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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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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튼 해변에서(2) >

평소 ATS의 국위 선양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던 영훈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왠지 ATS가 원망스러워졌다·

한국도 아니고 영국의 음식점에서 옆자리에 앉은 영국 여자아이가 한국말을 알아들을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 강등당할 거라고 말한 구단의 구단주라면 이건 정말 운이 없어도 더럽게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당신 브라이튼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군! 어디 팬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니면 설마 크리스털 팰리스인가? 아 맞아· 크리스털 팰리스에 한국인 선수가 있었지? 리였나?”

관상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영훈은 암담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전 어느 팀의 팬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쏜이 소속된 토튼햄을 조금 응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브라이튼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런 말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브라이튼이 싫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쉐인 랄프 감독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라

고 생각해서 한 말입니다· 그저 흔한 축구팬의 생각이라고 여겨주세요· 축구팬들은 다 자신만의 전략이 있고 선호하는 선수가 있으니까요·”

“·······”

그는 연희의 통역을 듣고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는 뭐라 하지 않은게 원래 어떤 스포츠든 팬들은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해대니까·

감독의 전술이 어떻고 어떤 선수가 월클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싸우는 팬들의 말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 이유가 없기는 했다·

본래 스포츠 팬들은 다 그러니까·

그런데 그의 딸이 또다시 냉큼 끼어들었다·

“저 사람이 쉐인 랄프가 뭐가 약하대요· 그리고 브라이튼은 쓰러지는 회사처럼 무너질 거라고 했어요· 또 선수 관리가 형편없을 거고 그는 명예를 모르는 사람이래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연속해서 폭탄을 뻥뻥 터뜨리는 여아자이를 보고 연희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얘 이 사람이 한 말은 선수 관리가 형편없을 거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기 힘들 거라는 말이었어· 그리고 명예를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명예를 얻기 힘들다는 말이야· 명예운 명예를 얻기 힘든 운을 타고 났다는 거지·”

“그럼 약하다고 한 건 뭐였어요? 기? 아까 뭐가 약하다고 했죠?”

“그건 음··· 스타워즈 봤지? 거기에 포스라고 나오잖아· 쉐인 랄프 감독은 그 포스가 부족하다는 말이야· 동양에서는 그걸 기라고 말해· 게다가 쓰러지는 회사처럼 무너질 거라는 말은··· 음··· 매출이 떨어지는 회사든 계속 패배를 당하는 스포츠팀이든 반전의 기회를 맞으려면 리더가 아

주 강한 포스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는 말이었어· 이해했니?”

연희는 여기까지 하고 브라이튼의 구단주에게 말했다·

“들었다시피 조금 황당한 내용이죠? 원래 동양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중요시해서 사람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성격을 유추하고는 해요· 그리고 이 사람은 그런 부분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이고요·”

“얼굴에서 운명이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고? 그게 무슨····”

어이없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고 연희는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듣지 않아도 괜찮아요· 동양에 흔히 있는 그런 학문 중 하나니까요·”

그제야 남자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굉장히 특이하고 독특한 학문이군요· 허··· 이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K-POP이라는 걸 듣더니 한국말을 제법 하기 시작했는데 당신들 말을 알아들으니 공부를 허투루 하진 않았나 보네요·”

“한국말을 너~무 잘하네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하하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굉장히 똑똑해요· 어쨌든 잘 알았습니다· 동양에는 참 다양한 학문이 있군요· 재미있었어요· 브라이튼에는 얼마나 머물 생각입니까?”

“너무 예쁜 동네라 한 사흘 정도 머물면서 쉴 것 같아요· 오늘 뜻하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저희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즐거운 식사 하세요·”

영훈과 연희는 이때다 싶어 얼른 가게를 나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저 나이의 여자애가 한국말을 저렇게 잘 할 줄이야·”

영훈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그래도 영국은 인종차별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서 괜한 봉변을 당할까 걱정했었다·

“그러게· 그래도 잘 알아들어서 다행이야· 그런데 웃기긴 하네· 영국에서 관상을 설명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영훈 씨도 이제 외국이라고 한국말로 크게 떠들면 안 되겠다·”

“맞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 좋은 거겠지?”

