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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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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의 관계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구태여 상황이 왜 위빈을 습격했는지를 말해 그와의 관계를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제르디아의 말은 의문투성이였다·

그가 어찌 누구도 모르는 자신과 상황의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일까·

의문을 해소할 방법은 하나였다·

“어떻게 아는 것이오?”

자신은 모르는 확신의 근거가 상황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에게 있을 테니 직접 물을 수밖에 없지·

결론적으로 정답이었다·

“계위라는 것이 있다·”

“계위?”

“경지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게지· 요즘 것들은 이런 것도 모르나보구나·”

끌끌 웃는 제르디아는 여유로웠다·

모를 말을 하는 그가 답답하고 짜증이 치미는데 엘릭이 성격대로 들이박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길 수 있나?’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도록 속에 있던 의문이었다·

이대로 검을 뽑으면 그를 벨 수 있을까· 마나를 뿜어내 옭아매고 난도질하는 방식은 불가하다· 육탄전으로 끌고 가 제압하는 것도 불가하다· 하물며 온전히 준비한 상태라 하더라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직감의 영역에서 완성된 결론이다·

무어라 정의할 수 없지만 엘릭의 감은 확실히 그가 자신보다 강함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 때는 말이다· 대륙에 이름을 떨칠 강자가 되기 위해선 각자의 계위를 완성해야만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지· 네가 날 이길 수 없다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거든·”

엘릭은 흠칫했다·

속내가 꿰뚫렸기 때문이다·

“···그 계위라는 것이 내 무술의 근간도 파악할 수 있나 보오·”

“정확히는 향을 맡는 것이지· 나는 후각이 좋거든·”

톡 톡·

제르디아가 제 콧잔등을 두드렸다·

“검제의 검에는 짙은 피 냄새가 배어 있단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놈이 계위를 완성하기 위해 썰어 넘긴 이들의 원혼이 검에 갇혀 향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게 네놈한테도 느껴져·”

“전쟁터에서 사람을 안 죽인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걸 검에 수집하는 이는 없지·”

엘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제르디아는 말했다·

“아이야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

“무엇을?”

“살기를 벼려야만 강해지는 검 살행을 멈추면 퇴화하는 검· 그걸 무술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적이 없냔 말이다·”

“···!”

그 순간 엘릭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기억해봐라· 너는 검제에게 뭘 배웠느냐?”

단 하나였다·

그에게 배운 것은·

-검계를 열어라·

살기를 벼리는 법·

그걸 깨닫는 순간 엘릭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

문득 정답이 흘러나온다·

“검계····”

“검계는 무슨 그놈은 살계에 오른 것이지·”

제르디아의 미소에 흡족함이 맺혔다·

엘릭은 혼란에 빠졌다·

그런 중에도 제르디아의 말은 이어졌다·

“계위를 오르는 법은 하나가 아니다· 끊임없는 내면의 수양 더 깊은 진리의 탐구 세계와의 합일 완벽한 고독· 무엇도 된다· 어떤 형태로든 수양이 어떤 지점 이상을 넘어가면 영혼이 감각을 지배한다· 이 땅을 이루는 규율들이 물리적인 형태로 실감되기 시작해· 그놈이 네게 가르친 게 그런 방법 중 하나다·”

“···이해가 잘 되지 않소만·”

“벌써부터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네놈이 계위에 오른다면 자연히 알게 될 것들이니·”

“이런 것을 내게 알려주는 이유가 뭐요?”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의 말이 거짓일 것 같지는 않지만 그의 의도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제르디아는 기꺼이 답했다·

“복수·”

그 순간 그는 끔찍하리만치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만면에 지긋한 미소를 걸치고 있음에도 도드라질 정도로·

“내게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더냐?”

오소소 소름이 돋아왔다·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와 나자크의 역사 그리고 검제와 그의 관계였다·

“나는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검제를 이길 수 없다· 그와의 관계가 좋지도 않겠지· 하지만 이겨야 해· 그것은 너도 나도 마찬가지이며 우리 둘 모두가 할 수 없는 일이지·”

엘릭은 그의 눈을 바로 바라봤다·

그의 기색이 사뭇 온화해졌다·

그것은 왜인지 가면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더 발전할 수 없다· 내 남은 모든 가능성을 희생해 나자크의 백성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는 아니야·”

“····”

“너는 계위에 오를 수 있다· 또한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젊고 재능이 있으며 또한 정열적이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도와주마· 네가 계위에 오를 수 있도록· 그놈의 검에 발악할 수 있도록·”

목소리 눈빛 손짓 그리고 전해지는 감정까지·

그 어디에도 증오를 담지 않았으나 엘릭은 제르디아에게서 가장 순수한 증오를 느꼈다·

너무나 지독하고 숨이 막히는 증오였다·

엘릭은 물었다·

“···스승질이라도 하겠다는 거요?”

