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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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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소중해 잃고 싶지 않다·

너무나도 행복해 이것이 현실인지를 계속 의심하게 된다·

그런 감정에 취임식을 이르게 결정했다·

이로써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그리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다·

그렇게 닥친 취임식 날 티리아는 발견했었다·

-찾았군·

광장의 인파 속에 있던 것은 어린 날 겨울의 산맥에서 마주했던 거구의 노인이었다·

엘릭이 스승이라 부르는 사내였으며 또한 그날 기절해가는 자신을 내버려 두고 떠나간 사내였다·

잊을 수 없었다·

그를 떠올릴 때면 옅은 공포심 그리고 께름칙함이 언제나 함께 있어 왔기 때문이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 마주했던 눈이 그리도 공허했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이 엘릭의 심경에 변화를 주리란 한없이 직감에 가까운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옳았다·

그날 내도록 웃지 않았던 취임식이 시작되기까지 고민이 있어 보였던 엘릭은 티리아의 수그러들던 불안감을 다시 한번 터뜨렸다·

-떠 떠나셨····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날 돌아온 스승과 저택으로의 습격이 엘릭을 이곳에서 떠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막아야 했다·

찰싹!

말을 보챘다·

맨발에 얇은 옷이라 새벽 공기가 차게 달라붙는다·

생채기가 발등이나 손등 위로 새겨졌고 그보다 호흡이 한껏 가쁘게 차올랐다·

밀밭을 쭉 지나 마을 어귀를 돌아가면 나오는 것은 대륙 횡단 철도의 위빈 역·

그곳에 도착하고서야 티리아는 말에서 내렸다·

그대로 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보였다·

“가주!”

마침 역으로 들어서려는 엘릭이 있었다·

그 곁에 흑발의 멀대 같은 사내가 있었다·

두 사람의 걸음이 멎었다·

드러난 엘릭의 얼굴 위로 작은 경악이 떠올랐다·

하나 그것은 이내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심장이 꽉 조여오는 듯했다·

천천히 티리아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 순간이었다·

“먼저 들어가 계시게·”

“예입····”

검은 머리의 사내가 역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 사람도 모두 사라졌다·

직후 엘릭이 말했다·

“왜 따라오셨소·”

차가운 목소리였다·

흠칫 티리아의 걸음이 멎었다·

숨까지 멎는 기분이었다·

“예···?”

“분명 사용인들에게 일러두었는데· 이 땅을 떠날 것이라고·”

티리아의 말문이 막혔다·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그래 그랬었지·

엘릭이 카샤였지·

전쟁이 심화되어 더 여기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

신문을 봐서 이젠 나도 안다고 말을 해야····

“눈치가 없으시구려·”

건네진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저 몸을 정양할 때까지 숨어지낼 곳이 필요했을 뿐이오· 때가 되었으니 떠나는 것이고·”

그의 말이 너무 날카로웠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까지 파고들어 속을 짓이기는 것만 같았다·

티리아는 엘릭의 눈을 바로 바라봤다·

이상했다·

무엇도 읽어낼 수 없었다·

사람의 표정이나 기색을 읽어내는 연습은 꽤 부단하게 해왔을진대 그의 새빨간 눈동자에선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두려웠다·

“저는····”

“꼴이 말이 아니군· 그만 들어가지 그러시오·”

티리아는 치맛자락을 꼭 쥐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는 손을 맞잡고 걸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작스레 돌변하는 일은 티리아로선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차라리 이 모든 게 지독한 악몽이길 바랐다·

한데도 그런 기적은 요원한 듯했다·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아니 평소보다 오감이 한껏 증폭된 것만 같다·

발바닥의 통증이나 새벽공기의 차가움이 몸을 덮친다·

속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그것들과 부딪친다·

와중 두려움이 치밀었다·

이대로 뒤돌아가면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아 티리아의 걸음은 절로 앞을 향했다·

엘릭은 가만 서 있었다·

무엇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일말의 감정도 흘리지 않은 채로 티리아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티리아는 엘릭을 올려다봤다·

무표정은 굳게 닫힌 문을 보는 듯했다·

그에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안··· 됩니다·”

티리아는 엘릭의 옷깃을 잡았다·

“가시면 안 됩니다·”

더듬더듬 말을 흘렸다·

옷깃을 더 꼭 쥐었다·

간절함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유를 들어 그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이다·

