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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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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을 바꾸다(1) >

유난히 추웠던 2월이 지나가고 3월이 다가왔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사이 군산은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싹 빠져나갔던 주거지역에 월세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하나둘 계약을 맺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조선소 인근 문을 닫았던 상가들은 어느새 새로운 주인과 계약을 맺고 인테리어 시공에 들어갔고 심지어 어느 자리는 권리금까지 생겨났다·

아직 식사하러 올 손님도 없는데 식당 먼저 생기는 상황이지만 그걸 보고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군산 시민들은 조선소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얼마나 사람들이 붐볐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오히려 총선과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열기는 옅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한 명의 후보가 너무도 큰 주목을 받고 있어 상대 후보는 거의 존재 자체가 희미하게 옅어졌기 때문이다·

조재민 의원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눈다거나 연설을 하는 등의 선거 일정을 잡지 않고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8 9시 뉴스가 나올 때면 조재민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나오는데 굳이 그런 비효율적인 선거 활동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국회의원 또는 시장 후보가 한창 선거운동을 할 시간인 2시에 선거사무소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이형준 상무가 그걸 받던가요?”

영훈은 오랜만에 군산에 내려왔다·

부산에서의 일 이후 서울에서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 조 의원이 한가하면 내려오라는 말 때문에 이곳에 있는 거였다·

“크크큭··· 솔직히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받더라고?”

“·······”

“그런데 궁금한 게 있네· 그 친구가 신영은행 이경호 회장 손자라지?”

“맞습니다·”

“재벌 3세 같지 않던데?”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내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많이는 아니라도 몇몇 재벌 2세 3세들을 봐왔는데 분위기가 조금 달라· 꼭··· 우리 같달까?”

“우리 같아요?”

“그래· 본래 재벌들은 뭘 하든 여유가 있어· 이 사업이 망하면 책임은 다른 사람이 지고 다른 일을 하면 된다는 마인드거든? 회삿돈을 잃으면 또 다른 회삿돈을 가져와서 메우면 되고 누군가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안 하고 마는 경우도 많지· 아쉬울 게 없는 마인드· 크으~ 부럽지 부러

워· 그런데 이건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살아온 환경으로 습득한 거거든· 그런데····”

“이형준 상무는 달랐다는 건가요?”

“맞아· 내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런 사람들이었다면 내 제안을 결코 받지 않았을 거야· 그의 분위기는 꼭 우리 같았어· 눈빛에 어떤··· 결의? 그런 게 보였거든· 그건 기존 재벌 3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태도였단 말이야·”

겉으로는 어깨를 으쓱이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내심 감탄했다·

과연 국회의원 배지는 고스톱으로 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네요·”

“말하기 싫은 거군·”

“저와 이형준 상무는 좋은 파트너입니다만 한 가지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룰이라· 흥미롭군· 말해보게·”

“서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죠·”

“그게 룰인가? 난 또 뭔가 굉장히 섬뜩하고 대단한 룰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든지 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든지 말이야·”

“그렇죠?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말입니다· 다르게 보면 꽤 특별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가족도 아니고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요?”

조 의원이 눈을 빛냈다·

“그렇군· 말이 안 되는 룰이긴 하지· 서로 간에 큰 약점을 잡히지 않은 이상 말이야·”

“순수한 믿음이라고 봐주시죠·”

“그걸 바란다면 그렇게 믿어주겠네·”

영훈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조 의원이 고개를 갸웃할 때 영훈이 말했다·

“의원님·”

“말해보게·”

“제가 의원님을 도와드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방적으로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섭섭하군· 나도 자네를 도와줬으니 우린 서로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으음··· 그건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봉선동 아파트 단지 그 외에 여러 개의 공사입찰에 관한 도움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조선소를 인수하며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없었습니다· 그저 의원님께 답례를 받은 것뿐이죠· 이걸 인정하지 못하신다면 저희는 의원님과 오래 갈 수 없습니다· 배

신감 따위의 하찮은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의원님과 우리의 계산방식이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 되시죠?”

영훈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조 의원이 표정을 굳혔다·

“흐음··· 좋네· 아까 했던 말 취소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제가 의원님을 도와드린 이유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재민 의원은 영훈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처음 군산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품을 당시 서로 바라는 게 있어서 이 딜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

“내가 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며 일부러 밀어준다는 건가?”

“큰 정치인이라··· 솔직히 전 의원님이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의원님이 대선후보급 정치인의 자질이 없다고 한들 크게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파트너를 원했고 의원님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와드린 겁니다·”

“꼭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말이군·”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말씀드렸듯이 의원님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파트너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 파트너십이 오래 가기 위해선 불필요한 오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형준 상무와 저와의 룰처럼요·”

“그럼 나와 자네 사이의 룰은 뭔가?”

“저에 대해서도 이형준 상무에 대해서도 깊게 알려고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간단하죠?”

“허··· 황당하군· 그게 다인가?”

조재민 의원은 황당해하면서도 내심 뜨끔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군산조선소가 정상운행을 시작하면 은밀히 사람을 시켜 영훈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일을 배웠는지 어느 집 자식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혹시나 안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을 시에는 미리 준비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게 다예요· 전 의원님을 도와드리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의원님은 그에 대한 보답을 우리에게 주겠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는 보답을 바라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금을 깎아 달라거나 불법을 눈감아 달라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쓸데없는 데 에너지 소비하지 말자는 말이

었습니다·”

“크흠··· 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잘 알겠네·”

“좋군요· 그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뭐 필요한 일은 없으십니까?”

