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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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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을 바꾸다(5) >

이경호 회장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차량 뒷자석에 앉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잔뜩 겁먹은 손자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세준이가 그런 일을 해야 할 이유가 떠오르질 않았다·

인과관계가 연결이 안 된다고 할까?

누군가 형준이를 노린다는 걸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아버지일 수가 있겠냐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저 코웃음으로 치부할 수 없었던 건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손자의 파트너(?) 때문이었다·

현진물산 외동딸과 결혼할 사이라는 그는 대부분의 재벌 2 3세들이나 난다긴다 하는 인재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의 서두름이나 느긋함 없이 자신의 생각을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그 생각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밝히는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근거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충격적이었던 거지 만약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면 미친놈이 될 뿐이지만 말이다·

“김 부장·”

“네 회장님·”

“집으로 가지 말고 회사로 가지·”

“알겠습니다·”

결국 이경호 회장은 방향을 바꾸었다·

집에서 불러 앉혀 놓고 물어볼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형준이 이름으로 홍콩에 회사 하나가 설립돼있는지 확인 좀 해봐·”

“홍콩 말입니까?”

“그래· 언제 누가 어떻게 설립했고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간 정황까지 전부·”

“언제까지 파악해 올리면 될까요?”

“퇴근 전까지·”

“알겠습니다·”

이경호 회장은 무거운 가슴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

“어딜 갔다 왔어요?”

기조실에 돌아오니 연희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반긴다·

“이형준 상무와 약속이 있었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냥 궁금해서요·”

연희는 기획조정실에서 민희와 마찬가지로 과장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사실 말이 과장급이지 박병호 부장도 연희를 거의 터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업무가 아예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박 부장이 업무 지시를 내리면 연희가 알아서 하는 정도?

보고서의 수준을 가지고 호통을 치거나 하는 일은 결단코 없었으며 어지간한 실수는 못 본 척 넘어갔다·

그렇다고 실수를 자주 하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기조실 사람들 누구도 연희를 보고 불평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워낙 똑똑하고 업무처리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표정을 읽혔다고 생각했는지 연희가 배시시 웃었다·

“헤헤··· 다른 건 아니구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시간? 내 시간이야 연희 씨도 잘 알잖아요? 민희 씨가 알려줄 텐데?”

“에이··· 사적인 문제인데 비서한테 스케줄까지 물어보긴 그랬어요· 영훈 씨 오면 물어보면 되는데 뭐·”

“잘 됐네요· 없어요 오늘은·”

“그럼 오늘 저녁에 파티 어때요?”

“파티? 갑자기 무슨 파티 말하는 거예요?”

“원래 파티 종종 하고는 해요· 영훈 씨가 안 좋아하니까 말을 안 한 거지·”

“그런데 오늘은요?”

“그랜드 백화점 송은진 실장이 특별히 초대했어요· 예전이었다면 대충 말로 때우면서 거절할 텐데 하필 Nodri Clare가 입점해 있잖아요· 거기서 몇 개 사주지 않으면 괜히 짠돌이 취급할게 뻔해요· 가서 기 좀 확 죽여주려구요·”

“가만히 있는 송 실장 기는 왜 그렇게 죽이려고 그럽니까?”

“허··· 은진 언니가 가만히 있었다뇨? 그건 영훈 씨가 몰라서 그래요· 그때 은진 언니 이혼 사실 알아낸 후부터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어떻게 알았냐 누구한테 들었냐 그 이야기 누구한테 한 거 아니냐 등등 별별 소리를 다 들었어요· 그 뿐인가? 우리 브랜드 입점 시켜 놓고 은근히 SNS에다가 뭐라고 쓴 줄 알

아요?”

“뭐라고 썼는데요?”

“Nodri Clare 요즘 잘 나가는 영국 감성의 트렌디한 브랜드 그랜드 백화점 입점· 딱 요렇게만 써놓은거 있죠?”

“뒤에 뭘 더 붙여야 하는 거죠?”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연희의 쌍심지가 치켜 떠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녀는 한번 인상을 긁은 뒤 짧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잘 들어요· 요즘 잘 나가는··· 그건 곧 역사도 없다· 근본이 없는 브랜드다라는 뜻이구요·”

“아하···”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말은 곧 럭셔리하지는 않은··· 한 마디로 싸구려 브랜드라는 말이잖아요·”

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우리 매장 매출이 잘 나가면 백화점도 좋은 거 아니에요? 근데 그렇게 쓸 이유가 있나?”

“제대로 써도 못 알아먹는 사람들이 태반인데요 뭘··· 그냥 눈치껏 알아듣는 사람들이나 알아듣지· 그리고 본인이 무슨 셀럽도 아니고 큰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백화점 공식 SNS도 아니고 개인 거니까 그냥 심통나니까 저렇게 밖에 홍보 안하는 거죠·”

“으흠··· 그래서 한번 가서 물건 좀 사주고 싶다?”

“그렇기도 하고···”

연희는 배시시 웃더니 영훈의 팔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는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남친 자랑도 하구요·”

“아··· 그게 목적이었군요?”

“싫어요?”

“갑시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히히··· 대신 내가 오늘 화끈하게 긁어줄게요·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솔직히 영훈 씨한테 내가 선물을 많이 사주기는 했는데 비싼거 사주면 질색을 하니까 고급 브랜드는 못 사줬거든요· 그런데 오늘 쇼핑은 그럴 필요가 없을 거예요· 정장 가장 싼 게 한 칠백 하려나? 어쨌든 거기서 쪽팔리게 막 ‘이건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이런 말 하면 안 돼요·”

“나도 눈치라는 게 있습니다·”

“하긴 영훈 씨는 눈치가 생명인 사람이니까·”

그때 민희가 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들어와 말했다·

“박병호 부장이 왔습니다·”

“알겠어요· 들어오시라고 해요·”

연희는 손을 흔들며 나갔고 박 부장이 들어왔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보기 좋은 한 쌍입니다·”

“회사에서 꼴불견이죠? 알고 있습니다·”

“아유~ 그런거 아닙니다· 선남선녀 아닙니까?”

