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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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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은 카샤가 나타난 순간부터 정적을 그렸다·

순간의 일이었다·

어디선가 떨어져 내린 카샤의 기운이 군단의 광기를 짓누르는 것도 그의 존재감이 평원에 가득 새겨지는 것도·

“카 카····”

누군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흘렸다·

하나 그것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사아―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붉은 마나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것이 실체를 띠기 시작하자 조용히 죽음이 범람했다·

촤아악!

우뚝 멎은 병사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른 채로 고기 조각이 되었다·

피와 살점이 광범위하게 튀어 올랐고 그것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릴 즘에야 양측 군대가 상황을 인지했다·

“아아아아악!!!”

제국군이 등을 돌렸다·

지휘관들은 악에 받쳐 외쳤다·

“쳐라! 치란 말이다! 고작 하나가 더해졌을 뿐이다!!!”

먼곳에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본능의 영역에서 느끼는 공포를 몰랐다·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꼭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을 보며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의 공포였다·

너무나도 극명한 우열이 발악한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생존본능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 발동된다·

그리고 보통 그것은 현명하면서도 우둔한 형태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도망쳐!!!”

병사들이 외쳤다·

혼비백산하며 전열을 뒤로 물렸다·

그 속에서 카샤가 움직였다·

키이이잉!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과 동시에 카샤의 검이 허공을 베어냈다·

그러자 유형화된 마나가 쏘아져 검의 경로에 있던 모든 병력의 허리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도주 속도가 빨라진다·

사자를 피하는 말들이 그렇듯 그들이 도주하는 방향은 모두가 달랐다·

“마법병!!!”

지휘관의 외침과 동시에 수백의 마법사단이 일제히 주문을 엮어냈다·

합성 주문이 아니었다·

이미 대규모 붕괴 마법으로 카샤를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판명된 상황·

그들의 선택지는 하늘을 빼곡히 메울 수준의 투사체였다·

콰과광!

마법이 비처럼 내렸다·

하나 카샤를 멈추지는 못했다·

“쏴라! 더 쏘란 말이다!”

그를 겨냥한 마법 중 실제 그를 향한 것이 절반 그중 서로가 부딪쳐 스러진 것이 절반 겨우 그에게 닿았으나 마나 역장에 스러진 것이 또 절반·

4분의 1로 줄어 겨우 그의 살갗에 닿았으나 그것들은 맹렬히 쏘아졌던 기색을 죽인 채 허무하게 카샤의 몸을 훑곤 흩어져버렸다·

“다 닿지 않습니다! 마나의 농도가 너무 짙습니다!”

밀집된 마나는 외부의 마나를 분해하거나 삼키는 성질이 있었다·

마법사들이 개인의 영역에서 빚어낸 투사체가 카샤의 작은 몸 안에 밀집된 대해와도 같은 마나에 저항할 수 없음은 당연했다·

“사 사수! 총병!”

지휘관들이 외치자 화승총부대가 장전을 마친 채 총알을 격발시켰다·

그제야 카샤가 검을 휘둘렀다·

“아아아악!!!”

검이 넓게 공간을 쓸어내자 쏘아진 총알이 힘을 잃고 튕겨 나갔다·

그 파편에 맞은 제국 병사들만 또 불운하게 숨을 거뒀다·

그런 일이 끊이질 않았다·

카샤는 철저하게 양 떼 속의 늑대였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을 헤집었으며 무엇도 막을 수 없는 강한 힘을 과시했으며 또한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계적인 표정을 지었다·

연합의 군대는 얼어붙었다·

카샤의 아군이 되어있음에도 제국군이 느끼는 공포를 똑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끼어들었다간 눈먼 칼에 죽을 수도 있다·

그 공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이그렛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병사들처럼 공포에 떨지 않았다·

다만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한 대는 맞출 수 있나?’

만약 그와 다시 싸우게 된다면 그때 카샤의 몸에 생채기는 낼 수 있을까·

이그렛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패배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첫 전면전은 그렇게 끝났다·

엘릭의 예고되지 않은 등장에 제국군 측의 전열이 무너졌다·

전선이 한 발 앞으로 내딛어진 것에 많은 이들이 기뻐했으나 막상 당사자인 엘릭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찝찝하다·’

계위를 여는 데 성공했으나 살의를 벼려 연 경지는 살육의 감각을 더 명확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오늘 죽인 이들이 몇 명인지 그들의 숨을 어떻게 끊었는지가 육신에 끔찍하리만큼 선명히 새겨진 것이다·

그 자극이 쾌락으로 향하는 면모가 있었다·

엘릭은 검제가 그런 미치광이가 된 이유를 쉬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검을 몇십 년이나 휘둘렀다면 사고관이 뒤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에 빠져있던 중이었다·

“어르시이이이인!!!”

에드워드가 그렁그렁한 얼굴로 계집아이처럼 달려왔다·

엘릭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졌다·

그걸 본 것일까 에드워드의 달음박질이 조금은 조신해졌다·

“안 오시는 줄 알고 정말 가슴 졸였습니다요!”

“일이 있었네·”

“암요! 암요! 한데 다른 어르신은····”

“느긋하게 오겠다더군·”

대충 대꾸한 엘릭은 칼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납도했다·

“들어가서 쉬고 싶군· 도착하자마자 검을 휘둘러 피곤하네·”

“그러셔야지요· 아 그런데····”

뒷말을 듣지 않고 엘릭은 지휘 본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화들짝 놀란 에드워드가 쫄래쫄래 따라와 끙끙댔지만 신경 써 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일단 잠을 자며 회복하고 싶었다·

심신이 피로하니 잡생각이 가득 차오르는 까닭이다·

“그 어르신· 일단 제 말 좀····”

“나중에 하게·”

검제는 스스로 말한 대로 옥좌에 가만 앉아있겠지·

황도까지는 쉬이 들어갈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힘써야 하는 것은 컨디션 관리 쪽인가?

