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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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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인연들(1) >

총선이 끝났다·

HS물산의 기획조정실은 총선 며칠 전부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Nodri Clare 인수 때문이었다·

기조실 실장이 처음으로 내린 업무 지시였고 그 사이즈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매출실적부터 브랜드 컨셉과 시장 방향 향후 발전성 인수 후 마케팅 전략까지 수립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연희였다·

지금까지 영훈의 옆에서 그저 지켜보던 입장이었다면 이번 Nodri Clare 인수에는 그녀도 직접 참여하며 박병호 부장과 발을 맞추고 있었다·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격협상을 위해 연희는 박 부장과 함께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녀도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문제가 좀 생겼다·

[바빠?]

전화를 걸어 대뜸 물어오는 이형준 상무의 말에 뭔가 또 일이 생겼나 생각했다·

“네 조금요· 무슨 일입니까?”

[지금 잠깐 보자·]

“저 지금 군산 내려갑니다· 저녁에 못 올라올 수 있어요·”

[허··· 대출 안 급해? 해달라며?]

“급하긴 한데··· 지금 상황이 어때요? 회장님이 잘 해결했어요?”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야· 할아버지는 이상하게 요즘 아예 회사에는 얼굴도 안 비추신다· 불안하게····]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이 나가기가 힘들어· 아버지가 허용하지 않을 거야·]

“그럼 무슨 대출을 말한 겁니까?”

[신영투증에서 진행할 거야· 회사채 발행 식으로 진행해야 할 거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

“미안한데 저 오늘 군산 내려갔다가 내일 일본 출장 있습니다·”

[뭐야 기껏 생각해서 진행하는 건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무실 유리벽 너머로 민희가 모니터를 보며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럼 저 대신 한 명 보낼게요·”

[임연희?]

“아니요· 제 비서예요·”

[내가 네 비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

“어차피 알게 될 사람이니까 오늘은 만나서 안면 좀 터놓는다고 생각하세요·”

[장난하냐? 내가 너한테 약점 하나 잡혔다고 내가 네 아랫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지? 어디서 너 대신 비서를 보낸다는 소리를 해?]

상당히 화가 난 음성이었지만 영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잡니다· 그것도 예쁜·”

[하··· 야 나 예쁜 여자 졸라 많이 봐· 어디서 같잖은 소리를····]

“소개팅이라고 생각하세요·”

[어?]

“어디서 이상한 여자 만나고 다니지 말고 제가 봤을 때 상무님하고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한번 얼굴이나 보시라고요· 근데 여자 쪽에서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웃기고 있어· 날 싫어할 여자가 어딨어? 비서라며? 좋은 집안도 아닐 거 아니야?]

“그렇다고 다 좋아하나?”

[시끄러· 그리고 사진 있냐?]

“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해요? 그냥 업무차 만나면서 겸사겸사 얼굴 본다고 생각하세요·”

[야 나 예쁜 여자 좋아해·]

“됐고요· 대략적인 내용은 그 친구한테 얘기하세요· 그리고 출장 갔다 와서 저랑 만나기로 하고요· 정 안 되면 나 군산에서 올라와서 늦은 저녁에····”

[아니야 아니야···· 크흠··· 서로 바쁘니까 이해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리고 미리 알려두는데 소개해준다고 이상한 수작 부리지 말아요· 보통 여자 아니니까·”

[내가 무슨 정신병자냐? 첫 만남에 추근대게?]

“혹시 몰라서 그럽니다·”

[나 그리고 이제 많이 바뀌었어·]

“아 예예~”

[그런데 어떻기에 보통 여자가 아니야?]

“말로 설명하기는 그렇고··· 하여튼 알겠어요· 바쁘니까 일단 끊어요·”

[아니 말을 했으····]

영훈은 전화를 끊고 민희를 불렀다·

“부르셨어요?”

영훈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내일 일본으로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요·”

“일본 말씀이신가요? 공항과 도착 시간은요?”

“오전 11시 전 도착이고 고승현 상무님과 같이 갈 겁니다· 목적지는 나리타 공항이에요·”

“예매해놓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군산에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내려간다면 일본 출장이 끝날 때까지 회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상무님을 찾는 분들께는 어떻게 얘기할까요?”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이따가 점심 때 내가 알려주는 가게로 가봐요· 그럼 거기에 신영은행 사람이 나와 있을 겁니다·”

“신영은행이요?”

“네· 이형준 상무라고 현재 신영은행 내에서 우리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요·”

“아····”

“Nodri Clare 인수 때문에 신영에 도움을 청했고 그쪽에서 은행 대출이 아닌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왔어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와서 나한테 전해주면 됩니다·”

“그런 이야기는····”

금융 쪽에 관련된 이야기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얼굴이었다·

“알아요· 그리고 사실 나도 그쪽에 관련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아요· 아마 나도 박 부장님이나 재무팀하고 이야기를 해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정말 부담 안 가져도 될까요?”

“그럼요· 아 그것보다 오늘 만나는 이형준 상무라는 사람 신영금융그룹 손자예요· 그냥 알고 있으라고요·”

민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난 이제 출발할 테니까 점심 미팅 끝나고 특이사항 있으면 나한테 카톡으로 남겨요·”

“네·”

영훈은 곧바로 옷을 챙긴 다음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급하게 내려오라는 건지····

어차피 총선도 끝났고 조선소가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으니 당선 축하 인사를 겸해서 만나야 했기에 궁금함을 애써 지우고 차를 출발시켰다·

*

고깃집 불판 앞에 앉은 형준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괜스레 유리창 밖을 힐끔거렸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최 상무 때문에 고깃집을 예약해놨는데 최 상무 대신 여자가 나온다고 하니 약속장소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장소를 바꾸지 않았다·

기껏해야 최 상무 비서 아닌가?

