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는 여관의 최상층 방을 통째로 빌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의 비서가 입을 연 것은·
“회장님 피하셔야 할 듯합니다·”
“응?”
“일단 밖으로·”
“잠··· 으아악!”
돌연 뒷덜미가 잡힌 에드워드가 발버둥을 쳤으나 비서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창문을 깨며 나섰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우웅!
폭발이 일었다· 직전까지 누워있던 건물 천장 쪽이었다·
비단 여관뿐만이 아니었다·
일대의 건물 곳곳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꺄아아아악!!!”
비명이 울린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건물을 뛰쳐나온다·
와중 에드워드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저대로 여관 안에 박혀 있었다간 폭발과 함께 고인이 되었을 것이다·
“야 야· 이게 뭔····”
“월영입니다·”
“···뭐?”
비서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직후였다·
철컥 품에서 권총을 뽑은 그가 그대로 허공 어딘가를 겨냥하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성이 일자 어둠 속에서 웬 인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흑색의 잠행복으로 전신을 가린 누가 봐도 수상한 행색이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에드워드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이놈들이 왜 여기에? 월영이라면 천익이 나섰다고? 천익은 분명 상황에게 굴복했을 텐데····’
알고 있는 정보들과 현 상황을 조합한다·
있을 법한 일을 추론해내며 당장 드러난 정황을 하나의 인과로 엮어낸다·
하나 에드워드가 아는 정보가 적었다·
그나마 그럴싸한 추리를 해보자면····
‘어르신의 정보가 샜다?’
어디서인진 모르겠지만 카샤가 이곳에 있다는 정보가 샜다·
그리고 그것이 상황 측에 전달되어 그를 노리기 위해 천익이 월영을 움직였다·
그것 외엔 이 동부 촌동네까지 월영이 나서는 것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쪽이 그나마 가능성 있지·’
정보가 어디서 샜는지는 나중에 알아보면 될 일이다·
에드워드는 혀로 입술을 훑곤 외쳤다·
“비서야! 정지!”
“예?”
“정지! 정지하라고!”
멈칫 위빈의 광장 한가운데 비서가 멈춰 섰다·
에드워드는 눈을 반짝이며 품속을 뒤졌다·
“너 잔탄 몇 발이야·”
“···방금 한 발 썼으니 17발입니다·”
“그래? 월영 놈들은?”
“대충 서른 언저리로 느껴집니다·”
“좋아 나쁘지 않아·”
철컥 에드워드가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한 정을 만드는데도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탓에 개인 소장용으로 두 정만 만들어 비서와 나눠 가졌던 소형 화기였다·
“내가 12발이네· 둘이서 여기 틀어막자고·”
“하지만····”
“친구야 친구야· 그렇게 감이 없어?”
에드워드는 인상을 찌푸리는 비서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거 기회잖아·”
“···무슨 기회 말입니까?”
“주주님께 잘 보일 기회!”
말하며 에드워드는 핑그르르 탄창을 돌렸다·
이제 막 난리통이 시작된 참이다·
건물이야 어찌할 수 없다지만 인명은 충분히 구하는 게 가능하다·
카샤에겐 악재겠지만 미안하게도 에드워드에겐 호재였다·
이미 정체를 들킨 시점 아닌가·
적들이 자신을 노린다는 걸 알면 전장으로 나갈 이유야 충분해진다·
그뿐만 아니었다·
에드워드 개인에게도 이 일은 그리 나쁘지 않은 사고였다·
카샤가 이 촌동네에 가진 애착은 몇 번의 대화만으로 넘치리만큼 잘 알 수 있었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준다면 그가 가진 6%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돌리는 일에 큰 도움이 될 터다·
“가보자고!”
에드워드는 변장용 도구들을 다 벗어던지며 막 튀어나오는 월영의 암살자 하나를 겨냥해 쐈다·
타앙―!
“크헉!”
신음과 함께 암살자가 데굴데굴 구르다 죽는다·
에드워드는 이목이 제게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방긋 영업용 미소가 그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다들 진정하십시오! 이 에드워드 와이트가 왔습니다요!”
비수가 그에게로 쏘아졌다·
비서의 몸이 잔상도 남기지 않고 움직여 비수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가 겨냥한 총이 비수를 날렸던 암살자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탕!
털썩!
암살자가 쓰러졌다·
에드워드는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역시 우리 비서밖에 없어!”
“입 다무십시오·”
쯧 하고 비서가 혀를 찼지만 에드워드의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아무렴 비싼 돈 주고 영입한 인재일진대 돈값을 해주는 모습이 기껍게 보일 것 아니겠나·
EW의 회장 비서라는 직함은 단순히 사무적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었다·
거대 기업의 회장 외에도 대륙 7강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린 그럼에도 스스로의 무력이 너무나도 미천해 자가 방어가 불가능한 에드워드를 호위하는 역할까지 겸할 수 있어야 비로소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직 아르민의 왕실 기사단·
상관을 폭행하여 작위를 몰수당한 깡패·
비서 루드거 헤르만의 이력이었다·
“자자 빨리 끝내고 폭탄도 다 수거해야지!”
에드워드는 비서를 보챘다·
비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곧장 에드워드의 리볼버까지 빼앗아 들었다·
타다당!
백발백중 총이 불이 뿜을 때마다 하나씩 쓰러진다·
명불허전의 솜씨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간에는 밝혀지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었다·
‘역시 어르신 무릎 갈아버린 솜씨는 어디 안 가는구먼!’
