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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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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튼 해변에서(3) >

그럼에도 영훈의 뚱한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크루즈선 한 척에 얼마인데 고작 조언 좀 해줬다고 덜컥 발주를 할까·

그런데 그 모습이 크루즈 여행에 영 관심 없어 하는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맥스는 조금 더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꿈이 있나?”

“네?”

크루즈선사를 운영하는 구단주가 저런 걸 물어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꿈 말이야· 난 꿈이 있어· 난 어려서부터 아주 부유하게 살아왔지만 항상 외로웠네· 제대로 된 친구가 없었거든· 그렇다고 나빴던 건 아니야· 좋은 여자를 만났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을 얻었지·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인수하게 됐네· 그때는 그저

챔피언십에 있던 구단을 프리미어 리그에 올려놓고 비싸게 팔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요?”

“막상 프리미어 리그에 올려놓으니까 팔기 싫어졌어· 클럽을 프리미어 리그에 올려놓았을 때 모든 지역민이 하나가 돼서 기뻐하던 그 순간 그때부터 브라이튼은 그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한 축구단 이상의 것이 됐거든·”

“·······”

“혹시 어제와 오늘 다니면서 지역민들의 얼굴을 본 적 있나? 아마 상당수의 얼굴이 어두웠을 거야·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클럽이 강등당했거든· 축구클럽은 그저 공놀이를 즐기는 선수단에 끝나는 게 아니네· 구장을 관리하는 인부와 선수를 관리하는 의료진 그리고 스낵코너에서 음식

을 파는 상인들··· 셀 수가 없네· 내 꿈은 별거 아니야· FC 바로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브라이튼이 프리미어 리그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 되는 거라네·”

“그렇군요·”

그의 진심 어린 표정에도 사실 영훈은 그렇게 감동적으로 느껴진 건 아니었다·

그가 정말 매년 천억이 넘게 들어오는 중계권료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지역민을 생각해서 그런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영훈은 생각이 깊어졌다·

그를 꼬셔서 크루즈 선을 수주받겠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하필 이 시기에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진물산을 HS그룹의 중심으로 올려놓고 어쩌면 회사원으로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때였다·

연희는 좋은 CEO가 될 수 있을 거라 말했지만 좋은 CEO가 어떤 CEO인지 알지 못했다·

모르는 것도 많고 지금부터 배운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 경영과 경제를 배워왔던 다른 훌륭한 기업인들에 비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말했듯이 이번 시즌은 끝난 거나 다름없어· 난 다음 시즌을 준비하려고 해· 그거 아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당한 클럽이 다음 시즌 바로 승격을 해내지 못하면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네· 선수들을 헐값에 넘겨야 하고 선수를 사 오며 생긴 부채는 감당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렇

게 무너진 클럽이 한둘이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시즌에 반드시 승격을 이뤄야 하네· 그런데··· 혹시 자네가 말한 그거 말이야· 얼굴을 보고 정말 운명과 성격을 유추할 수 있나?”

영훈은 조금 고민하다 말했다·

“결국 원하는 건 앞으로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고 싶은데 저더러 봐달라는 말이군요?”

“맞네·”

“고작 몇 마디의 말을 믿고 구단을 운영하실 겁니까?”

영훈이 어이없다는 듯 되묻는 걸 보고 맥스 크롤리가 말했다·

“자네가 한 말이 아닌가?”

“동양인도 아니고 영국 사람이 그 말을 믿는 게 신기해서 그럽니다·”

“사실 나도 백 프로 확신하는 건 아니네·”

“백 프로 믿지 못하면 결국 제 의견을 신뢰하지 못할 테니 도움을 드린다고 해봐야 결국 바뀌는 건 없을 겁니다· 어쨌든 구단주님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부디 훌륭한 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완곡하면서도 단호한 거절·

이건 밀당이 아니었다·

내심 크루즈선 건조가 욕심나긴 했지만 스케일이 너무 컸고 괜히 나섰다가는 나중에 동양인 주술사가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올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선을 긋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을 열고 맥스의 딸이 들어왔다·

상기된 얼굴과 헐떡이는 걸 보니 급하게 뛰어왔나 보다·

그녀는 아빠와 동양인 커플을 확인하고는 다가왔다·

“아빠! 헤이즐 언니가 이 사람들을 찾았다고····”

“그래 흥분하지 말고· 아빠가 찾았단다·”

“대단해요· 아빠가 찾을 줄 알았어요· 뭐라고 해요? 도와준다고 하죠?”

