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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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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회사원의 모든 것(2) >

“오늘 저녁에 모임 있는 거 알죠?”

이세준 부회장의 아내인 고명숙은 남편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이상하게도 얼마 전부터 남편의 행동이 더없이 냉랭해졌기에 괜스레 말을 걸면서도 눈치가 보이는 거다·

“무슨 모임?”

“봉사 모임 있잖아요·”

“봉사? 돈 많은 여편네들끼리 모여서 수다 떨면서 가끔 명절이나 겨울 되면 모여서 김치나 담그는 그 봉사? 진짜 봉사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가 차겠네·”

“그래도 종종 좋은 일 많이 해요· 한 달 전에 자선바자회 열어서 수익금 기부도 하고 그랬잖아요·”

“그랬지· 그리고 바자회에서 패션쇼 열어서 기부한 돈보다 옷 사는데 쓴 돈이 더 많았지 아마?”

“요즘 왜 그렇게 삐딱해요? 당신도 다 아는 사람들이고 은행동 윤숙언니 남편은 당신이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하는 금융위원회 국장이잖아요·”

“·······”

“저녁에 시간 내요? 그런 걸로 알고 있을게요·”

명숙은 그렇게 쏘아붙이고 얼른 방을 나왔다·

곧바로 뒤따라 나온 이세준 부회장은 아침도 먹지 않고 별다른 말도 하지 않은 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누가 봐도 전날에 부부싸움을 굉장히 심하게 했구나 싶지만 명숙은 오히려 시원한 표정으로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아줌마! 아침은 간단하게· 그리고 주스도 줘·”

“네·”

아줌마에게 일을 시키곤 명숙은 부산스럽게 나갈 준비를 했다·

조금 있으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그녀가 자신의 몸에 투자한 돈은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을 넘어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군살 없이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그녀는 아줌마가 준비한 아침을 빠르게 해치우고는 정성들여 자신을 꾸미고 집을 나섰다·

“종로 리츠 칼튼·”

운전기사에게 짧게 행선지만을 말한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고개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인 차가 호텔 앞에 멈췄다·

명숙은 입구에서 내려 보무도 당당하게 로비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누군가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윤 작가~ 내가 늦었지?”

“아닙니다·”

서른 중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아주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명숙과 비슷한 또래의 여인이 말했다·

“안 늦긴 30분이나 늦었잖아· 우리 윤 작가 바쁜 거 몰라서 그래?”

“알지~ 너무 미안해· 평소에는 새벽같이 일어나던 양반이 오늘따라 일하기 싫은 노인네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야· 넥타이 색깔 가지고 이건 이래서 싫다 저건 저래서 싫다··· 아휴 징그러워·”

“호호호· 네 남편이나 내 남편이나··· 윤 작가 배고파· 이대로 계속 굶길 거야?”

“말도 안 되지· 윤 작가는 뭐 좋아해?”

“저는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그럼 스테이크 괜찮지? 여기 안심 스테이크가 판타스틱 하거든·”

명숙은 윤 작가라 불리는 남자를 이끌었다·

* * *

민희는 회사 근처 유명한 이탈리아 브런치 카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걸음을 빠르게 놀리는 중이었다·

지금쯤 테이블이 한 번 정도 회전했을 시간이라 얼른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이었다면 점심 가격에 망설여졌겠지만 이제는 이 정도 금액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졌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가벼운 맥줏값 정도는 누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계산할 정도가 되었다·

현진물산에 입사하며 학자금 대출은 얼마 안 돼 상환했다· 신촌 부근에 전세로 얻은 원룸 이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허리를 졸라야 했지만 그래도 씀씀이는 많이 커졌다·

어쩌면 그녀 내면에서부터 변화된 무언가가 그녀의 소비패턴까지 바뀌게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 걸어가던 그녀의 눈에 커다란 위용을 뽐내고 있는 리츠 칼튼 호텔이 들어왔다·

외국에서 온 비즈니스 손님과 국내 최상급 VIP를 위한 5성급 호텔로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그 특별함이 더욱 부각되는 곳이었다·

평생 이런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 한번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 호텔이 이제는 언제 어느 때고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괜히 뿌듯한 마음에 호텔 앞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번 그룹 창립행사 때 최영훈 상무님 곁에 계시던 비서님 맞으시죠?”

