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7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피로가 쌓였던 걸까·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다니 누가 들으면 비웃음을 흘릴만한 일이었다·

엘릭은 제 어깨에 손을 얹은 티리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서서히 의식이 부상함에 따라 입가엔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잠긴 목소리로 말이 튀어나왔다·

“···깜빡 잠이 들었구려·”

“많이 피로하셨겠지요· 하루 사이에 손님들이 워낙 많이 다녀갔으니·”

“부인께 미안한 일이오· 다들 내 손님이지 않았소·”

“가주의 손님이 제 손님입니다·”

라고 말한 후 입술을 달싹이던 티리아가 문득 물었다·

“···한데 인연을 맺은 이들이 참 많으신 듯합니다·”

무어라 답해야 할지 꽤 곤란한 말이었다·

그들 모두가 전장에서 적 또는 아군으로 만났던 이라곤 말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입술을 달싹거리니 티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보채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언젠가 말할 수 있게 될 때 말해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여기서 끝내주는 걸까·

고마운 일이었다·

이젠 엘릭도 아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음에도 자신을 생각해서 무엇도 묻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엘릭이라면 그리할 수 없었다·

홀로 배신감을 느끼거나 답답함에 보채거나 어느 쪽으로든 멋없는 짓거리를 했을 게 분명했다·

그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만큼 감사함을 표현하는 게 영 쉽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해내는 것은 장난기 어린 말이다·

“왜 듣고 싶지 않소?”

화아악!

티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파르르 속눈썹이 떨렸고 눈초리는 조금 새초롬해졌다·

낮의 일을 떠올려버린 것일 터다·

엘릭은 끅끅 웃었다·

“가주···!”

“미안 미안하오·”

손사래를 치며 사과했으나 티리아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게 참 귀엽게 느껴졌다· 이 사람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감상이 떠오르니 괜히 속이 간질거리는 것이다·

“그냥 부인의 새로운 모습이 신기해 그랬소· 좀처럼 감정을 내비쳐주진 않잖소·”

“귀족은····”

“난 모르겠구려· 천생 흙바닥에서 뛰어놀던 평민 출신이라·”

“그리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유념하지·”

티리아의 눈초리가 더 따가워졌다·

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잠자리에 드시지요· 이런 곳에서 자면 몸에 나쁜 영향이 생길 것입니다·”

왜인지 혼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엘릭은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알겠소· 좋은 밤 되시오·”

“예 가주도 그리하시지요·”

티리아는 그리 말하곤 휙! 뒤돌아 잰걸음으로 응접실을 떠나갔다·

왜인지 발걸음에 화가 묻어있었다·

아니 부끄러움일까·

뭐가 됐든 유쾌함을 자아내는 모습임은 분명했다·

*

며칠이 더 흘렀다·

위빈의 땅은 언제 소란스러워졌냐는 듯 다시 평온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겨울이 끝나감에 따라 영지민들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고 저택 또한 한 해 농사를 시작함에 분주함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엘릭은 그런 것들에서 한 발 떨어져 심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제국이 갈라질 것입니다·

태자가 했던 말 탓이었다·

전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란다·

비단 서부에서 끝나지 않고 동부까지 그 전란이 치밀 것이란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말이었다·

보통이라면 전장으로 떠나겠다고 말을 했을 터였다·

무릎도 이제 거의 다 나아 지팡이 없이도 충분히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거리낄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말해 뭐할까·

“가주·”

티리아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엘릭은 이제 그것을 인정했다·

“왜 부르시오?”

“오늘은 함께 외출을 하셔야 합니다·”

“음?”

“밭을 살피는 일도 배우셔야지요· 농사를 시작함에 가장 중요한 일과입니다·”

언제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냐는 듯 티리아는 평소같은 무뚝뚝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날 일을 언급하면 또 얼굴이 붉어지긴 하지만 너무 잦은 괴롭힘은 엘릭도 피하고 있기에 그런 표정을 볼 일은 잘 없었다·

여하튼 밭이라·

“알겠소· 가지·”

엘릭은 지팡이 없이 일어섰다·

거의 반년 정도를 쥐고 있던 물건이 없어지니 허전함이 일었으나 개운함 또한 치밀었다·

이젠 털 망토도 접어두고 나선 저택·

물씬 다가온 봄의 산들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간다·

흙냄새와 비료 냄새 따위가 공기에 녹아들어 속을 편안하게 한다·

그런 것들에 젖어 티리아에게 일을 배운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빠져있다 보면 전장의 걱정은 또 어느 순간 사그라들어 먼 곳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부리는 마술이었다·

이 안락함이 가진 중독성이 나날이 엘릭의 속에 망설임을 키우고 있었다·

흘긋 그녀를 바라보니 한껏 집중한 상태였다·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그녀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가주 듣고 계십니까?”

