려·”

엘릭은 화단을 바라봤다·

“가주께선 무엇이 좋을 것 같습니까?”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이 어우러지는 꽃이었으면 좋겠소·”

“어째서입니까?”

당신을 닮은 색인 듯하여·

화단의 주인이 당신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듯하여·

그리 말하기엔 너무 낯부끄러워서·

“산뜻하지 않소· 봄처럼· 어떨 때는 가을처럼도 보이고·”

라고 답하니 티리아의 시선이 또 흙밭을 향했다·

그녀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초록 이파리가 도드라지는 노란 꽃이 좋겠습니다· 거기에 붉은 꽃을 함께 심으면 더욱 보기가 좋겠지요·”

“왜 붉은 꽃이오?”

“강렬한 색이니 화단으로 시선을 끌 수 있지 않을는지요· 그러면서도 조화로울 것입니다·”

그녀는 조화를 중히 여기면서도 강렬함을 기꺼워했다·

엘릭은 그 사실을 새로이 깨달았다·

“그렇구려·”

티리아의 속눈썹 위로 서리가 내려앉았다·

얼어붙은 빛이 그녀를 신비롭게 빛냈다·

“슬슬 들어가는 게 어떻소· 날이 춥소·”

“예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자리에서 일어선 티리아가 자연스레 손을 맞잡아왔다·

깍지를 꼈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이리 추운 날에·”

“괜찮소·”

하나 더 당신을 알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은 일이다·

엘릭은 티리아를 흘금거렸다·

알고 싶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소설처럼 눈이 멀어버리면 그때는 알게 될까·

현혹은 그제야 벗겨지게 되는 것일까·

사박 눈이 밟히는 소리가 일었다·

유난히 그녀의 손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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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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