“좋은 일이지· 영훈 씨만 조금 조심하면 되잖아·”

“하하 그건 그래· 좋은 자리 놓쳐서 아깝네· 아까 그 자리 진짜 좋았는데·”

“나 거기 말고도 좋은 곳 알아· 영국에서 몇 안 되는 맛있는 음식점인데 여기서 한 10분 걸리나? 하여튼 안 멀어·”

“그럼 거기로 갈까?”

“응· 그런데 브라이튼인가 하는 그 축구단 강등되면 많이 안 좋은 거야?”

“엄청난 손실이지· 프리미어 리그는 강등 안 당하고 유지만 하고 있어도 1년에 천억 넘게 들어오거든· 강등당하면 십 분의 일로 줄어든다고 했었나?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비슷할 거야·”

“그럼 엄청 걱정되겠다·”

“구단주라고 하잖아· 부자야· 아마 너보다 돈 많을걸? 자고로 재벌이랑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래? 그럼 됐고·”

둘은 해변길을 따라 손을 꼭 잡고 걸었다·

*

“허풍쟁이들이었어· 아직도 저런 미신을 믿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 설마 아직도 무술을 진짜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와호장룡이라고 아니? 굉장히 유명한 홍콩 무술 영화였는데 아빠도 그 영화를 봤단다· 그냥 상상 속의 무술 영화였어· 차라리 그런 영화보다 반지의 제왕이 훨씬

더 영화 같단다·”

“아빠는 그 아저씨의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설마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지?”

“한국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내용이 더 심오했어요· 그리고 아주 진지했단 말이에요· 듣고 있던 그 여자도 마찬가지고요· 나중에 설명할 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꼭 아빠랑 엄마랑 싸운 뒤에 내가 왜 싸우냐고 물어보면 ‘넌 알 필요 없단다’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착각이야 앨리· 그리고 세상에는 저런 믿음직한 허풍이 상당히 많단다· 그걸 가려낼 수 있어야 해· 알겠니?”

“네 알았어요· 그런데 내일 경기 이기겠죠?”

“당연하지· 이길 거야· 노리치는 강등 확정인 꼴찌잖아· 경기력이 형편없다고· 게다가 홈이야· 반드시 이길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알겠어요·”

그렇게 그림 같은 해변을 배경으로 오붓하게 식사를 즐긴 부녀는 곧장 브라이튼의 홈구장인 American Express Community Stadium으로 이동했다·

내일 꼴찌인 노리치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구단 관계자들은 어두운 표정 속에서도 한 줄기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내일 경기만 확실히 잡으면 나머지 두 경기 중에 한 경기만 이겨도 강등 탈출이 확실하니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훈련장에 도착한 구단주 맥스 크롤리는 아주 신경질적인 고함소리를 들었다·

“이런 젠장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풀백이 튀어나간 자리를 커버해줘야 한다고· 왜 어슬렁거리는 거야! 너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라고! 모페이! 집중하라고! 눈을 어디에 두는 거야!”

맥스 크롤리의 눈에 감독이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아니 아마 그 이상한 동양인 커플을 만나지 않았다면 분명 저 모습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까 그 동양인 여자의 말이 귓가에 맴돌면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마음대로 안 되는 선수들을 보며 대책 없이 짜증 내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았다·

초조함에 손톱을 물어뜯다가 조금만 실수하는 선수를 보면 가차없이 비난을 퍼붓는 감독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양인 여자가 했던 말 중에 하나하나 들어맞지 않은 말이 없었다·

게다가 선수들을 비난할 때 쓰는 용어들에는 어린 딸인 앨리가 듣기 민망한 표현들도 섞여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온 맥스 크롤리는 훈련하는 모습을 다 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아빠 왜 그냥 가는 거예요?”

“내일 중요한 경기잖니· 아빠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 걸 알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괜히 더 긴장해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고· 잘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우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치솟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감독을 불러 한마디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거다·

그렇게 부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지우며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

“여기 브런치 괜찮다고 했는데 막상 먹으니까 다른 데랑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치?”

