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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Chapte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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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울음을 토해내다 겨우 진정하는 데 성공했다·

감정이 가라앉고서야 이성이 돌아온 것인지 그녀의 뒤늦게야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엘릭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이제야 두 번째로 봤다·

처음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였다·

“이제 진정하셨소?”

엘릭이 배정된 막사에 들어와 손수건을 건네며 물었다·

티리아는 모기가 기어가는 소리로 답했다·

“···예·”

“일단 차나 좀 마시시구려· 수분이 많이 빠졌을 것이오·”

티리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다면 저 모습에 웃었겠지만 지금의 엘릭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처지였다·

속에 피어난 것은 일종의 부채감이라 할 수 있을 감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티리아가 자신을 10년이나 기다렸다·

고작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리했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라 말한다·

생판 남이 그래도 미안한 것이 사람일진대 좋아하는 사람의 기다림이 어찌 가볍게 느껴질 수 있을까·

엘릭은 참담한 마음이었다·

그런 순간이었다·

“···진심이었습니다·”

그녀는 평소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돌아와 말했다·

하지만 표정과 눈빛만큼은 애절했다·

“제가 한 말 다 진심입니다·”

티리아는 수줍게 바닥을 내려보고 있었다·

찻잔을 쥔 손엔 떨림이 묻어 있었다·

“떠나지 않을 겁니다· 가주가 이곳에 있을 것이라면 저도 함께 있을 겁니다·”

뻗어 나온 티리아의 손이 엘릭의 손가락을 쥐었다·

뜨거웠다·

찻잔을 쥐고 있어서라고 하기엔 너무도 많이·

“그러니까 떠나라 하지 마십시오·”

그에 엘릭은 화답했다·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눈가가 퉁퉁 불어 붉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어여쁜 것이 우스웠고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속상했다·

“알겠소·”

티리아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놀란 얼굴에 엘릭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떠나라 하지 않겠소· 부인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어찌 이 이상 상처를 줄 수 있을까·

그런 일을 영영 해선 안 될 것이란 생각만이 가득했다·

잠시 생각을 이어보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당장 엘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다른 것을 떠나서 이곳이 전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간단한 것부터·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것부터·

우선 그녀가 대화를 바랐다·

엘릭은 그것부터 해보기로 결정했다·

“조금 더 진정하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소? 나도 내 이야기를 해보려 하오· 가까운 일부터 아주 먼 과거의 일까지· 서로가 몰랐던 일이 있다면 그것부터 풀고 싶소· 그래야 내가 제대로 사과할 수 있을 것 같소·”

티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릭은 그녀의 눈가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잠시 엘버스를 만나고 오겠소· 전장으로 복귀한 직후라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예·”

“금방 다녀오지· 쉬고 계시오·”

엘릭이 막사를 나섰다·

홀로 남은 티리아는 긴 숨을 내쉬었다·

*

티리아에게도 스스로가 참 부끄러운 일을 했다는 자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수치심보다 더 큰 감정이 있었다·

후련함이었다·

‘말했구나····’

티리아는 옅게 웃었다·

손으로 가슴팍을 꾹꾹 누르며 차오르는 기쁨을 만끽했고 그리하며 엘릭의 답을 되새겼다·

-떠나라 하지 않겠소· 부인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그에게 곁을 허락받았다·

스스로 쟁취해낸 것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값졌다·

와중 떠오른 것은 허탈함이었다·

‘이리 쉬운 일이었구나·’

그저 혀로 단어를 깎아 입술을 달싹여 그것을 뱉어내면 되는 일이었는데 왜 그걸 못해서 이제까지 끙끙댔을까·

이미 말을 내뱉은 시점에서 전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티리아는 사뭇 거만하게 과거의 자신을 질책했다·

그리하며 떠올리는 것은 이전보다는 밝아질 미래였다·

엘릭과 많은 것을 나누고 싶었다·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싶었고 그리 안 것을 바탕으로 나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

가장 먼저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엘릭이 돌아올 순간을 기다리며 한창 티리아가 기쁜 고민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마님 계십니까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에드워드 와이트의 것이었다·

티리아는 깜짝 놀라 몸을 들썩이다 이내 얼굴을 꾹꾹 눌러 표정을 가다듬곤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제 3자에게는 엘릭과 함께 있었던 순간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뭐가 됐든 귀족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는 여전했기에·

“실례합니다!”

“저도 왔어요···!”

에드워드가 들어왔다·

그 곁엔 기분 나쁠 정도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그렛이 취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티리아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에이 무슨 일이긴요· 어르신과 잘 해후하신 것 같아 축하드리러 왔습죠!”

“추 축배! 샴페인! 이거! 비싼 거!”

에드워드는 실실 웃는 채였다·

이그렛은 고장 난 사람처럼 우헤헤 웃으며 품속의 술병을 꺼내 들었다·

티리아로선 고맙고 멋쩍은 일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두 사람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말하자 에드워드가 크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감사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을!!!”

쿵!

그가 무릎까지 꿇었다·

티리아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무 무릎을 꿇을 필요까진····”

“주주님을 향한 예의입니다!”

“주주···?”

“어르신이 저희 기업의 대주주시니까!”

그 또한 티리아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다만 깨닫길 에드워드가 엘릭에게 그리도 극진했던 이유가 이것이라는 것 정도·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문득 티리아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와이트 공작의 대주주라면····’

EW의 대주주라는 말이 된다·

제아무리 시골 촌동네 위빈에 박혀있던 티리아라곤 하나 EW의 위상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니 밀의 수출을 업으로 삼는 만큼 범인들보단 그 위상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뇌리에 주르륵 스치는 것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향연이었다·

공포심이 들었다·

다른 것에 관한 공포가 아니었다·

‘가주가 그 돈을 관리할 수 있으신가?’

