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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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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먼가의 저택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한껏 어수선해진 상태였다·

와중 다행이라면 불의의 사고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

사실상 설영 기사단이 빠른 대처로 사고를 수습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택 사람 모두가 그것을 알았다·

기사들이 잠행복을 입은 괴한의 시체를 정원에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대체····”

알디오는 황망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정원에 나와 있는 사용인들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서로 다닥다닥 붙어 시체 산을 바라봤다·

“이 이보게 부단장· 대체 무슨 일인가?”

“보시는 대로 습격입니다· 대충 정리는 끝냈으니 사용인들부터 진정시키십시오·”

리키가 최대한 기사다운 표정을 지어내며 말했으나 사용인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이유야 다양했다·

생전 겪어본 적 없는 습격에 놀란 마음이 있었고 날 것 그대로의 시체가 쌓여 있는 것에 경악스러운 마음이 있었고 또 혹여 방에 들어갔다 미처 잡지 못한 괴한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리키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괜히 시체 앞에서 몰려 있는 사용인들이 곤혹스러울 뿐·

그의 입에서 한숨까지 나오는 순간이었다·

쿵―!

돌연 굉음과 함께 사람 하나가 정원에 착지했다·

그 순간 공간이 얼어붙었다·

나타난 이가 이들에게 너무 익숙한 또한 낯선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도 도련님···?”

알디오는 의구심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엘릭의 고개가 들렸다·

사용인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진득하게 풍기는 혈향 벗겨져 배에는 천이 둘려 있었고 그 몸 위로는 온갖 흉측한 상처와 흘러내리는 피가 가득했다·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빨간 눈동자나 피로 더럽혀진 얼굴은 그들이 아는 엘릭 포트먼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살인귀·

그를 본 모두가 본능적으로 그런 단어를 떠올렸을 정도로 흉측한 몰골이었다·

엘릭이 고개를 들어 리키를 바라봤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더욱 굳어져 새하얘진 얼굴로 달달 떨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가 가주니····”

“부인은·”

엘릭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은 어디에 있나·”

피를 머금은 칼날이 달빛 아래 서늘하게 빛났다·

리키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답했다·

“치 침실에 계십니다·”

엘릭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현관을 향해 비척비척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사용인들은 연회장에서의 귀족들이 그랬듯 본능적으로 물러서 길을 만들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

침실 앞으로 도착한 엘릭은 잠시 멈춰 섰다·

안에서 두 개의 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하다· 하나는 티리아 하나는 다날·

가만 서 있으니 안쪽에서 먼저 문을 열어왔다·

“오 오셨습니까·”

다날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마 마님께서 밖으로 나가시려 하기에· 자 자 잠시 기절을··· 시켰····”

엘릭의 시선은 티리아에게 콕 박혀 있었다·

들려온 말로 대충의 인과를 파악한 엘릭은 다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때마다 다날이 힉! 힉! 소리를 냈으나 그에 신경 쓰진 못하는 상태였다·

“수고했네·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예 옙!”

다날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엘릭은 방문을 닫았다·

티리아가 침대 위에 눈을 감고 있었다·

작게 불안감이 들었다·

혹여 숨을 쉬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그런 불안감이·

“···부인·”

목소리를 냈다·

다가가 바라보니 흐릿한 조명 아래로 가슴이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에서야 엘릭은 안도할 수 있었다·

몸이 허물어진 것은 그런 이유였다·

털썩―

침대에 겨우 기댄 꼴로 엘릭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실존하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신에게 감사를 표한다·

몰아치던 불안감이 사그라드니 이내 고통이 엄습한다·

인상을 찌푸리며 감내하는 중 절로 스승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가 상황이었고 검제였다·

자신을 키운 것은 목적이 있어서였다·

그런 파편적인 정보보다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게 있었다·

‘···직접 손을 쓰지 않았다·’

위빈 가에서 마을을 지나 이곳까지 오는 내도록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장담한 바와는 다르게 월영이라는 수단을 이용했을 뿐 본인은 위빈 근처에도 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디샤가 상황의 발아래 놓인 것은 신문으로도 봤으니 월영이 움직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저 깨닫게 되는 사실 하나·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겠지· 이런 땅은·’

