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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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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마살이 꼈나?(7) >

황레이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처음에는 영훈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이내 그것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배가 고프군·”

그는 말을 꺼내는 대신 앞에 놓인 음식을 조금은 거칠게 흡입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 앞에 있으면 같이 먹자는 말을 할 법도 한데 그는 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한참 동안 음식을 먹어치우더니 입을 열었다·

“주췬이 현진물산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양티엔에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의 사업에 중요한 파트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알아봤는데 크게 관련이 없더군· 이제 보니 주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현진물산이 아니라 자네였던 것 같아·”

“그럴지도 모릅니다·”

부정하지 않는 영훈의 태도에 황레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살짝 짓다가 말했다·

“양쯔엉과 나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어· 둘 다 사고나 치고 돌아다니는 얼간이들이었지· 난 그래도 생각이라는 걸 했지만 양쯔엉은 그런 것도 없었다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때리고 죽였지·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니까 우리도 조직에서 힘이 생겼어· 그때부터는 동네 불량배라고 할 수 없었지· 제법

사업가 흉내도 내면서 갖가지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어·”

“양티엔의 어머니겠군요·”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하도 많이 봐서 솔직히 조금 지겹기는 했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라이벌이 돼서 싸우는····

그런데 이어진 황레이의 이야기는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니 양티엔의 엄마와는 상관이 없는 여자였어· 배우를 지망하는 어린 여자였는데 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네· 그런데 내가 없는 사이에 양쯔엉이 그녀를 강간하고 애인으로 삼았네· 거의 강제로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버린 거지· 난 분노했지만 참았네· 그를 죽이면 사업이 위태로웠거든· 그런데

그게 실수였던 거야·”

황레이는 통역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가 얼른 밖에 나가 작은 술병과 술잔을 들고 왔다·

겉보기에도 꽤 비싸 보이는 술을 뜯어 잔에 따른 황레이는 한 잔 마시고는 잠시 음미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작은 것에 얽매여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지· 그때 내가 그랬어· 그때 그를 죽였어야 했던 거야· 그랬다면 나중에 만난 소친까지 그놈에게 뺏기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아 소친은 양티엔의 엄마다·”

“지금 옆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주췬에게 들었나?”

“네·”

“맞아· 지금은 내 옆에 있지·”

“그럼 양티엔의 친부도 양쯔엉이 아니겠군요?”

영훈은 대수롭지 않게 물었지만 순간 술잔을 집어드는 황레이의 손이 떨렸다·

“한국에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생각보다 쉽게 폭력이 이루어진다네· 가볍게 말하는 버릇이 있다면 고치는 게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잊어버리시죠·”

“양티엔과 나 사이가 그렇게 티가 났나?”

“그런 편이었습니다·”

“그렇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난 예전에 못다 한 실수를 정리하려고 하네· 그런데 양쯔엉은 이곳 하얼빈에서 꽤 많은 인연을 맺고 있어· 주췬의 도움이 필요해·”

“공권력을 필요로 하시는군요·”

“이해가 빨라서 좋군· 주췬이 날 위해 손을 써줬으면 좋겠어·”

“굳이 제게 부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난 양티엔 그 아이가 불안해· 굳이 자네를 데리고 오는 연극까지 해가면서 주췬에게 다가가는 이유· 그게 돈이라는 걸 알 것 같지만 왠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난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는 양티엔의 의도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영훈도 의심에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공짜로 도와줄 수는 없는 법이다·

이익의 유무를 떠나 공짜로 도와준다고 하면 덜컥 의심부터 하고 볼 인간이다·

“직접 부탁하시지 그러십니까? 어차피 그러려고 여기까지 오신 게 아닙니까?”

“그랬지· 양티엔이 자네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그러려고 했어·”

“그런데요?”

“정치인에게 무언가 부탁을 한다는 건 악덕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과 같아· 이자는 턱없이 비싸고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면 갚아야 할 빚은 원금을 넘어가지· 중요한 건 돈은 가치가 정해져 있지만 이런 부탁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야·”

“주췬 대표도 당신에게 원하는 게 있을 것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아마 중앙 정치에 껴보고 싶어 안달일 거야· 그렇지?”

영훈은 그저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황레이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공산당원이 나 같은 인간을 가까이하려는 이유가 그 이유 말고 더 있을까? 그래서 이건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없네· 그런데··· 이제는 조금 균형이 맞춰질 수 있을 것 같아· 자네가 나타났으니까·”

“그런가요?”

“모르는 척 잡아떼지 말게·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긴 했지만 어쨌든 대외적으로 자네가 양티엔의 남자친구인 이상 나에게 자네는 남도 아니지 않은가? 남에게 부탁하는 것보다야 가족에게 부탁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지· 주췬은 내가 이 연극을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 내가 자네를 통해 부탁한다고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여길 거야·”

“제가 비밀을 지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췬과도 거래를 하고 있다면 나와 거래를 못 할 건 없지·”

“그럼 무엇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황레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무역회사라고 했지? 솔직히 내가 자네 회사를 도와줄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중국 공산당 정치인을 소개시켜 준다? 뭐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상대하는 인물들은 고작 한국의 조그만 무역회사 직원을 만날 정도로 위치가 낮지는 않은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우리가 취급하는 물건들을 자네들이 해결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설마 인신매매나 장기매매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레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자네는 정말 말조심을 할 줄 모르는군· 어쨌든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네·”