“아 네·”

민희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챘다·

리츠 칼튼 호텔 운영지원팀 조현민 과장이었다·

당시 창립행사의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회장 자리에 오른 송은채 회장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그룹 내 임직원들에게 주목받았던 사람은 당연히 최영훈 상무였다·

창립행사를 준비했던 조현민 과장이 최영훈 상무 옆을 항시 따라다니던 두 여자를 잊을 리 없었다·

“호텔 운영지원팀 조현민입니다· 호텔에 볼일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은연중에 긴장한 낯빛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요· 날이 좋아서 미팅 끝나고 천천히 걸어가던 중이었어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창립행사 때는 핑거푸드밖에 없어서 호텔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저희 양식당인 피에르의 통후추향 버터로 그릴드한 등심스테이크는 호텔의 자랑이거든요·”

순간 민희의 눈동자가 떨리는 걸 조 과장은 놓치지 않았다·

5성급 호텔 식사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기회·

남자건 여자건 지나온 인생이 어땠건 이런 기회를 쿨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게다가 그 식당이 심지어 미슐랭 2스타라면 더더욱·

당연하게도 민희는 마치 홀린 것처럼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민희는 얼씨구 좋구나 하면서 들어갔지만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조현민 과장은 슬금슬금 올라오는 기대감을 애써 내리눌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룹 내 최고 실권자의 비서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서 눈도장을 찍겠다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걸로 크게 점수를 받지는 못할 거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민희를 식당에서도 가장 뷰가 좋은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그는 민희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직원을 호출했다·

“여기!”

직원이 빠르게 다가오자 그가 말했다·

“풀 메뉴로 준비해주세요· 중요한 분이시니까 실수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민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어색한 상황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앞에 놓인 메뉴판에 적힌 인당 20만 원짜리 풀메뉴 런치코스는 그런 어색한 상황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걸어온 한 무리의 일행이 민희가 앉은 자리로 걸어왔다·

“거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자리 좀 옮겨줄 수 없을까?”

만약 손님으로 왔다면 어이가 없을 만큼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옷차림만 봐도 상류층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 민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앉으세요·”

호텔의 손님은 곧 HS그룹의 손님이었기에 조금 진상손님이라고 해도 자리를 버티고 있는 건 직원으로서 개념상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 과장은 당황했지만 민희의 빠른 대처에 바로 직원에게 다른 자리를 앉을 수 있게끔 해주었다·

자리를 비켜달라고 말한 장년의 여성이 민희에게 말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네· 고마워· 젊으면 앞으로 이런 데 자주 올 수 있으니까 나이 많은 사람에게 양보하면 그게 다 덕을 쌓는 거야·”

“네·”

“그런데 선 보러 왔나봐?”

뜬금없는 질문에 민희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자신의 옷차림이나 가방을 보고 순간적으로 견적을 낸 걸 거다·

하고 있는 행색이 이런 곳에 자주 올 것 같지 않아 보여 오늘 대단한 행사라도 있는 건지 물어보는 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희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식사하세요·”

민희의 어투에 조금 날이 서 있다는 걸 알아채서일까?

장년의 여자는 민희를 잠시 째려보고는 민희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민희는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공짜로 가진 식사 자리였고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기에 기분 상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때 조현민 과장이 혹시 기분이 상한 건 아닌지 슬쩍 민희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자리는 마음에 드세요?”

“그럼요· 좋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고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혹시 제가 고객이랑 싸울까 봐 걱정하셨어요?”

