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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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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을 타려는 사람들(1) >

극심한 추위를 자랑하던 1월이 가고 2월에서도 절반이 지나갔다·

군산조선소 인수가 확정되고 해주조선해양 인수절차에 본격 착수하게 되면서 3월 정기인사에 현진물산 전 직원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했다·

직원들 중 요 몇 달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련의 인수들이 누구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핵심 임원 몇몇에 불과했다·

이번에 이루어질 정기인사 결과는 그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인수 릴레이를 주도적으로 지휘한 사람이 외부에 드러나는 지표가 될 게 확실했다·

그런데 정기인사 전에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현재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은채 사장의 외동딸이 사내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곧 현진물산과 현진건설 현진관광 그리고 해주조선해양의 차기 주인이 될 사람이 재벌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과 같았다·

안 그래도 정기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직원들은 비서실에서 들려오는 소문까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안테나들을 바짝 세우고 있었다·

당연히 이같은 분위기를 영훈이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신경을 쓰지 않을뿐·

“부사장은 부담스러운가?”

신경 쓰는 건 직원들이 아니라 송은채 사장의 부담스러운 관심 정도일 거다·

“제 나이에 부사장까지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예전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거든· 젊은 벤처 CEO가 계속 나와주고 있고 외국이야 그런 CEO들이 엄청난 실적을 이끌어 내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내가 사장에 올라있기는 해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움직이는 게 최 과장이라는 거 이미 핵심 임원들은 알고 있

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

“···”

“솔직히 연희와 결혼할 사이가 아니라고 하면 나도 부사장 자리에 앉힐 생각은 없었어·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남에게 내 회사를 맡긴다는 게 아무래도 그러니까· 이제 가족이 될 거잖아?”

“그래도 부사장은 너무 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렇게 나올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러네? 원래 그렇게 욕심이 없는 거야?”

“이건 욕심을 떠나 아직 확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뭐··· 그렇다면 좋아· 기조실 강노식 실장을 부사장으로 올리고 거기 맡는 건 어때? 그 정도는 괜찮지?”

“네?”

“이건 반대하지 마· 이 정도는 보기 나쁘지도 않으니까·”

영훈도 이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요?”

“연희랑 결혼할 테고 지금까지 일련의 인수 협상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면 다들 인정할거야·”

“후··· 알겠습니다·”

송은채 사장은 싱긋 웃었다·

“자꾸 그렇게 싫어하니까 더 주고 싶은 거 알아?”

“진짜 부담스럽긴 하거든요·”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과 결정을 내린다는 게 큰 차이가 난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모든 결정의 책임은 스스로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그래도 난 최 과장이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네·”

영훈이 사장실에서 나오자 민희가 다가와 말했다·

“인사과장님이 찾으세요·”

“민홍기 과장님이요?”

“네· 올라오시라고 할까요?”

“아니에요· 과장님이 찾는데 내가 가야죠·”

인사과에 내려가니 민 과장이 영훈을 조용한 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블라인드로 차단까지 하고 문까지 잠근 그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부사장 자리로 올라간다는 말 들었습니다·”

말투가 바뀌었다·

“허···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네·”

“하아··· 빨리도 결정하셨네· 부사장 아니고 기조실장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도 알겠다고 하셨구요·”

민홍기 과장이 약간 놀란 눈빛이 되었다·

“그럼 강노식 실장님이 부사장님이 되시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직 과장이니까 말 놔주세요· 그게 편합니다·”

“그러지·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었나 봐?”

“방금 듣고 왔습니다·”

“나도 많이 놀랐어· 그간 이루어진 인수협상의 핵심 키맨으로 어떻게 활약했는지 사장님께 직접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거든·”

“뭐 그거야··· 그런데 어떤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사장님께서 이번 정기인사에 대해서 이미 거의 결정을 내리셨어· 결제만 내리면 될 정도였는데···”

“그런데요?”

민 과장은 잠시 고민하면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본래 우유부단한 성격인 걸 알기에 천천히 기다리자 그가 결국 입을 열었다·

“현진건설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현진건설이요?”

“그래·”

영훈은 그제야 민홍기 과장의 의도를 알아챘다·

“인사과장에서 더 나아가고 싶으시군요?”