위빈의 재정을 맡겨도 서류 한 장마다 하나씩 빵꾸를 내는 사람이 엘릭이다·

그런 그가 그리도 큰 금액을 대체 어떻게 관리한다는 것인지·

새어나갈 돈이 있음이 분명해 손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이 얘기도 대화에 필요하다·

아니 중요하게 다뤄야할 사안이었다·

그런 생각이 치미는 순간이었다·

“이건 약소하나마 드리는 축하 선물입니다!”

철컥!

에드워드가 어디선가 함을 꺼내 열어 보였다·

티리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함 속에 있는 것은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얇고 또한 기다라며 까맣게 빛나는 나무 막대였다·

황금색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이건 뭡니까?”

“회초리입니다! 자이언트 우드의 가장 두꺼운 가지를 베어 각종 마법 시료로 덧칠한 물건이지요! 제국 황립 아카데미의 수석 교수들이 애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걸 왜 제게····”

“어르신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셨지 않습니까?!”

에드워드가 ‘저는 당신 편입니다’라는 얼굴로 눈을 빛냈다·

티리아는 부담스러웠다·

그의 의중을 모르니 당연했다·

에드워드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받아주십시오!”

엘릭과 티리아의 관계에서 갑에 있을 것으로 분명한 그녀가 우군이 되어주는 것·

그는 과거의 헛고생에 관한 허탈함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중요시하는 진취적이고 박쥐 같은 사내였다·

*

엘릭은 빠르게 엘버스와의 만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나기 전 엘버스가 물었다·

“화해는 잘하였는가?”

그는 참으로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다·

분명 티리아가 이곳에 있게 만들어 미안하다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젠 그런 기색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괜히 얄미운 모습에 엘릭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제대로 화해하러 가보려 하네·”

“싹싹 비시게· 혼인 선배로서의 조언일세·”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일세·”

엘릭은 더 말하지 않고 엘버스의 막사를 나섰다·

돌아가는 길 내도록 티리아와 관련된 일을 생각했다·

궁금한 점이 많았다·

대강 머릿속에 지어낸 인과는 있으나 그녀의 입을 빌어 확정지은 것은 무엇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막사·

“오셨습니까·”

티리아는 손에 웬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흠칫 엘릭의 몸이 떨렸다·

그러자 티리아가 ‘아’ 소리를 내며 설명했다·

“와이트 공작께서 선물해주고 가셨습니다·”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회초리가 참 튼튼해 보인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렇구려····”

라는 답까지 내뱉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내 서로의 마음을 모르다 최악의 형태로 헤어졌었고 그 끝에서 어찌저찌 다시 만나 처음으로 한 일이 부부싸움이었지 않나·

두 사람은 그 다사다난함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철면피와 거리가 멀었다·

시선이 오갔다·

뺨이 조금 붉어졌고 티리아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야지· 우린 그 단계부터 필요할 테니·”

엘릭은 그녀가 앉은 의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거기 앉으십니까?”

“무슨 말이 나오던 결국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자신이 없으시군요·”

“주제 파악이란 것을 해보았소·”

가벼운 농을 주고받았다·

엘릭과 티리아는 그런 일에 어색함을 느꼈다·

하나 다행인 점은 어색한 농이 분위기를 조금은 산뜻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티리아는 긴장에 회초리를 꽉 쥐었다·

말을 고민하며 엘릭을 바라보다 서두를 뗐다·

“그날은 제가 가출을 결심했던 날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먼 과거의 이야기·

숨김없는 모든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티리아는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엘릭은 어린 날의 첫 만남이 어떻게 이뤄진 것을 알게 됐다·

그날의 티리아는 엘릭이 생각한 것보다 아팠다·

“···하여 가주가 좋았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가주가 영웅이셨습니다·”

“그랬구려· 미안하오· 내가 철이 없었어서·”

“가주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많은 것이 기억나지는 않소· 그날 이후로 부인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저 떠오르는 것은····”

두 사람은 하나둘 실타래를 풀어냈다·

어떤 매듭은 슬픔이었고 또어떤 매듭은 분노였다·

그 외에도 답답함의 매듭이 있었고 불안함의 매듭이 있었고 간절함의 매듭이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풀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년간 쌓인 이야기이니 당연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니 늦은 저녁 그제야 두 사람은 깨달았다·

얽혀 있던 실타래의 이름이 오해였다는 것을·

“바보 같소· 우리들·”

“정말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잘게 어깨를 떨며 웃었다·

손은 어느새 꼭 맞잡고 있는 채였다·

눈을 맞추었다·

침묵이 떠올랐고 이내 스러졌다·

“가주·”

“말하시오·”

“저를 못난이라 놀리셨지요?”

“···그랬던 것 같소·”

그녀가 장난스레 물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엘릭은 곤란함에 웃었다·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손을 꼭 쥐어오는 티리아를 보다가 바닥을 바라봤고 그러다 크게 한숨도 내쉰 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동으로 답했다·

그것이 첫 번째 입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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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My Wife Waited in the Wheat Fields

Score 9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 was a hasty, arranged marriage. And on their wedding night, he ran away. He lived for ten years under a false name, becoming one of the 7 Great Masters of the Continent, but returned home when he heard news of his father’s passing. There, he found his wife, whom he thought had already left, whom he had only seen once before. She was still as beautiful as the first time he sa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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