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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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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이 튀어 오르다(1) >

조재민 의원의 선거사무실·

삼십대 중반의 기자 한 명을 독대하고 있는 조재민 의원은 차분하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인터뷰에 나올 질문들은 사실 보좌관을 통해 걸러진 것들이었다·

당연히 미리 연습한대로 대답하면 될 일이지만 조 의원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내심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야 계속 계획을 세우고 일의 진행을 착착 이어 갔었지만 오늘 인터뷰가 사실상 자신의 정치 인생 새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에 그대로 출마하셨으면 무난히 공천받고 당선까지 생각했을 수 있는데 갑자기 군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배경이라도 있으신가요?”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이철모 기자는 조재민 의원도 몇 번이나 술자리를 했을 정도로 잘 아는 기자였다·

광주 MBS 정치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이철모 기자는 전라도 지역의 무수한 정치인들과 인맥을 쌓은 베테랑이었고 정치인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이런 기획 인터뷰에는 그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라고 순탄한 정치 생활을 마다하고 굳이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 수는 없겠죠· 십 년 넘게 제집처럼 누비던 월곡동은 이제는 구석구석 내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어 새로 닦은 도로들과 개보수한 시장 초등학교 담벼락 높이까지 전부 제가 신경을 썼어요· 우산

월곡시장 주변으로 해서 근방에 위치한 상인들 중에 저와 악수 한번 안 해보신 분이 없을 정도예요·”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이곳 군산으로 오기를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게 바로 우리 주민들· 나를 뽑아주고 믿음을 주었던 유권자들에게 이제 이번 총선에 나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그 분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낙담하실지 눈에 뻔~했단 말이야·”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가며 말하는 정치인들의 화법은 이철모 기자에게는 익숙했다·

“저런··· 주민 분들이 많이 낙담하시겠네요·”

“나는 중요한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대로 정체할 수 없었어요· 어려운 결정이지만 대의를 생각했습니다·”

“의원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그럼 도대체 의원님께서 그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이곳 군산에 있다는 거잖습니까?”

“맞습니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허허··· 지금 생각해도 참 묘한 인연인 게··· 가끔 군산 앞바다에 놀러가고는 한단 말이에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쉴 때 와이프랑 애들이랑 같이 회도 먹고 바다 구경도 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종종 들르고는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군산 시민들의 얼굴에 서 웃음이 사라진 거예요·”

“군산 경제가 많이 안 좋았죠·”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도시는 활력을 잃었어요· 1년에 80명이 넘게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이 도시가 죽어가고 있지요· 여기 이 가슴이 막 아려옵니다·”

조재민 의원은 가슴 한쪽을 꾹꾹 눌러댔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내 지역구가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하하··· 이거 민망하네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요·”

“마음에 계속 걸려서 도저히 내 지역구에 다시 출마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의 군산시를 그대로 두기에는 내 정치적 양심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혹시 현재 절망적이라고 볼 수 있는 군산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안이 있으신가요?”

사실 이철모 기자는 이 질문을 김 보좌관이 커트하지 않았을 때 속으로 상당히 의아했었다·

본래 정책을 비판하는 건 쉽지만 대안을 들고 나오는 건 어려우니까·

선거에서 흑색선전을 괜히 하는게 아니다·

일단 남을 비판하는 건 듣는 사람의 속이 시원해지고 쉽게 이목을 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들고 나오면 그게 왜 합리적인 해결책인지 유권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수많은 비판까지 들어야 한다·

선거판에서 대안 없이 비판으로 일관하는 행태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군산 경제가 꽉 막힌 이유는 조선소 문제가 가장 크단 말이야· 그렇다면 반대로 조선소가 다시 가동된다면 이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철모 기자는 수첩에 적어 내려가던 손을 멈췄다·

그는 이 질문을 준비하며 당연히 대답으로 ‘차차 준비하고 있다’거나 ‘당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라는 걸 일반 시민들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시민들이 조선소 문제 해결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장 후보님께서···?”

“지금 멈춰있는 군산조선소를 매각할 계획입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이철모 기자는 머릿속에 ‘대박 특종’이라는 느낌표가 불꽃이 터지듯 파바박 튀어 올랐다·

“산업단지입주계약 연장 안 시킬 거예요· 군산 시민들을 암흑의 구렁텅이에 밀어넣고 한가하게 해주조선해양 합병에 주력하는 무진중공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저는 말이죠 이 상황을 결코 마냥 두고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죠···”

이철모 기자는 침착하자고 되뇌며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그리고 차분히 질문을 이어갔다·

“군산조선소를 매입할 조선사가 있을까요?”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적막했던 군산조선소는 다시 예전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인 조선소의 모습을 찾을 겁니다· 뭐 조선소의 주인은 바뀌겠지만· 하하하!”

“정말 기대됩니다· 정말 가능하다면요·”

조재민 의원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이철모 기자를 바라보았다·

“이 기자·”

“네?”

“날 말이에요· 선거에서 한 번 이겨보겠다고 공수표나 날리는 그런 정치인들과 동급으로 엮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뭐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드러나겠지만 말이야·”

“만약 이게 기사로 나간다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 조재민이야· 군산으로 올 때부터 쉽고 편한 길을 간다는 생각을 버린 사람이에요· 하하하!”

조재민 의원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이철모 기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

무진중공업 대회의실·

[(단독)조재민 시장 후보 군산조선소 매각으로 재가동 선언!]