지끈거리는 머릿속을 진정시키며 전장을 가로질러 지휘본부에 도착한 차였다·

“수고했네·”

엘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

엘릭의 몸이 굳었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엘버스의 곁에 있었으므로·

“일이 이리 되어 미안하네· 어쩔 수 없었네·”

“어르신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엘버스와 에드워드가 말했으나 들리지 않았다·

엘릭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

가을의 밀밭을 닮은 황금빛 머리칼 찡그린 표정으로도 가릴 수 없는 처진 눈꼬리 풀잎의 눈동자·

어느 순간부터 몇 번이고 속으로만 그렸던 얼굴·

“가주····”

탁!

티리아의 입이 열리는 순간 엘릭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거칠게 그녀를 끌고 사람이 없는 쪽을 향했다·

“잠까····”

“따라오시오·”

답하는 엘릭의 숨은 꾹 눌려 있었다·

새하얘진 안색으로 그는 이를 꽉 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

티리아는 휘청거리며 엘릭에게 끌려갔다·

손목이 아릴 정도로 조여왔고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걸음이 빨랐음에도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현실이 너무 선연하게 느껴진 까닭이다·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바닥으로부터 체온이 전해졌다·

귓불 아래의 상처가 눈앞에 드리워져 있다·

고개를 꺾어 들어야 할 정도로 큰 키 차이가 도드라진다·

드디어 만난 것이다·

이제야 엘릭을 다시 만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그것보다 슬픈 마음이 일었다·

직전까지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일 터였다·

그는 너무 처절했다·

한순간도 자신을 돌보는 일이 없었다·

상대를 베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한없이 고독했다·

10년을 그리 싸웠을 것이다·

남들보다 험하게 홀로 매 순간 죽음을 각오하며·

깨달으니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슬픔에 속이 미어졌다·

그때 엘릭이 덜컥 걸음을 멈췄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막사 뒤편이었다·

마침내 그가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엘릭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제야 피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피 얼룩 탓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놀란 얼굴인가? 그래 놀랐겠지·

자신이 이곳에 왔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일단 설명하자·

생각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가····”

“대체 어쩌자고 여기까지 온 것이오!”

엘릭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티리아의 몸이 흠칫 떨렸다·

“미쳤소? 여기가 어딘 줄은 아시오? 전장이오! 잠시만 방심해도 목에 칼이 꽂히는 험지란 말이오!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도 아니면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 발을 들인 것이냔 말이오!”

총알처럼 힐난의 말이 쏟아졌다·

티리아는 잠시 멍해졌다·

그런 중에도 엘릭의 말은 이어졌다·

“이렇게 무모한 사람인 줄 몰랐소!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인 줄도 몰랐고!”

머리가 그제야 일을 시작해 현실을 드리우고 있었다·

혼나고 있었다·

아니 그리 귀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전해지고 있었다·

“분명 말했소! 찾지 말라고! 당신은 당신 대로 살라고!”

그 감정을 정면으로 받고 있자니 다른 생각이 다 지워졌다·

우습게도 그런 감상이 떠올랐다·

정말 고대하던 순간인데 이리할 정도로 만나고 싶었는데·

그런데 돌아오는 첫 마디부터 호통이라는 것이·

토해내는 감정이 분노라는 것이·

너무 분하다고·

“말로 알아들었으면 될 거 아니오! 그럴 수 있었잖소!”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시울이 뜨거웠고 괜한 원망에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그걸 숨기려고 이를 무니 눈 쪽이 더 아리기 시작했다·

다시 이쪽을 숨기려 해보니 눈가가 찌푸려졌다·

비유하길 이미 가득 찬 독에 계속 물이 흘러들어오는 상황이었다·

달리 말해 속에서 무언가가 흘러넘치려고 했다·

티리아는 직감했다·

해선 안 될 일을 해버릴 것 같다고·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

이성과 감정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참아야 하는데·

그리 속을 다잡아봤지만

“당장 떠나····”

“싫습니다!!!”

잘되지 않았다·

티리아는 비명 지르듯 외쳤다·

그 순간 일평생 그녀의 얼굴 가죽 위를 덮었던 무표정의 가면이 산산이 조각났다·

가면 뒤로 드러난 감정은 분노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티리아의 속에 구멍이 뚫렸다·

하나 티리아는 그 구멍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저 넘쳐흐르는 감정을 토해내는데 바빴다·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는 그러면 안 됩니까? 저는 제 마음대로 하면 안 되냔 말입니다!”

언어가 감정을 입었다·

이 순간만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온 울분이었다·

“가주는 마음대로 했잖습니까! 저는 생각도 안 하지 않았습니까!”

소통하지 않았던 엘릭을 향한 울분이었다·

지레 겁먹었던 자신을 향한 울분이었다·

해묵은 말이 응축되어 토해지니 격렬했다·

말을 내뱉는 일은 티리아에게 참으로 아프고 후련한 일이었다·

“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갔습니까! 가기 전에 제 말부터 듣고 갈 수 있었잖습니까!”

너무나도 서투른 표현이었다·

처음 알을 깨고 나온 표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성이 있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어느 부분은 말투조차 또박또박하지 못했다·

그리 서투름에도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제 말도 들어달란 말입니다!!!”

그 외침은 분명 티리아가 살아생전 내본 것 중 가장 큰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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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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