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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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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위빈의 축제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고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한가득 걸리는 한때였으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그렇듯 이런 중에도 썩 유쾌하지 못한 사람 또한 있었다·

말해 뭐할까 설영 기사단의 단장 다날이었다·

“다들 잘 노는구먼·”

“단장 저쪽에서 일손 모자라다고 도와달라는데요·”

“이 동네 인간들은 기사가 물로 보인다냐? 거절해!”

“마님이 시켰대요·”

“···에휴 내 팔자야·”

다날은 한탄 섞인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티리아의 명령이라면 따라야 했다·

카샤조차 순한 양으로 만드는 위빈의 실세가 그녀이기 때문이다·

눈 밖에 나면 여생이 얼마나 고되겠는가·

물론 그녀가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보복할 만한 인간성은 아니다·

다날이 보기에 티리아는 그가 아는 모든 귀족 중에서도 수위에 꼽힐 정도로 격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원만한 관계만 유지한다면 꽤··· 아주 좋은 고용주라고 해야 할까·

그런만큼 이런 사소한 부분에선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은 것이다·

‘빨리 끝내고 잠이나 퍼질러 자야지·’

후욱 숨을 내뱉으며 다날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리 속없이 파랄 수가 있을까·

멍해지는 와중 문득 그런 생각이 일었다·

“···리키 그러고 보면 말이다·”

“예?”

“우리 생각보다 잘살고 있지 않냐?”

“저희요?”

“그래 우리· 처음 위빈에 왔을 때는 곧 죽을 것도 각오했었잖냐·”

다날은 턱을 쓸었다·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만져졌다·

이리 기를 정도로 관리를 안 했다는 말이고 달리 말해 그만큼 여유롭게 지냈다는 말이다·

카샤의 수족으로서 맡게 될 은밀하고 위험한 임무는 없었다·

이곳에 와서 한 일이라곤 명목상의 기사단 직함을 들고 마을을 순찰하거나 퍼질러 잔 것이 끝이었다·

리키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들어보니 그렇네요·”

“그치?”

“예 그 염화가 왔던 때만 아니면····”

“소름 끼치니까 그건 빼고·”

다날이 큭큭 웃었다·

여하튼 드물게 사건 사고가 한 번씩 있는 동네지만 이런 한적함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언젠가 꿈꿨던 암살자로서의 은퇴 이후 생활엔 아주 적합한 동네라는 생각이 치민다·

‘계속 이렇게 살려나?’

서부 전쟁도 곧 끝날 것 같은데 그럼 이 한미한 영지의 기사로 살다 죽는 걸까·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저승사자 같은 카샤도 어지간해선 자신들을 찾지 않으니 눈치 볼 것도 크게 없겠지·

생각하는 와중이었다·

“이보게! 기사 양반!”

한 번씩 들르는 주점의 주인이 목청 좋게 외쳤다·

“여기 목재 좀 날라 주시게! 내가 늙어서 허리 쓰는 일은 영 못하겠구먼!”

“영감! 기사가 뭔 잡부도 아니고 그런 거나 나를 것 같아?!”

“마님한테····”

“하지만 나 다이넌은 다르지! 민초의 고충을 헤아리는 참된 기사니까!”

쿵쿵 걸어 움직인 다날은 곧장 목자재를 한가득 들어 광장 쪽으로 옮겼다·

리키의 눈총이 꽤 따가웠지만 자존심보다는 목숨이 중요한 법이었다·

그런 순간이었다·

“단장! 훈련 마치고 왔습니다!”

“어우 깜짝아!”

갑작스레 나타난 베론에 다날이 자지러졌다·

“왜 그러십니까?!”

베론이 순진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다날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를 노려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대체 어떻게 되어 처먹은 놈인지 베론은 날이 갈수록 암살 기술이 발전해나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암살자 교육은 눈곱만큼도 한 적이 없음에도 그랬다·

월영의 훈련교관으로 있을 때도 이리 재능 넘치는 놈은 생전 본 적이 없었건만·

대체 2미터에 가까운 체구로 어찌 이리 완벽한 은밀기동을 해내는 건지 볼 때마다 신비로운 별종이었다·

‘이런 놈이 월영시절 동기였으면 지부장은 꿈도 못 꿨겠지·’

아마 조금만 더 키우면 천익조차 뛰어넘는 암살자로 대성하지 않을까·

묘한 감상이 떠올랐으나 이내 수그러 들었다·

“그래서 이제부턴 무슨 수행을 하면 됩니까? 다음 배울 기술은 뭐죠?!”

지가 배우는 게 기사 수업인지 암살 수업인지도 모를 빡통한테 뭘 바라겠는가·

이쯤 되면 눈치챌 법도 한데 베론은 영 수업을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며 제가 배우는 게 기사 수업이라고만 믿고 있었다·

“가서 잠수 기술이나 더 연습하고 와라· 냇가에서 한 시간 동안 숨 참고 있어·”

“인내심 훈련! 인내는 기사의 덕목이죠!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안 와도 좋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겁니다!”

기대한 적 없는데·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베론이 쌩! 하고 달려 냇가로 가버렸다·

그 와중에도 소름 끼칠 정도의 그림자 보법을 사용하여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리키가 께름칙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대장 저게 대체 뭐예요?”