“없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선거는 치르기도 전에 결과가 나와 있는 셈이니· 오히려 내가 자네에게 해주조선해양에 관해서 확답을 받고 싶은 것뿐이지· 잘 진행되고 있나?”

“네 총선을 전후로 결과가 나올 겁니다· 아시다시피 야당 쪽에서 총선 전에 해주조선해양 인수 결론을 내는 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산업은행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거든요·”

“알지 썩을 놈들···· 아 그리고 보좌관에게 들었어· 이번에 정기인사 있다면서? 승진할 예정이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이제 임원이 되는 건가? 아니면 다른 계열사로 옮기는 건가?”

“현진물산 기획조정실에서 일할 것 같습니다·”

“그래?”

“해주조선해양 사장 때문에 그렇습니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지 않나?”

“어차피 해주조선해양 인수가 완료되는 건 4월이라 정기인사 끝나고 결정될 겁니다·”

“사장을 교체할 생각이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무턱대고 칼부터 내지르는 사람은 반대야·”

“의원님의 생각은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난 솔직히 자네가 해주조선해양 사장이 되기를 바랐어· 그건 어렵겠지?”

“욕먹기 딱 좋습니다·”

“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으니····”

“기다려보시죠·”

“자네만 믿겠네·”

이제 고비는 거의 넘겼다·

조재민 의원은 조급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차를 들이켰다·

*

꽃샘추위가 한풀 가신 3월 중순의 늦은 밤·

회식을 마치고 얼큰하게 취한 마석대가 도착한 곳은 본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합정동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꽤 비싼 오피스텔인 이곳은 마석대의 이름으로 계약된 곳이 아니었지만 그는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연정아!”

이제 이십 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자가 블라우스만 입고 그를 반겼다·

“오빠 왔어? 아휴~ 술 진탕 마시고 왔네? 회식했구나?”

“한잔 해~쓰!”

“어후 씻고 와· 술 냄새 엄청 나·”

“그래? 알았어· 우리 연정이한테 냄새 풍기면 안 되지·”

마석대는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화장실을 찾아가 옷을 벗고 씻기 시작했다·

그가 샤워실에서 한창 씻고 있을 때 연정이라고 불린 여자는 마석대의 옷을 정리했다·

바지춤을 한번 뒤적여 보고 코트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살펴봤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열어 자연스럽게 패턴을 풀고는 문자와 카톡을 확인했다·

뭔지 모르게 다급하고 긴장한 손놀림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가 한참 뒤에나 나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나이 오십 줄에 딸 같은 여자한테 오피스텔 내주고 자기 집처럼 살면서 두 집 살림을 시작하니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1시간 가까이 열심히 씻어댔다·

게다가 그가 샤워할 때 이렇게 뒷조사(?)를 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저렇게 술을 진탕 마시며 들어왔기에 이제는 거의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자신이 알아보기 힘든 전문용어가 섞인 대화들로 별일 없이 지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연정의 손길이 멈췄다·

[알아본 바로 사생활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 이형준 상무 이름으로 된 작은 회사가 하나 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설립된 지는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데····]

연정은 입술을 깨물다가 해당 카톡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촬영 후 어딘가에 전송했다·

그리고 옷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옷걸이에 걸었다·

아마 마석대는 아무렇게나 벗어놨던 옷을 잘 정리해서 걸어준 자신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할 게 확실했다·

그는 지금 콩깍지가 단단히 쓰였으니까·

그리고 자신도 지금 생활이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그 사람(?)의 말처럼 마석대의 직장생활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었다·

*

서초동의 한 와인카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와인을 홀짝이던 이형준 상무는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와 맞은편에 앉는 강주현 전무를 보고 말했다·

“빨리 왔네요?”

“네· 급한 일이 있어서····”

“이번 정기 인사 때 당신을 못 지켜줘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최대한 손을 써봤는데 아버지의 결정이 너무 확고하셔서····”

“아닙니다· 한직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퇴직권고를 받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이세준 부회장이 벼르고 있었던 강주현 전무는 리스크총괄부 상무로 발령됐다·

이형준 상무를 비롯한 임원들의 반대와 이경호 회장까지 나서 오래된 인재를 그렇게 버리면 안 된다는 말 때문에 이 정도에 그친 거였다·

그 노력을 알기에 강 전무는 형준의 바짓가랑이를 더욱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요?”

“마석대 부행장에게 붙여놨던 여자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강 전무가 핸드폰에 전송된 사진을 형준에게 보여주었다·

형준은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홍콩에 내 이름으로 된 페이퍼컴퍼니가 있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부회장님께서 은밀하게 만드신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이게 말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거였어요?”

“상무님 여권과 인감 은행계좌 등등 모든 자료는 부회장님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확보 가능합니다· 어렵기는 해도 돈을 많이 준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이거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미리 알고 있다면 대응하는 건 쉽습니다· 지금부터 해당 법인 계좌를 철저히 감시하면서 증거를 만들기 시작하면 됩니다· 문제는····”

“문제는?”

“결국 그렇게 모은 증거는 한 군데로 화살을 돌릴 겁니다·”

“아버지겠군·”

“맞습니다·”

“내가 시작한 싸움이 아니야· 이 계좌 지금부터 감시하고 누가 얼마를 넣었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요·”

“알겠습니다·”

형준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와인을 단번에 들이켰다·

아무래도 오늘 취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간판을 바꾸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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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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