“그러죠·”

영훈도 머리가 있기 때문에 농담을 해도 될 사람과 해서는 안 될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난 해줄 게 많지 않네·”

황레이가 양손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자기는 빈털터리나 다름없다는 제스처였다·

“그럼 제가 굳이 당신의 부탁을 들어드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황레이는 갑자기 딴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양티엔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 하여튼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저 정도 미인은 흔치 않은데 말이야· 성격도 나쁘지 않고 한국말도 꽤 잘하지· 양쯔엉이 이곳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 재산은 양티엔에게 갈 테니 어지간한 한국 부자들보다는 훨씬 부자가 될 거야· 나쁘지 않은 조건 아닌가?”

“전 여자가 있습니다· 설마 지금 양티엔으로 퉁치려는··· 아니 양티엔을 조건으로 걸려는 건 아니겠지요?”

“여자가 있다니 아쉽군· 난 배짱 있는 남자를 좋아하거든· 공부만 한 놈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헛발질을 하곤 하지· 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나?”

황레이는 아예 배짱을 부리는 것처럼 등을 뒤로 척 기대고 어디 말해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한 부탁은 다 들어줄 태세인데····

영훈은 잠시 고심하다가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양쯔엉을 살려두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

“솔직히 양쯔엉은 지금 현진물산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흑룡강성에는 수많은 자원이 매장돼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해외 업체들의 공동개발로 채굴되는 상황입니다· 양쯔엉이 개발허가에 상당한 힘을 써주었기 때문에 이번 유연탄 광산 건도 문제없이 진행됐었던 거죠· 그런데 그런 양쯔엉을 제거하

신다면 우린 당신을 도와주고 손해만 보게 될 겁니다·”

“그 자리는 우리가 차지하게 될 거야· 걱정할 것 없어·”

영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대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닙니다· 오랜 기간 맺어온 관계를 대신할 사람이라··· 전 쉽게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니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 모양새가 되었다·

“이곳에서 그만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양쯔엉 혼자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야·”

“그렇지는 않겠지만 오로지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당신들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황레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영훈은 그 모습을 보고 말을 이었다·

“일단 주췬 대표와 상의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떤 상의를 말하는 거지?”

“말했듯이 전 당신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저에게는 삼합회 간부인 당신 역시 믿지 못할 사람이죠· 그러니 양쯔엉을 대신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주췬 대표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황레이가 탁자를 쾅 후려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둘 중 하나만 하시죠· 양쯔엉의 제거와 이곳 흑룡강성의 이권 둘 중 하나를 원한다면 최대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둘 다 원하신다면 그건 우리 현진물산의 이익과 어긋납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훈이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급하게 소리쳤다·

“앉아! 아직 이야기 끝나지 않았네·”

“생각을 바꾸셨습니까?”

“앉아·”

영훈이 다시 자리에 앉자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황레이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과를 말해봐·”

“간단하지만 어쩌면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결론만·”

“양쯔엉을 해결하고 이곳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에 주췬의 사람을 두기로 하고 당신은 주췬이 원하는 부탁을 잘 들어주는 게 어떻습니까· 이렇게 서로 하나씩 주고받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당신이 원하는 건 양쯔엉이지 그에 딸린 이권은 그저 부가적인 문제 아니었나요?”

“그건····”

“압니다· 불공평한 거래가 될 거라는 거죠? 믿기 힘드실 테지만 주췬 대표는 크게 무리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야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주석을 꿈꿀 정도로 자신의 그릇을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걸로 만족한다는 건가?”

“맞습니다· 이후 당신에게 특별히 원하는 건 없을 겁니다· 우리로서는 말이죠·”

황레이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주췬이 과욕을 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지?”

“제가 사람을 좀 잘 보거든요·”

“흥!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변명은 아닙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영훈은 그가 믿지 못하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허바이바이 그 여자 왜 넘어가 준 겁니까?”

순간 황레이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영훈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짜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걸 느꼈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이래서 끊을 수 없다고 하는 건가?

“무슨 소리지?”

“그 여자 주췬이 보낸 여자인지 알고 있었잖습니까?”

금(金)의 기운에 관성이 과한 사주를 타고난 황레이는 범죄조직의 간부이긴 하지만 마음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성이 나타나는 사람이기는 해도 나름 순정파의 기질이 있었다·

게다가 허바이바이가 타고나기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이긴 하지만 본래 황레이는 그녀처럼 색기를 드러내는 여자보다는 보호심리를 자극하는 청순한 여자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황레이의 사주를 계산한 순간 첫날 기계처럼 술을 따르던 허바이바이의 태도가 다시 머리에 떠올랐던 건 그런 이유였다·

“·······”

“첫날 당신을 봤을 때 옆의 여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더군요· 대화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마음에 든 여자가 아니었겠지요· 맞습니까?”

“귀신이군·”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사람을 잘 본다고· 그럼 주췬에 대한 이야기도 믿을 수 있겠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전 마음 편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던 영훈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 방금 이야기는 주췬 대표에게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이거 고맙구만·”

“별말씀을요·”

영훈은 빙그레 웃으며 몸을 돌렸다·

< 역마살이 꼈나?(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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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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