“아니 뭐··· 솔직히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 나야 지금까지 항상 시키는 일만 해왔으니까· 현진건설이 앞으로 상당히 커질 거라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 그래서 건설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의도가 궁금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사장이 될거라고 생각한 이가 영훈이다·

당연히 그가 말하는 핵심 경영진이 영훈이라는 것인데 이를 듣는 영훈의 기분은 참 묘했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인정받을 거라고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일반 직장인처럼 무난하게 섞여 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 소문이 맞을 겁니다·”

“그런가?”

“네·”

그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무리 건설이 잘 나간다고 해도 영훈은 그를 현진건설의 핵심 경영진에 앉힐 생각이 없었다·

그의 운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노형석 과장 만큼의 운을 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배짱이 두둑하지도 못했으며 우유부단했다·

아마 경영지원본부장 정도가 그가 나아갈 수 있는 최고 직급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니 그 정도만 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나을 테니 그로서는 굳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의견 고마워·”

“이제 정기인사가 끝나면 현진건설에서 뵙는 건가요?”

“사장님께서 허락 하셔야지·”

“그렇군요·”

“아 이건 내 선물이야· 나중에 한 번 써먹을 데가 있을 거야·”

그는 작은 USB를 건네고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

영훈은 그 USB를 가만히 주머니에 넣었다·

과연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

4평 짜리 작은 방의 한 면에는 여러 신령상들과 그림이 나열되어 있다·

얼핏보면 조잡해 보이지만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그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앞에 과일 몇 가지와 쌀 그리고 몇 개의 초로 분위기를 잔뜩 잡는다·

이 정도만 해도 ‘범상치 않은 곳이구나’하는데 자리에 앉아 한쪽 다리를 세우고 부채를 잡은 팔을 그 위에 척 올려놓은 채 번들거리는 눈으로 쏘아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으면 자연히 공손해지기 마련이다·

한주연이 바로 그렇다·

평소에는 항상 눈을 아래로 깔고 세상 냉정하게 사리를 분별할 것 같던 그녀는 다소곳하게 앉아 눈앞의 점쟁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자못 긴장하고 있었다·

“거 봐· 내 말 맞지?”

“네· 제가 생각해도 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쉽게 위기를 벗어나는 것 같아요·”

“말했잖아· 김태민이라는 이 청년은 앞길이 탄탄대로야· 산사태가 나도 김태민이 있는 곳은 돌이 비껴 굴러가· 홍수가 나도 딱 김태민이 고층 빌딩에 있을 때 물이 밀려 들어온다고· 어디 내 말이 틀린 것 봤어?”

머리가 길어 뒤로 질끈 묶은 장년의 남자는 나무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까요· 도사님 말이 맞았어요·”

한주연은 본래 사주나 점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런 것 따위에게 시간을 내주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그런 것 따위에 휘둘리는 사람을 보면서 한심하고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평소 그녀는 사기를 치는 사람도 나쁘지만 당하는 사람 역시 바보라고 생각할 정도로 차가운 여자였으니 그게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러던 그녀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부터였다·

그 후 그녀의 인생은 변했고 그녀는 그 누구보다 이곳 연화당 명우도사의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럼 뭐 하러 왔어? 내 말대로 됐으면 됐지·”

그녀가 명우도사의 말을 신뢰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소름끼치게 잘 들어맞는 그의 말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어설픈 점쟁이들처럼 무작정 굿이나 부적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도 컸다·

당시 딱 한 번의 굿과 부적 이후 그는 여러번 찾아오는 그녀에게 더 이상 굿이나 부적을 권하지 않았고 만날 때도 특별히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30만 원만 받고 보냈다·

호구가 호구가 아니게 될 때는 본인이 호구였다고 자각할 때라던가?

명우도사는 할 말 다 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으니 한주연이 신뢰하는 거였다·

“뉴스 보셨죠?”

“무슨 뉴스?”

“현진물산이 현진중공업에서 완전히 계열사 분리하는데 성공했어요· 같은 ‘현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도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아··· 낭군님 회사가 쪼그라들었다고?”