“물론이지· 도와준다고 하셨단다·”

맥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딸에게 확언을 한다·

연희는 물론이고 이제 아주 기초적인 리스닝을 할 줄 아는 영훈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적어도 확신 어린 표정의 ‘오브 콜스’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왜 오브 콜스라고 하지?’라고 혼자 고민할 때 연희가 나섰다·

“구단주님?”

“원하는 걸 말해보게·”

연희가 영훈을 돌아보았다·

영훈은 가만히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전화 한 통화 좀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영훈은 바로 가게를 나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주조선해양 송유철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합니다· 저녁 시간일 텐데 급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크루즈선 수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크루즈선이요? 갑자기 크루즈선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어쩌다 보니 영국에서 크루즈선사를 운영하는 대표를 만나게 됐거든요· 혹시 친해져서 뭐 하나 건질 수 있나 싶기는 한데 뭘 아는 게 있어야 제안을 하든 협박을 하든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음··· 일단 우리는 크루즈 선을 만들기 힘듭니다· 일단 크루즈 선은 사람을 싣고 다녀야 하기에 진동이 적어야 하고 부자들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높은 퀄리티의 자재가 필요합니다· 진동을 줄이는 기술은 개발하고자 하면 못 할 건 없는데 내장 인테리어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

서 되는 게 아닙니다·]

“안목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게다가 고급 크루즈선에 들어가는 자재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해와야 하는데 그렇게 수입해와야 하는 자재들은 운송하는 비용도 엄청납니다· 한두 척 만들고 끝낼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다고 한다면 비용은 떨어뜨릴 수 있는데 그 정도로 발주를 할 회사는 없을

거라는 게 문젭니다·]

“으음··· 문제가 많군요·”

[한국에서 한번 시도했다가 결국 망했고 일본에서도 크루즈선을 만들려다가 조선소 하나가 휘청거렸습니다· 납기 지연 때문에 2척을 척당 2조 원 넘게 손해를 보고 넘겼거든요·]

“그럼 할 필요가 없는 거네요?”

[하··· 이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크루즈선박은 일단 기술을 획득하고 어느 정도 경험과 신뢰도를 얻게 되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를 안겨줍니다· 국내 조선업체들 어디도 현재는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크루즈선박을 건조하는 꿈은 다들 가지고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꿈이죠·]

“그렇군요·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다들 유럽에서 뛰고 싶은 것처럼·”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미안했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전화는 언제라도 괜찮습니다·]

전화를 끊은 영훈이 다시 가게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전 기업인입니다· 자원을 사고팔며 건설회사와 호텔 체인 그리고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맥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정말인가?”

“그러니 도와달라고 하셔야 할 게 아니라 거래를 하자고 하셔야 맞습니다· 합당한 거래에는 응할 생각이 있으니까요·”

“허허··· 이런···· 한국에서 온 커다란 사업가를 고작 크루즈 여행으로 꼬시려고 했으니 창피하기 그지 없구만· 좋네· 거래하지· 그런데 거래를 하려고 하니 자네 쪽 상품에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네·”

영훈이 미소 지었다·

가지고 있는 선박을 이용해 여행 좀 시켜주며 싸게 몇 마디 들어보겠다는 의도였던 거다·

들어보고 신뢰가 갈 것 같으면 이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추가적으로 고려하는 사항 정도로 점수를 반영했을 거다·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는군요· 맞습니다· 고작 전해 들은 몇 마디로 구단 운영을 결정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럼 거래를 포기하는 건가?”

“도움이라면 모를까 거래를 포기할 순 없지요· 따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앨리라고 부르게·”

“좋습니다· 앨리의 생년월일을 아십니까?”

“그거는 왜?”

“상품에 불량이 있는지 체크하는 거라고 생각하시죠·”

맥스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2007년 2월 6일에 태어났네·”

영훈은 이제 앨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반갑다· 악수 한번 할까?”

앨리는 한국말을 알아듣기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영훈과 악수를 나누었다·

대낮의 뜨거운 열기가 손을 통해 전해져왔다·

영훈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하다가 말했다·

“앨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테니 틀린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응? 내 딸에 대해서 말인가?”

“네· 그러니까 잠깐 앨리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 좀 하겠습니다·”

“싫어요·”

앨리는 싫다고 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한 맥스가 한참 달래자 못 이기고 가게를 나갔다·

물론 창문 너머로 무슨 이야기를 하나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 나이에 한국말까지 알아듣는 똑똑한 아이니 혹시나 입술만 보고 말을 알아챌까 괜히 무서워져 영훈은 슬그머니 입을 가리면서 말했다·

“어릴 때부터 상당히 똑똑했을 겁니다· 말도 빨리 배웠을 테고·”

“뭐 그렇긴 했네·”

맥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이어진 영훈의 말에 서서히 얼굴이 굳어갔다·

“음악을 해도 잘했을 테고 미술을 해도 잘했을 겁니다· 춤도 잘 췄을 거예요· 운동신경이 뛰어나 체육도 잘했겠죠· 성적도 좋았을 겁니다· 대신 자라면서 부모를 힘들게 할 겁니다· 음··· 앨리의 엄마가 둘 이상으로 보이는데 맞나요?”