스무 명이 넘는 임원들이 모여 있음에도 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장 중앙에 앉은 정호균 회장이 광주 MBS 단독으로 올라온 기사를 팝업시켜 놓은 테블릿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그의 씰룩이는 미간과 꿈틀거리는 입매만 보아도 지금 정호균 회장이 얼마나 당황하고 화가 났는지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해주조선해양 합병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터진 군산조선소 임대연장불가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기사에서 눈을 뗀 정호균 회장이 입을 열었다·

“조재민이 뭐하는 녀석이야?”

기다렸다는 듯 비서실장이 대답했다·

“광주광역시에서 2선을 지낸 지역구 정치인으로 지금까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영향력이 적은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눈에 띄는 활동도 별로 없었습니다· 정치적 후원자는 지금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강주원 의원입니다· 고등학교 후배라서 그런지 처음 지역구에 공천을 받을 때

도 강주원 의원이 상당히 도움을 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주원이? 군산이 강주원 거잖아·”

“맞습니다·”

“그럼 이게 다 강주원 짓이라는 거야?”

“그게···”

비서실장은 대답을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사가 뜨자마자 바로 회의가 열렸는데 어떻게 모든 걸 확인할 수 있겠는가?

“확인해봐· 그 친구가 받아먹은 돈이 있는데 설마 내 뒤통수를 쳤을까 싶지만 모르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문 사장·”

무진중공업 문태범 사장이 얼른 대답했다·

“네 회장님·”

“이거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문태범 사장은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지 즉각 답이 나왔다·

“아무래도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습니다·”

“확실해?”

“확실하지 않아도 대비해야 합니다· 논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선거를 의식해서 뻥카를 날리기에는 그리 치열한 지역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사 보고 오면서 확인해보니 군산 버스터미널을 개조하는 공약만으로도 이미 군산 지역에서는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군산조선소를 매각해서 재가

동 시킨다는 선언까지 해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에 몰려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

“군산이면 수도권에 비해 주목도가 현저히 낮은 지역입니다· 그것도 보궐선거에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유력한 곳이기 때문에 아마 별다른 이슈도 없을 게 뻔합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라면 다릅니다·”

“이 기회에 전국구 정치인으로 올라서보겠다?”

“기사에 나와 있듯이 광주광역시의 지역구에서 편하게 출마할 수 있는데 굳이 군산으로 간 걸 주목해야 합니다·”

“마침 강주원이가 검찰 조사를 받고 당에서 꼬꾸라졌군·”

“맞습니다· 강주원 의원이 검찰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군산은 무주공산이 될 거고 시의회는 산업단지입주계약 불허를 강력하게 주장할 겁니다·”

“어리석은 것들··· 그걸 누가 살 건데?”

“···”

정호균 회장의 물음에 이번에는 문태범 사장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매각을 하긴 할 것 같은데 과연 누가 이걸 살까 생각하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거다·

“근호야·”

정 회장의 첫째 아들이자 무진건설기계 사장인 정근호가 대답했다·

“네·”

“조재민이랑 만나서 이야기 좀 해봐라· 원하는 게 정말 군산조선소 재가동인지 확인해 봐· 그리고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해· 중앙정계 진출이든 정치자금이든· 하지만 군산조선소는 안 돼· 그건 우리 거다·”

“물론입니다· 아마 우리를 자극해서 뭘 얻어내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치하는 인간들 이러는 거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근호가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자신있게 나왔지만 정호균 회장은 찝찝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실수하지 마라· 자그마한 용접 실수가 배를 침몰시키는 법이다·”

“네· 실수 없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문 사장은 조재민이가 말한 그 회사가 어딘지 알아보도록 해· 정말 군산조선소를 사려고 마음 먹었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할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해주조선해양 합병 건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아직 유럽 쪽에서 답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진중공업과 해주조선해양 합병 건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EU 쪽에서 무진중공업이 해주조선해양을 합병하면 사실상 독점 형태가 되는 게 아니냐며 아직까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U가 반대의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밀어붙이면 선주의 60% 이상이 모여 있는 유럽시장에 엄청난 타격이 갈 터·

물론 일부 선주들은 합병 이후 무진중공업의 입지상승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무진중공업 배들의 중고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은근 기대를 하는 중이지만 적어도 표면상의 반대는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 결합심사절차에 들어갔고 답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속 우리 쪽 입장 전달하고 우려 불식시키도록 해· 너무 오래 끌었어· 이거 1분기에 끝내야 한다·”

“알겠습니다·”

이때 비서실장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회장님!”

“왜?”

“산업은행에서···?”

“산업은행에서 뭐?”

“해주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지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비서실장은 얼른 태블릿을 정호균 회장의 앞에 대령했다·

[(속보)산업은행 해주조선해양 매각 과정 재검토 지시]

기사 내용도 없이 말 그대로 속보였다·

“이게 뭐야?”

“확인해보겠습니다·”

“잠깐···”

정 회장은 손을 들며 비서실장을 막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너무도 충격적인 속보에 임원진들 역시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무진건설기계 정근호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이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기사를 쓴 내일경제 기자를 찾아서···”

“기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 사장·”

“네· 회장님·”

“산업은행장이 갑자기 왜 이러는 것 같아?”

“장사꾼이 다 된 거래를 깨는 경우는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쟁자가 나타난 게 틀림없습니다·”

“그 경쟁자가 누군지 알아봐· 차 대기시켜· 여의도로 가자·”

비서실장은 허리를 숙이고 급히 뛰어나갔다·

여의도 어디로 가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산업은행 본사가 틀림없을 테니까·

< 불꽃이 튀어 오르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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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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