“듣고 있었소· 토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오·”

“···집중해주십시오·”

엘릭은 어색하게 웃었다·

당신 때문에 집중되지 않는다·

말하려니 참으로 낯부끄러웠다·

“자 다음으로 가지요·”

하며 그녀가 손을 맞잡아 온다·

닿은 곳부터 온기가 퍼져나간다·

제 것과는 다른 부드러움이 찌릿하게 몸을 감싸는 기분·

“···그래 갑시다·”

엘릭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울질은 이 와중에도 계속되었다·

전장으로 떠날 것인지 이곳에 남을 것인지·

생각에 빠져있는 중 문득

“그러고 보니 가주·”

티리아가 말했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할 일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망설임으로 갈팡질팡하는 엘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말이었다·

“정식으로 영주 직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슬슬 가주의 몸도 위빈도 안정되었으니·”

시간은 적어도 엘릭의 편은 아닌 듯했다·

“취임식을 준비하지요·”

*

사실 놀라울 것은 없었다·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엘릭 혼자였고 그걸 남에게 상담한 일도 없으니 타인의 시선에선 그가 위빈에 영영 지내리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심지어 그것을 구태여 부정하지도 않았다·

이제까지 다리가 불편해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겠지만 그런 장애마저 사라진 지금에 와서 취임식을 치르는 것은 예정된 수순인 것이다·

엘릭 본인만 문제였다·

“지난 수확제처럼 취임식은 마을 광장에서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집사나 다른 가신들의 의견을 취합했습니다· 가주께서 영주로 취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영지민들이 많다더군요·”

“···그랬소?”

“어릴 적부터 유명하셨으니까요·”

엘릭은 티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묘하게 들떠 있었다·

아니 그녀뿐만 아니었다·

취임식에 관한 말이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위빈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며 그리고 자신의 취임식을 기대하며 또한 봄날의 따스함을 반가워하며 위빈은 지금 참으로 흥겨운 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취임식 때는 다른 귀족분들도 초청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제게 일임하시고 가주께선 집사와 함께 식의 준비에 열중해주십시오· 아 기사단은····”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얼굴을 그저 바라보며 눈앞에 놓인 갈림길에 멈춰 선다·

떠나느냐 아니면 남느냐·

쓴웃음이 피어났다·

‘너무 정이 들었구나·’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을 텐데 이젠 그렇지 않게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모질게 대하고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을·

그녀를 알려고 하지 말 것을·

“···가주?”

왜 이리 눈에 밟혀 발걸음을 붙잡는 것일까·

당신은 왜 이렇게도 내 마음속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몸이라도 안 좋으십니까?”

매일 보는 얼굴일진대 어찌 볼 때마다 새로운지·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뭐 이렇게 불안해지는지·

왜 마음이 술렁일 때면 품속의 단도보다도 당신을 찾게 되는지·

그런 의문을 연신 떠올렸다·

그리고 외면했을 뿐 엘릭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아니오· 그저 무게가 막중하구나 했소·”

“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부인이 있으니 그럴 테지·”

“···예?”

“부인의 도움이 필요하오· 나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했다·

달리 말해 그것이 진심이었다·

“그리해줄 수 있겠소?”

말하는 순간 티리아의 표정이 묽게 번져갔다·

작은 미소였다·

“당연한 말을 하십니다· 저는 가주의 부인일진대·”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드는 순간

‘아·’

깨닫고 만다·

이 미소로부터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

저것을 계속 곁에서 보고 싶어 그런 이기심에 고민을 띄워 올렸던 것이구나·

‘멍청하게도····’

그녀에게 연심을 품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불편해졌다·

위빈에 온 이후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던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기분이 어느 때보다 덩치를 불렸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요· 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알겠소·”

엘릭은 애써 웃었다·

수렁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더욱 짙어진 것은 이튿날 아침이었다·

『천익 상황에게 굴복하다·

상황 엘하다크 마히르가 전쟁에 참전했다·

그의 참전 후 디샤의 정복까지 걸린 시간은 단 사흘·

수도 공방전에서 천익은 상황에게 굴복함으로써 왕족을 지켰다·』

무언가 어그러지고 있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