“아니에요· 연희 씨가 지금 들떠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아마 시간 지나면 안 그럴 겁니다·”

“하하하 부부 싸움이라도 하시려구요? 큰일 납니다· 집에서 무슨 곤욕을 당하시려구요·”

“그건 좀 무섭긴 하네요· 그때 제가 말씀드렸던 것 때문에 오셨습니까?”

영훈은 기획조정실로 온 첫날 박 부장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곤 그 다음부터 일정 회의나 추가 업무를 주지 않았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가 일상인 기조실 직원들은 아직도 이런 널널한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하고 있었지만 영훈은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일단 그런 회의를 주도할 만큼 아직 머리에 든 지식이 많지 않았다·

자고로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생기는 법·

아마 영업팀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외국어를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굳이 저들에게 그 소문이 현실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래야 할 만큼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네· 일단 Nodri Clare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노드리 클레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샤넬에서 10년간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따로 나와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든지 2년 정도 됐고 그간 꽤나 어려운 생활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으흠··· 자수성가한 케이스네요?”

“맞습니다· 그걸 보고 어쩌면 그렇게 비싼 가격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구요· 일단 우리가 인수의향을 표시하니까 꽤나 흥미롭다는 듯이 반응했습니다· 아직 주목할 만한 매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신생 브랜드에게 벌써부터 인수의향을 나타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흥미는 있어 한다는 거네요?”

“네· 그러면서 우리에게 오히려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물어왔습니다· 금액만 적당하면 팔 수 있다는 뜻을 전해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얼마를 불렀습니까?”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가격 협상에서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면 상대방이 기분이 상해 아예 거래를 깨버리거나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가격에서 더 비싼 금액을 불러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섣부르게 싸게 부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겠네요· 그냥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금액을 솔직하게 보내보세요·”

“그렇다고 1조를 부르기에는 저쪽에서 더 큰 금액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7천억 어떨까요?”

“그럼 그렇게 하시구요· 저보다 부장님이 더 계산에 밝으실테니 그 부분은 부장님이 결정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럴 때 영국으로 날아가 노드리 클레어라는 경영자와 만날 수 있다면 뭔가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왠지 지금 상황에 한국을 떠났다가 갑자기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일이 터진다면 무척 곤란한 상황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총선이 끝나고 해주조선해양이 현진물산의 품에 완전히 들어온 다음에 출장을 갈 수 있을 거다·

과연 Nodri Clare를 무사히 인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형준은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

“은밀히 살펴본 결과 홍콩에 이형준 상무의 이름으로 Diego System이라는 IT업체가 세워진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설립은 작년 말에 됐고 자본금은 20만 홍콩달러 한화로 약 3천만 원 가량 됩니다·”

이경호 회장은 눈을 지그시 감은 상태로 물었다·

“돈은 어디서 왔고?”

“경로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흘러간 자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지자금이다?”

“네· 자금 경로 파악은 거의 불가능할 걸로 예상됩니다·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한 컨설팅 회사에서 들어온 자금입니다· 아마 현금으로 받았을 겁니다·”

“형준이가 돈을 마련했을 가능성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특히 계좌를 설립할 때 최소한 무조건 법인에 등재된 이사 한 명이 직접 방문해 실명확인 절차와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은행에 서명한 인사가 제니퍼 리라는 여잡니다· 한국계 홍콩 사람인데 몇 년 전에 이형준 상무와 호텔과 클럽에서 사진까지 찍혔던 여자입니다·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그 여자는 지금 어디 있나?”

“추적하면 은밀하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홍콩에 나가 있는 임원급 인사들은 홍콩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형준 애비도 알겠지?”

“적어도 3시간 안에 보고가 들어갈 겁니다· 추적할까요?”

“됐네· 수고했어·”

이경호 회장은 곰곰이 생각하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회장실을 나와 바로 아래층에 있는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여간해서는 회사에 잘 붙어있지 않고 특히 부회장실에는 걸음조차 하지 않는 이 회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나타나자 부회장 비서실 직원들은 혼비백산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세준이 안에 있지?”

“네·”

“차는 마셨으니 들일 필요 없고 긴히 할 이야기 있으니까 들어오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주의를 준 이 회장이 부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세준 부회장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님 오셨어요?”

“놀랐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앉으세요·”

“차는 내오지 말라 했다· 하루종일 물로 배를 채우고 있는 기분이야·”

“그래도 좋은 차가 있는데···”

“됐다· 앉아라·”

이세준 부회장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자리에 앉았다·

이 회장은 한동안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형준이가 홍콩에 회사 하나를 만들었더구나· 혹시 알고 있었냐?”

이세준 부회장의 눈동자가 급격히 떨려왔다·

“네? 그게 무슨···”

“애비야· 난 오늘 평생을 살면서 너무 말도 안 되고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회사에 와서 확인해보니 그 이야기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버지···”

부회장이 뭐라 말하려 할 때 이 회장은 경고하듯 말을 잘랐다·

“애비야· 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을 말하려고 하지 마라· 혹시 이 일에 네가 관련돼있는 거냐?”

이세준 부회장은 주먹을 움켜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마음은 아니라고 자신과는 절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외쳤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달랐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왜? 어째서?”

“형준이는 신영을 물려받으면 안 되는 아이입니다·”

< 간판을 바꾸다(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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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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