“하하 그럴 리가요· 고객분께서 비서님께 함부로 대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가끔 예민한 반응으로 직원들을 곤란하게 만드시거든요·”

“응? 유명하신 분이신가봐요?”

“유명하다기보단 몇몇 VIP 분들은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구신데요?”

순간 조현민 과장은 멈칫하다가 별다른 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대답했다·

“신영은행 이세준 부회장님 아내분이십니다·”

“아··· 네· 그렇군요· 어쨌든 알겠어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민희는 깜짝 놀랐다·

아까 그 경우 없는 여자가 이형준 상무의 어머니였다니····

아직 이형준 상무와 아무 관계도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관계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민희는 아까 말할 때 그녀에게 기분 나쁜 티를 낸 걸 후회하며 어떻게 안 좋았던 첫인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조금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거만해져서 손님한테 인상이나 쓰는 짓을 한 걸 자책하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자리에 앉기 전에 느꼈던 설렘은 아예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괜히 포크와 나이프를 만지작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 이형준 상무 어머니의 손이 옆에 앉은 남자의 어깨를 자꾸 터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형준 상무 외에 또 다른 아들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고 엄마와 아들이라고 하기에는 그 분위기가 모자간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자연스럽게 민희의 시선이 계속 형준 어머니의 손길을 따라 움직였다·

남자의 어깨 등과 허리를 내려와 허벅지까지 터치했을 때 민희는 바로 직원을 호출했다·

“운영지원팀 조현민 과장님을 불러주세요·”

직원은 아까 조 과장이 민희 앞에서 깍듯하게 굴었음을 알고 있기에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의아한 얼굴의 조 과장이 도착했다·

“절 찾으셨다고요?”

“잠시 앉으실래요?”

아까까지만 해도 비싼 점심을 공짜로 먹는다는 생각에 설레는 표정을 한가득 짓던 여자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음을 느낀 그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민희는 미미하게 고개를 움직여 정면에 위치한 이형준 상무 어머니의 뒷모습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신영은행 부회장 사모가 확실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옆에 앉은 남자는요? 저 남자도 호텔 VIP인가요?”

“그건 저도 잘····”

“음··· 그럼 부회장 사모가 호텔에 저 남자와 방문한 적 있는지도 알 수 있나요?”

조 과장은 당황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기획조정실에서 나왔다고 이런 질문을 막 하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비서분에게 제가 왜 이런 대답까지 해드려야 하는 거죠?”

“그냥 말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은데··· 아니면 영국에 계신 상무님께 전화해서 허락을 받으면 그때 협조해주실 건가요?”

“·······”

그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민희는 시계를 흘낏 보고 말했다·

“영국과 대략 9시간 정도 차이가 나니까 지금 한창 새벽이긴 한데 그래도 시차 적응이 안 되셔서 아마 잠은 못 주무시고 계실 수 있어요· 전화할까요?”

전화를 흔들며 협박하는 민희를 보면서 조현민 과장은 내심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세상 순진하게 굴던 아가씨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위협하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사람이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그는 기조실 비서와의 기싸움을 포기했다·

“아닙니다· 저희도 남자와 얼마나 자주 방문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사모님이 호텔 스파와 피트니스 고객이시기 때문에 아마 스파 마사지 직원들은 같이 방문한 남자에 대해서 알지도 모릅니다·”

“옷차림을 보면 그냥 한량은 아닌 것 같은데 저 남자가 누구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제 연락처로 알려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그렇게 해줄 수 있죠?”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조현민 과장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희는 그런 조 과장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이형준 상무 어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스치듯 남자의 허벅지를 터치하는 그녀의 손길을 보며 민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과 어린 동생을 두고 바람나서 집을 나간 엄마의 기억·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으로도 극복하지 못했던 당시의 상처가 다시 드러났다·

재벌들이 그런 생활을 한다는 걸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눈으로 보니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일까?

민희는 그 맛있다는 스테이크를 채 반도 먹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 승진··· 회사원의 모든 것(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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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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