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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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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을 타려는 사람들(4) >

연화당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느낌이 왔다·

제대로 찾았다는 걸·

영훈은 즉시 연희를 데리고 연화당이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마산에서 멀지 않은 교외에 위치한 그곳은 미리 주소를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구에 작게 연화당이라고 쓰여 있는 그곳을 본 순간 영훈은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손님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입구 한쪽 공터는 분명 방문한 차들이 모여 있어야 할 주차장일텐데 휑하니 썰렁했다·

이 근처를 둘러보면 가게 하나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인가도 보이지 않은데 손님까지 없으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절 낳으셨으니 보통 신기가 있으신 게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손님이 없을까요?”

어떻게 보면 자랑인 것 같기도 하고 자조 섞인 푸념 같기도 했다·

“일단 들어가요·”

“그럽시다·”

영훈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오래된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날씨가 추워서 만약 손님이 많으면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영훈은 마당을 가로질러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계십니까?”

문이 열리고 중년의 여인이 나왔다·

째진 눈에 시골 아낙네 특유의 곱슬머리 파마를 하고 있었지만 미간 한가운데 튀어나와 있는 검은 점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얼굴을 찬찬히 살피니 어째 엄마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혹시 예약했어요? 아니면 하러 왔어요?”

“사람을 만나러 왔습니다·”

“도사님 만나러 온거야 당연하지· 여기에 뭐 커피 마시러 온 사람 있겠어요?”

영훈은 그녀의 농담이 하나도 재밌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도사님이라고 했다·

보통 신점을 보는 여자 점쟁이는 도사라고 칭하지 않고 선녀님이나 보살님 등으로 불린다·

“예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전화를 하시지· 언제 예약하시게?”

“오늘 뵙고 싶은데요?”

“오늘은 안 돼· 오늘 도사님 기도드려야 해서 예약된 손님도 다 뒤로 미뤘는데 갑자기 와서 도사님을 만나겠다고 하면 되나? 그리고 우리 도사님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당일 와서 봐달라고 하려면 새벽부터 와서 줄 서야 해·”

오늘 날을 잘 잡은 것인지 아니면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건지 오늘 중요한 날인 것 같았다·

“그래도 만나야 합니다· 전 점을 보려고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려고 온 겁니다·”

그제야 그녀도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도사님을 만나러 온 게 점을 보려는게 아니라고? 그럼 무슨 이유로 만나려고 하는데요? 경찰이에요? 공무원이신가?”

“개인적인 일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개인적인 일이 뭔데? 말을 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내가 도사님께 전해드리지· 치성을 올리고 계신데 이 중요한 때에 별것도 아닌 이유로 방해를 할 수는 없잖아·”

그녀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저들 입장에서는 그 기도가 무척 중요한 의식일 테니까·

“이명자 씨를 찾고 있습니다·”

“이명자? 그게 누군데?”

“그 도사님께 이명자라는 분을 아시냐고 여쭈어 보세요· 만약 아신다면 날 만나야 할 겁니다·”

“어째서?”

이때 연희가 급히 나서서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일단 물어봐주세요· 만약 모르는 사람이면 그냥 가지시고요·”

영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보았다·

도대체 돈은 언제 준비했냐는 눈빛이었다·

연희는 가만 있으라는 듯 영훈의 팔을 잡고 봉투를 내밀었다·

영훈이 자고 있을 때 혹시 몰라 현금을 챙겨놓고 있었다·

여자는 봉투를 슬쩍 열어보고는 잠시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여기 잠깐 계세요·”

그녀는 봉투를 들고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후다닥 움직여 기도를 올리고 있는 방을 향해 귀를 갖다 붙이고 말했다·

“도사님~”

“·······”

“도사님~ 누가 찾아오셨어요·”

잠시 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못 들을만큼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도드릴 때 말 걸지 말라고 그랬지? 그리고 오늘 손님 안 받는 거 몰라?”

“점을 보러오신 손님이 아니에요· 그냥 도사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서 5만 원짜리를 수십 장 넣어서····”

“점을 안 볼 거면서 돈은 왜 가져와?”

“그냥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명자 씨를 아는지 물어보라고····”

“누구?”

“이명자라고 했어요·”

“나갈 테니 5분··· 아니 10분만 기다리라고 해· 아니··· 어떻게 생긴 사람이야?”