그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 목적을 이뤘다는 것이다·

그의 목적은 자신이 전장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만약 월영이 위빈 전체를 초토화 시켰다면 자신은 복수를 위해 전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걸 막긴 했으나 스스로 검을 뽑아 들고 나서 카샤임을 밝히게 됐으니 이곳에 전처럼 남아있을 수는 없게 됐다·

이성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후회는 없다·

하지만 가슴은 미어지는 듯했다·

엘릭은 손을 들었다·

핏물이 가득하다·

코는 이미 혈향에 마비되어 있었다·

고개를 들면 새하얀 티리아가 보인다·

차마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그런 스스로를 확인한 순간 엘릭은 쩌적 무언가가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

돌연 엘릭은 끅끅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하는 중에도 표정은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것은 얼굴 위로 새겨진 실금이 우연히 미소의 형상을 했다 표현하는 게 옳을 그런 표정이었다·

깨달음이 일었다·

‘이래서 답답했던 것이구나·’

위빈에 남아있겠다 결심한 이후로 내내 속 어딘가가 불편했다·

목엔 가시가 걸린 기분이었고 전장을 외면하려 할 때마다 몸 전체가 가렵고 따가운 기분이었다·

왜 그랬는지 내내 궁금했건만 그 정체는 후회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여기에 와선 안 됐다·’

이런 피 묻은 손으로 발로 걸음으로 이곳을 찾아선 안 됐다·

그 일은 혈향에 이끌린 늑대들에게 이 땅을 먹잇감으로 주는 결과로 밖에 이어지지 않는다·

이번이 끝일까?

아니 단언컨대 이게 시작이다·

어떻게든 소문은 퍼질 것이다·

이곳에 남아있었다간 검귀 카샤를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이 위빈을 노려들 것이다·

그들을 막아내더라도 막을 수 없는 자가 다시 한번 이곳을 노릴 것이다·

-짊어진 것을 모두 버려라· 오로지 살의만을 벼려 걸어라· 와라 나는 옥좌에서 기다릴 테니·

거듭 말하여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이 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다음이 지금처럼 너그러운 처사이리라는 법은 없었다·

‘사실상 인질·’

위빈과 티리아는 살아있되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엘릭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안았다·

머릿속이 너무 뜨거워 두피를 긁어냈다·

이를 빠득빠득 갈며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영주직을 맡기로 한 것?

그녀에게 연심을 품은 것?

그 이전에 위빈으로 돌아온 것?

‘아니·’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엘릭은 이윽고 답을 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외면했던 답이었다·

‘···전장으로 떠났을 때부터·’

이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이곳을 그리워하는 엘릭 포트먼이 더 이상 엘릭 포트먼이 아니게 된 지점은 그때였다·

뚝 홀연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깨끗하게 흐르지도 못해 핏물을 머금은 눈물이었다·

그것이 바닥을 붉게 적셨다·

‘나는····’

어쩌면 착각 속에 살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이곳에 오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착각·

오늘 일은 그런 착각의 끝을 고했다·

이제야 깨닫길 카샤는 위빈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목가적인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와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면 안 된다·

웃음소리와 사람의 체온과 따스한 식탁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 곁에 남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

그리하여도 엘릭 포트먼이 될 수 없었다·

엘릭 포트먼의 흉내를 내는 검귀 카샤가 될 뿐이었다·

엘릭 포트먼과 검귀 카샤는 이미 그리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흐으····”

엘릭은 얼굴을 감쌌다·

무엇도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그저 살아가고자 10년의 세월을 발악했을 뿐인데 모든 게 변해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니 속 어딘가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가쁘게 숨이 삐져나오는 와중 엘릭은 손 틈새로 고이 잠들어있는 티리아를 발견했다·

역시 너무나도 새하얬다·

그것을 가만 보고 있자니 엘릭은 덜컥 두려움이 차올랐다·

언제나 죽기 위해 살아왔다·

빼앗기 위해 살아왔고 또한 버리기 위해 살아왔다·

하여 몰랐다·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람을 이리도 미치게 만든다는 것을·

제 손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무너트리게 되리란 상상만으로 아득한 공포가 치민다는 것을·

살아서 그녀의 시신을 보는 날이 오게 되면 어떡하지?

생각이 치솟는 순간에야 결심은 바로 섰다·

이리 미끄러지고 나서야 그리할 수 있었다·

‘아····’

떠나야만 했다·

갈림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애초에 한쪽만이 뚫려 있는 외길이었던 것이다·

엘릭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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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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