검귀 카샤를 전선에서 은퇴시킨 단 한발의 총알·
그것을 쏜 이가 바로 EW의 회장 전속 비서 루드거 헤르만이었다·
*
다날이 이변을 느낀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익숙한 적막 그리고 묘한 약냄새와 함께 짙어지는 화약 냄새·
월영의 지부장으로까지 있었던 그가 그들의 수법을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포트먼의 저택으로 막 들어와 티리아를 마차에서 내리던 그 순간 다날은 수화로 지시했다·
-처리해·
순식간에 넷의 단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베론은 멀뚱멀뚱 자리에 서 있었고 티리아는 놀란 얼굴을 만들었다·
“다들 갑자기 어디로 간 것이냐?”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잠시 다날이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콰앙!
별채의 지붕이 폭발했다·
티리아가 한껏 숨을 들이켜며 그 방향을 바라봤다·
‘아오! 이 모지리 같은 놈들!’
그거 하나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이 사달을 내는 게 말이나 되나?
아무래도 처음부터 교육을 다시 해야 할 듯하다·
입맛을 다시던 다날은 심호흡을 끝낸 후 굳은 얼굴로 티리아에게 말했다·
“그··· 습격 같습니다?”
“같습니다?”
“입니다!”
순간적으로 티리아에게서 카샤가 보였다·
부부끼리는 닮는다는 말이 진실이었던 걸까?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기분에 다날은 말을 덧붙였다·
“거 걱정마십시오! 저희 단원들이 이런 불의의 습격에 능통합니다! 아! 해봤다는 게 아니라 막는데 능통하다는 말입죠! 그 뭐냐··· 베론! 너도 배운 게 있으니까 침입하는 놈들 좀 막아라!”
“어 네 넵!”
샤샤샥! 베론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날의 시선이 다시금 티리아를 향했다·
“어 그럼 일단 숨으실까요?”
티리아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저 먼 곳 산맥을 향해 있었다·
티리아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얼굴 위론 다날이 생전 본 적 없던 노골적인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안 봐도 뻔히 알 수 있었다·
다날은 속으로 외쳤다·
‘그 인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뎁쇼!’
하나 이걸 말하는 게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음은 분명하다·
사실 이미 다날은 심장이 쫄깃해져 죽기 직전인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 우리를 죽이러 온 건가? 배신자에게 죽음을?’
그곳에 몸담아 봤기에 아는 사실은 월영 자체가 상당히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날은 배신자의 처단을 손수 해본 일이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모든 사고가 자신들 때문임을 카샤가 알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죽을까?’
생각까지 떠오른 순간이었다·
“···가봐야겠네·”
“예 예?!”
티리아가 돌연 성큼성큼 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대로 보냈다간 진짜 카샤에게 조각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어진 행동은 사고를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파박!
“윽···!”
다날은 티리아의 뒷목을 쳐 그녀를 기절시켰다·
그리 등에 업은 후 곧장 저택 안의 침실로 향했다·
같은 지부장 급이 오지 않는 이상 자신이 호위하면 그녀에게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다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
엘릭이 산맥을 타고 내려오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몸의 부상 중 대부분은 전장에서도 숱하게 겪었던 자상·
그나마 치명적이라 할 것은 배를 꿰뚫었던 관통상 정도였는데 이조차도 지금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런 검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검상을 낸 사내에게 배운 검술은 검술이라 칭하기에 어폐가 있는 무술은 감정이 극에 치달을수록 몸의 고통을 옅게 만드는 무술이었다·
내상 정도야 나중에 회복하면 된다·
박살난 무릎도 회복했건만 배의 구멍이 어찌 큰 대수라 할 수 있겠는가·
상의를 찢어 대충 배에 감으며 달려 엘릭이 도착한 곳은 티리아와 헤어졌던 위빈 가의 저택이었다·
가장 가까웠고 아직 그녀가 이곳에 있을 확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악!!!”
난리통이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이들이 있었던 것인지 안쪽에선 비명과 굉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곧장 검을 고쳐 쥔 엘릭이 그곳으로 달려가 창을 깨고 내부로 들어갔다·
스승··· 아니 상황은 없었다·
다만 월영의 암살자들이 귀족들의 호위로 왔던 기사들과 대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명백한 기사들의 열세였다·
엘릭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뻗쳐나왔다·
눈동자는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콰앙!!!
착지와 동시에 붉은 기운이 공간 전체를 점했다·
그리고
촤악!
암살자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엘릭은 숨을 길게 토해냈다·
주변을 둘러봤으나 티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위빈 부부가 바짝 굳어있는 것이 보였다·
거칠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간 엘릭이 가주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부인은 어디에 있나·”
피가래가 끓어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가주의 얼굴이 멍하게 풀리다 이내 두려움으로 물들어갔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 먼저 떠났····”
엘릭은 그를 던지고 돌아섰다·
그가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로 또한 번들거리는 눈으로 시체를 밟으며 홀을 가로지르자 자연히 남아있던 이들이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떠나가는 순간이었다·
찰칵―
작게 셔텨음이 울렸다·
*
성난 기색으로 떠나는 엘릭을 뒷모습을 찍은 이는 기자였다·
제도의 한미한 언론사에서 그레이엄 공자와 친분을 맺은 이가 취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기삿거리나 하나 얻으러 온 그런 기자·
그는 아직도 혈향이 온통 풍겨대는 연회장 구석에 앉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트 특종이다·’
기자는 과거 종군기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지금에야 한직에서 밀려났다곤 하나 그 시절의 경험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직전 피보라가 이는 순간 한가운데 서있던 그의 모습에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왜인지 낯이 익던 저 사내의 정체가 무엇인지·
기자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위기감도 그 순간 지워졌다·
‘기 기사 제목은···!’
검귀 카샤 동부에 웅크리고 있었다·
정도면 되겠지·
기자의 몸이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