영훈이 한식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연희가 슬쩍 눈치를 본다·

“어쩔 수 없잖아· 영국이니까· 조식도 지겹고·”

브라이튼 해변에서의 휴식은 꿈만 같았다·

그림 같은 해변과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하는 휴식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음식 맛이 없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미슐랭 별이 찍힌 곳만 돌아다녔지만 한국을 떠난지 5일 째에 접어드니 한식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된장찌개 부대찌개 알이 꽉 찬 간장게장과 불맛이 가득한 매콤한 제육볶음 그리고 뜨끈한 돼지국밥과 뼈다귀 해장국이 당겼다·

“히히··· 내가 비행기 표 알아볼게· 우리 너무 일찍 돌아가서 엄마가 싸운 줄 아는 거 아니야? 아 그런데 한국 돌아가자마자 일하기 없기· 나랑 놀아·”

“그래· 나라고 일만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내가 얼마나 노는 거 좋아하는데·”

그 노는 것이 게임에 상당히 치중돼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훈이 고개를 돌리다가 풀이 팍 죽은 가게 주인의 얼굴이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저 얼굴은 영훈이 현진물산에 입사하기 전에 숱하게 보아왔던 표정이다·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날 채무자를 찾아가면 항상 저런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왜?”

“어··· 가게 주인 보니까 뭐 안 좋은 일이 있나 싶어서·”

연희가 고개를 돌려 가게 주인을 살피고 난 뒤 말했다·

“그러네· 장사가 잘 안되나 보다· 우리 입맛에는 느끼한데 현지인이 먹었을 때도 별론가? 그런데 여기 별점 높았는데? 평도 좋았고?”

“대출이 많은가봐·”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가게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거야·”

그런데 이후 가게 주인과 친해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더니 똑같이 죽상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어차피 음식도 거의 먹었겠다 배에 더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아 둘은 얼른 가게를 나왔다·

음식을 먹었으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은 커피숍·

해변을 바라보며 오붓하게 커피를 즐기려고 가게를 방문하니 점원들과 주인의 안색이 똑같이 풀이 죽어 있었다·

“혹시 무슨 기사 난 거 있어? 왕실 사람이 죽기라도 한 건가?”

“그런 거 없었는데?”

연희는 음료를 시키고 영훈은 자리를 잡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있었군!”

놀랍게도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온 이는 브라이튼의 구단주 맥스 크롤리였다·

그는 연희가 음료를 들고 영훈의 자리로 오는 걸 잠시 지켜보더니 다가와 말했다·

“찾고 있었어·”

“우리를요?”

연희가 물으니 그가 일단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말했다·

“맞아· 이 주변 상인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동양인 커플에 대해 수소문을 했더니 운 좋게 찾을 수 있었어· 솔직히 여길 떠났을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네·”

이쯤 되니 영훈이나 연희는 왜 자신들을 찾았을지 짐작이 되었다·

핸드폰으로 경기결과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꼴등인 노리치에게 4대 0으로 패배한 기록과 함께 브라이튼의 경기력을 비판한 기사들이 보였다·

영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제가 강등권에서 탈출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이번 시즌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어·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못해도 비겼어야 했고 져도 이렇게 큰 점수 차로 지면 안 됐거든· 남은 경기는 리버풀과 번리야· 더 이상 감독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두 게임을 다 이길 수는 없겠지· 우린 끝난 거야· 완전히·”

그의 눈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그런데 왜 찾으셨습니까?”

“투자자들은 데이터를 좋아하고 선수들은 미신을 좋아해· 난 투자자로서 미신 같은 루틴에 얽매이는 선수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사람이 절박한 곳에 몰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게 매달리게 된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요?”

“쉐인 랄프의 언행 선수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선수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능력 같은 부분들··· 전부 자네가 한 말에 포함되어 있었어· 마치 신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네·”

절절한 그의 말에도 영훈의 뚱한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 봤자 남의 나라 축구팀 이야기였으니까·

축구단을 운영하는 건 관심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도와준다고 마음먹어도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게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이유인가요?”

영훈의 모습에 맥스는 잠시 코를 문지르더니 말했다·

“프리미어 리그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군· 그래 그렇다면 말이야 혹시 크루즈 여행 좋아하나? 언제든 말만 하게· 최고급 크루즈 선을 타고 전 유럽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겠네·”

“크루즈요? 혹시 여행사를 운영하십니까?”

“하하 여행사가 아니라 크루즈선사를 운영하고 있네·”

“아··· 그래요? 크루즈선····”

때마침 일감이 부족한 군산조선소를 떠올린 영훈은 그제야 관심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 브라이튼 해변에서(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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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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