“젊은 남자랑 여자였어요· 여자는 여배우 뺨치게 예쁜 얼굴이라 내 생전에 저런 미인은 처음 봤네요· 남자는 그렇게 특별하게 생기진 않았는데· 몸은 좀 좋아보이고 선하게 생긴····”

“나이가 서른 정도 돼 보였나?”

“서른 중반에서 이십대 후반 그 사이일 것 같아요·”

“알았으니까 10분 있다가 들어오라고 해·”

“네· 그럼 이 돈은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챙겨놔·”

“네·”

그녀는 다시 후다닥 걸어가 영훈에게 말했다·

“도사님이 10분 있다가 들어오시래요· 기도를 중간에 막 끊을 수는 없거든· 추운데 커피나 한잔 타 드릴까?”

“아닙니다·”

“그런데 이명자가 누구예요? 누군데 도사님이 들여보내지?”

영훈은 대답없이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를 찾기는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적지 않았다·

어머니가 신기가 있었다는 건 확실한데 아버지까지 도사일 줄은 전혀 몰랐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혹시 자신을 보고 싶어 했을까?

나에 대해 궁금하기는 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때 그녀가 말했다·

“시간 됐네요· 들어가세요·”

영훈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다가 이내 가만히 서 있는 연희를 돌아보았다·

“같이 들어갈래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연희는 자못 긴장했는지 잠깐 숨을 내쉬다가 구두를 벗고 영훈의 뒤에 섰다·

영훈은 여자의 안내를 따라 문을 열고 도사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남자·

날카로운 눈빛과 헬쓱한 얼굴 그리고 검은 낯빛·

처음에는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상대방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명우도사도 영훈을 보자마자 앉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영훈은 도사 주변의 기이한 기물과 뒤편의 그림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대화도 없는 기묘한 침묵이 흘렀을 때 영훈이 말했다·

“이명자 씨를 아십니까?”

“아내이자 동반자였고 파트너였지·”

영훈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때 도사가 물었다·

“영훈이냐?”

“맞습니다·”

“그렇군··· 네가 드디어 나를 찾아왔구나· 흐흐흐··· 언제고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네 애비다· 수십 년 떨어져 있었기에 아버지라고 말이 떨어지지 않으면 도사님이라고 불러도 된다·”

이상하게 들떠 보이는 그를 보며 영훈은 의아했다·

그 들뜸이 헤어진 아들을 만나 올라오는 벅찬 감격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그렇기에 영훈은 벅차는 가슴을 내리눌렀다·

“어머니와 아버지 둘다 점을 보며 살아왔습니까?”

“신을 모시고 살았으니 당연한 게 아니겠냐? 인사드려라· 일월장군님이시다· 네 어머니도 모시고 살았다· 아마 장군님이 네가 지금까지 무탈하게 돌봐주셨을 게다· 아무렴·”

“어머니는 어디에 계십니까?”

영훈의 아버지이자 명우도사는 대답 대신 영훈의 뒤에 서 있는 연희를 바라보았다·

명우도사는 단박에 연희가 한주연이 보여준 재벌가의 그 여식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무릎을 치며 물었다·

“하하! 좋구나! 처자는 우리 애랑 어떻게 되는 사이신가?”

“결혼을 약속했어요·”

“더욱 좋구나! 그렇단 말이지? 그럼 뭘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시아비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연희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며 황급히 가방을 내려놓고 절을 올리려 했다·

그런데 영훈이 그런 연희의 팔을 잡았다·

“어머니는 어디에 계십니까?”

“며느리가 시아비한테 절하는 걸 왜 말려? 그리고 너도 얼른 절해라· 그리고 일월장군님께도 절 올리고·”

영훈은 명우도사의 뒤에 그려진 그림을 흘깃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 비웃음을 보고 명우도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하는 게냐?”

“일월장군이고 뭐고 난 관심 없습니다·”

“괘씸한 놈!”

“세 번째 같은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어디에 계십니까?”

“흥! 네 애미는 왜 찾으려고? 네 애미는 널 버렸어·”

“그럼 그때 아버지는 뭐 하셨습니까?”

“난 널 찾았다· 넌 그렇게 버려져서는 안 될 아이였어·”

“그럼 어떤 아이였습니까?”

