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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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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을 타려는 사람들(5) >

부산으로 내려올 때도 그랬지만 서울로 올라갈 때도 연희가 운전대를 잡았다·

내려올 때는 싱숭생숭한 마음 때문에 그리고 올라갈 때는 참담한 마음 때문에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그녀는 면허증을 딴지 얼마 안 된 초보를 고속도로 운전 못 시킨다며 괜한 소리를 해가며 운전석에 앉아 차를 출발시켰다·

무거운 침묵이 차 안을 지배하기를 한 시간여·

연희가 물었다·

“어머니에 대해 더 묻지 않은 건 그··· 도사님이 말해준 사주 때문이었어요?”

“도사님이라고 하지 말아요· 님은 무슨···”

평소에는 사람을 저렇게 막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지금 영훈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미안요· 그 도사가 말해준 사주 때문이었어요?”

“네·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묻지 않고 나왔어요·”

“배신감 때문에요?”

“처음에는 그런줄 알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아버지의 이미지가 아니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연희가 고개를 홱 돌렸다가 이내 다시 정면을 주시하며 물었다·

“돌아가셨어요?”

“중년을 넘기기 힘든 사주예요· 태어났을 때부터 허약하게 태어났을 텐데··· 어머니는 풀이나 꽃과 같은 사주를 타고 났어요·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커다란 나무가 아니라 풀이나 꽃이니 얼마나 약한지 알겠죠?”

“네·”

“그런 풀과 꽃이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하려면 많은 정성이 필요해요· 물도 필요하고 적당한 온도도 필요한데 귀문관살이 강해 신을 받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신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죠?”

“하늘이요·”

“맞아요· 일종의 태양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태양의 강렬한 열기를 오래도록 받으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걸 버티려면 정기가 가득한 사람이 태양의 빛을 가려줘야 하는데 아버지··· 아니 그 도사는 정기가 강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정기요?”

“정신력이요· 귀문관살이 강하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기가 약하다는 말과 같아요· 기가 약한 사람이 헛것을 보기도 하고 가위에 눌리기도 해요· 그게 심할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게 되는 겁니다· 한 마디로 궁합이 좋지 못한 남자와 결혼한 것이에요·”

“아···”

“궁합이라는 게 그래요· 꼭 잘난 남자 잘난 여자를 만나야 잘 사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인연을 만나야 서로에게 좋은 거죠·”

“그럼 우리는 어때요?”

잠시 영훈이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창밖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사주를 알지만 난 내 사주를 잊었어요· 그래서 내가 생각한 궁합이 완전한지 확신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도 나와 결혼할 수 있겠어요?”

“내가 왜 내 사주를 잊었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내 미래는 알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당신과 만나 결혼하고 안 좋은 인연 때문에 화를 당한다고 한들 그게 인생일 겁니다· 다행인 건 당신은 스스로의 성격을 돌아보았고 나아지려고 하니 우리 결혼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입에서 그런 바람이 나오니까 조금 이상하긴 한데 그것도 듣기 좋아요· 나도 우리 둘이 앞으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처럼 많이 슬픈 날도 있을 테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돌아가신 게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그게 맞다면 어머니 묘소를 찾아볼게요· 돌아가신 걸 알

았으니 제사는 지내 드려야죠·”

“고마워요·”

“아 그런데 아까 그런줄 알았다고 했잖아요? 배신감 때문이 아니면 뭐였는데요?”

영훈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신당의 분위기가 싫었어요· 특히 일월장군을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니까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맞다· 아까 일월장군이라는 귀신? 하여튼 그런 걸 죽였다고 했잖아요? 그건 무슨 말이에요?”

연희는 소름이 쫙 돋았다·

“죽였다는게 말 그대로 죽였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표현일 뿐이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놈은 감히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겁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산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데요?”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할 때요· 내 욕심이 내 스스로를 무너뜨릴 때 놈은 나를 잡아먹으려고 다시 나타날 겁니다·”

“그럼 당신이 계속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맞아요· 난 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저랑 결혼하잖아요?”

“당신의 배경을 보고 결혼하는 건 아니니까요·”

“우와··· 이거 진짜 트루 러브네요· 나 지금 엄청 좋아해야 하는 거죠? 기쁘긴 한데··· 하필 오늘 그런 소식을 같이 들으니까···”

연희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 조금 누워도 돼죠?”

“네 그럼요·”

영훈은 등받이를 뒤로 조금 젖히고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는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고 같이 지내온 추억 하나 없기 때문에 그럴까?

이상하게 이 상황이 현실같지 않게 느껴졌다·

꿈을 꾸고 일어나면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어머니를 찾으러 연화당으로 찾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이 든 영훈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로 오피스텔에 쓰러지듯 침대에 파묻혔다·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연희가 영훈의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내일 월차 낼게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요·”

“알겠어요”

연희가 떠나자 영훈은 그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연희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확인해오자 그제서야 영훈은 울음을 토해내고는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깨질듯한 두통과 오한이 사흘간 이어졌고 중간에 연희가 약과 음식을 사다주지 않았다면 아마 응급실로 향했을지도 몰랐다·

*

“그냥 더 쉬지 그랬어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져서 출근한 거예요·”

영훈은 잔뜩 걱정하는 얼굴인 연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민희가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가져오며 걱정스레 말했다·

“과장님 몸은 괜찮으세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훈은 자신에게 있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 같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사흘이나 아파서 병가를 냈으니 오죽 걱정됐을까?

“괜찮아요· 나 없을 때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사흘간 몸살에 시달린 후 언제 아팠냐는 듯 건강해진 영훈이 물었다·

“전에 강도현 전속모델계약 때문에 BS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었어요·”

“맞다· 그거 어떻게 됐어요?”