일 때문에 만나는 건데 약속장소를 바꾸는 것도 웃겼다·

“약속시간이··· 10분 전이네·”

형준은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아마 다른 사람이 소개해준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궁금하지 않았을 거다·

형준이 보기에 최 상무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최 상무가 여자를 추천했다는 것만으로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흑갈색의 웨이브진 머리를 찰랑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이형준 상무님 되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HS물산 기획조정실 김민희라고 합니다·”

그녀는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명함을 내놓았다·

예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낌이 특이했다·

“반가워요· 이형준이라고 해요· 나에 대해서는 최 상무한테 이야기를 들었나요?”

“신영금융그룹 손자라는 것? 그 외에는 듣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단 말이지·

그런데도 미소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기 좋아해요?”

“네· 비싼 고기는 더 좋아하고요·”

“잘됐네요· 일단 먹고 이야기합시다·”

형준은 일부러 입을 닫고 고기를 먹는 데 집중했다·

아니 먹으면서도 계속 눈앞의 여성을 살폈다·

보통 식사를 하면서도 상대가 말이 없으면 무거운 분위기를 깨려고 입을 여는 게 보통인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맞다·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열중하면서 먹었다·

어찌나 잘 먹는지 본래 대식가인 자신 때문에 4인분을 시켰는데 2인분을 더 시킬 정도였다·

후식으로 나온 물냉면을 호로록 먹고 있는 그녀를 보며 형준이 말했다·

“신영투증에서 8천억가량 되는 HS물산 회사채를 발행하는 걸 원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5천억 정도는 신영투증에서 사고 나머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도록 할 계획이에요· 표면금리는 4%대고 만기는 1년·”

“필요한 금액이 1조 원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냥 반응을 보고자 했을 뿐인데 대뜸 태클을 걸고 나온다·

“1년 만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8천억이면 부담스러울 건데요?”

“그저 우리 회사가 원하는 금액이 그 정도인 걸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상무님께서 말씀하신 제안은 최영훈 상무님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묘한 말이었다·

너의 제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부족하지만 일단 전하기는 하겠다는 뜻·

형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콧잔등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최영훈 상무는 어떤 사람이에요?”

“좋은 분이십니다·”

“그게 끝?”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궁금한 게 있다면 대답해줄 건가?”

의도된 반말에 민희는 살포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상무님은 능력이 대단하세요· 아주 많은 어려운 일들을 해내 오셨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제가 좋은 분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그 대단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분이어서예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존대를 하고 예의를 갖추시거든요·”

길게 늘여 말했지만 축약하자면 반말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형준은 한 대 맞은 표정으로 잠시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최 상무가 여기 이 자리로 보내면서 아무 말 안 했어요?”

“신영투자증권 측의 제안을 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는요?”

민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없었는데 다른 의도가 있었을 거라는 걸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게 뭐 같아요?”

“저도 모르는 일종의 소개팅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다만?”

“저에게 말씀을 안 해주신 건 부담을 안 주시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금 부담스러워요?”

아마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밀어붙이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그녀의 반응이 더 궁금해졌다·

“아니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이 또한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듯한 표정도 아니었고 그저 거래처에서 계산서를 받아보며 적정한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그런 반응이다·

“그럼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아니라고?”

“네 죄송합니다·”

이것도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라서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왜?”

반말하는 남자는 싫다는 걸 들어놓고도 자신도 모르게 말이 짧게 나갔다·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이 아니십니다·”

이쯤 되니 화도 안 나고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평소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건 아닌데 제가 쌍커풀이 진한 남자는 별로라서요· 바람기가 심해서····”

“하····”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아서 억울하기는 한데 무아지경으로 휘두른 럭키펀치에 급소를 맞은 것처럼 그 바람기라는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양다리 삼다리를 걸쳐왔던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다고’고 말하는 듯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부처님 손바닥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오늘 식사 즐거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상무님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명함 가져가요·”

형준이 급하게 안 주머니에서 명함지갑을 꺼내 하나 건네주니 그녀가 양손으로 받으며 말했다·

“안 주시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당신 스타일이 아니라면서요?”

“공적으로 실망할 뻔했다는 말이었습니다·”

형준은 그제야 영훈이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한 말을 이해했다·

“언제 한번 술이나 합시다·”

“저희 상무님과 함께라면 언제든 괜찮습니다·”

“최 상무는 왜 찾아요? 연희랑 결혼하는 거 아니었나?”

“상무님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회식이니까요· 그럼 오늘 즐거웠습니다·”

민희는 그렇게 꾸벅 인사하고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형준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그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냈다·

[고마웠어요·]

[별말씀을· ㅎㅎ 또 부탁할 일 있으면 연락해·]

그녀와 채팅하는 상대는 바로 자원개발팀 오지환 부장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감사를 표하기 전에 오 부장이 보내온 내용에는 이형준 상무에 관한 찌라시발 가십 기사들이 적혀 있었다·

< 새 인연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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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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