“네·”

“흐음···”

명우도사는 눈을 딱 감고 혼자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다 한참 뒤 그가 눈을 뜨더니 대뜸 혀부터 차기 시작했다·

“쯧쯧쯧···”

“왜 그러세요?”

“잘 나가는 남자 앞길에서 살살 꼬리를 흔들어대는 여우 하나가 나타나서 홀랑 가져가버리고 있네·”

한주연은 그 여우가 연희라고 생각했다·

“여기 이 여자가 바로 태민 씨 사촌인 임연희예요· 따로 떨어져나간 현진물산 외동딸이구요· 좀 봐주세요·”

주연은 핸드폰을 꺼내 연희 사진을 보여주었다·

명우도사는 입을 툭 내밀고 연희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

“궁합이 안 좋네· 궁합이 안 좋아·”

“네? 궁합이요? 둘은 사촌인데···”

“남자 여자만 궁합이 있는 줄 알아? 부모자식간에도 합이 있고 형제간에도 합이 있는 거야· 애정이 있고 없고와는 다른 문제야·”

“네···”

“어? 잠깐만···”

그는 또 눈을 감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뜨면서 말했다·

“신령님이 그러는데 이 여자는 여우가 아니라 용이라고 하시네?”

“네?”

“원래는 이무기에 불과했는데 운 좋게 여의주를 물었어· 그래서 용이 되어버린 거야· 김태민은 죽어도 이 여자를 못 이길걸?”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한주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그녀는 굿이나 부적을 써야 하나 생각했는데 명우도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

“어떻게 하긴? 여의주를 뺏어야지·”

“여의주가 어떤 건데요?”

“나도 모르지· 신령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내가 알 수가 있나·”

“하아···”

그녀가 낙담할 때 명우도사가 툭 내뱉었다·

“정말 알고 싶어?”

“네·”

“그럼 나흘 뒤에 와· 신령님께 기도를 올려야 하니까·”

“기도요?”

“신령님께 방도를 물어야 할 거 아니야· 그냥 안 들어주시니까 치성을 올려야지·”

“그럼 얼마나 필요할까요?”

“5천·”

아무리 재벌가의 그녀라고 하지만 꽤 많은 금액이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팍팍 지르는 거야 법인카드로 써 제끼는 거라 한달에 억단위를 질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현금으로 나가야 할 돈이라 오로지 자신의 돈을 써야만 했기에 5천만 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명우도사는 싫으면 관두라는 투로 말했다·

“무리할 필요는 없어· 나도 기도를 올린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신령님이 기똥찬 대답을 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야· 원하는 대답을 못 들을 수도 있으니까 괜히 부담스러우면 하지 마· 그냥 이대로 만족하고 살아도 가진건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을 거야·”

“그대로 가진 것만 만족해서 살 것 같았으면 김태민이라는 남자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뭐 그렇지· 내가 골라준 남자니까 잘 알지·”

“솔직히 남자를 잘 못 골라준 도사님의 책임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조금 깎자고? 그때 당시에는 이 남자 미래는 초원에서 보는 하늘처럼 맑고 탁 트였었어· 거리낄 게 없었거든· 뭐 억울한 마음이 있는 건 이해하겠고 나도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기도비는 깎을 수 없어· 복비는 깎는 게 아니야·”

결국 그녀는 두 손을 들었다·

“알겠어요· 드릴게요·”

“이해해· 나도 사흘간 손님 못 받고 예약한 손님들 다 뒤로 미뤄서 해주는 거야· 5천이 비싼 게 아니야·”

“알겠으니까 잘 좀 부탁드릴게요· 전에 보내드렸던 계좌 거기로 보내면 될까요?”

“맞아· 나흘 뒤 이 시간에 오라고·”

“알겠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한주연이 방을 나가자 명우도사는 그녀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적당히 해먹으려고 할 것이지· 욕심이 그득하구나·”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문밖을 향해 외쳤다·

“다음 손님 모셔!”

기도는 오늘 손님을 다 받고 난 이후에 할 생각이었다·

그는 죽은 마누라만 있었으면 혼자서 이리 힘들지도 않았을 거라고 투덜거리면서 부채를 흔들며 다음 손님을 받았다·

< 줄을 타려는 사람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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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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