“둘 이상이라고?”

“맞습니까?”

맥스는 충격을 받았는지 손끝을 미세하게 떨었다·

“그게··· 엄마가 둘이라는 표현은 난생처음 듣는군· 그런데··· 맞네· 앨리의 생모는 따로 있어·”

“역시 그렇군요· 아마 태어날 때부터 힘들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난산이었네· 의사가 그러더군· 2차대전 이전이었다면 앨리 엄마가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초년에 물과 상극이니 아마 물로 인해 사고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앞으로 물놀이는 조심해야 할 겁니다·”

맥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답했다·

“다섯 살 때 호수에 빠져 죽을 뻔했네· 브라이튼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사고 이후로 바다에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어·”

“앞으로도 종종 힘들게 할 일이 생길 텐데 아빠가 가진 부가 앨리를 지켜줄 겁니다· 다만····”

“다만?”

“남자를 보는 눈이 없고 마음이 여리니 생각이 어린 이십 대 초반에 이상한 남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맥스는 목이 말랐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에 가더니 맥주 한 병을 사가지고 와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야기가 대충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앨리는 밖에서 문을 두드려댔고 맥스는 그녀에게 들어오라 손짓했다·

“비밀 이야기했죠?”

“나중에 이야기해주마·”

맥스는 소란을 피우려는 앨리의 입을 막고 영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 생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끝내주는 상품이었네· 가격이 비쌀 테지?”

“아마 그럴 겁니다·”

“불러보게·”

영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국에 군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군산이라는 지역은 브라이튼과 달리 내세울 수 있는 축구클럽도 없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에요· 그런 군산이라는 도시를 이끌어가는 산업 중 하나가 조선소입니다·”

“자네 회사겠군·”

“맞습니다· 가동이 중단됐던 조선소를 우리가 매입했고 고통받던 군산 시민들은 다시 가동을 시작한 조선소 덕분에 활력을 찾아가고 있죠·”

맥스 크롤리는 난감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가만··· 그러니까 선박을 하나 주문해달라는 말인가?”

“정확히 말씀드리면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주문해달라는 말이었습니다·”

“하하하 이봐· 크루즈선박 하나가 얼만지 아나? 럭셔리급 크루즈선은 6억 파운드가 넘네· 그런 선박을 경험도 없고 기술도 없는 자네 회사에 맡기라는 말인가?”

연희는 6억 파운드가 약 9천억이 넘는다고 알려줬다·

약 2천억이 넘는 LNG선을 세척 수주하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영훈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렵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그렇게 큰 크루즈선을 발주한다고 해도 우리는 받을 여력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을 두고 서로 잘 협력하면 못 할 거 없지 않겠습니까? 일단 제 상품의 가격은 그렇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축구 선수 한 명을 길러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십시오· 유소년 축구단부터 2군을 거쳐 하위 리그에 임대로 다녀옵니다· 그러고 나서 1군에서 뛸 수 있지요·”

“일리가 있기는 한데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가격이 너무 높아·”

“이런··· 전 아까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축구클럽이 지역 주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에요· 솔직히 우리 회사가 저가 크루즈선을 수주한다고 우리한테 많은 이익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까? 손해만 안 봐도 다행일 겁니다· 아니 초반에는 상당한 손해를 볼

겁니다· 게다가 만약 상품에 하자라도 발견되면 당신은 이후 추가적인 발주를 하지 않을 테고 우리는 아주 큰 손해를 보겠죠·”

“·······”

“핵심은 이겁니다· 당신은 브라이튼 주민의 행복을 언급했고 난 거기에 군산 주민의 행복을 올려놓은 겁니다· 불공평한 거래라고 보십니까? 그렇다면 아까 저에게 한 말은 전부 구단의 가치 상승과 중계권료를 얻기 위한 거짓이었군요·”

맥스 크롤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사람을 궁지에 모는 재주가 있군·”

< 브라이튼 해변에서(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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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Worker Who Sees Fate

Office Worker Who Sees Fate

Score 8.5
Status: Completed Released: 2022
A child born to become a shaman with the fate of putting the world in chaos. To let go of his greed and refuse god, he’s trying to become an ordinary office worker. Choi Yeonghoon, the one who can see destiny through physiognomy (face fortune reading) and fortune telling. Will he succeed in becoming an ordinary office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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