그에 제르디아가 비소했다·

“아이야 언제나 명심하거라·”

이윽고 튀어나오는 말은 묘하게 엘릭의 신뢰를 자극했다·

“목적을 품은 채 손을 내미는 이는 절대 너를 위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를 위하지 않는 자를 공경하려 들지 말거라·”

그는 신뢰가 아닌 거래를 말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스승될 생각이 없음을 말하고 있었다·

속내를 보여주기에 차라리 안심이 된다·

엘릭은 짧지 않은 고민 끝에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

그날로 엘릭은 나자크를 향했다·

마지막으로 점령한 탄달 요새는 서부 전선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요새다·

한동안 자리를 비운 정도로 뚫리진 않을 터·

당장 걱정할 거리는 없었다·

여하튼 그리 나자크에 도착한 이후로도 엘릭은 계속 움직였다·

“어디로 가는 것이오·”

“네놈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곳·”

“그곳이 어딘질 묻는 것이오·”

제르디아는 의뭉스레 웃으며 말을 아꼈다·

엘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답답함을 삼키며 그를 따라 걷는 게 끝이었다·

하나 모든 여정에는 끝이 있는 법·

결국 그가 다다른 곳은 나자크의 중심부 왕성이었다·

나자크의 왕성은 사기를 흘리는 언데드들이 기계적으로 일과를 해내고 있었다·

그런 이들 모두가 제르디아를 맞이할 때면 이지를 띤 채로 고개를 숙여왔다·

제르디아는 그들을 하나하나 상대해주며 왕성의 지하로 향했다·

엘릭은 경악했다·

나자크의 지하엔 수도의 땅 전체를 합한 것과 같은 크기의 공간이 있었으므로·

“이건 대체····”

“복수를 위해 준비한 것이지· 그놈이 계위 너머를 바라볼 것을 알고 있었거든· 아느냐? 계위에 올라 다음을 노릴 방법은 다른 이가 바라보는 세계를 집어삼키는 것뿐이란다·”

희미한 빛 속에서 거대한 석상이 엘릭을 내려다봤다·

그 석상 아래는 굳게 닫힌 세 개의 관이 세워져 있었다·

“너는 이곳에서 계위에 오를 것이다· 이미 불완전하게나마 입구가 열려있다· 그걸 끄집어내기만 하면 돼·”

나자크가 지팡이로 땅을 두드린 순간이었다·

쿠구구궁!

세 개의 관이 열렸다·

그 속에 있는 것은 바싹 말라버린 세 구의 시신이었다·

정확히는 언데드였다·

그르르―

그들의 입에서 마른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는 창을 다른 하나는 두 자루의 단도를 또 다른 하나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제르디아는 말했다·

“전대의 제왕들이다· 오로지 검제의 끝을 바라며 스스로의 영육을 현세에 옭아맨· 우리 모두가 그런 계약을 했다· 오로지 너를 기다리며·”

엘릭은 헛숨을 삼켰다·

그 말을 듣고서야 그들의 무기가 가진 의미가 이해된 까닭이다·

특히 엘릭의 시선을 끄는 것은 중앙에 있는 검과 방패를 든 언데드였다·

“···천제·”

하늘의 제왕 동부의 주인이었던 기사 그리고 어릴 적 엘릭의 꿈이었던 사내·

제르디아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동부 출신이었지· 이 친구가 꽤 기뻐하겠어· 살아있었다면 말일세·”

“···이성이 없는 것이오?”

“사고할 수 없네· 오로지 원한과 본능만 남아 있지· 그게 대가였어·”

엘릭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속에는 묘한 께름칙함과 긴장이 떠올랐다·

저들의 텅 비어있는 눈구멍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하지·”

제르디아는 잡설을 더 잇지 않았다·

그는 오랜 기다림의 끝을 맞이한 것이 못내 기쁘다는 듯 곧장 손을 휘저었다·

“싸워라· 그리고 계위에 올라 그 다음을 노려라· 검제가 그랬듯 우리 모두를 이겨라·”

그 말이 시작이었다·

쾅!

언데드들 전대의 제왕들이 엘릭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그에게 짓쳐들었다·

*

에드워드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뭐라고?”

“포트먼 부인이 서부로 오고 계십니다·”

“포트먼 부인이 누구시더라?”

“카샤의 아내입니다·”

“아닐 텐데?”

“아니고 싶으신 것이겠죠·”

정말 그런 걸까·

아니 그런 걸지도·

비서의 말에 에드워드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저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좆됐네?’

도대체 왜 카샤만 얽히면 하루도 좆되지 않는 날이 없는 걸까·

“나 어떡해?”

“어떡하실 겁니까·”

비서의 손안에서 흔들리는 서신 그곳에 박혀있는 포트먼 가의 인장·

두말 할 것도 없는 티리아의 편지였다·

···그래 카샤가 위빈을 떠나던 날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나·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거 태우면 안 될까?”

“책임은 지실 수 있습니까?”

에드워드는 편지를 여는 일이 너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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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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