왜 떠나선 안 되는지 당신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려면 꽤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한데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티리아는 기계적으로 억지에 가까운 말을 반복했다·

“···가시면 안 됩니다· 가주께선 여기 계셔야 합니다·”

코끝이 너무 뜨거웠다·

냄새가 사라질 정도로·

“영주시지 않습니까· 이곳을 지키겠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눈시울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가 가주는 포트먼의 주인이십니다·”

그것은 티리아의 생애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어린 시절 숱한 학대 속에서 매일 고통스러웠을 때도 처음 그가 떠나간 날도 그가 없었던 10년도·

그 어느 날도 오늘만큼 아프진 않았다·

오늘만큼 비이성적이지 않았고 오늘만큼 스스로를 통제하기 힘들지 않았다·

‘싫어·’

그 억지스러운 감정에 휘둘린 일이 없었다·

엘릭이 없는 곳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 외에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건가·

이리도 벽을 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생각할수록 숨이 끅끅 끊겨왔다·

조급함도 한껏 차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생각을 가로막았다·

누군가는 이별을 상실이라 말했다·

틀렸다·

티리아의 이별은 상실이 아니었다·

잃을 것이란 생각만으로 심장에 말뚝이 쑤셔박히는 기분인데 이를 어찌 상실이라고 하겠나·

그가 없는 내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매 순간 새로이 고통스러울진대 어찌 공허함을 말하겠나·

그런 이유였다·

또륵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 것은·

동시에 속에 담아온 말이 역류하듯 토해진 것은·

“좋 아합니다····”

그러니 가지 말아 주세요·

계속 여기 있어 주세요·

내 옆에 있어 주세요·

그것은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티리아의 고개가 떨어졌다·

한 번 깨진 가면은 다시 이어 붙여지질 않았다·

눈시울을 태우던 눈물은 줄기가 되어 턱 끝에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묘한 확신이 있었다·

입 밖으로 속내를 털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임에도·

이런 일을 해본 일이 전에 없었음에도·

“···알고 있소·”

거절당할 것임을 직감해버렸다·

바닥을 향해있는 시야 어딘가에 엘릭의 발이 있었다·

그의 옷깃을 쥔 손에 힘을 더해봤으나·

“놓으시오·”

그가 그 손을 떼어냈다·

이윽고 그의 발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뒤늦게 고개를 들어봤으나 엘릭이 보이지 않았다·

티리아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기만 했다·

그녀는 역 어딘가에 앉아 그리 알디오와 하녀장이 올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

이해보단 원망이 쉬운 법이다·

엘릭은 그 사실을 알았다·

“출발하지·”

“그 어르시····”

“출발하게·”

말하곤 좌석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윽고 열차가 진동을 토해냈다·

덜컥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엘릭은 그제야 몸을 웅크렸다·

가슴을 붙잡고 길게 숨을 토해냈다·

눈을 감았다·

‘···잘했다·’

그 순간 흔들리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끝까지 표정을 유지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그녀의 손을 떨쳐내지 않으면 무엇이 바뀌는가·

사실 이런 사정이 있다고 말해봐야 무엇이 바뀌는가·

그것이야말로 티리아에게 가장 잔인한 일이었다·

생사도 불분명해질 전장에 뛰어들며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면 그녀는 기다리겠지·

돌아오지 못하게 되어도 평생 그리며 살겠지·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 차마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원망하고 분노하며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별이 아팠다·

상처를 주는 일이 배에 칼이 꽂히는 것보다 등에 화살이 꽂히는 것보다 몸이 화상에 짓무르는 것보다 괴로웠다·

그리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미웠다·

바라게 된다·

그녀가 자신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여겨 다시는 쳐다도 보기 싫어하기를·

그녀의 남은 생에서 자신을 아주 지워주기를·

그리할 수 있을 것이다·

‘원망이 이해보다 쉽다·’

평생 그리워하며 아파하는 것보다는 그게 쉬울 테니까·

엘릭도 그리할 것이었다·

뒤에 두고 온 것을 또 바라보진 않을 터였다·

그녀의 아픔을 되돌아볼 시간도 쪼개어 앞을 바라볼 것이었다·

다만 종착점에 있을 원망으로 매 걸음을 내디딜 것이었다·

그리하다 보면 닿을 수 있을 테니·

뚜두둑―

관절이 다시 맞춰졌다·

고통마저 잊을 증오가 속에서 샘솟았다·

마침내 뜨인 엘릭의 눈은

스으으―

피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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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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