“모델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중이에요· 법무팀에서 계약서를 영업팀에 전달하면 바로 계약 진행하기로 했어요·”

“으음··· 그리고 혹시 중국쪽 연예인 중에 괜찮은 사람 있을지 한번 알아봐달라고 영업팀에 전달해주세요·”

“중국이요?”

“네· B급은 곤란하고 A급으로 남자 여자 한 명씩· 총선 이후에 진행할 거니까 급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저 안 찾았어요?”

“네· 그간 군산쪽에서도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 과장님을 찾는 분들도 없었습니다·”

“다행이네· 알겠어요·”

“저기 그리고···”

“네?”

“자원개발팀 오지환 부장이 접근해왔어요·”

아마 사적으로 접근했다면 민희가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거다·

“자원개발팀 오지환 부장이요? 뭐라던가요?”

“친하게 지내자고 하던데요?”

“음··· 전에 런칭 행사에서 민희 씨가 꽤 돋보였나 봐요?”

“그게 아니라 제가 노형석 과장님을 대신해서 나선 것 때문에 Nodri Clare를 비서실에서 움직인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회사에서 소문이 엄청 퍼진 상태예요· 과장님에 대해서요·”

“나에 대해서요?”

“네· 비서실 직원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민희야 알아서 조심했겠지만 다른 직원들까지 완전히 비밀을 지키지는 못했을 거다·

“어떻게 퍼졌는데요?”

민희는 옆에서 눈빛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연희를 살짝 바라보고는 말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승진을 할 사람이 바로 사장님 딸과 결혼할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브랜드 사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구요·”

“뭐··· 알만한 내용은 다 알게 된 거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되니 오히려 승진을 끝까지 거부했다면 억울할 뻔했다·

이왕 다 알고 있다고 하니 마음은 더 편해졌다·

“아마 고승현 상무님도 저보다 더 곤란한 일을 겪고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모르죠· 친하게 지내자는 게 끝이면 그래도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네· 알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그런 일 있으면 굳이 나한테 전할 필요 없어요·”

“네? 그래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중요한 일이면 나중에 꼭 알아야 할 때만 전해주세요·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지시해야 하면 나중에 머리아파서 쓰러질지도 몰라요· 나 천재 아닙니다· 민희 씨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면 민희 씨 선에서 처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기인사에서 기획조정실로 옮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시구요· 혹시 싫으면 거절해도···”

민희는 영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좋습니다·”

“좋네요· 알겠어요· 일 보세요·”

민희가 뿌듯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연희가 물었다·

“너무 믿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는데 아까 한 이야기는 진짜예요· 내가 모든 걸 하나하나 컨트롤할 수는 없어요· 난 사람을 잘 보는 것 뿐이지 제갈공명 같은 천재 전략가는 아니니까요· 솔직히 군산조선소 관련한 것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소소한 사내 정치에 관련해서까지 굳이 알고 싶지가 않네요·”

“하긴··· 영훈 씨 말이 맞아요· 근데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진짜라니까요· 씻은 듯이 나았어요· 그리고 나 원래 이렇게 막 아프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산에 오래 살았으면 되게 꾀죄죄하고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 1년에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살았어요· 요 며칠 아팠던 건 인생에 몇 없는 이벤트라고 보면 됩니다·”

“알겠어요·”

연희는 다시 본 모습을 찾은 영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이세준 부회장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들자식이 저렇게 날뛰는 게 보기 싫었다·

낳은 정은 없다지만 기른 정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계속 가야 정상이건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려고 하면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형준의 얼굴에서 보이는 아내의 흔적을 발견하고 나면 안쓰러운 한 조각의 마음조차 파도의 모래성처럼 씻겨 내려갔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조차 형준에게 온통 마음이 뺏겨서는 조금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마다 형준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어떡해야 할까?

그냥 포기하고 흘러가는 대로 두기엔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 자신을 괴롭혔다·

“부르셨습니까?”

마석대 부행장이 들어오자 이세준 부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하하 바쁜데 불러내서 참 미안합니다·”

“바쁘긴 한데 그래도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엉덩이에 종기가 날 테니 가끔 바람도 쐬고 나쁘지 않습니다· 딸래미랑 어제 화상통화를 하는데 아빠 그새 살이 왜 그렇게 쪘냐면서 놀라는데 이거 당장 내일부터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딸 자식 잔소리보다 무서운 게 없지요· 요새는 저도 마누라보다 딸 자식 눈치를 더 보게 됩니다·”

“얼른 시집을 보내든가 해야지요· 하하 그런데 어떤 일로···?”

이세준 부회장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요새 우리 형준이 일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형준 상무야 더할나위 없습니다· 솔직히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재벌 3세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 외에는 다른 취미가 없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드님을 잘 키우신 것 같습니다·”

이세준 부회장은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렇게 보이는군요·”

“네? 제가 잘 못 보고 있다는 뜻인가요?”

“난 내 아이가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바르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소문이 조금씩 들려와요· 아무리 내 아이라지만 정확한 팩트 없이 의심만으로 몰아붙일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일단 한 가지 부탁을 드릴까 합니다·”

“말씀하시죠·”

“우리 아이를 잘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꼭 증거를 확보해서 나에게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 너무 걱정스러워요· 우리 애가 안 좋은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이세준 부회장을 보며 마석대 부행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어떤 소문인지는 몰라도 단순히 모함하기 위한 헛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침중한 얼굴의 부회장을 보며 마석대 부행장은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꼭 어떤 증거가 발견될 거라고 믿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줄을 타려는 사람들(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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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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