다날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나도 몰라· 무서워·”

다날은 베론을 이해할 수 없었다·

*

“회장님·”

비서의 목소리에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아·”

그새 잠들었었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에드워드는 창밖을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취임식 준비에 한창인 위빈의 사람들이다·

그랬다·

에드워드는 아직 위빈을 떠나지 않았었다·

“슬슬 일어나시지요· 그리고 돌아갈지말지 결정도 하시고·”

“쩝 이대로 돌아가면 영감님한테 한 소리 들을 텐데·”

에드워드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길게 숨을 토해냈다·

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면책을 주는 게 다름 아닌 EW의 최대 주주 마왕 제르디아이기 때문이다·

지난 동맹 회의에서 카샤의 영입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주장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검제 놈은 걸어다니는 재앙이다· 누구도 그놈의 뜻을 쉬이 예상할 수 없는 그리고 막을 수조차 없는 자연재해 같은 놈이지· 마법으로 잡을 수 없다· 네놈 장난감으로도 불가능하고· 그나마 걸어볼 만한 것이 검이다· 그것 말곤 방법이 보이지 않는 놈이다·

실제로 상황과 겨뤄봤던 이의 말이니 어찌 마냥 흘려들을 수 있겠는가·

동맹 전체가 제르디아의 의견에 동조했고 그 역할로 찾아온 게 에드워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도통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카샤의 거절 의사가 저리 확고한데 어찌 이제와서 마음을 돌릴 수 있겠는가·

사이에 낀 입장에선 곤란하기만 했다·

에드워드는 우울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취임식이 끝나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지·”

“생각해둔 것이 있으십니까?”

“있겠냐?”

“말만 번지르르····”

“거기까지 해· 정말 슬퍼질 것 같으니까·”

비서라는 놈이 꼭 주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란 말이지·

속으로 불평을 토해내 봤으나 그 이상 눈총을 줄 수는 없었다·

사실상 에드워드가 가진 가장 큰 전력이 이 모지리 같은 비서였으므로·

“에휴 됐다· 내가 너한테 뭔 말을 하겠냐·”

알아주는 이가 이리도 없으니 마냥 슬프기만 하다·

*

포트먼가의 저택은 취임식과 더불어 한 가지 일에 더 이목이 몰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화단 가꾸기였다·

지난 겨울 약속한 대로 엘릭은 티리아와 함께 삭막했던 화단에 꽃을 심는 일을 하고 있었다·

노란 꽃과 초록 풀 그리고 드문드문 붉은 꽃을 심는다는 구상 아래 종류별로 나눈 씨앗을 흙 속에 덮어두는 일이 계속된다·

손에 흙을 묻혀가는 일은 귀족답지 못하다고 말할 법도 한데 오늘의 티리아는 소매에 흙먼지를 묻혀가며 평소 갑옷처럼 둘렀던 품위를 한 꺼풀 벗어던지고 있었다·

엘릭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 순간 또 지난 일이 떠오른다·

-상황의 참전으로 남아있는 4개 왕국이 동맹을 맺었습니다! 전면전이 코앞이란 말이지요! 주주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연신 그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자명했다·

마냥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전쟁에 깊게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기억하는 세월의 절반이다·

그 세월을 없던 것으로 치부하는 일이 쉬울 리가 있겠나·

드문드문 차오르는 불편함이 또 속을 괴롭혔다·

그 순간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티리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취임식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서 멈춰두는 것이 좋겠지요·”

“아무래도 여러 일을 한 번에 하는 것은 정신 사나울 테니 말이오·”

“예·”

하고 고개를 끄덕인 티리아가 물끄럼 엘릭을 응시했다·

“한데 가주·”

“음?”

“정말 괜찮으신 것 맞습니까?”

또 같은 질문이었다·

근래 들어 하루 중 그녀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었고 이에 엘릭이 내뱉는 답 또한 같았다·

“괜찮다니 왜 또 그러시오?”

“···실례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안색이 너무 좋지 않으신지라·”

“그 정도였소?”

티리아가 머뭇거림을 품었다·

그 끝에서 조곤조곤 답이 이어져 나왔다·

“···취임식이 결정된 후로 내도록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송구스럽다는 듯 핵심을 찔러옴에 엘릭은 쓰게 웃었다·

역시 그녀의 눈치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런 순간이면 또 드는 마음은 그냥 다 말해버릴까·

지난 10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떠할까·

하나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괜찮소· 그저 긴장되어 그러오· 이런 한량이 영주라니 그것도 참 너무 안 어울리는 일이 아니오?”

어찌 말하겠는가·

당신의 남편이 10년간 시체로 산을 쌓아 그 위를 밟으며 살아온 살인귀라고·

금화 한 닢에 사람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국가의 존속을 인질로 잡아 스러져 가는 나라의 국고를 털어낸 이라고·

그런 용병이었다고·

‘···고작 닷새다·’

닷새만 지나면 다 끝날 것이다·

생각하며 엘릭은 말했다·

“이만 갑시다· 내일부터는 다른 영지의 손님들도 오신다 하지 않았소?”

“···아 예· 왕녀님께서도 참석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그럼 더 단장에 신경을 써야겠구려·”

“아 단장하니 말입니다·”

“음?”

“지난 연회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이넌 단장의 여동생분을 다시 한번 섭외할까 싶은데 말을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알겠소· 이야기해보지·”

“감사합니다· 이번엔 기자들도 몰릴 듯해서·”

“거참 시골 영주 하나 취임하는데 관심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원·”

“그만큼 호의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마음을 숨기고 평온을 가장한다·

신경을 긁어대는 일은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그리 엘릭은 취임식이 닷새 남은 날을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다날을 찾았다·

“여동생 역할을 좀 해줘야겠네· 부인이 자네의 화장을 마음에 들어 하더군·”

“예?”

“예?”

“···예!”

엘릭은 모르겠지만 위빈의 활기참과 대조되는 심란함을 품은 이가 꽤 가까이에 또 있었다·

‘이게 평온한 여생?’

여장을 할 일이 꽤 늘어날 것 같다는 그런 불안감이 다날의 속에 가득 들어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혼동을 드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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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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