“네 애미는 신기가 하늘에 닿은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일월장군님의 정기를 받아 낳은 아이가 바로 너였다· 네가 나한테서 자랐다면 세상을 떨쳐 울리는 신기가 되었을 것을····”

“그럼 어머니가 절 버린 게 아니라 탈출시킨 거였군요·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어머니를 원망했으면 참으로 가슴이 아팠을 겁니다·”

“그럴 줄 알았다? 어째서 그럴 줄 알았어?”

그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영훈을 쏘아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의 일월장군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겁니까?”

“장군님의 보우에 네가 총명을 잃지 않았구나· 어디서 배웠어? 누구에게 사사 받았느냐?”

“틀렸어요· 난 장군 따위를 모시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는 버럭 소리질렀다·

“헛소리! 신기가 하늘에 닿은 네 애미가 널 보고 감당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 신통이 무서운 게냐? 걱정하지 마라· 일월장군을 모시면 네 신통은 씻은 듯 사라질····”

영훈 역시 참다 못해 버럭 소리쳤다·

“개소리하지 마!”

연희는 흥분한 영훈의 모습에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영훈은 명우도사를 쏘아보다가 일월장군이 그려진 곳으로 다가가서는 쌀과 과일 등의 제기를 후려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이 따위 걸 무서워 할 것 같습니까? 일월장군? 네 잘 알죠· 매일 밤 날 찾아와 괴롭히던 그 영감탱이 얼굴을 잊을 것 같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나타나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네 녀석이 장군님을··· 그래서 그 순간부터····”

“헛소리 그만하고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나 말해요· 당장!”

이때 밖에서 소란을 듣고 미간에 점이 박힌 여자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야!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감히 신당에서 이 무슨····”

“박 보살은 나가 있어· 어서!”

박 보살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명우도사의 말에 다시 신당을 나갔다·

명우도사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일월장군님이 널 당하지 못했던 게구나· 그럼! 그 정도 그릇은 되어야 내 아들이지! 날 따라와라· 절절한 한이 서린 녹두장군이라면 네가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개소리하지 말라니까! 난 신 따위는 믿지 않아요· 그러니까 잘 들어요· 눈앞에서 일월장군인지 뭔지 찢어지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말해요· 당장·”

“왜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냐? 네 운명이 바로 여기다·”

“아니 내 운명은 여기가 아니야·”

“웃기는 소리· 일월장군님의 기를 감히 일반인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아니아니··· 아니지· 신을 받지 않고는 사지가 멀쩡할 수가 없지· 신이 아니라면 뭘 배웠지? 혹시 사주 따위를 배웠냐?”

순간 움찔하는 연희를 보고는 명우도사가 다시 웃었다·

“하하하! 역시 그렇지? 사주를 보는 게지? 좋아· 네 애미가 어디에 있을지 맞춰봐라· 계유에 태어나고 을미에 경자 경신이다· 네 애미는 사주에도 뛰어나서 연월일시를 들으면 만세력도 보지 않고 줄줄 내뱉었다· 너는 어떠냐?”

듣지 못했으면 모를까 듣고 났는데 어떻게 셈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영훈은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다가 물었다·

“당신 사주는 어떻게 됩니까?”

“내 사주? 그래 그것도 좋지· 잘 들어라·”

그는 자신의 사주를 줄줄 읊으며 잔뜩 기대어린 눈빛으로 영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영훈이 말했다·

“맞아요· 난 사주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신을 받는 일 따위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는 몰라도 당신은 귀문관살이 강하지 않아 어머니처럼 영력이 강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내가 일월장군을 죽였으니 지금 당신은 신점을 치는 게 아니라 사기를 치고 있겠죠· 내가 필요한 이유는 이제

신기를 잃었으니 내가 어머니를 대신하게 할 생각이었을 겁니다· 맞습니까?”

명우 도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신과 나는 부모 자식의 연이 끊겼으니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삽시다· 그리고 이제 이 짓도 관두세요· 기도를 드린다 어쩐다 하면서 엄한 사람 돈 빼앗지 말고· 알겠습니까?”

영훈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할 때 명우도사가 말했다·

“저 여자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네?”

“한주연이라는 여자가 여기 찾아왔었다· 내 비록 신기를 잃었지만 가진 영기가 아직 흩어지지 않아 볼 수 있었다· 그 여자 조심해야 한다·”

“명심하죠·”

영훈은 아직 얼떨떨해하는 연희의 손목을 잡고 연화당을 빠져나왔다·

< 줄을 타려는 사람들(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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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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